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03>
"기분이 네맘대로 되는건 아니지만 이제 헤어나올때가 된것같아, 안그래 권아?"
"...맞아요..."
"Good boy, 이리와. 안아줄게."
그는 리사를 보내고 여느때보다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다. 최소한의 동선만 움직이며 민혁이주는 최소한의 음식만 입에 댈 뿐아니라 아이들을가르치고 집으로 오면 태반은 침대에 누워 보냈다. 열흘째가 되던 날, 한숨을 쉰 민혁이 그를 품에 꼭 안았다.
"드라이브 가자. "
"...그냥 집에 있으면 안돼요?"
"바람이라도 쐬고오면 기분이 좀 나아질거야."
"..안간다고 해도 소용없겠네요.."
체념한듯 미소짓는 유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안내견학교로 돌아간 리사가 생각보다 일찍 봉사자에게 분양이되어서 일까, 리사를 보러가는것이 실례가 된다는걸 아는 그가 보다 우울해하는건 이상한일이 아니지. 겉옷을 꼼꼼히 여며준 민혁이 현관문을 열었다.
*
[지금 데려가면되는거죠?]
"네, 감사해요."
전화를 끊은 태일이 함께 살게된 리트리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영리하고, 순종적인 그의 모습에 만족스런 웃음을 짓고, 그가 적응할수있도록 이런저런 일을 도왔다. 곧 올 손님들을 위한 주전부리도 신경써서 준비해놓았다. 본디 집을 이렇게 깨끗하게 해놓는 성격이 아니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말끔하게 정리된 집안에 고개를 끄덕이곤 소파에 앉는다.
아마김유권이 깜짝놀라겠지?
왠지모르게 두근거려오는 마음에 태일이 발을 까닥까닥,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돌아오는 인연이 있다면 가야하는 인연도 있는법이지. 다만 내가할수있는한에서 그 아픔을 최소한으로 만들어주고 싶을 뿐. 어차피 반려동물은 키우고싶었으니까. 이제 자리도 잡았고, 두쌍을 남기고 모두 팔아버린 물고기의 빈자리를 이 사랑스런 대형견이 채워주길.
마침들려오는 초인종소리와, 이젠 적응이된 두사람의 모습. 문을 연 태일이 훅 뛰쳐나오는 리트리버에 유권몰래 민혁과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서프라이즈"
"..."
"얼마전 분양받은 반려견이야."
"...리사?"
안도의 한숨인지, 그냥힘이 빠져서 나오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반갑다는듯 제 얼굴을 핥아대는 리사를 주저앉아 만지고있는 유권을 민혁이 조심스레 일으켜 세웠다.
"감동의 재회는 안에서 계속하는게 좋을것 같다."
피식, 웃고만 태일이 뒤돌아 마실것을 준비한다. 복작이기 시작한 집에 온기가 돌았다. 이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달까. 얼마나기다려왔던 평화일까.
이젠 조금 느긋하게 즐겨도 될거야. 이 평온함을.
***
이대로 영원히 있고싶다.
아이같은 말 마요, 안톤.
품에 안긴 '그녀'의 머리를 손가락에 감았다 풀었다. 이불과 그녀를 한껏 그러모아 양팔에 안았다. 귓가에 맑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가 코를 맞대고 부벼오는 탓에 그녀가 까르르 웃었다.
피크닉을 갈 채비를 마쳤다. 올망졸망 짜여진 바구니를 들고 함께 만든 샌드위치와 홍차, 밖으로 나오자 꿈에나 나올법한 초록벌판이 이어졌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작은 시냇물소리, 길게 휘날리는 머리카락이 어쩜 이리 달콤한지. 그가 아프게 웃어보였다.
사랑해
사랑해요
...내가 행복하길바래?
물론이죠
의지와는 상관없이 곧이 곧대로 표정이 볼품없이 구겨져 버렸다. 그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거짓말...
진심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왜 매일밤 나를 찾아오지...이건 달콤하지만..어쩔수 없는악몽이야...내 아내는 죽었고 넌 그녀의 투영체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난 알고있어... 하지만 넌 날 괴롭게 해. 이제 그만와줘..부탁이야..
...조금 더 솔직해져요, 안톤..
...제발...
고운손이 다가와 눈물을 훔쳤다. 고개를 저어 그녀의 손을 털어내려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손을 뺨에 댄 채 흐느끼고 있다. 난 너에게서 벗어날수 없는거야..?
...날 붙잡고 있는건 당신이잖아요...
...
...매일밤 나를 불러내는건.. 바로 당신이잖아요..
민혁의 눈이 바로 뜨였다. ...내가? 내가 너를..? 물결이 일렁이던 눈이 잔잔해진다. 그녀의 손을 내려놓았다.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잡은채 였다.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요...
...리사...
...그를 온전히 사랑해주세요...
...
리사
눈을뜨자 품에 안긴 '그'의 짧은머리가 손가락 사이사이에서 일렁였다. 이불과 그를 한껏 그러모아 양팔에 안았다. 귓가에 맑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그가 코를 맞대고 부벼오는 탓에 그가 까르르 웃었다.
이대로 영원히 있고싶다.
...아저씨?
묘한 느낌에 유권이 손가락을 뻗어 그의 얼굴을 느리게 만진다. 그의 표정을 확인하려 뻗은 손이 잡혀 가벼운 키스를 받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그 작은 키스하나로 사랑받고 있다는 몽글한 느낌이 차올랐다. 다시 뻗은 손가락을 타고 그의 웃는 얼굴이 느껴진다. 그제야 활짝웃어보인채 그의품에 파고든다. 귓가에 사랑해, 란 달콤한 음성이 들려와 꿈인지 꿈이 아닌지 경계를 알수없는 행복한 느낌에 사로 잡혀버렸다.
나는 지금 아마도, 누구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2014.6.1 W.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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