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던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악몽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끝없는 바다를 헤엄쳐간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끝도 보이지않는 바다를 가르며 나아간다. 목적지는 알수없다. 바닷물이 얼굴을 덮으며 숨쉬기가 점차 힘들어질 때 쯤, 누군가의 손에 의해 나는 바다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자꾸만 가라앉는다. 내 발목을 잡아끄는 손의 촉감이 소름끼치게 징그럽다고 느껴져 시선을 낮추면, 그 시선의 끝에서 나의 언니가 웃고있다. - 오전시간 내내 엎드려 잠만 잤다. 점심시간 종이 울린지 한참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교실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뒤늦게 급식실에 갈까 했지만 생각했지만 이미 점심시간의 반이나 지나있었다. 그때 징-하고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렸다. 누군지 뻔히 예상가는 진동소리였지만 나는 책상서랍속으로 손을 넣어 몇번 뒤적이다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3통의 문자와 한통의 부재중전화가 와있었다. 물론 모두 이재환의 번호였다. '5분안에 급식실' '좋은말로 할때. 괜히 성질 돋구지마' '지랄맞은 년' 마지막에 온 문자 하나로 충분히 이재환이 어떤 상태인지 알수있었다. 급식실로 오라는 말을 듣지않은채 전화까지 씹었다. 아마 지금쯤 이재환은 빡 돌았겠지. 자신의 명령을 어긴셈이니까. 나는 미리 필통을 가방속에 넣고, 책상위에 있던 교과서를 책상속으로 아무렇게나 밀어넣었다. 아마도 오후수업은 듣지 못할것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안한 예감은 늘 현실이 된다. "지금 뭐하자는거야." "나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적당히 해. 니가 이럴 주제 아닌거 알잖아." "아!" 앞문으로 들어온 이재환은 내 손에 있던 가방을 빼앗아 집어던졌다. 그리곤 내 머리채를 잡아쥐었다. 나는 급하게 입을 손으로 막았다. 머리카락이 다 뽑힐것같은 고통이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싫어. 내가 고통스러운걸 보며 행복해할 이재환이 싫어. "지랄맞은 년." 난 머리채가 잡힌채 이재환의 손에 끌려갔다. 퀘퀘한 냄새가 나는 먼지가 가득한 옛날 음악실이었다. 거칠게 나를 던지듯이 놓은 이재환은 다짜고짜 내 입술을 탐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다가오는 이재환을 피했다. 그런 내 얼굴을 우왁스럽게 잡은 이재환은 예고도 없이 깊게 입을 맞춰온다. 꺼끌꺼끌한 혀가 입안을 헤집어놓고 난 이재환의 가슴팍을 밀어내기에 바빴다. 점점 숨이 가빠온다. 그만하라는 내 목소리는 이재환의 혀에 묻혀 삼켜졌다. 제발, 그만해. 그만. "하..하아...." "니 주제는 이정도야." "미친놈." "더이상 까불지마. 얌전한 고양이가 이쁨 받는거야." 숨막힌 키스가 끝나고 이재환은 내 이마를 툭툭 밀어내며 말한다. 지랄맞은 년. 그리곤 자신의 입을 손으로 닦아내고 교복 마이를 정리하더니 뒤돌아 나가버린다. 나는 비틀대며 벽에 기대 그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직도 거친숨을 내뱉던 나는 눈물이 나올것같아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안 가득 방금전의 감각이 생생했다. - "오늘 안색 안 좋아보이는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얼른 들어가보세요." "이따 교대할때 봐!" 교복마이를 벗고 편의점 특유의 파란색 옷을 입었다. 아무리 돈 많고 좋은 학교에 다녀도 돈이 없는건 없는거였다. 일주일마다 나에게 돈봉투를 쥐어주는 이재환이지만 그 돈은 쓰고싶지않다. 나는 좀 더 비참하고 불쌍할 필요가 있다. 난 언니와 다르다는걸 이재환은 알아야한다. - 분량조절 실패...! 암호닉 신쳥해주신 두분! 감사합니다ㅠㅠ 아찔아찔님, 쓸쓸하지마님!! 그리고 읽어주신 분들도 감사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