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탄소가 왜 그럴까
: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마치 통장잔액, 갈수록 늘어나지
석진: 요새 탄소가 이상해
윤기: 원래 이상했어요
석진: 아냐 그런 의미의 이상한 정도가 아니던데
윤기: ...여기서 더 이상해지면 진짜 병원에 데려가봐야 해요, 형
석진: 야 임마 넌 니네 누나를 꼭 그렇게 말해야 속이 시원하냐? (째릿)
윤기: 지한이한테나 니네 누나지 나한텐 그냥 탄소 누나인데요
석진: 와 진짜 정 없다, 너 그렇게 살면 안돼!
윤기: 예?
석진은 고민이 많습니다. 자기가 지나가는 것만 보면 영원한 건 절대 없다며 지드래곤의 삐딱하게를 열창하는 탄소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거든요. 원래 알 수 없는 성격이긴 했지만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분명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은 아닐텐데 말이죠.
정국: 형 반지 사이즈는 어떻게 알아냈어요?
탄소: 코디 언니한테 애들 몰래 단체로 우정링 맞춰서 선물해줄 거라고 거짓말하면서 슬쩍 물어봤는데 왜
정국: ...누나...
탄소: 무슨 문제라도
탄소가 석진의 반지 사이즈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했던 정국은 차라리 그 과정을 모르는 것이 나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석진에게 반지를 선물하려는 사실이 알려질까 다른 멤버들의 사이즈까지 알아냈다는 누나의 당당함에 할 말을 잃었거든요. 저 철두철미함에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잃었습니다.
정국: 형만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없죠? 누나한텐 어차피 형만 보이니까
탄소: 응
정국: 진짜 너무한다...
탄소: 내 인생에 남자는 김석진 하나야
정국: 아 예, 평생 잘 먹고 잘 사시든가여
탄소: 덕담 고맙다
정국: (질색)
탄소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지는 정국이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잘자라는 인사를 남긴 탄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다 호텔 로비에서 호석을 마주쳤는데요.
탄소: 방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뭐해?
호석: 방에서 밥 먹었더니 냄새가 안 빠져서 잠깐 나왔어요
탄소: 방향제 빌려줘?
호석: 아녀 괜찮아요 누나 그거 되게 아끼잖아요
탄소: 방향제 까짓거 아껴봤자 얼마나 쓴다고... 다 쓰면 새로 사면 되지...
호석: 한국 돌아가기 전까진 못 사잖아요
탄소: 그래서 넉넉하게 들고 왔어 한 네 통?
호석: ...?
호석은 잠시 혼란스러웠습니다. 날마다 주기적으로 방향제를 뿌려대는 게 아니라면 두 통도 많다고 보는데요.
탄소: 왜 그런 눈으로 봐?
호석: 그냥... 신기해서요
탄소: 밤에 보니까 새삼 예뻐서 그래?
호석: 새삼 욕나오게 하지 마요 진짜
탄소: 너랑 나는 왜 항상 이 패턴이지?
호석: 누나가 가만히 있으면 안 이래요
탄소: 그래 그럼 가만히 있어볼게
십분 동안 정적이 내려앉았습니다. 호석이 질린다는 표정을 짓네요. 이제 자러 가도 될 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편, 탄소의 손목을 잡아 당깁니다. 같이 가자는 신호인데 그걸 알아듣지 못한 탄소가 잘자라며 작별 인사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호석: 어디 가서 눈치 빠르다고 나불대지 마요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러우니까
탄소: 뭐야 자러 간다며
호석: 누난 안 자요?
탄소: 아, 같이 가자고? 그럼 진작 말을 하지!
호석: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 아직도 이거 하나 통하지 않아서 어쩐대요
탄소: 어쩌긴 뭘 어째 그냥 사는 거지
호석: 누나 혹시 인생 2회차예요?
탄소: 헛소리할 거면 들어가서 자라;
호석: 지금 자러 가잖아요
탄소: 그렇네
호석: 정국이가 점점 누나랑 대화하기 싫다는 이유를 알겠네요
탄소: 넌 원래 싫어했잖아ㅎ
호석: 반박불가
입으로는 투닥거려도 누나 손 꼭 잡고 복도를 걷는 호석과 가만히 따라걷는 탄소. 하하호호 웃으면서 오가는 대화에 멀리서 보면 훈훈한 이야기만 나누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호석: 아, 석진이 형이 누나 무슨 일 있냐고 묻던데요 왜 자꾸 자기 지나갈 때마다 삐딱하게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탄소: 노래가 마음에 안 들면 진작 말해주지, 알았어 내일부턴 다른 거 부른다고 전해줘
호석: ?
탄소: 어떤 게 좋을지 생각 좀 해봐야겠어
방으로 쏙 들어간 탄소의 뒷모습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은 호석은 혀를 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다같이 모여 밥을 먹기 위해 탄소를 데리러 온 남준이 누나를 외면하네요.
남준: 그 티셔츠는 또 언제 산 건데요...
탄소: 내가 입겠다는 데 뭐 어때
영어로 프린팅 된 티셔츠 문구의 해석은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당신의 남은 시간은 지금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 충실해야 한다. 이미 떠나간 인연을 미련하게 붙잡으려 말고 있을 때 잘하자.
누가 봐도 석진에게 하는 말이잖아요. 머리가 띵한 남준의 한숨이 짙습니다. 김석진 본인은 얼굴이나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는 마당에 탄소도 참 징하게 대단하네요.
탄소: 사랑하지마~ 내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아~ 너어언~ 이기적이지만~
지민: 누나 그거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탄소: ... ...
윤기: (웃지 않으려고 허벅지 꼬집는 중)
석진: 밥상머리 앞에서 재수없는 소리하지 말자
호석: 흑, (웃음 참다가 눈물 고임)
태형: 아 형들은 또 왜 그래요...
정국: 밥이나 먹죠
탄소: 여기서 더 먹다간 체할 거 같은데 그만 일어나도 돼?
지민: 누나가 안 먹어서 탈난 건 봤어도 먹어서 탈난 건 본 적이 없어요, 농담하지 말고 얼른 자리에 앉아서 마저 다 먹어요
남준: 다시 한 번 묻겠는데 지민아 너 요새 힘든 일 있니?
지민: 실연 당했잖아요
태형: 지한이랑 썸탄다며
지민: ?
정국: 둘이 썸타여?!
탄소: ...배경음악 깔아줄까?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지민: 하지 마요
탄소: 미안
지민: 윤기형 자꾸 안 웃는 척하는데 그게 더 기분 나쁘니까 그냥 웃어요
윤기: 아니, 큽, 내가 이건 웃으려고 한 게 아니라, 코가 간지러워서, 큭,
탄소: 재채기 할거면 고개 돌리고 해
석진: 김탄소 너 왜 자꾸 밥 안 먹고 딴짓하는데
탄소: 쟤네도 딴짓하는...!
석진: 다 먹고 나면 놀아줄게
탄소: 오분만 기다려봐 (침착)
남준은 조용히 생각합니다. 본보야지 1을 촬영할 때부터 알아보긴 했지만 석진은 연애하기도 전부터 탄소를 조련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요. 순식간에 얌전해진 탄소는 그 많던 양을 흡입하는 수준으로 먹어치워, 약속한 5분보다 시간을 단축시켰습니다. 급하게 먹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막상 그릇에 남은 건 없다니 진기한 광경이에요.
호석: 형 누나가 왜 자꾸 노래 부르냐고 그랬죠
석진: 어? 어
호석: 그거 정국이가 부르는 노래 가사 때문에,
탄소: 내가 랩 가사를 좀 썼는데 그걸 전정국이 너무 못 살리니까 속상해서 그래!
정국: ...! 내, 내가 언제여...! (억울)
탄소: 김석진 그러니까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말해! 내가 다 불러줄게
석진: 그냥 부르지마
탄소: ...응...
윤기: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형은 태어나서 처음 사귄 여자친구가 아직까지 생각나요?
석진: 진짜 뜬금없다, 태어나서 처음 사귄 여자친구?
탄소: (동공지진)
석진: ...걘 걔 인생 잘 살고 있을텐데 뭐하러 생각해, 얼굴도 가물가물한 마당에
탄소: 헐, 진짜?!
지민: 거짓말이니까 좋아할 필요 없어요 누나
정국: 형... (애잔)
지민: 뭐
태형: 지민아 괜찮아 너한텐 지한이가 있잖아?
지민: 흐즈 므르
탄소: 김석진 너 그거 진짜야?
석진: 그럼 널 앞에 두고 거짓말을 하겠어?
호석: 누나가 앞에 있으니까 거짓말을 하겠죠
석진: 야 정호석 (예민)
탄소: 나대지마 김석진이 아니래잖아
남준: 누나 창피하니까 제발 자리에 좀 앉아요...
탄소: 신나는 건 난데 왜 네가 창피해?
정국: 엄한 사람 괴롭히지 말고 말 좀 들어여
탄소: 오늘 콘서트 완전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분 최고!~~
태형: 누나 덕분에 전 기분 바닥이요
탄소: 괜찮아 내 기분은 좋으니까
호석: 인성이 아주...
윤기: 조인성?
탄소: 나 좀 기분 언짢아지려고 해
남준: 입에 들어간 머리카락이나 빼고 말해요...
탄소: 머리카락하니까 생각난건데 돌잔치를 영어로 하면 뭔줄 아냐
정국: 아 진짜 싫어
윤기: 하지 마요
탄소: 락 페스티벌
킁카카캌, 하고 웃은 탄소는 모든 게 후련해진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탄소: 거지같은 티셔츠 안녕~! 이건 이제 갖다 버려야지~
호석: 저게 뭔 돈X랄이야...
석진: (안 들리는 척)
석진은 그저 원래의 조금 이상한 김탄소로 돌아온 게 안심일 뿐입니다. 여자친구가 보내는 이상신호를 감지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뭔들 김탄소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