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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의 법칙 1,2 편을 읽고 봐주세요 :> ) 


 


 


 


 


 

​[NCT/정재현] 첫사랑의 법칙 3 | 인스티즈 

 


 


 


 


 


 

첫사랑의 법칙 


 


 


 


 


 


 


 


 


 


 


 


 


 


 


 


 


 


 

  부회장을 철저히 피했다. 가끔씩 대면해야하는 상황도 도영이를 시켜 부딪히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주일을 피해도 아침 인사 때마다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부회장이 윤오란 생각이 박히니 얼굴을 보기도 껄끄러웠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하나. 삼주간 지방 근무를 간이대리님이 돌아왔다. 괜찮다는 사람들의 만류에도 굳이 점심을 먹자고 끼였다. 우리 여주씨 없으니깐 내가 밥이 안 넘어 갔어. 오늘도 어김없는 질척임에 억지로 웃으며 도영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동료들은 또 시작됐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입사를 하자마자 과도한 관심을 보이시더니 요즘에는 대놓고 저런 말들을 하셨다. 불쾌했지만, 직장에서의 권력이란 게 불쾌함까지 침묵해야하는 것이었다. 같은 팀 대리만 아니었어도. 기분 나쁜 표정을 숨기며 돈까스를 입에 넣었다. 얼른 먹고 일어나는 게 상책이었다. 간간히 나에게 말을 거는 이대리님을 막는 건 도영이었다.  


 


 

   “대리님 자꾸 막내들 사이에 끼여서 밥 드실 거예요? 밥 먹는 것도 일하는 기분이에요.”
   “아이 도영씨 그래서 내가 일 이야기 안 꺼내잖아”
   “저는 대리님 얼굴만 봐도 어제 올린 보고서부터 며칠 전 타이핑한 자료까지 다 기억나요 정말로. 돈까스가 그래프로 보이고 그래요.” 

   


 

   장난스러운 듯 웃으며 말하지만 가시박힌 도영의 말에 이대리는 당황스러운 사람들 눈치를 살폈다. 주변 사람들도 도영의 말에 슬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이대리는 얼굴이 붉어진 채 나에게 대뜸 물었다. 우리 여주씨도 그래? 끈질긴 질문이란 생각을 삼키며 네, 뭐. 짧게 대답 후 먼저 일어나겠다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나중에 카페에서 봐요. 민주씨가 입모양으로 웅얼거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망자도 아니고 동료들과 밥 한끼 먹는 것도 어렵네. 화가 나는 마음에 돈까스를 입에 쑤셔 넣는 이대리를 쏘아보곤 식기 반납대로 걸어갔다.  


   

   뒤따라 이대리도 벌떡 일어서선 내 뒤를 쫓아왔다. 망했다. 빠른 걸음으로 먼저 카페로 들어갔으나 문을 열며 두리번거리는 이대리가 보였다. 카페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였다. 우리부서 자체가 다른 부서와 다르게 점심시간이 삼십분 늦기도 해서인지, 회사 내 카페지만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사람들 것까지 주문하고 앉자 그제야 테이블 대각선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정윤오가 보였다. 일에 집중한 것인지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곤 노트북만 뚫어져라 들어다 보고 있었다. 정윤오를 피해 일어나는데 이대리가 더 빨랐다. 라떼 두 잔을 들고 내 옆을 막으며 앉아버렸다.  


 


 

   “우리 여주씨 라떼 좋아하지?”
   “아니요. 요즘은 안 마셔요.”
   “아? 그래? 그럼 요즘은 뭐 마실까?”
   “뭐. 그냥.” 


 


 

    남들을 의식하지 않은 이대리의 큰 목소리에 덩달아 조급해진 건 나였다. 저러다 정윤오가 고개라도 돌려서 나를 보면 큰일인데. 급한 마음에 라떼를 가져가자 이대리는 음료를 받아준 게 좋은지 큰 목소리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걸었다. 빨리 도영이가 왔으면, 생각하기도 찰라 유리 너머로 저 멀리 걸어오는 팀원들이 보였다.  


 


 

   “여주씨 오늘 뭐해?”
   “퇴근하고 집 가겠죠.” 


 


 

    도영아 빨리와. 나 얼른 가고 싶어. 살려주라. 잔뜩 찌푸린 내 표정을 보더니 도영이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럼 오늘 우리 술 한 잔 할까?”
   “네? 수, 술이요?” 

   


 

   이곳이 카페인 것을 순간 까먹고 큰소리로 되물었다. 예상하지 못한 술이란 단어에 놀란 것도 있었고, 온통 신경이 정윤오에게 있어 정신을 놓고 있던 것도 있었다. 그치만 김여주 이건 아니잖아. 커피머신을 내리던 직원도 화들짝 놀라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놀래 여주씨. 긍정적 의미지? 


 


 

  아니, 그, 대리님 제가, 긍정이 아니라, 저는, 술을. 횡설수설하는 내 뒤로 도영이가 나타났다 


 


 

   “여주씨 오늘 저희랑 술 마시기로 했어요.”
   “방금 집 간다던데?”
   “여주씨가 건망증이 심해요. 그쵸 여주씨?” 

   


 

   아 맞다. 죄송해요 제가 술 약속이 있었네요. 이대리는 내 대답에 아쉽다는 듯 입을 달싹거렸다. 더 하실 말씀이라도? 내 앞을 막아선 도영의 물음에 나중에 보자며 카페를 나갔다. 이대리가 나가자 사람들이 하나둘 커피를 들고 앉았다.  

   


 

   “아니 진짜 징하다 징해. 그렇죠.”
   “그냥 이상형이다, 왜 남자친구가 없냐. 이런 말부터 오늘은 술까지 먹자니요.”
   


   열을 내며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민주씨와 다른 사람들의 말에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노트북을 옆으로 밀어 두고선 우리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윤오가 신경 쓰여 맞장구를 칠 수 없었다. 하하, 그러니까요. 어색하게 웃으며 겨우 한마디 거들 뿐이었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도영이 비장한 듯 말을 꺼냈다 

   


 

   “여주야 차라리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   

   “그게 통하겠어요?” 

   


 

   민주씨가 혀를 끌며 고개를 저었다. 도영은 큰 눈을 굴리며 곧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들어온 인턴이 몇 번 나에게 말을 건 것을 본 이대리님은 마음에 쏙 든다던 인턴을 정직원 채용에 발 뻗고 나서 반대하셨다. 정말이지 답답한 건 우리가 연락이라도 한 적도, 사적으로 만난 적도 없는데 이대리님 혼자서 저런다는 거. 나 원 참, 소개팅을 해서라도 만들어야지 그래. 중얼거리는 내 말을 그냥 지나치지 않은 민주씨가 말을 꺼냈다. 


 


 

   “아! 어제 저희 부서 들린 제 동기가 여주씨 괜찮다고 그러던데. 어때요? 소개 한번 받아볼래요?”
   “아 저는 아직 소개는 좀.”
 


 


    손을 저으며 거절하는 나를 보며 도영이 툭 쳤다. 왜 받아봐 좋은 인연일지 어떻게 알아. 도영의 말에 민주씨가 합세해서 거들었다. 진짜 좋은 친구에요. 그리고 이참에 인연도 만들어가고 얼마나 좋아요?
   

   이런저런 말들이 들리자 혹하긴 했다. 나도 연애가 하고 싶긴 한데.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무엇보다 주말을 같이 보낼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평일에 바쁜 나와 다르게 주말이 제일 바쁜 옷가게 사장 진이는 주말에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주말이 더 적적했고 외로웠다.  

   


 

   “네. 그럼 하…….” 

 


 

   하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윤오 때문에 우물쭈물 말을 삼켰다. 이제는 노트북을 아예 덮어두고선 삐딱한 시선과 함께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는 거죠? 바로 연락 하라고 할게요! 신난 민주씨가 빠르게 번호를 입력해주었다. 얼떨결에 받은 것도 신경 쓰였고 정윤오도 신경 쓰였다. 


 


   저 먼저 올라가볼게요. 반쯤 마신 커피를 들고 일어나는 나를 따라 도영이 함께 일어섰다. 카페를 나가며 슬쩍 정윤오 쪽을 곁눈질 했으나 여전히 시선이 마주쳤다. 괜히 붉어지는 얼굴을 숨기며 엘리베이터로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 제발 마주치지 말자. 정윤오, 아니, 정재현.
 


 


 


 


 

10
 


 


 


 


 

  
   그래서 오늘 어디가요? 내 물음에 서류 정리를 하던 도영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안 갑자기 집안일이 생겨서. 가방을 챙기던 민주씨도 사정이 생겼다고 미안한 눈빛을 보내며 겉옷을 챙겨들었다.
   

   굳이 술이 마시고 싶던 것도 아니었고 아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만들었던 약속이라 깨져도 별 상관없었다. 괜찮다는 의미로 활짝 웃으며 나가는 민주씨에게 손을 흔들었다. 퇴근을 위해 마무리 중이었던 파일을 메일로 보내고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반대편에 있던 이대리님이 함께 벌떡 일어섰다. 


 


   “대리님 퇴근 안하셨어요?”
   “그, 파, 파일정리 조금 남아서.”
   “네. 전 그럼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
   


   꺼림칙한 느낌에 가디건을 제대로 걸치지도 않은 채 뒤를 돌았다. 덩달아 같이 나가려던 도영도 가방을 급하게 손에 쥐었다. 걸어가는 내 뒤로 이대리님의 큰 목소리가 조용한 회사에 울렸다.  


 


 

   “여주씨 아까 보니깐 약속 취소됐던데 나랑 술 어때?”
   “제가 오늘은 컨디션이…….”
   “간단하게 치맥 하는 거지 뭐.”  
   “저 대리님 여주한테 그만 좀,” 


 


 

   도영의 말을 막으며 나는 치맥이요? 하고 되물었다. 도영은 눈썹을 까딱거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이대리를 쳐다보았다. 도영이 말을 끝맺었다면 이대리는 온갖 방법을 다 써서라도 도영을 괴롭혔을 것이다. 챙겨주는 건 고맙지만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해선 안됐다. 나이가 몇인데, 내 몸 하난 내가 지킬 줄 알아야지. 이대리는 좋다고 웃으며 짐을 쌌다. 눈 한번 감고 치킨만 먹고 오지 뭐. 어색하게 웃으며 도영에게 속삭였다. 도영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어디 치킨 집으로 갈까? 여주씨 좋아하는 치킨 있어?”
   “저는 다 잘 먹어요.” 

   


 

  앞장서는 이대리를 따르며 화가나있는 도영의 팔을 흔들었다. 야 됐어 이것도 사회생활이야. 속삭이는 내말에 도영은 오히려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도영아 네가 왜 미안해. 내가 집안일만 아니어도 미안. 의미 없는 사과 실랑이를 벌이며 복도를 지나는데 대뜸 이대리의 걸음이 멈췄다.  


 


 

   “안녕하세요 부회장님.” 


 


 

   고개를 숙인 이대리를 따라 나와 도영도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 옆을 완전히 지나치는 정윤오의 발이 보고서야 고개를 들었다. 천천히 지나간 순간이었지만 마음을 졸이기엔 충분한 만남이었다. 우리 사이는 그랬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여주씨와 단둘이 술을 먹는 날이 오네. 앞으로도 우리 자주 먹으면,” 
   “김여주씨.” 


 


   들뜬 이대리의 목소리를 뒤로 딱딱하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겹쳤다. 반사적으로 우리 셋은 목소리가 들린 뒤로 몸을 돌렸다. 피곤한 듯 머리를 쓸어 올리며 쳐다보는 부회장이 서있었다. 네에? 나는 당황하여 손가락을 들어 나를 가리켰다. 왜 나를 부르지? 도영이도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제가 따로 지시한 파일은 다 정리해서 보내셨나요?”
   “어, 어떤 파일을 말씀 하시는지.”
   “2017년부터 2018년 영업3팀 업무보고서랑, 연말정산도 필요하고요, 또 채용관련 문서도 필요하고. 그 세달 전에 아이디어 내신 기획안 다시 보내달라고 했고. 또, 또.”
   “어... 죄송해요. 제가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해서... 찾아서 보내겠습니다.”
   “지금 부탁해요. 오늘까지 필요한 거라.” 


 


   뭐가 그렇게 많아? 아니 2017년은 왜? 정윤오가 돌아서서 가는 걸 본 도영은 그제야 기겁하며 물었다. 얼빠진 이대리는 오늘 치맥은.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죄송해요 보다시피 일이 많아서. 내 대답에 다음에는 꼭 먹자며 이대리는 돌아서서 회사를 나갔다. 부회장의 지시를 눈앞에서 봐서인지 포기가 빨랐다. 아님 내가 도와달라고 할까봐 도망친 건가. 


   도영은 나에게 등을 떠밀려 나가는 순간까지 부회장을 씹었다. 저렇게 한명을 잡아서 굴리는 건 너무하다부터 시작해서 권력이 다냐느니 주먹을 쥐었다. 도영의 살벌한 말에 서로를 마주보고 한바탕 웃어버렸다.  


 


 

   “그래도 네가 이대리랑 술은 안 먹어서 다행이네.”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지. 됐어. 얼른 가봐. 집안일 급하다며.”
   “그래. 내일보자 여주야!” 


 


 

   도영을 보내곤 다시 복도로 돌아섰다. 정윤오 무슨 생각이기에 거짓말까지 한건지. 그냥 집으로 갈까 생각 했으나, 만약 정말로 필요해서 시킨 거면 어떻게 하는 생각에 자리로 돌아가 노트북을 켰다. 정윤오이기전에 부회장인데, 나같은 월급쟁이는 힘이 없지, 그렇지. 아까 뭐가 필요하다고 했더라. 2017년 업무보고서랑 연말 정산이었나? 하나가 생각이 나지 않아 머리를 긁으며 고민하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뭐해?”
   “네? 아, 아까 시키신 게 기억이 안 나서. 혹시 한 번 더 말씀 해주시면.”
   “김여주씨.”
   “네?”
   “김여주.”
   “.. 네?” 


 


 


 


 


 

​[NCT/정재현] 첫사랑의 법칙 3 | 인스티즈
 


 


 


 


 

   “많이 화났겠지만. 이제 아는 척 좀 해주라.”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윤오가 이름 세글자를 불렀을 때부터 울컥, 감정이 치밀더니 저 말에 참고 있던 게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시키실 일 없으면 가볼게요. 울음 베인 목소리를 애써 숨기며 대답하곤 가방만 챙겨 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 뒤편 테이블에 걸터앉아있던 윤오는 당황했는지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다가왔다.  


 


   윤오를 보면 울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영문을 모르는 윤오는 입을 꾹 다물고 가는 나를 복도까지 따라왔다. 진짜 정윤오 나쁜 놈이야. 자기가 나 먼저 피해놓고 저렇게 말거는 게 어디 있어. 진짜 못된 놈이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말 안 할 거라 다짐했으니깐. 진이랑 매일밤 약속도 했으니깐.  


 


 

   “여주야. 집…….”
   “정윤오 개자식아!” 

   


 

   뒤를 돌아 가방으로 윤오 팔을 내려쳤다. 처음에는 놀란 듯 하더니 눈을 감고 더 때리라는 듯 체념한 표정을 짓는다. 내가 그러면 안 때릴 줄 알고. 몇 대, 아니 몇 십대는 더 때리려는 심정으로 가방을 높이 들었는데 복도 끝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직원들이 복도 쪽으로 걸어오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가방을 내렸다. 회사에서 가방으로 부회장을 내려치는 직원이 있을 수는 없지. 힘껏 째려보며 다시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아야.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크게 엄살을 피우며 정윤오는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올랐다.  


 


 

    1층을 누르는 내손을 막더니 곧 꼭대기 층을 누르곤 내 앞을 막아섰다.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가려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옥상에 도착하곤 띵동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정윤오가 내리며 밖에서 문을 잡았다. 닫힘 버튼을 눌려봤자 밖에서 열림을 누르고 있는 덕분에 내려갈 수 도 없게 생겼다.  


 

   옥상에 내려 일부러 밖을 쳐다봤다. 정윤오 얼굴을 보기 싫다는 의미였다. 때마침 저녁이라 옥상에는 쨍한 노을빛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눈을 찡그리며 앞을 보는데 눈 위로 그림자가 졌다. 윤오가 이마로 손을 뻗어 빛을 가려주고 있었다. 내가 쳐다보자 생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움푹 파인 보조개, 오랜만이었다.  


 


 

   “여주야. 나랑 말 안 할 거야?”
   “... 몰라.”
   “그러면서 대답하는 건 어떤 의미야?”
   “싫어.”
   “나랑 말하네.”
   “싫다고.”
   “난 좋아.”
   “별로.”
   “그럼 나도 별로.”
   “야 정윤오 나랑 장난해?”
   “응. 너랑 장난 치고 싶어.” 


 


   그러니깐 여주야 나 좀 봐. 어딘지 모르게 간절해 보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보았다. 분명 입은 웃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슬퍼 보이는지.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자 코앞까지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정윤오다. 야 좀. 덕분에 웃음이 터진 내가 살짝 웃으며 손을 젓자 윤오는 내 손을 잡아끌곤 옥상 뒤편에 있는 벤치로 데리고 갔다. 그늘이 진 벤치에 앉아 서로를 다시 쳐다보았다. 키도 많이 컸고, 볼살은 많이 빠졌네. 꽤나 듬직해 졌어 정윤오. 내가 뱉은 말에 신이 나서는 이것저것 자랑을 하며 말을 꺼낸다.  


 


 

   “나 외국 가서 농구만 열심히 했잖아. 대학 다니면서 한 게 농구밖에 없어. 그래서 키도 크고 살도 빠졌다? 아 여주야 여기 봐봐. 나 대회 나가서 넘어지면서 유리에 찔렸는데 여기 흉졌어. 그리고 나, ”
   “알겠어. 알겠어 천천히 말해.” 


 


 


 


 

​[NCT/정재현] 첫사랑의 법칙 3 | 인스티즈
 


 


   “보고 싶었어.”
   “...”
   “매일 밤 네 사진만 보고 잠들 정도로.”
   “...”
   “너 때문에 돌아가려고 끊은 비행기 표가 셀 수 없을 정도로.”
   “...”
   “되게 많이 보고 싶었어.” 

   


 

   그냥 껴안았다. 나보다 훌쩍 큰 탓에 내가 안긴 모습이 돼버렸지만, 윤오를 안고 등을 천천히 두드렸다. 만나면 궁금한 게 산더미였는데, 원망도 하고 욕도 해주려고 했는데. 무엇보다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생각이 들었다. 돌아왔고 다시 만났으면 됐지. 왜 말없이 떠났고 어떻게 부회장이 된 건지 물어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배운 것이었다.  


 


 

   “잘 돌아왔어”
 


   두 배는 커버린 윤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정윤오. 작게 덧붙인 내말에 윤오도 웃으며 덧붙였다. 오랜만이네, 김여주. 
  


 


 


 


   

  다시 만나는 순간을 늘 상상했었다. 커피를 마시며 우연히, 해외여행간 관광지에서 우연히, 동창회에서 우연히, 길을 걷다가 아주 우연히.  


 


 

  다 우연히였는데 돌이켜보면 우리 사이에는 우연은 없었다. 다 운명이었고 예정된 만남이었다. 네가 초등학교 때 우는 나를 달래준 첫 만남도, 중학교에서 삼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것도, 고등학교 때 내가 네 동네로 이사간 것도, 같은 대학교를 들어간 것도. 그리고 회사에서 만나게 된 것도.  


 


 


 


 


 


 


  누군가가 그랬다 운명을 맞닥뜨릴 수는 있으나 손에 쥐는 건 자기 몫이라고.
  이번에 만난 운명을 놓지 않기 위해 손에 힘을 더 줘야겠다고, 소중한 걸 다시 찾고서야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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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ㅠㅠㅠㅠㅠ! 딱 1시에 자려고 누웠는데 왠지 자기싫다더니ㅜㅠㅠㅠ 작가님 글 보랴고 그랬나봐요 ㅠㅠㅠㅠ! 덕분에 오늘 조금이라도 편안한 밤이 되겠군요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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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으헝 ㅠㅠㅠㅠ 부회장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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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9.17
헉 새벽에 너무 설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윤오랑 여주랑 빨리 해결하고 잘됐으면 좋겠어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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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작가님 ㅠㅠㅠ우연은 없었다는 말 너무 이쁜 것 같아요! 어제 봤는데 오늘 그 말이 맴돌아서 다시 들어왔어요 ㅎㅎ
그런데요 작가님......다...다음편이 시급해요 ㅠㅠㅠㅠㅠ헣헣 기다릴게요!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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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다음편이 마지막인가요..? 안 돼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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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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