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법칙
15
회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본 적이 있으려나. 숨도 쉬지 않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멀리서 약봉지를 흔드는 도영이까지 모른 체 하고 걸어갔다. 아니 별 것도 아닌 거에 왜 심장이 뛰어? 뭐야 나 진짜 왜 그래. 진이한테 전화해 모든 감정을 털어놓고 싶었다. 나 혼자 끙끙대기에는 너무 큰, 아니 깊어진 감정 같았다. 나 언제부터지. 벽에 기대 주저앉으며 곰곰이 머리를 굴려보았다. 첫 만남 때? 아니지 초밥 집? 그것도 아닌데 그럼 회식? 도 아니고. 그냥 윤오가 좋았을 때를 떠올렸는데 초등학생 때, 첫 만남이 생각났다. 웃기게도 그때의 정윤오가 왜 떠올랐는지.
휴지로 번진 화장을 대충 씻어내고 나왔다. 잡념을 날리겠다는 의지로 자리에 앉았다. 점심도 적당히 먹었고 나른해질 이유도 없으니 이제 업무만 집중하면 되는 일이었다. 분명 그렇게 쉬운 일인데. ‘계속, 오래 보자. 여주야.’ 불러주던 음성이 생생했다.
오늘 일 하기는 글렀다.
책임져. 정윤오.
*
삼일 내내 저녁을 같이 먹자는 윤오를 피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부끄러워서. 며칠 전 점심만 생각해도 손에 일이 잡히지가 않는데 저녁은 무슨. 처음에는 바쁘다는 나를 이해해주더니 이제는 업무가 없는 걸 안다며 피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선전포고를 내렸다. 팀장님에게 물어봤을리는 없고 보나마나 일을 안 줬을 게 분명했다. 이게 권력남용이지 정윤오! 빽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키보드만 두드렸다.
결국 잡아버린 저녁 약속에 점심시간에 나가 옷까지 샀다. 정윤오와의 저녁 때문에 산 게 아니라 오늘 입었던 슬랙스가 작아서. 정말 작아서. 갑자기 원피스로 옷을 바꿔 입은 도영에게 급하게 의사를 전해주느라 꽤 애를 먹었다.
“나 저녁이 작아서! 슬랙스 때문이 아니라 진짜 저녁……. 그러니깐.. 오늘 입은 바지가 작았다구..”
“응. 여주 저녁식사 때문에 옷을 샀구나?”
“아, 아니 도.. 도영아! 너는 내 말을 뭐로 듣고. 정말 단순히 슬랙스가 작아서 라니깐?”
“그래서 저녁식사는 누구랑 하는데?”
“정윤, 이 아니고. 저녁 식사 없어. 저녁은 무슨.”
“그럼 오늘 같이 저녁 먹을래?”
“... 몸이 안 좋아서.”
“응. 여주가 몸이 안 좋은데 원피스를 사고 어라? 향수까지 뿌렸네?”
“이건 아까 전에 화장실에서 쾌변을 했는데 냄새가 날까봐. 허허 참.”
“향수 쇼핑백이나 숨기고 말해. 이건 내가 비밀로 해줄게. 누군진 모르지만 잘해보고.”
도영이의 어깨를 단단히 쥐며 눈빛으로 아니라는 의사를 강렬히 내비췄다. 그게 먹힐리 없지만. 도영이는 나에게 파이팅! 까지 외치며 먼저 퇴근했다. 사람들이 다 나갈 때까지 쭈뼛대다 다 나가자 나도 자리에서 슬슬 일어섰다. 때마침 문비서님이 자리로 다가왔다. 부회장님은 먼저 가 계시구요. 제가 태워다드리겠습니다. 먼저 앞서가는 문비서님을 종종걸음으로 쫓아갔다. 뭐야 정윤오 먼저 가있기야? 괜히 뿌린 향수가 아까워 혼자 코를 박고 킁킁 맡았다. 조금 있다가 향 다 날아갈 텐데.
원피스를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이었다. 살면서 이런 곳을 올까 할 정도의 분위기와 요리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릇까지 싹싹 긁겠지만 최대한 절제하며 입에 파스타를 넣고 있었다. 정윤오는 한 숟가락 뜨고 내가 먹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또 입에 넣고 내가 음식을 가져가는 것을 바라보고를 반복했다. 내가 이러니깐 음식을 못 먹는 거다.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어떻게 입을 벌리고 먹어.
“여주야 음식 별로야?”
“아..니?”
“너 파스타면 환장하잖아. 세그릇도 먹고 그랬,”
“내, 내가 언제! 그때는 배가 고파서 그랬겠지. 나 원래 한그릇도 다 못 먹어.”
“에이. 너 매일 두 개시키고 내꺼까지 뺏어먹었으면서.”
아니라고 반박하기에는 열손가락을 넘길 만큼 많았던 일이라 포크를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간절하게 고기가 먹고 싶다. 또 간절하게 새우샐러드가 먹고 싶다. 입맛을 다시며 옥수수 알갱이를 입에 넣었다. 자꾸 고기가 아른아른 밟히는 게 눈물이 고일 지경이었다.
윤오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데 올려둔 폰이 계속해서 울렸다. 슬쩍 발신인을 보니 얼마 전 민주씨 소개로 받았던 회사 동기 분이었다. 한 번 만났긴 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쁘지 않았다. 같은 회사인 것도 편했고. 그 후로 연락을 이어가다 얼마전 내가 끊었다. 내 마음을 안 이상 계속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정중히 말씀드렸는데 계속해서 연락이 왔다. 친구라도 하자며 왜 자꾸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자는지. 저는 친구랑 그렇게 안 놀아요. 내 대답에도 저랑은 그렇게 놀아요. 라며 끈질기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그런류의 내용이라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다시 휴대전화가 울리고 나보다 먼저 시선을 돌린 건 윤오였다. 구주영씨한테서 계속 연락오네. 만나자는데 답장 해줘 얼른. 언짢음으로 똘똘 뭉친 말투가 지금이라도 답장을 하면 이곳을 나갈 분위기였다. 저렇게 뚱해있으면 내가 또 놀리고 싶잖아. 그럴까? 베시시 웃으며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내가 집어든 건 전화기인데 왜 정윤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지. 나는 카톡방을 나가기하고 다시 폰을 덮었다. 괜찮은 척 파스타를 먹던 정윤오가 궁금증을 못 이기고 물었다.
“만난 적 있어?”
“뭐, 한두 번.”
“한 번이라도 만났다고?”
“그러니깐 연락을 하지.”
“와. 김여주. 나랑은 연락도 안 하면서.”
“너도 안 하잖아.”
“그야! 나는, 부회장이니깐, 네가 부담스러울 까봐,”
“너 나한테 정재현 아니야. 그냥 정윤오이지.”
“권력남용 좀 해야겠네. 부회장이라는 생각 확 들게.”
내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사실 윤오는 부회장이었다. 아침 인사시간마다 윤오를 보면 쉽게 인사도 못할 위엄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평소처럼 더 하지 못하는 행동도 있고. 무엇보다 부회장이니 오늘처럼 도영이이게 편하게 저녁을 먹으러간다 말할 수도 없었던 거고. 얘는 그걸 아나 몰라. 장난스럽게 휴대전화를 들며 문비서님이 어디 있더라, 중얼거리는 정윤오의 입에 스테이크를 물렸다. 먹을 때 조용. 윤오는 오물거리며 잘도 받아먹는다.
정윤오도 약혼자가 있다는 말을 얼마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뭐 대기업 손자라는 말부터 미모가 연예인 뺨치게 예쁘다고 하던데. 영업 1팀 팀장님은 같이 있던 것도 봤다는데 어마어마했다며 온갖 호들갑을 다 떠는 게, 팀장님이 보기 싫어 탕비실을 박차고 나왔다. 뭐 신경 쓰여서는 아니고. 어찌됐든 뒷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아무튼 정윤오도 저렇게 물어볼 입장은 아니라는 거다. 더더욱.
“너도 약혼자 있잖아.”
“약혼자?”
“그래. 첼로인가 피아노인가 뭔가 하는데 그렇게 예쁘다고 하고. 또 뭐더라.”
“아. 서영이?”
뭐어? 서영이? 저렇게 태평하게 이름을 꺼낸다고? 와 진짜 내가 열불이 나서. 턱을 괴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를 보고 있는 윤오의 모습에 오히려 흥분한 건 나다. 정윤오가 찔리라고 꺼낸 말에 찬물을 들이키는 것도 나고. 여기 물 좀 더 주세요. 지나가던 직원을 불러 물잔 끝까지 물을 채웠다. 뭐가 웃긴지 꿈틀거리는 입매를 누르며 윤오는 나를 보고 있다.
“참 잘 되가나보지.”
“잘 돼야지.”
“뭐 잘? 아 맞다 그렇지 잘 돼야지. 약혼인데.”
“김여주.”
“나도 이 기회에 연애나 하려고. 좋은 사람 들어오는데 못할 게 뭐있어?”
“사촌 동생인데 당연히 잘 되기를 오빠가 응원해줘야 하지 않겠어?”
“... 그렇, 지?”
다 먹었으면 가자. 혼이 나간 나를 두곤 정윤오는 웃음을 참으며 먼저 일어섰다. 뒤돌아서 가는 뒷모습에 빵실거리며 올라간 광대가 다 보였다. 쟤 일부러 노린 게 분명해. 진작 사촌동생이라고 말해도 될 걸. 내가 꼭 내 입으로.. 진짜 입이 방정이지 입이. 입을 소리 나게 때리며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쪽팔리는 일도 이정도면 기록 세워도 되겠네.
16
오늘은 윤오가 운전을 했다. 문비서님을 불편해하는 나를 눈치 챈 것인지 박박우겨 퇴근을 시켰다고 한다. 나 너랑 저녁먹으러 간 거 알면 진짜 혼나겠다. 엄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쉿, 하고 윤오는 덧붙였다. 내가 약속까지 걸어주고서야 잡고 있던 손을 놔준다. 어릴 때 버릇 어디 안 갔다니깐.
쪼꼬만한 게 언제 이렇게 커서 운전을 한 대.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내 손길을 윤오는 밀어내며 투덜거렸다. 언제까지 어린애 취급하게. 그렇게 장난을 치며 오니 집까지 금방이었다. 아쉬움을 감춘 채 차에서 내렸다. 인사만하고 뛰어가려는데 윤오가 뒤따라 내렸다. 야 추워 들어가. 내 말은 들은 채도 안 하며 내 앞으로 걸어왔다. 너 엘리베이터 타는 거 까지 보고.
그렇게 엘리베이터까지 왔으나 기어코 집에 들어가는 걸 보겠다는 정윤오다. 야 우리 집에 라면 없어. 장난스레 건넨 내 말에 배부르다며 손을 젓는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닌데. 아무렴 어때. 윤오와 같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문 앞까지 다다랐다.
“자 됐지? 진짜 가.”
“잘 자고. 내일 주말이네. 푹 쉬고.”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윤오에게 손을 흔들었다. 휴무면 못 보겠네. 괜한 아쉬움이 생겨 느리게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라 누군가가 팔을 잡아 세웠다. 정윤오였다. 야 너 안갔어? 내 질문에 대뜸 동문서답 대답을 한다.
“그래서 답장은 뭐라고 보냈는데?”
아까 레스토랑에서의 연락을 말하는 것 같았다. 신경 안 쓰는 척 하더니. 나도 처음부터 말해주기 싫어 대답을 돌렸다. 애 좀 타봐라 정윤오.
“알려줘야 해?”
“알려줘.”
“아직 도영이한테도 안 알려줬어. 민주씨한테도.”
“그래서?”
“그러니깐 너한테도 공평하게 못 알려준다는 소리지.”
“나한테는 알려줘야 할 걸?”
“왜? 넌 뭔데?”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대화에 살짝 긴장한 건 나였다. 진지하게 알려줘야 한다며 대답을 하는 윤오도 이상했다. 아니, 그냥 지금 우리가 이상한 건가.
“좋아하는 사람.”
“...”
“너 좋아하는 사람.”
“.. 야 그건 도영이도 민주씨도,”
“그 사랑 말고.”
“... 어?”
“내 사랑은 이런 사랑이라.“
얼굴이 느릿하게 다가왔다. 살짝 비튼 고개와 반쯤 감긴 눈이 코앞까지 온건 순식간이었다. 나는 문고리를 세게 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 떨리는 숨결이 바로 앞에서 느껴졌다. 윤오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싫으면 안 해.”
그대로 윤오의 목을 끌어당겼다. 서툴게 시작한 입맞춤은 정윤오가 내 등을 단단하게 받친 순간부터 변했다. 강한 힘에 휘청거리며 신발장으로 넘어질 뻔 한 걸 윤오가 잡았다. 살짝 입술을 떼고 씩 웃더니 말똥거리는 내 눈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덮었다.
“여주야.”
“...”
“나 오늘 라면 먹고 간다.”
대답을 할 틈도 없이 입술을 탐했다. 윤오의 목을 세게 끌어안으며 엉킨 스텝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고 완벽한 어둠이었다. 진한 끈적임 소리만 정적을 가득 메웠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자꾸만 붙잡아도 달아오르는 열기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내가 소파에 눕자 윤오가 올라탄 자세가 형성됐다. 입술을 떼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 마저 야릇했다. 윤오의 얼굴이 다시 한 번 가까워 졌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목을 끌어당겼다. 발끝부터 끓어오르는 감정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던 윤오는 끙끙거리며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아마도 오늘 서로의 감정에 확실해진 순간이 우리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
“정윤오. 나 아직까지 의문인 게 네가 어떻게 경영을 하지?”
“나 공부 잘했었어.”
“야 잘하기는 무슨. 너 정시 말아먹고 나랑 같은 곳 하나 붙어서 온 거잖아.”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때 네가 분명히,”
“너랑 같은 대학 가려고 붙은 곳 전부 다 안 간 거야.”
“뭐?”
“어쨌든 우린 같이 대학 다녔잖아. 여주야 그치?”
“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정윤오 그게 말이. 와.”
“씨씨라도 해볼걸. 아쉽네. 대학 다시 다닐래?”
“.. 씨씨가 문제가 아니라. 너 왜 더 좋은 대학교를 두고. 내가 못 살아진짜.”
“대학보다 네가 더 중요하니깐.”
“.. 지금은?”
“지금은 당연히.”
“...”
“네가 제일 중요하지.”
“뭐 한번 용서해줄게.”
“여주야. 그러면 나 여기 뽀,”
“야! 취소야!”
외국을 갔다 오면 다 저렇게 선수가 되나보다. 안 되겠네. 정윤오 너 이제부터 해외출장 금지야.
++
“여주씨. 그때 그 동기는 좀 이상했죠? 내가 미안해요.”
“아니에요. 민주씨가 사과할 일은 아니죠.”
“뭐? 어떤 동기? 아 그때 민주씨가 소개해준다던?”
“그 마케팅 팀에.. 아 아무튼 쫑났어. 됐어 다 지난 일이라 너한테 말 못한 거야 도영아.”
“여주 연애하는 거 보나 했는데. 그때 저녁이 그 저녁이구나?”
“... 저녁? 아 그건 아니고.”
“그럼 또 뭐야. 아 아니다. 여주야 너 내 친구 소개받을래? 사람이 진짜 괜찮아.”
“나, 나는 괜찮은데.”
“아니 진국이라니깐. 지금 어디 다니더라. 아 그 에스엠! 거기 팀장이야.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 언제 만나보겠어.”
“.. 진짜 필요 없,”
“좋은 점심시간이네요. 영업팀.”
“아. 부회장님! 안녕하세요.”
“네. 도영씨? 아 오늘 여기 영업팀 커피는 제가 다 사죠.”
“네? 부회장님이 왜.”
“제가 능력 있고 진국인 남자친구라서요.”
“...누구?”
“김여주씨요.”
“...”
“그럼 먹고 싶은 거 다 드시고 가세요.”
비밀연애 일주일 기록을 세우고 깨졌다. 회사가 발칵 뒤집히고 도영이가 기절할 만큼. 그래 정윤오랑 손가락 걸고 약속한 내가 바보지.
+++
첫사랑은 법칙이 있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처음 좋아한 사람이 첫사랑이라던데 그 말을 들은 나는 며칠 밤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여주가 제 첫사랑이 아니게 해주세요. 나는 누군가를 좋아한 게 네가 처음이라서 공책 한 가득 이름을 적어본 게 네가 유일해서. 그 사랑이 깨질까봐 노심초사하며 달님께 기도를 드렸다.
처음에 나는 사랑인줄 몰랐는데 국어시간 네가 시를 낭송하는 것도 예뻐 보였고, 체육시간 땀을 흘리며 달리는 것도 예뻐 보였다. 너의 손짓, 발짓, 모든 곳에 내 시선이 머물러 있었고 사랑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것이 사랑이었다면 나의 하루하루는 사랑의 연장선이었고 무한한 활주로를 달리며 나는 네 세상을 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작은 종착점이 없어 짝사랑이었지만, 나는 너를 앓고 있었다.
첫사랑은 안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틀렸다고 증명할 수 있어서 이제 길고긴 비행을 끝낼 수 있다. 여주야 내 일상의 반복 속 반짝이는 변주는 너였어.
++++
첫사랑의 법칙은 이루어지지 않는 거라고 진이가 말했다.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한 사람이 첫사랑이라던데 그 말을 들은 나는 너를 부정하고 싶었다. 내 감정이 사랑이 아니어야, 우정이여야 내가 너를 편하게 사랑할 수 있으니. 아니 사랑이여도 마음을 숨기고 낮추면 첫사랑이 되지 않아도 되니깐 어떻게 해서라도 너를 밀어내야했다.
친구들이 너에게 말을 거는 게 괜히 심술이나 짜증을 냈고, 나에게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깊어지니 무작정 화를 냈다. 화살의 대상은 나여야 했는데 멋대로 돌아간 촉을 탓하며 나는 하루하루 앓았다.
그때의 사랑을 떠올리자면 욕심이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널 향한 이기심은 달에 마음을 담아보는 것. 내 사랑이 달빛 따라 흘러가서 네 꿈에 닿으라고 속삭이는 일이 전부였던 날. 이 밤 네 창문에 달이 뜰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은 너에게 빛이 닿을까. 이러면 안 되는데 전전긍긍거리며 창문 끝에 내가 머물렀다 가고 싶다는 걱정을 가장한 욕심을 부려보고, 그런 밤 나를 탓했다.
첫 사랑은 안 이루어진다는데 이 문장을 부정할 수 있어서 나는 더 이상 달에 마음을 안 보내도 되나봐. 윤오야 너는 내 무궁무진한 서사의 마지막 페이지야.
/
첫사랑의 법칙이 끝났습니다!
서로 첫사랑의 기준이 달라(?) 어쨋든 서로가 첫사랑이 될 수 있던 둘인데
급하게 추가한 설정이아니라 처음부터 생각하고 적은 거였어요.. !
제목의 의미도 가지고 오고 싶어서 에필로그 형식으로 넣었습니다
길다면 긴 시간인데 글 읽으면서 함께 달려주셔서 감사했어요 ㅠ_ㅠ
정성스러운 댓글들이 힘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아
이 글을 읽고 엔시티 입덕했다는 댓글도 봤는데
얼마나 뿌듯했는지...(!!!)
하실말씀 있으면 편하게 남겨주세요
성심성의껏 다 답해드리고 설명해드리겠습니당 (^3^)
읽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좋은 밤, 좋은 날 되기실 바라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NCT/정재현] 첫사랑의 법칙 5 下 | 인스티즈](http://file3.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8/12/22/2/9a17992fe1fadb49aab192ae7814839d_mp4.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