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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정재현] 첫사랑의 법칙 5 ​上 | 인스티즈
 


 


 


 


 


 


 


 


 


 


 


 


 


 


 

첫사랑의 법칙 


 


 


 


 


 


 


 


 


 


 


 


 


 


 


 

13 


 


 


 


 


 


 


 


 


 


 


 

   아침 출근부터 게시판에 붙은 공고 앞으로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그 덕에 입구가 막혀 나는 몸을 구부린 채 최대한 빈틈을 노리고 있지만 단단한 인파를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몸이 반쯤 접힌 나를 뒤에서 꺼내준 건 도영이었다. 여주야, 어깨 붙겠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도영이의 말에 헛기침을 하며 몸을 뻣뻣하게 폈다. 민망함이 몰려와 얼굴이 홧홧해지자 내가 대화주제를 바꿨다.  


 


 


 


 


 


 


 

   “어떤 공고이길래 다들 모인거야?”
   “아까 지나가다 들은 거로는 갑작스럽게 인사발령이 났다던데?” 


 


 


 


 


 


 


 

   갑작스러운 인사발령이라도 저렇게 사람들이 모일 정도면 아주 큰 발령인 것 같았다. 뭐 지방발령이 났다던가, 인원이 미달인 우리 영업부에서 발령이 났다던가. 그냥 지나치기에는 하루 종일 궁금할 것 같아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나보다 훨씬 큰 도영은 앞에서 까치발을 들고 끙끙거리는 나보다 공고를 더 빨리 본 듯 했다. 


 


 


 


 


 


 


 

  “여, 여주야. 기, 김여주.” 


 


 


 


 


 


 


 

   도영의 다급한 손짓에 다시 뒤로 돌아 빠져나왔다. 애써 볼륨을 넣은 머리가 보기 좋게 망가져버렸다. 몇 년 만에 잡은 고데기로 얼마나 시간과 정성을 들였는데 내가. 눈물을 머금으며 흐트러진 옆머리를 정리했다. 도영은 공고를 한참이고 다시 보다 나에게 그대로 읊어주었다. 어, 그니까 이게. 영업 3팀 대리 전주로 지방 발령이라는데?  


 


 


 


 


 


 


 

   “와 어떤 미움을 샀길래 갑자기 지방발령이야. 야 영업 3팀은 어떤 팀이 길……. 도영아 잠시만 나 영업 3팀 아니야?”
   “그러니깐 저 대리님이 이명,”
   “이대리니임?” 


 


 


 


 


 


 


 

   로비를 울릴 정도의 고함소리를 막은 건 도영이었다. 내 입을 막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긋 웃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에게 쏠린 뒤였다. 여주씨가 노, 놀랐네요. 힐끗거리는 사람들에게는 도영이 대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나는 입이 그대로 막힌 채 도영에게 천천히 끌려 들어갔다. 으니 으게 믈이드? 열정적인 손짓으로 이해안간다고 어필해도 도영은 입을 놓아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숨이 막힌다는 듯 손을 두드리자 그제야 손을 풀어주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아침 탕비실은 그야말로 만원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화젯거리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라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나와 도영도 이야기를 하기 위해 찾았으나 인사발령의 주인공인 3팀이 나타나니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커피만 홀짝댈 뿐이었다.
   근무시간이 되자 우리는 메신저로 대화했다. [지난 프로젝트가 잘 돼서 담당이었던 이대리님이 발령 난거라는네?] 이렇듯 도영의 말처럼 이유는 프로젝트라는데, 담당을 하기는 무슨, 나와 도영이 다 짜놓은 판에 숟가락만 얹은 대리님이었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다가 얻어걸린 걸 무슨 자기가 한 것 마냥. 어찌됐든 프로젝트 담당이라고 이렇게 보낸 적이 있었던가. [뭐 오히려 대리님에게는 새로운 출발일지도. 무엇보다 너에겐 다행이고.]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며 도영은 동시에 쓱 엄지를 치켜 올렸다. 


 


 


   아니 도영아 그게 아닌 걸 아니깐 내가 이러는 거야. 끝까지 보내지 못한 메시지를 지우며 도영의 엄지에 쌍엄지로 회답해주었다. 어제 그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진짜. 어제 일을 떠올리자 코앞까지 온 정윤오가 생각났다. 얼굴만 떠올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 왜이래 진짜.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짙어지는 잔상에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11월 판매량 보고서 표가 띄워진 모니터 위로 새로운 글씨가 피어났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나만. 나만. 생각. 그렇게. 윤오가 했던 말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른한 눈빛과 살짝 풀린 넥타이까지 떠올랐을 땐 텀블러에 담긴 냉수가 바닥이 난 뒤였다. 아니 김여주 정말 별 일 아니잖아. 왜 이래? 진정하자며 심호흡을 내쉬어도 마음이 홀로 붕 떴다.
 


 


 


 


 


 


 


 


 


 


 


 


 


 


 


 


 


 


 


 


 


 


 


   아무런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두고 윤오의 얼굴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서로 맞닿은 코가 스치고 눈을 질끈 감았을 때 부회장실 문이 열렸다. 당황한 얼굴의 문비서님이 더 당황한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저는, 경비실, 연락이, 취하셨다고, 부회장님이, 집에, 제가. 끊기는. 문비서님의 말 뒤로 낮게 중얼거리는 윤오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NCT/정재현] 첫사랑의 법칙 5 ​上 | 인스티즈
 


 


 


 


 


 

   ‘타이밍 하고는.’ 

 


 


 


   경비실에서 연락 하셨나보다. 너 집에 데려다줄 사람이 없으니깐. 문비서님의 말을 정리하며 내가 일어섰을 땐 윤오는 내 옷을 집어든 뒤였다. 가자 데려다줄게. 문비서랑 같이. 차에 탔을 때 까지 서로는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혼란스러운 감정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창밖을 보는 나를 윤오는 이따금 곁눈질로 확인할 뿐이었다. 적막을 깬 건 문비서님이었다.  


 


 


 


 


 


 


 

   “아 아까 알아보라고 하신 건 알아봤습니다. 이명환 대리는 현재,”
   “나중에 들을게요.”
   


 


 


 


 


 


   문비서님 입에서 이명환 대리 이야기가 나올 일이 없는데. 알아봤다고 하는 건 뭘 알아본 건지 또. 궁금한 건 못 참겠으나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물어보기도 애매한 나는 입을 달싹거리며 윤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윤오는 그런 내 반응을 이미 예상하곤 먼저 선수를 쳤다. 


 


 


 


 


 


 


 

   “그냥. 궁금해서 어떤 사람인지.”
   “뜬금없고 갑작스럽잖아.”
   “갑자기는 아니고 얼마 전부터?”
   “얼마 전?”
   “너랑 치킨 먹는다고 했을 때. 그때부터.” 


 


 


 


 


 


 


   설마 말도 안 될 거라 생각했던 예상이 들어맞으니 다시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나랑 관련된 사람이라고 알아보는 게 예전에도 몇 번 있었다. 알아보기보다는 친해지려고 노력하던 편이었다. 늘 나만 따르는 정윤오를 답답해했고, 내 친구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놀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았었다. 그래서 윤오는 진이와도 친해졌고 그 외의 나의 친구들과도 그럭저럭한 관계였다. 그러니깐 익숙한 이 상황이 떨릴 일은 아닌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자연스럽게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지금 시선이 마주친다면 대답도 제대로 못할 것 같아 차시트에 눈을 고정했다. 


 


 


 


 


 


 


 

   “그게 다야?”
   “... 뭐가.”
   “너 때문에, 아 아니야.”
   “말을 할 거면 끝까지 해.” 


 


 


  윤오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곧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이명환 대리 언제부터 그랬던 거야. 너한테.” 
   “입사 때부터? 뭐 유명했어 원래 그러는 사람이래.”
   “일 년도 넘었네. 김여주 성격 참아서 뭐하게. 왜 그때 예전에 나랑 싸울 때,”
   “야! 그, 그때는 어릴 때고. 지금은 하나만 생각할 수…….” 


 


 


 


 


 


 


 

    몇 년 전에 했던 익숙한 행동들이 튀어나왔다. 예를 들면 고함을 지른다든가, 주먹으로 팔을 친다든가. 흠칫거리며 눈동자를 굴리는 문비서님의 시선이 느껴서 뻗은 팔을 슬금슬금 내렸다. 시선을 잊고 있었다. 비서님 눈에는 내가 어마어마한 상사에게 팔을 올린 직원으로 밖에 안 보일 것이었다. 나는 갈 곳 잃은 팔을 어색하게 주무르며 끝말을 덧붙였다.  

 


 

     없잖아요. 부회장님?  


 


 

   내 대답에 뭐가 그렇게도 웃긴지 끅끅대며 배를 잡던 정윤오는 손뼉을 치며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흘렸다.  


 


 


 

  “그냥 확 부서를 옮겨줄까?” 


 


 

 
  장난이 가득 베인 목소리에 장단을 맞춰줄까 했으나, 이대로 맞추는 건 정윤오를 놀리는 맛이 안 나지 싶어 목소리를 금세 내려 깔고 윤오를 흘겨보았다.
 


 


 


   “야 정윤, 아 정재현. 너 지금 부회장이라고 권력 그렇게 쓰는 거야?”
   “.. 어?”
   “뭐 부서를 옮겨?”
   “아 그게 아니고 여주야. 나는 장난으로 말이지.”
   “부서만 옮긴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지방 발령이면 몰라.” 


 


 


 


 


 


 


 

   어? 느릿하게 되물으며 정윤오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다. 너는 누나 이기려면 한참 걸리겠다. 내말에 윤오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리며 이마부근을 손으로 문질렀다. 그러게 몇 십 년은 더 걸리겠네. 덧붙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부채질에 놀란 도영이 책상을 두드렸다. 아까부터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소리를 내지 못하는 도영이 또박또박 입모양으로 말을 전했다. 아 도영아 그러니깐 내가, 내가 말이야.  


 


 


 


 


 


 

  “... 근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친구만 하고 싶었던 건 아닌 거 같아.  


 


 


 


 


 


 


 


 


 


 


 


 


 


 14 


 


 


 


 


 


 


 


 


 


 


 

    점심시간이 올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는 생각은 다 거짓이었나 보다. 정확히 두 시간 전부터 정윤오 생각을 했는데 흐트러지기는커녕 점점 뚜렷해지잖아. 어제의 말이 계속 맴돌며 어느새 화면에는 정윤오 세 글자 밖에 없었다. 도영은 탈이 난 배를 붙잡고 화장실을 들락날락 했다. 오늘 나는 글렀어. 나를 버리고 점심을 먹어. 화장실을 여섯 번 갔다 왔을 때 도영이 메시지를 보낸 메시지였다. 하얀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파리한 안색이었다. 
   체 한 거야? 까스활명수 어때? 한 손으로는 휴대폰으로 약을 찾아보고 한 손으로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옆으로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졌다. 차라리 배탈 약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는데 걸어가던 윤오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쳤다. 못 본 척 고개를 돌리는 나보다 정윤오가 빨랐다.  


 


 


 


 


 


 


 

   “좋은 아침입니다. 김여주씨?”
   “.. 바, 반갑습니다. 부회장님.” 


 


 


 


 


 


 


 

   부회장님이라는 단어가 언짢았는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던 윤오는 곧장 부회장실로 들어갔다. 뒤따르던 문비서는 내 책상위로 슬쩍 종이를 밀어놓고는 사라졌다. 손바닥크기만한 쪽지에는 윤오의 글씨체가 적혀있었다. 점심시간 부회장실로. 열 글자도 안 되는 글자에 웃음이 나왔다. 글씨 예쁜 건 여전하네.  


 


 


 


 


 


 


 


 

   점심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삼삼오오 빠져나가고 도영이는 병원을 다녀오겠다며 회사를 나갔다. 같이 가주겠다는 나의 말에 점심시간을 뺏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부회장실 앞으로 갔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정윤오는 기다렸다는 듯 입구를 보고 있었다. 


 


 


 


 


 


 


 

   “왜 불렀어?” 


 


 


 

   퉁명스러운 내 말에 마음에 윤오는 눈썹을 까딱거렸다. 아까 전부터 언짢음을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지금 네가 그럴 때가 아닌데 정윤오? 


 


 


 

   “야 정윤오. 그렇다고 사람을 진짜 지방발령을 보내? 너 그거 권력남용이야. 이거 다른 사람들이 알면 큰일나.”
   “이명환 대리님?”
   “그래 이대리님. 내가 그냥 장난으로 그런 거지. 너 나 때문에 그렇게,”
   “이대리님 지원해서 가신거야.”
   “그러니깐 지원해서가 아니라 네가 보낸, 어? 뭐?”
   “이대리님이 지원하셨다고.” 


 


 


 


 


 


 


 

   앞으로 말을 내뱉기 전에 쥐구멍이 있는지 없는지 찾고 내뱉자. 나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광대가 불규칙하게 떨리는 게 거울을 보면 웃긴 정도가 아니겠네. 출입문의 위치를 확인하고 천천히 돌아 걸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가는 거야. 그리고 문을 닫고 다 잊는 거야. 두 손 모아 정윤오가 나를 부르지 않기를, 빌며나가는데 뒤에서 웃음을 참는 목소리가 부회장실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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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주. 너 지금 나가면 몇 년이 부끄러울 걸. 나 볼 때마다 생각날 걸.”
   “... 한번만 못들은 척 하고.”
   “점심 먹자. 그러면 잊어볼게.”
   “볼게가 아니라 줄게. 잊을게. 라고 하면 먹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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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 말인데 내가 안 듣겠어.”
   “...”
   “잊을게. 점심 먹자.” 

  


 


 


 


 


 


 


 

   아, 저 능구렁이를 어쩌면 좋아? 

 
 


 


 


 


 


 


 


 


   부회장실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간단한 편의점 음식이 먹고 버리기엔 제격이었다. 문비서님이 사와주신 도시락을 까며 소파에 마주보고 앉았다. 정윤오는 아까 내가 했던 말을 여러 번이나 따라하다 입을 젓가락으로 맞은 뒤였다. 그래도 장난끼가 가시지 않았는지 이제는 표정을 몇 번이고 따라했다. 내가 안 먹겠다며 젓가락을 내려두자 그제야 두 손 들며 항복표시를 하는 정윤오다.  


 


 


 


 


 


 


 

   “정윤오, 아니지 정재현부회장님 나 없으면 친구 없어서 밥은 어떻게 먹을래?”
   “나 밥 먹을 사람 많아.”
   “많은데 나는 왜 데려와. 너 대학 때도 그랬잖아.”
   “그때가 언제인데.”
   “매일 수업 마치면 쪼르르 달려와서 여주야 밥 먹자. 하고 서있고”
   “내가 그랬나?”
   “아이고 네에-네. 이제 부회장이다 이거네. 내 앞에서만 이렇게 장난친다니깐.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아닌데.” 


 


 


   반찬을 집으려는 젓가락이 그대로 멈췄다. 시선을 위로 올리니 빤히 나를 쳐다보고 정윤오와 눈이 마주쳤다.  


 


 


 

   “뭐가 아니야?” 


 


 


 

   윤오의 눈빛을 받아내며 물었다.  


 


 


 

   “친구 말이야.”
   “무슨 말이야?”
   “나 너 친구로 다시 만난 거 아니야.”
 


 


   맞물렸던 시선을 결국 내가 끊어냈다. 참지 못하고 눈을 아래로 내렸다. 친구로 만난 거 아니라는 말에 내려앉은 심장이 한 몫 했다. 


 


 


 

   “...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
   “친구사이 아니면 뭐겠어.”
   “김여주 나 봐봐.” 


 


 


 

   다정한 목소리에 마음 속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이렇게.” 


 


 


 

  정윤오가 몸을 일으켰다. 와이셔츠만 입은 탄탄한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졌다.  


 


 


  
   “발전 가능한.” 


 


 


 

 클린웜코튼 향이 코를 자극했다. 나지막이 아래로 깔린 눈은 흔들림 없이 한 곳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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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
    


 


 


 


 


 


   내 입술에 뭍은 소스를 엄지로 닦아낸 정윤오는 제 일을 했다는 듯 자리에 다시 앉았다. 태연한 행동에 어쩔 줄 모른 나는 씹지도 않은 소세지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역시나 사례가 들렸다. 가슴을 치며 물을 찾자 윤오는 물을 가지고 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온기가 머물렀던 입술이 화근 거렸다. 지금 필요한 것도 쥐구멍 맞지. 핸드폰 액정으로 슬쩍 비춰본 얼굴은 시한폭탄 그자체였다.  


 


 


 


 


 


 


 


 

   윤오가 떠준 물을 단숨에 삼켰다. 급했나 보네. 뭐가 급했는지도 모르는 정윤오는 저렇게 태평하게 말을 내뱉었다. 손부채질이 꽤 효과가 있었는지 발그레진 볼은 금세 제 색을 되찾았다. 나는 이 상황에서 밥을 먹으면 체할 것 같아 젓가락을 내려두곤 가만히 앉아있었다. 


 


 


 


 


 


 


 

   “윤오야. 너 이름은 왜 바뀐 거야?” 


 


 


 


 


 


 

   첫만남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조심스레 꺼냈다. 먼저 말해주기 전까지 기다리려했는데 정윤오가 도무지 말할 기미를 안 보여서 말이지. 며칠을 망설이던 내 고민이 무색하게 금방 대답을 꺼낸다.  


 


 


 


 


 


 


 

   “별 뜻 없어. 그냥 사업 잘하는 이름이래서 부모님이.”
   “그럼 하나 더. 그때는 왜 그렇게 간 거야. 말도 없이?”
   “사정이 생겼는데 네가 설명할 시간도 안 줬잖아.”
   “ .. 어떤 사정?” 


 


 


 

   사정이라는 단어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혹시나 안 좋은 말일까봐. 뜸들인 내 질문에 정윤오는 오히려 씩 웃으며 대답을 꺼냈다.   


 


 


 

   “여주는 뭐가 그렇게 궁금할까.”
   “.. 어? 아, 아니 궁금할 수도 있지.”
   “이거 긍정적인 거 맞지? 나 궁금해 하는 거.”
   “야 무슨 그렇게 이어지냐.”
   “나중에. 천천히 말해줄게. 하루에 하나씩. 그러면 우리 오래보겠네.” 


 


 


 


 


 


 


   평상시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며 활짝 웃는데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러면 주책인 거 아는데 너무 오랜만이라서. 다시는 못 느낄 감정인 줄 알았는데, 반가워서. 내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밀어내자 정윤오는 부끄럽냐며 장난을 친다.  


 


 


 


 


 


 

  “ .. 진짜.. 계속 오래.” 


 


 


 


 


 


 


   응? 진지한 내 대답에 의아함을 느낀 윤오가 숙인 고개를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눈물을 간신히 참고 있는 나를 보고선 고개를 숙여 시선을 맞춘다. 장난치던 손길이 멈추고 내 눈가에 매달린 눈물을 하나씩 닦아주는 손길로 바뀌었다. 내가 이러니깐 마음 놓고 우는 거지. 닦아줄 사람 니가 있으니까.   


 


 


 


 


 


 


   “울어?”
   “...”
   “왜 울어. 왜 울까?” 


 


 


 


 


 


 

   다정함이 윤오 같아서 입술을 삐죽거리며 눈물을 참지 않고 뱉어냈다. 윤오는 내가 다 울 때 까지 조용히 눈물만 닦아주고 있었다. 김여주 콧물도 나오고 눈물에 마스카라도 번지고 진짜 못생겼겠네. 우는 와중에 이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멈췄다. 


 


 


 


 


 


 

  “윤오야 나 콧물 나왔어”
  “여기 닦아 옷에. 응 마구마구 비벼.”
  “.. 정장에 어떻게 닦아.” 


 


 


 


 


 


 

   애꿎은 정장 탓을 하며 휴지를 찾아 코를 풀었다. 아 잠시만 나 마스카라 번진 거 같은데. 정윤오는 그게 뭐가 좋은지 베시시 웃으며 내가 손에 쥔 휴지를 가져간다. 됐어. 나 나갈래. 부끄러움은 내 몫이라 얼굴을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윤오는 일어나는 나를 잡지 않고는 먹던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가, 간다. 빠른 걸음으로 부회장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찰라 정윤오 목소리가 큰 부회장실에 울렸다. 


 


 


 


 


 


 

   “계속 오래 보자. 여주야.” 


 


 


 


 


 


 


 


 


 


 


 


 


 


 


 


 


 


 


 


 


 


 


 


 


 


 


 


 


 


 


 


 


 


 

마지막화가 너무 길어서 상, 하 두편으로 나눴습니다!  

마지막편 실감도 안나는데 이렇게 끝이 벌써 나네요 

남은 하편도 읽어주시고 

아무쪼록 편안한 밤, 하루 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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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어어어럴어얼 넘므 좋아요 ㅠㅡ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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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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