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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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사람 있으면 말해주기※
도둑들: Hide-and-Seek
(꼭꼭 숨어라.)
[#7 sunlight]
#1
종대와 세훈은 괜히 따라나와 화를 돋구었다. "박찬열 니 때문에 루미 진짜 나가기만 해, 가만 안둬. 너." 그 말만 남기고 종대는 대문을 열어 다시 들어갔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겁니까?" "형, 진짜 내가 답답해서..." 10살, 부모는 나를 버렸다. "오늘부터 함께 지내게 될 찬열 친구에요, 모두 친하게 지낼거죠?" "너는 냄새나. 너랑 안 놀아." 아이들이 내게 작은 돌덩이를 던지고, 밥도 먹지 못하게 하고. 7살의 나보다 세 살이나 어린 네가. "안녕?" "루미한테 뭐라고 하지마!" "하지마!!!!" "걘 더러워. 걔랑 안 놀아." "모두 사이좋게 지내라고 선생님이 그랬잖아." "너는 나보다 오빠니까 깨끗이 씻을 수 있지? 나도 혼자 잘 씻는단마랴." "이 멍충아. 깨끗이 씻어야 친구들이 너랑 놀아준단말야!" 내가 15살이 되던 해, 부모는 나를 다시 찾아왔다. "잘가, 찬열아." "보고싶을 거야." 하지만, 부모가 나를 찾아오면서 그럴 수 없었고. 날 찾아온 부모는 가난했고, 그 어린 나를 부려 일을 시켰다. 삐뚤어 질대로 삐뚤어져,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사고를 밥 먹듯이 치고 다녔다. 그러다 너를 만났다. "이 년 즐기나봐." "으아아아아아악-" "쓰레기 같은 새끼." 널 잘 모르는 아이들은 널 건드리려 했다. 다시 너를 뒤쫓아 다니기 시작했다. 네가 스무살 때였던 것 같다. "지금 뭐하는 거야!!!" 내 손목을 잡아 당기는 널 채 붙잡지 못하고 넌 외마디 비명과 함께 사라졌다. '살려주세요.' 너는 날 잊은 채 살았다. #2 찬열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뭉개져 있었다. 여기저기 터져 피가 나오다 못 해 떡 져, 눈도 제대로 뜨고 감지 못하였다. "꼭, 꼭 뵙고 싶습니다. 제발요." 찬열의 몸은 더 맞을 곳도 없이 성하지 못했다. "쟨 뭐야?" "아 죄송합니다. 조용히 처리하려 했는..." "회, 회장님!" "회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방으로 데려와." 대부의 눈에 들어 골드문의 일원이 되어 세력을 키워가던 찬열은 가끔 그녀를 원망했다. 그 날 이후, 난 앓기 시작했다. 물론 마음의 병이었다. "누나 다리는 좀 어때요?" 살갑게 웃는 얼굴엔 늘 미안함이 베어있었고, 예전처럼 환하게 웃지도 않았다. 내가 받은 상처들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있잖아. 제 회사 건물에 기대어 서 있는 날 보며 그는 환히 웃었다. 그의 인사는 받아주지 못하고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며 쓰러졌다. "위로 받고 싶어서 왔구나." 그는 가만히 날 바라보다가 입을 떼었다. "말해봐요." "괜찮아, 위로 받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잖아요."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내 모습. 내 턱을 잡아 올려 끈질기게 눈을 맞추는 레이 때문에 결국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멈추지 못하고 몇 방울이나 흘려보냈을까. 머리카락을 들어올린 손이 덜덜 떨려올 즈음, 한 번 용기를 내니, 조금 쉬워져 나는 턱을 끝까지 올려 턱 밑에 난 자국도 보여주었다. 그의 짧은 입맞춤에 마치, 그 상처가 씻은 듯이 사라질 것 같았다. ++++++++더보기+++++++ 힐링 레이는 정말 대단해ㅠㅠㅠㅠ 일단,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난 어떠한 일이 있어도 글을 쓸 거야. 등장인물이 변하는 일도 없을 것이며, 내가 생각했던 대로 쭉 글을 이어 쓸 거야. + #1은 찬열 시점, #2는 작가 시점, #3은 루미 시점. 찬열의 과거가 나와. 박찬열 삶의 빛은 언제나 '루미' 였어. 부모에게 버림 받아 가장 힘든 어린 나이에, 저보다 더 어린 게 늘 위로를 해주었지. 찬열은 그런 루미를 잊지 못하고 여지껏 살아왔어. 그리고 자신을 경멸하던 눈빛으로 바라보던 루미에게 자신의 죄를 씻고 싶었는데. 정작 루미는 자기를 잊고 살았다는 걸 알고 상처를 받게 돼. 그런데도 다시 삐뚤이지지 않고 루미를 위해서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하지. 그렇게 골드문에 들어가서 크리스와 세훈을 만나. 그 다음, 루미가 가장 힘이 드는 지금. 루미에게 빛은 '레이'가 돼. 차라리 경수를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루미는 무의미하게 살았을 텐데. 경수를 만나고부터는 자꾸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생각이 많아져. 자신이 부끄럽고. 게다가 함께 지내는 멤버들이 생기면서, 자신이 짐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거야. 그런 생각들을 떨치려고, 레이를 찾아가. 레이는 모든 걸 이해해주고, 제 자신을 고쳐줄 것 같거든.
진짜 개 좆같은 상황이네, 시발.
세훈은 여적 가지 않은 채, 옆에 선 상태였다.
주변 눈치를 살피던 세훈이 입을 떼었다. 눈에 힘을 주고 쳐다보자
금세 말투를 고쳐 말하는 세훈이었다.
나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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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린 나이에 버림 받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충격을 받아, 먹지도 씻지도 않았더랬다.
"맞아. 너는 더러워. 너랑 안 놀아."
모두 버림 받긴 매한가지인 아이들인데 나는 그 중에서도 더했다.
그 중에서도 미움을 받았다.
놀아주지도 않을 때. 네가 다가왔다.
"비켜, 쬐끄만 게."
나는 모두를 경멸했고, 내게 먼저 말을 거는 너조차 경계했다.
내가 널 살짝 밀치자 아이들이 발끈하며 종이를 구겨 던졌고,
넌 내 앞을 막아섰다.
"친구를 따돌리는 건 나쁜 거랬어."
나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넌 팔을 벌려 내 앞에 서 나를 보호해주었다.
"그치만, 걔는 더럽고 냄새나서 싫어!"
"아니야- 우리가 도와주면 찬열이도 깨끗해질 수 있어."
아이들이 갸우뚱거리자 너는 내 손을 잡아 끌어 욕실로 데려갔다.
".........싫어."
샤워기를 틀어 물의 온도를 맞추던 네가 나를 올려보았다.
그러면서 넌 내게 물을 뿌렸다. 그리고 꺄르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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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3살이나 어리면서 넌 그때까지도 날 오빠라 부르지 않았다.
고아이면서도 늘 기죽지 않고,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지혜롭고, 생각이 깊었던 널.
나는 5년 내내 뒤쫓아다녔다. 네 그늘에 숨어 다녔다.
그 때부터 내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패대기치기 일쑤였고, 고등학교에 가던 해에 집을 나와 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하고 널 보러 갈 용기, 내겐 없었다. 그렇게 널 잊어가는 듯 했다.
"그러겤ㅋㅋㅋ"
너는 비웃듯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저를 겁탈하는 남자 셋에도 넌 겁먹지 않았다.
넌 나를 똑바로 쳐다봤으며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 때부터, 난 늘. 널 갖고 싶었다.
겉보기에 네가 너무 바르고 얌전해 보였던 모양이다. 얼마나 매섭고 독한 년인지도 모르고.
난 그걸 알면서도 네 뒤에서 널 지키려 애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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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학교에서부터 널 뒤쫓는데 웬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널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그 때 날 경멸했던 눈빛이 떠올라 망설였지만 검은 차 문을 여는 것을 보고 다가가 그들과 맞섰다.
"넌 뭐야?"
늘 싸움을 잘하는 측에 속했었는데, 그런 일을 직업으로 삼던 사내들과 상대가 되질 않았다.
널 지키기에 난 한없이 약했다. 몇 대를 맞고 나가 떨어졌다가 다시 달려 들어 네 손목을 잡은 사내를 막아섰다.
그러자 네가 내 팔을 부여잡고 "살려주세요"라며 애원했다.
그 자리에 멍하니 서 게속 생각했다.
네 눈빛은 날 알아보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차라라 경멸하는 표정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을.
그 때 난 알았다, 내가 너무 약해서 그 수 년간 네 뒤에서 너를 지킨 모든 것이 헛 된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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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지다, 그 표현이 적합하다.
죽을 듯이 맞아도 찬열은 매일 이 곳을 찾아왔다.
저를 패는 사내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 끈질기게.
제발 만나게 해주세요. 얼굴과 함께 그의 발음도 뭉개져버렸다.
그렇게 한 달쯤이던가.
그런데도, 찾아가는 발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대부가 구석에서 맞고 있는 찬열을 보고 물었다.
"뭐냐니까, 한 두번 보이는 게 아닌 것 같은데."
대부는 자신의 부하 다리를 붙들고 제 얼굴이 얻어터지면서도 채 꽉 쥔 바짓가랑이를 놓지 않는 찬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이내 걸음을 옮겼다.
놀란 사내들이 매질을 멈추고 고개를 조아렸다.
그에 찬열은 휘청이며 일어나 힘겹게 눈을 떠 그를 마주했다.
얻어 터진 얼굴을 하고도 그는 웃으며 꾸벅 상체를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에 크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당시 골드문은 가장 큰 조직이었다. 대기업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그걸 알고 있던 찬열은 오직 골드문만이 자신을 강하게 키워 줄 것이라 믿었다.
그래도 넌, 행복한 때가 있었잖아. 도경수를 만나 행복했었잖아.
난 단 한 번도 널 위하지 않은 삶이었던 적이 없는데.
날 잊고 살던 널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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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대가 늘 찾아 와 "나가지마, 너가 나갈 필요 없어." 하고 날 다독였지만 그 날의 미안함은 감춰지지 않았다.
세훈은 늘 아무렇지 않은 척 백현과 다가와 새 거즈로 작게 화상 입은 다리를 소독해주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세훈은 그 날. 저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끝에 늘 씁쓸함을 남기고 웃어보였다. 그걸 보기만 하는 백현에게도 미안했고, 나 때문에 그러는 세훈에게도 미안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찬열은 단 한번도 나를 보러 오지 않았다.
"나 홍콩으로 보내줘, 내가 할 일. 거기에 있잖아."
하루 이틀 앓다보니 생각나는 이가 있었다.
채 정리 못 한 캐리어를 열어 자켓에서 그의 명함을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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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열이나 들 뜬 얼굴에, 갈라지다 못해 튿어진 입술 새로 "Hi." 인사를 내뱉었다.
가뿐 숨을 새액새액 내쉬자 그는 가만히 내 등을 쓸어내렸다.
그의 말에 눈물이 마구 쏟아져버렸다. 그간 어떻게 참고 견뎠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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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손을 꿈틀이며 시선을 내리깐 채로 고개를 저었다.
누구에게도 열지 못했던 판도라의 상자. 나는 못 열겠다.
열고 싶은데, 레이 말마따나 위로 받고 싶은데. 무서웠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던 나날들.
나는 조용히 뒤돌아 머리카락을 들어올려 선명하게 남아있는 자국을 보였다.
그는 그런 내 행동을 저지 시키고 의자를 돌려 자신과 마주보고 앉혔다.
턱 끝을 바들바들 떨고 있을 때 레이는 그 상처를 살살 어루만지며 그 끝에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