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계단에 꽃도 그려져있네." "그만 가."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할말이 그게 다야?" "데려다달라고 한적 없는데." "고맙다고 한번 말하기가 그렇게 어렵냐." "나 들어갈게." "쑥스러워 하기는. 오늘은 맘 편하게 있어도 돼. 이재환 여기 안 찾아올거야." "너가 뭘 안다고 그렇게 장담해?" "차차 알게될거야. 아, 맞다." 이거 내 전화번호. 짝꿍이니까 번호 정도는 알아도 되지? 언제 내 가방에서 꺼내간건지 한상혁의 손에는 내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자신의 번호를 저장한뒤 건네는것을 받아든 나는 뒤돌아 허름하기 짝이없는 집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보니 계단에 그려진 꽃을 보며 이쁘다는듯 한상혁은 웃었다. 징그럽다며 싫다고 말하던 이재환과는 다르게. - "안녕, 짝꿍." 늘 그렇듯이 이재환이 보낸 차를 타고 등교한 내앞에 나타난건 한상혁이었다. 햇빛에 비친 머리는 더 붉은색을 띠고있었다. 그래서인가 유독 주변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해있는것 같았다. "뭐야. 인사 안 받아줄거야?" "인사할 사이는 아닌거같아서." "그런게 어딨어. 짝꿍이니까 인사해도 되는거야. 빨리 너도 안녕해줘." 나는 한상혁을 지나쳐 교실로 향했다. 인사해주라니까? 쫑알대며 내 뒤를 따라 들어오는 한상혁이 귀찮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온뒤로 나에게 손가락질은 해도 인사를 건네는 애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모두들 나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었다. 그리고 그 괴롭힘의 시작에는 언제나 이재환이 있었다. 그런데 한상혁이 내게 자꾸 말을 걸고, 웃는다. 겨우 본지 하루밖에 되지않았는데. 이재환 덕분에 사람에 지치고 정에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정에 약한 사람이었다. 이재환의 나를 향한 무서울정도의 관심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할정도로. 그런 나를 한상혁이 건들인다. 자꾸 흔들리게. "김여주." 교실문을 열자마자 이재환이 기다렸다는듯 기대서있었다. 나는 가방끈을 꽉 쥐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는 이재환의 눈은 내가 아닌 내 뒤에 서있는 한상혁을 매섭게 노려보고있다. 여태껏 본적없는 눈빛이다. "어, 이재환이네. 이재환도 안녕." "한상혁이랑 이재환 친한 사이였어?" "그러니까. 난 쟤네 사이 완전 안 좋은줄 알았는데." "저기에 김여주는 왜 껴있는거야?" 이재환에게마저 인사를 건넨 한상혁은 내 어깨를 감싸쥐며 교실로 들어섰다. 동시에 반아이들의 시선은 우리 셋을 향해있다. 한상혁은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이더니 모른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내 어깨위에 둘러진 한상혁의 팔을 치우곤 내 자리로 가려했다. 이재환이 내 가방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가지 못했지만. "따라와." 거칠게 나를 잡아당긴 이재환에 의해 나는 왔던길을 다시 가야만했다. 나와 이재환의 발이 교실을 벗어난 순간, 한상혁이 웃으며 내 손목을 잡았다 놓았다. "재환아, 너는 알거라고 믿어. 내가 왜 여기로 전학 왔는지. 너 똑똑하잖아. 맞지?" 이재환은 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그대로 끌고나갔다. 당연히 이재환이 향한곳은 옛날 음악실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쓰지않는 먼지만 뿌옇게 쌓인 음악실. 잡고있던 가방을 던지듯이 놓은 이재환때문에 나는 휘청거렸다. 아침부터 참 정신없고 좋네. "재밌었어?" "뭐가." "한상혁이 재밌게 놀아줬냐고." "너랑 무슨 상관인데." "너 걔랑 놀지마. 말도 섞지마." "유치하게 뭐라는거야." "그래. 유치하다 뭐다 욕해도 좋으니까 한상혁이랑 엮이지마." "갑자기 왜 이래?" "나 지금 존나 짜증나니까 더 묻지마. 내가 하라는대로 해. 그게 니 주제잖아." 나는 먼지가 내려앉은 피아노를 손으로 쓸었다. 이재환은 벽에 기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그래, 이게 내 주제지. 이재환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하는 얌전한 고양이. 피아노를 쓸던 난 닫혀있던 뚜껑을 열고 건반에 손을 올려보았다. 누군가를 위해 연주되었을 것들. 갑자기 입안가득 꺼끌한 느낌이 다시금 나를 찾아왔다. 지난번의 이재환의 키스의 느낌. 그리고 이재환의 손에 의해 연주되는 건반들.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지는 광경. "여기 언니가 좋아했었는데." 김윤주. 나의 언니가 좋아하던 유일한 학교내의 공간. 나와 같은 사회배려자 전형으로 입학해 힘겨운 학교생활을 하던 지친 언니에게 그나마 숨쉴틈을 주었었는데. 그리고 언제나 그런 언니의 옆에는 이재환이 있었지. 나란히 길다란 의자에 앉아 피아노 건반을 누르던 두사람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런 두사람을 몰래 문뒤에서 지켜보던 나의 모습 또한 선명하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들려오던 이재환의 노랫소리는 나도 참 좋아했는데. 그 노래선물의 주인이 내가 아니란게 맘 아플정도로. "김윤주가 여기 진짜 좋아했어." "김윤주 얘기 꺼내지마." 제분을 이기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치더니 나가버렸다. 온전히 혼자가 된 나만이 그 추억들을 회상한다. 언니가 떠난뒤로 주인을 잃어버린 음악실. 이재환이 음악실을 강제로 폐쇄시켜버렸다. 이후로 나를 꼭 음악실로 끌고오는 이재환의 의도는 대체 뭘까. 한가지 분명한것은. 나는 그런 이재환때문에 지독하게도 아프다는것이다. 언니와 추억이 가득한곳에 나를 끌고올때면 꼭 내가 진짜 언니의 대신이 된것같아서. 문뒤에서 몰래 엿듣던 이재환의 노랫소리가 귀에 멤멤 돌았다. - 쓸쓸하지마님, 아찔아찔님, 여니님, 오또카지님, 배꼽님, 코코팜님 감사합니다♥ 기적 무대 모두들 보셨나요? 저는 학생이라 안타깝게도 본방으로 못본다는ㅠㅠ 집에가서 봐야겠어요! 날씨 더워서 제가 다니는 학교는 벌써 에어컨을 틀었답니다 이렇게 더운데 다음주엔 체육대회ㅠㅠㅠㅠ 더위 조심하시고! 기적 무한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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