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Somewhere)
강당에 전교생이 모였다. 200여명이 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니 굉장히 소란스러워졌다.
아나인 반과 아제프 반이 중간을 기준으로 따로 서 있었는데 그 앞에 아리느가 가로로 널직이 서있었다.
누가 봐도 위엄이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나 누가 안 왔을까 민석은 모든 학생에게 다시 텔레파시를 넣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전부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얼마 후 강당에 교장 수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당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수현의 발소리까지 들릴만큼.
수현이 강당 가운데 마이크 앞에 섰다. 서류를 잠깐 내려다보더니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이번 침입은 아시다시피 정말 너무도 싱겁게 끝났습니다."
잠시 술렁이던 장내는 금방 다시 조용해졌다.
"이게 끝이 아닐 겁니다. 이번처럼 우왕좌왕 한다면 금세 그들에게 당하고 말 것입니다."
수현의 말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졌다. 수현은 못 들은 척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부터 모든 수업이 풀가동으로 진행됩니다. 땡땡이, 엄히 처벌하겠습니다.
결석, 조퇴, 지각. 이유 없인 절대 안됩니다. 여러분들의 목숨과도 연관 있는 겁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한 여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수현은 말하라는 듯 여학생을 바라보았다.
"자퇴는요?"
그 학생의 말에 수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졌지만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여러분들의 학교 내즈닌이 뱀파이어 따위에게 당해야 겠습니까?"
장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흥분한 학생들은 쉽사리 가라앉지 못하였다. 아리느만이 침울해져 있을 뿐이었다.
***
종인이 기지개를 켰다. 벌써 일주일째 풀 수업이었다. 심지어 보충까지 있었으니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듣던 그에겐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리느인 그는 이곳저곳 순찰도 돌아야 했고,
아침 일찍 선도일도 해야 했다. 정말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지경이었다.
"어이쿠야, 벌써 힘드세여? 아리느 관둬야겠네여."
옆에서 같이 보충하던 세훈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든 종인은 세훈을 흘겨봤다. 아리느에선 선배라며 요즘 자꾸
기어오르는 세훈이었다.
"까분다, 너."
"까분다녀? 난 진심인데. 그 정도 체력으로 뭘 하겠어여."
실제로 세훈은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는데도 상당히 멀쩡해 보였다. 종인은 그런 세훈을 흘겨보다 말했다.
"너, 형 묘지에 다녀왔어..?
![[EXO/징어] 비밀의 학교 <내즈닌메래니> - 4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0/3/403faf8e3419884f06c4396cb9789d20.jpg)
"...아뇨. 못 다녀오겠어요. 울까봐."
언제 장난 쳤냐는 듯 표정에서 진지함이 묻어 나왔다. 종인은 그런 세훈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 수업에 집중했다. 옆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종인은 애써 모른 척 했다.
***
교장실 안. 민석은 수현과 마주보고 서있다. 소파에 앉아있던 수현이 앞자리를 가리켰고 그제야 민석은 자리에 앉았다.
갑작스런 두통을 느낀 민석은 인상을 쓰며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난.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고 생각해."
수현의 말에 민석은 놀란 기색조차 없었다. 이미 알고 있던 듯.
"너도 그렇게 생각했지?"
"못한 것은 아니죠. 아리느가 돌아온 줄 몰랐을 그들이 10명씩이나 왔었으니까."
민석은 10명을 10명씩이라 표현했다. 고작 10명도 안 되는 그들이 민석에게는 씩이나 이었나보다.
그건 수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 다면 내즈닌은 단 3명만으로도 박살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제프나 아나인이었다. 아리느는 그들이 10명이 온대도 벅찼다.
"그래. 그래서 그 스파이를 잡으려 해."
"...루한이를 의심하는 겁니까?"
민석이 수현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어쩐지 이곳에 왔을 때 루한이 안보였다. 같은 기숙사장이라 매일 같이
불려왔었는데 말이다. 저번 기사 사건도 역시 아나인 책임인데도 불구하고 아제프인 루한까지 불려왔었다.
수현은 민석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내포한 행동이었다.
"응. 아직 심증뿐이지."
"그런 애 아닙니다. 절대로. 제가 믿는 사람입니다."
"네가 믿었던 그 학생도 나가서 그 사단이 났지. 그래서 요즘 교문이 얼마나 바쁜지 알아? 4명을 돌렸는데도
들어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부족할 지경이야."
민석은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수현은 만족한 듯 말했다.
"스파이를 찾아내도록. 김루한 위주로."
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뒤 교장실을 나왔다.
![[EXO/징어] 비밀의 학교 <내즈닌메래니> - 4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3/c/7/3c77d5d67d2535e2c375b517b57db9bf.jpg)
그리고 무너져 내렸다. 교장실 문에 기대 쪼그려 앉아 생각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로 루한이 이상하긴 했다.
쓸데없이 나가는 일이 잦았고 비밀도 많아졌다. 그래, 수상쩍은 부분이 한 두 가진 아니었다. 그러나 민석은
계속 루한을 믿었다. 유독 더 아끼던 후배인 백현이가 그렇게 된 것은 충격이 컸을 테니까. 그리고 마음을 열었던
동생들이 기억이 지워진 채 강제 퇴학을 당했으니까.
민석이 일어나 천천히 걸었다.
여전히 루한을 믿는다. 하지만 의심하는 것이 좋겠지. 너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에도 내가 너를 더 믿게 되는 것에도.
***
"손 똑바로 안 들어?"
종대와 찬열이 학생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무릎꿇고 손을 들고 있다. 그 앞에는 루한이 서 있었다.
"아니 혀엉, 들어봐 내 말."
"입 닫아."
"거봐. 형은 내말 들어 줄걸?"
"둘다 입 안 닫아?"
종대와 찬열은 루한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서야 입을 싹 닫았다. 루한은 그들을 쳐다보다 말고 그들이 쳐 놓은
사고를 보았다. 드럼과 기타, 피아노가 아제프 특수계반에 놓여 있었다.
"저거 왜 해놨어 김종대."
"나느은, 애들이 계속 수업만 하니까 의욕이 없어 보이기에, 뭐가 좋을까 하다가,
원래는 수영장 소환하려 했는데, 운동장은 아나인반 애들이 쓰고 있고, 그래서 그냥 간단하게 악기만.."
(종대/서머너 :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소환할 수 있는 능력. 단, 고생물일수록 체력이 많이 든다.)
루한의 표정이 완벽히 굳어지고 나서야 종대의 입이 멈췄다. 찬열은 종대를 타박했고 루한은 그런 찬열에게 물었다.
"너는 신입생인 주제에ㅋㅋㅋ왜 시끄럽게 연주했어?"
"이씨.. 놀리지 마! 그리고 그건, 김종대가 이미 소환은 했고, 썩히면 아깝잖.. 은건 아닌데. 그냥 버려진 악기가 불쌍해.. 보인 것도 아니고.."
"오빠 저것들 더 혼내."
여주가 지나가며 얄밉게 말했고 루한은 그런 그녀를 불러다 무릎꿇고 손들고 있는 둘 옆에 세웠다.
"난 왜?"
"넌 피아노 왜 쳤어?"
"크흠, 음.. 난 아나인 반이라 이만!"
"너 어차피 지금 체육시간인데 아프다 핑계대고 온거지?"
루한이 정곡을 찔렀는지 그녀는 말이 없었다. 슬금슬금 멀어지는 그녀의 망토자락을 잡은 찬열이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는 하나다. 아리느니까. 너도 같이 벌 서."
결국 그녀도 같이 벌서고 있다. 무릎 꿇고 손들고 있는 아리느 두 명. 일어서서 손들고 있는 아리느 한 명.
충분한 구경거리 였다.
***
학생들은 점점 나태해져 갔다.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그들이 안쳐들어온지. 원래가 텀이 좀 길던 그들이지만
이번 침입 때는 너무 싱겁게 끝난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런 와중에 아리느만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었다. 같잖은 핑계와 이유를 만들어가며 자신들도 나태해 졌다간
그때의 대참사가 다시 재연될 것 같았다.
"종인이 좀 쉴래?"
여주의 말에 졸고 있던 종인이 눈을 번쩍 떴다. 그녀는 그런 종인을 보며 웃었고 종인은 민망한 듯 괜히 머리를 만졌다.
서쪽에서 하품을 하던 세훈이 말했다.
"괜히 교장쌤이 겁줬어여."
"응. 생각보다 약하던데?"
"그건 모르지. 솔직히 나 염화력 발동되면서 걔들도 엄청 놀랐을걸?ㅋㅋㅋ"
찬열의 말에 세훈과 여주도 웃음을 지었다. 감시탑의 사방위에 서있는 그들. 찬열이 말했다.
"그때, 그러는 게 아니었어. 낮에 했어도 됐는데."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해."
그녀가 기지개를 켰다. 동쪽에 있던 그녀가 앞을 보며 말했다.
"해 뜬다."
그곳으로 해가 뜨고 있었다 해가 완벽히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야 그들은 감시탑에서 내려와 잠깐의 잠을 청하러 간다.
***
"그만 따라오지? 언제 까지 따라올 생각이야?"
루한의 말에 나무 뒤에 숨어있던 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루한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으며 그런 민석을 아니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EXO/징어] 비밀의 학교 <내즈닌메래니> - 4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a/0/5a0a819274dcd7bd13379fd1ebfb336d.jpg)
"언제부터 남자한테 취미가 있으셨나?"
민석이 인상을 구겼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같이가."
"싫어."
"같이 가자고."
"싫다했다- 돌아가라 밤이다."
루한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민석이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런 민석을 가만히 보던 루한이 될 대로 되라는
듯 걸어갔다. 민석은 그 뜻을 알아차리곤 옆에서 걸었다.
"어디가는거냐?"
"조금 멀리."
"결계너머?"
(내즈닌이 처음 지어졌을 때, 결계술사가 결계를 만들어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었다.)
"아니. 그 쯤."
루한이 걸음을 멈췄다. 민석 또한 멈춰 섰다. 나무를 더듬더듬 거리던 루한은 뭔가를 찾은 듯 그곳을 꾹 눌렀다.
나무가 네모나게 움푹 패여 들어갔고 그 냥 숲만 펼쳐져 있던 허공에 문이 하나 생겨났다. 민석은 신기해하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루한을 따라 들어갔다.
작고 검은 공안이었다. 테이블 하나와 마주보듯 있는 의자 두 개. 그 중 한 의자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루한은 익숙한 듯 그 사람의 맞은편에 앉았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그 사람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조차
구분이 가지 않았다. 민석은 그 사람을 주시했다.
"...민석."
그 사람이 민석의 이름을 말했다. 로브에 쌓여 답답하게 들리는 목소리로는 남자였다.
"응."
루한이 대답했다.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남자가 말했다.
"미안해요. 의자는 하나뿐이에요."
그 말에 민석은 괜찮다며 손사래 쳤다. 남자의 웃음소리가 작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이내 뚝 그친 웃음소리.
민석은 긴장했다.
"왜 또 온 거지?
"난 정확히 알고 싶어."
"...나는 더 해줄 말이 없어. 미래는 뒤바뀌는 거니까."
"네가 그랬잖아. 곧 평화가 찾아 올 거라고."
"글쎄다. 뒤죽박죽이라서 말이야."
민석은 모를 말들을 둘은 주고 받았다. 민석은 교장실때처럼 알수 없는 두통을 느끼며 테이블을 짚었다.
요즘들어 악몽도 자주꾸고 머리도 자주 아픈 그였다. 현재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여간 많은게 아니었다.
인터뷰에 응한 자도 찾아야 하고, 선도도 해야 하고, 기숙사장으로서 이것저것 할 일도 많고, 수업도 들어야하고.
루한은 잠시 민석을 살폈다.
"어디 아파?"
"아니. 괜찮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있어. 곧. 그들이 들이 닥칠거야."
"...언제?"
"조만간. 그리고."
남자가 민석 쪽을 보았다. 민석이 잠시 움찔했다.
"몸조심해요. 지킬 사람이 많잖아요. 그리고 최측근을 믿어야죠.
누굴 믿게?"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루한이 테이블을 박차며 일어났다. 남자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루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 진짜..!!"
"난 내가 보고 듣는 것만 말해주는거야."
"그렇게 빙빙 돌리지 말고 딱 한가지만 말해줘."
"들어보고."
"김민석이 위험한거야..?"
그 말에 민석이 흠칫 놀랐다. 로브를 쓴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기 하기 나름이지. 볼일 끝났으면 나가."
루한과 민석은 쫒기 듯 나왔다. 문이 닫혔고 움푹 패여있던 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문도 사라져 버렸다. 민석은 신기해 하며 그곳을 걸어다녔다. 그저 평범한 곳이었다.
민석이 멍한 루한의 등을 치며 물었다.
"누구냐? 친한사람이야?"
"뭐, 그냥 아는 사람."
"그건 뭐래, 무슨 능력인데?"
"미래시."
(미래시 :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
민석의 올라갔던 입꼬리가 경직되어 내려왔다.
"몸 조심해라. 틀린 적이 없는 놈이야."
민석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측근을 믿어라.
루한을 믿으라는 말이겠지.
| 안녕하세요? |
안녀하세요 제로콜라입니다!! 하앍..로멘스를 쓰고싶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아니다.. 그래도 쓰고 싶다.. 이야기가 산으로 갈 것 같다.. 후... 딜레마 장난 없네요ㅠㅠ 나도 꽁냥거리고 싶다!!!!ㅠㅠㅠㅠㅠㅠ
암호닉입니다!! 정동이/김종이/안녕/조로/가나초코/세젤빛/크런키/매매/성장통/붕붕이/크림치즈/조니니 ㅎㅎㅎㅎ난 그대들이 좋아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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