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찬란한 청춘, 그 시간 속 에서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b/9/0b915fc96ae1afd98762bf0a944a7169.png)
2014년 뜨거운 여름 대한민국 열여덟살
1.
" 저녁은 뭐가 좋을까. 나는 요새 냉면이 먹고 싶은데. "
" 혼자 쳐먹어. "
박찬열 이 눈치고자새끼는 내가 자신과 등교를 같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팍팍 내비쳐도 꿋꿋하게 함께 등교를 하시는 중이다.
언제는 한 번 다른 친구와 미리 약속을 잡아두었다고 먼저 간다고 했다가 그날 밤 카톡으로 내가 질린거냐며 수십개의 카톡을 보내
그러지도 못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개같이 생긴게(좋은뜻)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면 나도 꼼짝을 못한다는 걸 잘 아는 박찬열이다.
" 야 근데 왜이렇게 뒤통수가 따갑지? "
진짜 눈치고자인가. 박찬열의 뒤에는 일명 박찬열 추종자라 불리는 아이들이 있다. 옆 옆 학교 여중생들인데, 항상 박찬열 등교길에 맞추어
사진을 찍거나 어쩌면 과감한 아이들은 박찬열의 손에 우유를 쥐어주곤 한다. 그게 딸기우유라는 점이 박찬열의 입맛과 굉장히 맞지않아
박찬열은 매일 나에게 던져주고는 하는데 그걸 언제 한번 받아 먹었다가 여중생들의 야림으로 무릎으로 기어다닐 뻔 했다.
" 박찬열 우리 좀 떨어져 걸을까. "
" 아 갑자기 왜그러는데 너. "
" 너는 눈칫밥도 못얻어먹어서 죽을 놈이야. 불쌍한 박찬열 인생. "
" 아 너 혹시 "
그래 이 쯤 하면 박찬열 너도 눈치가 있다는 조그만 희망을 하나 가져본다.
" 그날이냐? "
![[EXO] 찬란한 청춘, 그 시간 속 에서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0/1/70161b20b3dcb6878673e4d5ff06adfb.gif)
10년지기 옆집친구 눈치고자 박찬열
2.
동아리 가입서가 선풍기 바람에 팔랑인다. 아직 백지상태인 내 종이와 옆에서 나에게 보여주지 않을거라며 숨기며 적는 박찬열에게
한심하단 눈빛을 정수리에 쏘아주고 고개를 돌려 옆에 붙은 동아리 목록표를 바라봤다.
무의미하게 쭉 내려가다가 사람도 굉장히 없을 거 같고 할 것도 더럽게 없을 것 같은 동아리를 탐색하던 중,
썸머 워즈
뭐람 이게. 순간 애니메이션이 스쳐지나갔다.
" 어이, ooo 동아리 신청서 안내냐? "
담임은 여러 종이뭉치를 팔랑이며 나에게 손짓했다. 나는 허둥지둥 망설이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썸머워즈를 휘갈기고는
종이를 내러 일어나려는 박찬열에게 던지고 엎드렸다. 옆에서 박찬열의 맨날 자기한테 시킨다는 욕짓거리를 뒤로한채, 나는 눈을 몇 번 꿈벅이다 감았다.
동아리 첫날
나에게 온 작은 쪽지
' 썸머워즈에 드신것을 환영합니다! 썸머워즈부는 학교 뒤뜰 입지관을 씁니다 얼른 오세요! ㅇ_< '
쪽지를 보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분명 남자글씨체인데 저 끝에 적힌 귀여운 이모티콘은 뭐야. 나에게 쪽지를 전해준 친구에게
이거 누가 줬냐고 물으니까 체육복을 입은 남자선배랬다. 이 학교에 체육복을 입은 남자선배가 한둘이냐.
학교 뒤뜰 입지관은 말만 번지르르한 입지관이지 사실상 허름한 컨테이너박스였다. 지정교실도 없는 이 동아리에 괜히 든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무거운 발걸음은 잘 떼어지지 않았고, 결국 수업종이 치고 난 삼십분 뒤에서야 나는 결국 뒤뜰에 있는 입지관에 다다랐다.
아, 노크를 해아하나. 나는 이왕 이렇게 된거 부딪혀 보자 싶은 맘에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었다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작은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 정적을 기다리기엔 밖의 날씨는 30도를 넘었고 내 인내심은 그리 길지 못했다.
벌컥 문을 열어보니 체육복 차림의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방금 잠에 깬 듯한 남자가 있었다.
" ... 썸머워즈? "
그 남자의 첫 마디였다.
" 들어와. "
남자는 문을 열어주더니 내가 들어가자 마자 문을 잠구었다. 나는 흠칫 거리며 남자를 바라봤고, 남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창문 쪽으로
가더니 이번에는 창문을 닫기 시작했다. 설마 이 밀폐된 공간에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건가? 학교폭력? 어제 오후 xo고 2학년 ooo양이 뒤뜰 입지관에서 변사체로...
이상하고도 몹쓸 생각이 머리 속에서 획 획 회전 하는 그 때
에어컨이 켜지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다시 한번 하품을 쩍 해보이더니 이번엔 미니냉장고의 문을 열어 확인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 알로에 쥬스 좋아해? "
고개를 끄덕였더니, 헐 나도 좋아하는데. 하며 나에게 알로에 쥬스를 건내준다. 차가운 알로에 쥬스가 손바닥에 느껴지고 공기가 좀 시원해지자
남자는 내 맞은 편 소파에 앉더니 나보고 손님용 긴 소파에 앉으라며 눈짓 한다. 나는 얼떨떨에 그렇게 앉았고 남자는 턱을 괴고 나를 눈길만 돌려
본다.
" 이 동아리 왜 든거야? "
할 게 없어서요.
라는 말이 목구멍 까지 차 올랐지만 남자의 성격을 제대로 다 파악하지 못한 나는 쩔쩔매며 알로에 쥬스의 뚜껑만 바라본다. 남자의 픽 하는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내가 바라보던 뚜껑을 가져가며 그걸 허공으로 던졌다가 받는다.
" 썸머워즈, 무슨 뜻 인줄 알아? "
" 애니메이션 이름 아니에요? "
" 다들 그렇게 생각하곤 하더라고. 어떤 오타쿠는 애니메이션 보는 동아리인 줄 알았다던데. "
낄낄 거리며 웃던 남자는 뚜껑을 다시 위로 던져 짝 하고 박수를 치며 받았다.
" summer 窝子. "
방금 워즈의 어감이 영어랑 조금 달랐던 거 같은데, 나는 남자를 바라봤고 남자는 이번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여름 은신처. 라는 뜻이야. "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에 중국사람이 있는데 엄청나게 독특하다는 소문이 있었던 거 같다.
![[EXO] 찬란한 청춘, 그 시간 속 에서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d/b/5db04ad3411d4e732668776884890cab.gif)
썸머워즈 동아리 회장 김루한
3.
" 너 내가 여기까지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 "
" 아 왜여 누나. 나 친구 없어여. "
깜찍한 거짓말을 잘도 늘어놓으며 나와 박찬열의 가는 곳 마다 졸졸 쫓아다니는 후배를 보며 우리 학년 애들은 그 아이를 스토커라 부른다.
박찬열은 워낙 눈치고자로 유명한 놈이니까 그 애를 신경 쓰지 않지만 나는 영 찝찝하다. 왜냐하면 그 아이의 대한 소문을 조금 들어보았으니까.
하지만 그 소문 속의 아이와는 완전 다른 면이다. 매일 생글생글 웃으며 누나 형 어디가여? 나도 같이가여! 하며 남동생 처럼 구는데, 그래서 더 내치지도
못하고 미워할 수 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엔 나와 박찬열이 요새 청소하는 구역까지 찾아와서 알짱대는걸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청소를 하는데
요새 이 구역에 담배꽁초가 조금 늘어난 것 같다.
" 아 학교 안에서 담배피는 개념없는 새끼도 있냐. "
" 너 잖아 박찬열. "
내 말에 입을 꾹 다물고 담배꽁초를 줍는 박찬열을 한번 흘깃 보고 웃는데 담벼락에 기대 서서 청소를 하는 우리를 보고 있는 그 아이는 여전히 웃는다.
" 아놔, 이 개념없는 새끼. 우리가 청소하는게 그렇게 즐겁냐? "
박찬열이 애꿎게 시비를 걸며 헤드락을 해도 여전히 웃는 그 아이를 나는 참 알 수 가 없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 아이의 학생증을 주운 것도.
![[EXO] 찬란한 청춘, 그 시간 속 에서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b/9/d/b9de9f56a8b1efa1ae1731cfb56a5fa6.gif)
찬열 oo의 스토커 이자 알 수 없는 후배 오세훈
4.
" oo 누나 그 소문이 사실이에여? "
" oo아 너 그렇게 안봤는데. "
세훈이나 루한선배가 나에게 계속 이상한 눈초리를 보이며 하는 말에 신경이 너무나 쓰인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박찬열과 등교를 하고
별 다를 것 없이 오늘 보충을 째고 청소를 했는데, 갑자기 나에게 달려들어선 나는 아직 널 보낼 수 없다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루한선배나
흔들리는 눈동자로 날 보는 세훈이나 나는 참 아무리 병신들이지만 오늘따라 더 한 것 같다며 넘겼는데
자꾸 오늘 따라 시선들이 꽂히는 거는 부정 할 수 없는것 같다.
" 야, 왜 자꾸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거 같지? "
눈치고자 박찬열이 알 정도면 말 다하지 않았을까.
" 내가 너무 잘생겨서 그런가? "
쪽팔려서 먼저 두고 뛰어갔는데 뒤에서 왜 쟤는 맨날 그날이냐며 소리지르는 박찬열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린다.
그 때 뒤에서 쫓아오는 박찬열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발걸음을 좀 빨리해서 뛰다가 모퉁이를 도는데 그 때 누군가의 가슴팍과 정통으로 부딪혔다.
뒤로 넘어지려는 내 손을 잡아 당기는데 순간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렸다. 박찬열이 뒤에서 헉헉 대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 위를 올려다 봤는데 그 때 내 표정은 마치 박찬열과 사귀냐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백배 제곱한 만큼 썩어있었다고 박찬열이 증언했다.
" 놔라. "
" 뇌진탕 걸리려는거 살려준 은인한테 너무한다 엄마. "
" 아 오늘 오세훈이랑 루한선배가 나한테 그랬던게 "
" 응 엄마? "
살다 살다가 이 커다랗고 까만 새끼가 내 아들이라는 소리를 믿는 또라이들도 없을거다.
![[EXO] 찬란한 청춘, 그 시간 속 에서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6/8/3680b38c218475ca48b4d0e99635c494.gif)
oo의 천적이자 핏줄 김종인
| 작가의 말 |
새작품 준비중에 일부분입니다! 거의 프롤로그 식이자 인물소개식이에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썰이구요 아직 추가 인물들 ㄷ남았습니다! 곧 빠르게 돌아올게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