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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r. D.O 의 환자

 

 

 

 

한적하기만 하던 경수의 진료실에 경쾌한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며칠 전 경수가 골동품 시장에서 사들인 금색 도금이 벗겨진 고전 전화기였다.

개통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경수는 아주 친한 측근 외에는 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경수의 성격상 친한 측근에게 번호를 마구 뿌리고 다니

지는 않는다.

스팸전화인가. 경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전화가 끊겨 질 때 동안 기다렸다.

 

따르릉- 따르릉-

 

꽤나 소리가 골을 울리게 한다. 경수는 인상을 찡그린 채 언젠가 저 전화기도 곧 없애버려야 겠다고 다짐한다.

 

" 네, 정신과 Dr. D.O 입니다. "

 

 

[EXO/카디세디] Dr. D.O | 인스티즈

 

〈!--StartFragment-->

" ... 환자 하나 예약 하려고 하는데요. "

 

꽤나 앳되어 보이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마치 숙녀와 여자아이의 그 중간이라고 해야할까, 아주 가끔씩 유망한 정신과 의사 경수에게 상담신청이나

환자가 들어오긴 했지만 현재 경수는 겉모습만 의사일 뿐 거의 손을 놓았다고 할 수 있었다. 진료실에굳이 있는 이유는 그저 젊음의 반을 함께한

이 진료실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였다. 단지 그 이유 일 뿐 이 직업에 애착이 있다거나 그런거는 경수에게 절대 아니었다.

 

" 죄송하지만 지금 환자 예약이 다 차있어서요. "

 

경수의 뻔한 변명 레파토리였다. 환자가 다 차있다. 경수의 비겁한 변명에 의해서 돌아간 환자들이 도대체 몇명이더라,

아마 그 환자들을 다 받았으면 경수가 방세를 내지 못해 쫓겨날 일 도 없었을 것이다.

 

" 원래 진료비의 두 배를 드릴게요. "

 

경수의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두 배? 정신치료비는 각각 병명마다 다르지만 그 무엇 하나 쉽게 낼 수 있는 진료비는 아니었다.

그런데 두 배? 아주 부잣집 아들 하나가 미친개한테 물렸나보다. 두 배 라니.

경수의 전화기를 쥔 손이 묘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 사정이 많이 안좋으시다고 들었는데요. "

 

우리 그이의  주치의가 되어주세요.

 

" ... 자세한건 만나서 얘기하도록 하죠. "

 

경수는 전화를 끊고나서 얼굴을 손에 묻고 신음했다. 도경수 팔자가 펴지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다음 날 경수는 오랜만에 진료실의 창문을 열어 놓고 로봇청소기를 작동 시켰다. 환자가 없던 터라 매일 같이 청소를 하지 않던 경수의 진료실은

더럽기 짝이 없었다. 로봇청소기가 움직일 때 마다 나오는 먼지는 경수를 괴롭게 했다. 경수는 결국에 마스크 까지 착용 하고 말았다.

그 여자와의 약속시간은 네시, 장소는 경수의 진료실. 시간은 촉박하게 어느새 약속시간에 다가왔고 경수는 의사가운을 벗어 의자에 걸쳐 놓았다.

포켓에 남색 실로 박힌 도 경 수 라는 이름 석자가 낯설게만 다가왔다.

와이셔츠 소매를 조금 걷고 그래도 여자를 만나는 건 실로 오랜만 인지라 한번도 비춰본 적 이 없어 서랍에 쑤셔 박아 놓았던 손거울을 꺼내 머리를 넘겼다.

이렇게 보니 경수는 참 잘생겼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이상하다 싶이 호감이 없던 경수였다. 왜지? 경수가 머리를 매만지며 눈을 크게 떠보이는 순간이었다.

 

똑 똑 똑

 

" 네 들어오세요. "

 

경수는 손거울을 책상 옆으로 밀어 치워놓고 깍지를 껴 마치 아무것도 안했다는 듯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 두었다.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였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여자는 사람 좋게 미소를 지으며 경수에게 악수를 건내왔다.

 

" 안녕하세요. 정수정이라고 해요. "

 

" 반갑습니다. Dr. D.O 입니다. "

 

여자의 첫 인상은 아름다웠다. 몸에 딱 달라붙는 베이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고 그에 대조되는 새빨갛다 못해 쨍한 빨간 머리색을 가진 여자였다.

그 대조 되는 게 이질적이지 않고 꽤나 독특했고 세련되어 보였다. 경수는 여자를 차차 훑어 보았다. 귀걸이는 샤넬, 가방은 프라다, 힐은 언젠가 서점에

들려서 여성잡지를 보는데 신상으로 나왔던 백만원이 넘어가던 고가의 신상품. 역시나, 진료비의 두배를 지불한다고 했을 때 부터 알아봤듯이

그녀는 몹시 고가의 물건들로 치장되어 있었다.

 

" 커피 드실래요? "

 

" 네. 부탁드려요. "

 

경수는 여자에게 커피를 권했다. 실은 거절 당할 줄 알았다. 경수의 형편 상 진료실에 있는 커피는 믹스커피였으니까.

그것도 경수는 커피를 태우면서 여자에게 물어왔다. 여자의 시선은 당연히 경수에게 갔으며 경수는 믹스커피 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여자는 순순히 웃으며

그에 응했다. 경수는 커피봉투의 입구를 뜯으며 참, 겉모습과는 다르게 이런 것도 마실 줄 아는 여자구나 하며 속으로 감탄했다.

그래도 종이컵이 아닌게 어디냐, 경수는 하얀 머그컵을 꺼내어 커피를 따뜻하게 태워왔다.

 

" 제 제안은 어떠셨어요? "

 

여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대로 경수에게 시선만 돌린다. 경수는 커피를 호로록 마시다가 싱긋 웃고는 머그컵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조금은 고민 한다는 듯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 톡 찍었다.

 

" 제가 누구를 가릴 형편이 되나요. "

 

머그컵 사이로 보이는 여자의 눈은 어느새 반달로 휘어있다.

 

여자는 커피를 다 마신 채 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작은 명함을 경수에게 건냈다. 약도였다.

여자의 제안을 허락한 경수에게 온 이득은 파격적이었다.

숙식 제공에 진료비는 두배

여자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경수의 진료실 문을 열었고 경수는 그녀의 마중을 나가기 위해 따라나섰다.

경수의 진료실 건물 앞에 세워진 외제차는 유월의 햇빛을 받아 더욱 그 자태를 뽐냈고 경수의 진료실 건물과 새삼 다른 세계에 떨어져 있는 물건 같았다.

여자는 기사의 도움으로 차를 탔고 경수는 그 앞에 섰다. 여자가 창문을 내린다.

 

" 그럼, 잘 부탁 해요. "

 

여자의 새빨간 머리색깔이 햇빛을 받아 경수의 시각을 괴롭힌다. 경수는 인상을 찌푸리고 만다.

 

여자의 차가 떠나고 경수는 한 참을 그 곳에서 멀찍히 떠나는 차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발걸음을 돌려 진료실로 향한다.

텅 빈 진료실은 창문이 반 쯤 열린 채 노을의 햇빛을 쬐고 있다. 그리고 하얀 머그잔에는 다홍빛 립스틱이 찍혀져 있다.

 

 

 [EXO/카디세디] Dr. D.O | 인스티즈

 

 

경수는 짐을 챙긴다. 매번 출장을 갈 때 마다 애용하던 조금은 큰 가죽가방에 경수는 진료실의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심심할 때 마다 읽던 전공사전 두 세권, 경수의 노트북, 여태 진료했던 환자들이 수록되어 있는 수첩, 자주 입는 캐쥬얼한 옷들

이렇게 챙기고 나서 진료실을 둘러보니 어느새 휑 해진 진료실이 눈에 들어온다. 다신 이 곳에 돌아올 일은 없겠지.

경수는 핸드폰을 꺼내어 연락처를 넘긴다.

 

' 건물주 '

 

경수의 젊음의 반을 함께하던 진료실을 임대로 넘기기로 했다.

 

경수는 사실 자신이 이렇게 돈에 욕심이 많은 사람일 줄 은 몰랐다. 유복했던 가정, 유학, 아버지의 죽음

집안이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경수가 열아홉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였다. 집안의 가장이신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후

경수의 넓은 아파트는 어느새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되어 버렸고 남은 경수와 경수의 어머니는 작은 단칸방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아마도 그 때 부터 였을까, 자신이 이렇게 돈에 움직이는 사람이 된게.

 

경수는 불이 꺼진 컴컴한 진료실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움직이게 된 것은 내 뜻이 아니라, 내 삶을 좌지우지 하게 만드는 돈의 뜻이라고.

 

인간의 본능이라니까.

 

경수는 어느새 묵직해진 가죽가방을 어깨에 걸쳐매고는 진료실의 문을 닫는다.

찰칵 하며 녹슨 소리로 문이 잠긴다.

 

새벽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역에서 경수는 아직은 새파랗게 번져버린 새벽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의 새벽은 아직 조금은 차갑기만 하다.

 

경수는 조금 걸어 나와 길 가에 세워져 있는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는 가방을 넣고 자신의 지친 몸을 풀썩 앉히고 기사에게 약도를 보여주었다.

경수는 고개를 돌려 차창 너머로 번지는 네온사인들을 바라보며 잠깐 눈을 붙인다.

기사가 경수의 어깨를 두드려 깨웠다. 경수는 아직은 흐릿한 초점을 잡으려 눈을 몇 번 더 꿈벅거리고는기사에게 오만원 짜리 지폐를 던져주었다.

 

" 잔돈은 괜찮아요. "

 

경수가 내리자 마자 보인 것은 펼쳐진 잔디 밭 그리고커다란 2층 주택이었다.

이곳이 그 여자의 집인걸까. 경수는 한 참을 철조망 대문 앞에서 머뭇 거린다. 초인종을 눌러볼까 해도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오면, 그 사람이

정신과 의사를 부른 적이 없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경수의 가죽가방의손잡이를 꽉 쥔 손이 축축해 진다. 그 때 였다. 대문이 열리고 여자가 한 남자아이의 손을 잡으며 나온다.

 

" 아, 오셨네요. "

 

여자가 경수에게서 한발짝 다가간다. 여자의 뒤에 가려져 있던 한 남자가 보인다.

 

 

[EXO/카디세디] Dr. D.O | 인스티즈

 



" 여보, 내가 말한 Dr. D.O 에요. "

 

남자가 경수를 향해 웃어 보인다. 경수는 뒷목에 소름이 자잘하게 맺힌다

 

 

 

 

〈!--StartFrag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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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여리) 헐왜여기서..헐....분위기 괘발리네요ㅠㅠ브금이랑 매치도잘되고ㅠㅜㅠㅠㅠ요즘신알신 가뭄잼ㅠㅠ 새로운게 나와서 행벅합니다 꾸준연재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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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 분위기ㅎㄷㄷㄷㄷ 진짜 분위기 묘하네요 소재도 좋고 앞으로도 계속 기대된다ㅠㅠㅠㅠ잘보구가요!1!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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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대기대기대기대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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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헐 되게 묘해요!!! 신알신 신청할게요 [1313] 으로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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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잘 봤어요... 오ㅡ아 내 사랑 정수정도 나오다니ㅜㅜ 빨리 다음..편.. 현기증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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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홀홀 대박 잘보구 갑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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