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노력들이 무색하게도 종인이의 숨은 끊어진 듯
옅게나마 들리던 숨소리가 멈췄다.
"아니야.. 아닐거야.. 안돼.. 왜... 왜그래..종인아..?
장난이지? 장난치는 거지..? 나 재미없어.. 빨리 일어나봐.. 응..?"
몇번이고 흔들었다. 몇번이고 종인이의 이름을 불렀다. 계속해서 불렀지만 종인이는 대답이 없었다.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
내가 일어나면, 종인이가 전처럼 선배라 부르며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내가 일어나면, 레이오빠가 전처럼 민석오빠랑 투닥거렸으면 좋겠다.
내가 일어나면, 경수가 전처럼 찬열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으면 좋겠다.
내가 일어나면, 백현이가... 백현이가 전처럼..
나를 자기라고 부르며 나를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
3년전
아리느 기숙사. 민석의 방에 모두가 모였다. 다들 즐거운 듯 보였다.
"아 형은 좀! 허브티가 좋다니까 허구한 날 핫초코야!"
"형한테 말하는 버릇 좀 봐라? 군기 잡아?"
웃으며 말하는 루한에게 백현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핫초코도 좋아. 달달하니.ㅋㅋㅋ"
"그렇지만 형. 우린 허브티가 짱짱이에여ㅋㅋㅋ"
세훈의 말에 루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다음엔 허브티로."
"왜 모이라 한건데?"
민석의 말에 루한이 그제야 생각난 듯 소파에 깊게 기댔던 상체를 앞으로 내밀며 은밀하게, 비밀을 속삭여 주듯 말했다.
"그냥."
루한의 말에 긴장하던 아리느가 헛웃음을 지었다. 여주는 다시 백현의 어깨에 기댔고 세훈은 쯧. 혀를 찼다.
핫초코를 마시며 콧노래를 부르던 백현이 여주를 보며 말했다.
"자기야. 우리 곧 100일이다! 날짜 세고 있었지?"
그말에 여주가 조금 망설이다 '그러네.'- 대답했다. 망설였다며 찡찡거리는 백현의 머리를 밀어버린 여주는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알고 있었지! 내가 그걸 모를까봐?"
둘이 닭살돋게 하지 말라며 찡찡거리는 종대였고 백현과 여주의 대화를 따라하는 찬열이었다.
그들은 평상시 처럼 즐겁고 유쾌했다.
***
"아- 선배님-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안 돼."
"저 졸업 못하면 책임지실 거에요? 네-?"
종인의 애교 아닌 애교를 받으며 여주는 점점 남감한 표정을 지었다. 종인은 요 근래들어 아리느의 주위에서만
복장을 불량하게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리느라는 동경의 대상에게 얼굴과 이름을 낙인 찍히기 위함이었다.
수많은 사람중에 하나가 아닌 좀 비중있고, 문득 생각이라도 나는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의 학생부를 더럽히고 있는 중 이었다.
"너 졸업 할 만큼은 돼."
"아아 선배님- 제가 사탕 사드릴게요!"
"아 돼써! 몰라!! 가!! 가 임마!!"
"ㅋㅋㅋㅋ네- 사탕 사드릴게요!"
"그래.."
기가 빨려 힘 빠지게 대답한 여주는 근처 벤치에 앉았다.
"종인이가 요즘 아주 발악을 하네. 이름도 외웠어.ㅋㅋㅋ"
종대가 옆자리에 앉았다. 종대의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는 여주. 종대는 퀭한게 피곤해 보였다.
"너 얼굴이 왜그래.."
"얼굴 지적 하지마."
"뭐래. 피곤해 보여서 물은 건데. 괜히 찔림?ㅋㅋㅋ"
"아니거드은!!"
"어우 김종대 찡찡대는 소리."
종대가 들으라는 듯이 더 찡찡거리니 여주는 그냥 그를 씹었다. 종대도 찡찡거리는 것을 멈추고 입을 닫았다.
곧 여주를 보며 물었다.
"요즘 피곤해?"
"니 몰골로 묻지 말래? 적어도 너 보단 안피곤 해."
"힘든일 있으면 말해. 들어줄게."
"없어. 없어. 없거든?"
"꿈 때문에 그래?"
"....."
게속 대꾸해 주던 여주의 말이 멈췄다. 그녀가 대답할 때까지 종대는 발장난을 치며 기다렸다.
"응. 꿈자리가 요즘 자꾸 사나워."
"왜? 뭔 꿈인데?"
"그냥, 내즈닌이 피에 뒤덮이는 꿈."
"ㅋㅋㅋ개꿈이야! 걱정마! 우리학교에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는
염수력 애들이 다 씻어 줄거야!ㅋㅋ"
"ㅋㅋㅋ그러겠지!"
한결 기분이 좋아진 듯 여주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너 기분 좋아진 것 같으니까 가봐야지! 나 사실 교무실 가는 중이었엌ㅋㅋ"
"아 멍청아! 말을 하지!"
"ㅋㅋㅋ나 간다-"
"응! 빨리 가봐!"
종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벤치에 앉는 그녀의 시야에 백현의 신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신발은 그녀와 그의
커플신발이라서 한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큥아!"
"자기. 나 또 질투 날려해. 맨날 나 없을 때 찐쫑따랑 있어?!"
"뭔 소리야. 다른 사람하고도 있어."
"어어? 또 밀당하지? 그래 너 그래라. 나도 딴 여자.."
"만나 봐. 어디한번."
"가 어딨겠어. 난 자기뿐이얗ㅎㅎㅎ"
백현의 애교에 오늘도 넘어가는 여주였다. 백현이 한발자국 다가왔다. 앉아 있는 여주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더 가까워진 둘 사이. 백현이 씨익 웃는다.
![[EXO/징어] 비밀의 학교 <내즈닌메래니> - 7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8/d/78dbd3de5d04f532bf1270e49528e2f8.gif)
"근데 자기야 오늘따라 더 이쁘다? 완전 내 여자인데?"
"작작해라. 소름 돋는다..."
"ㅎㅎㅎㅎㅎ찜해놓고 가야지!"
살짝 입을 맟춘 백현이 여주를 한번 꼭 끌어안더니 공간이동으로 사라졌다.
벌써 열댓번은 더 당한 여주는 해탈한 듯 학생부를 챙겨서 복도를 빠져나갔다.
무슨 짓을 해도 싫지 않은 그가 밉지도 않다.
***
단정한 차림의 아리느는 교내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선도를 하기 위함도 있었고 내즈닌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었다.
아나인과 아제프는 그런 아리느를 선망의 대상을 보듯 대했다. 존경어린 눈빛과 깍듯한 태도로 늘 그들을 바라봤다.
"안녕하십니까!"
후배들의 인사를 받으며 여주가 지나갔고 그 후배들 중엔 종인이 있었다.
"선배 안녕해요?"
"갈 길 가라."
"요즘도 백현선배랑 사이 좋죠? 전 둘이 잘 되길 빌어요!"
"뭔 심보래;;;"
"변태인가봐;;;"
종인의 친구들이 종인을 까댔지만 종인은 아랑곳 않고 계속 말했다.
"백현선배랑 오래가요! 선배 힘들게 하면 말해요."
"ㅋㅋ그래 종인아. 공부 열심히 하고!"
"우와! 이름 아시네요?ㅋㅋㅋ네! 가보겠습니다!"
종인과 헤어진 여주가 갑자기 달렸다. 그 앞에는 민석이 있었다.
"선배! 아니 민석오빠!!"
여주의 부름에 민석이 돌아봤다. 바빠 보이는 그를 멈추게 한 그녀는 대뜸 민석의 손에 막대 사탕을 쥐어줬다.
"쉬엄쉬엄해요.ㅎㅎ 그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맛.ㅎㅎ"
애교섞인 말과 함께 맑게 웃은 그녀가 민석을 지나쳐 걸어갔다. 남겨진 민석 역시 맑은 웃음을 지었다.
"형! 민석이형!!"
갑작스런 부름에 사탕을 까던 민석이 뒤를 돌아보았다. 레이가 달려와 민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 반동으로 인해 사탕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아련히 보던 민석은 뭐냐는 듯 아직까지 숨을 몰아쉬는 레이를 째려보았다.
"형형, 징어말이에요! 오징어! 무슨 반이에요?"
"징어가 누군데."
"형은 학생회장이 그것도 몰라요?!"
민석은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어깨에 있는 레이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사탕을 집어 들었다.
잠시 삐끗한 레이가 다시 민석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아 좀! 의형제 좋다는게 뭔데요?! 징어가 무슨 반인지만 알아주세요.."
"의형제는 니가 맘대로 한거지."
민석이 다시 떨어진 사탕을 주우며 말했고 레이는 더 애절한 눈빛으로 부탁했지만 이미 사탕을 2번이나 떨군 민석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쿵쾅거리며 갈길 가는 레이.
애같은 그의 행동에 웃음을 지은 민석이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로 돌아온 민석은 장부를 펼쳤다. 전교생의 신상명세서가 전부 적혀있는 학생부였다. 물에 헹군 사탕을 입에 문
민석이 장부를 들여다 보았다.
"600명 중에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
아나인. 레이의 기숙사 앞. 민석이 노크를 했다. 금방 문이 열렸다.
"왜요."
아직도 뚱한 건지 툴툴 거리며 왜 왔느냐 물어왔다. 민석이 조용히 들어와 문을 닫으며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건네줬다.
그 사진 안엔 여학생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레이는 받지도, 보지도 않은 채 여전히 툴툴 거렸다.
"뭔데요."
"잘 봐봐."
민석의 말에 그제야 들여다 보는 레이. 레이의 눈이 커졌고 민석은 미소를 띤 채 물었다.
"얘야?"
"...네! 네!!! 맞아요!"
"그래 니가 말한 그 징어. 아제프 특수계반."
"아제프 특수계반이면..아리느 몇 명 거기 있지 않아요?"
"뭐하게?"
"친해지게 해달라고 부탁하러요! 안녕!!"
레이가 신이나서 방을 나섰다.
민석은 그런 레이를 보며 웃음을 짓다가 제 손에 들린 사진을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얹어 놓았다.
***
백현이 신이나서 뛰어 다녔다. 생전 처음보는 학생에게 대뜸 공간이동으로 나타나 놀래키질 않나,
바삐 뛰어가는 세훈을 불러다가 귀에 대고 우리 내일 백일..- 이라고 속삭이질 않나.
"그렇게 좋으면 졸업하고 나가 살아라 그냥."
"ㅎㅎㅎ그럴까?"
입이 찢어져라 웃는 백현은 벌써 신혼집이라도 차리 듯 결혼행진곡을 흥얼거리며 찬열을 지나쳤다. 찬열이 혀를 내 둘렀다.
그럼에도 입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쌤쌤!! 타오 쌤! 저희 곧 100일이에요!!"
"어어 쌤 바빠 아라써.."
"쌤~ 수호 쌤!! 저희 100일!! 내일!!"
"어 축하해.ㅎㅎ"
"크리스 쌤!!! 저희 100일이 코앞이에요!!"
"수업 빼먹으면 혼날 줄 알아."
으름장을 놓는 크리스에 조금 사그라든 백현은 곧 제 눈에 띄는 사람마다 놀래키며 100일이라고 상기시키며 다녔다.
***
후에 대 참사라고 일컬어질 그 사건은 여주와 백현의 100일 날 터졌다. 감시탑에 앉아 케이크를 나눠먹고 있는
종대, 찬열, 여주, 백현, 세훈. 100일 기념으로 오랜만에 모인 그들이었다. 민석과 루한은 아리느의 일로 바빴다.
동아리 회장과 부회장 역을 맡고 있어서 인지 지금 모인 이들보다 배는 더 바빴다.
"아쉽다. 오빠들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대신 나 있잖아여ㅎㅎ"
"꺼지고ㅋㅋㅋㅋ 100일인데 뭐 없냐?"
"줄건 없고.. 이거?"
찬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현과 여주 사이로 리플렉터가 쳐졌다. 백현이 놀라며 그것을 내리쳤고 고통은 배가 되어 돌아왔다.
손을 흔들며 아픔을 삼키는 백현이 찬열을 노려봤다.
"미쳤냐? 안 없애?!!"
"나이스 박찬열-!"
종대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케이크를 먹는 찬열은 누가 봐도 얄미워 보였다. 그러나 누구하나 그런 찬열을 욕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현과 여주마저 찬열을 보며 웃을 뿐이었다. 그때 먼 숲속에서 높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여주가 일어나 서쪽 숲을 바라보았다.
"백현아 공간이동."
모두를 데리고 백현이 소리가 난 서쪽 숲으로 공간이동 했다. 그곳에 갔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끝나고 난 후였다.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참는 여자 한명과 쓰러져 있는 남자 한명. 그리고 저 멀리 도망가는 뱀파이어 하나.
여주가 쓰러져 있는 남자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백현이 막아섰다. 종대가 그를 살폈고 그는 숨이 끊어진 듯 보였다.
"얼굴 돌려봐.."
"못하지 멍청아.."
백현은 공간이동으로 루한과 민석을 데려왔다.
"뭔데?"
100일기념 서프라이즈인가 하고 입꼬리를 올렸던 민석이 주위를 두리번 거렸고 곧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올라갔던 입꼬리가 내려왔다.
"저 여자는 누군데?"
"확인 못했어."
민석은 여자를 보던 눈을 돌려 죽은 남자를 보았다. 이내 아리느를 뒤를 보내고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레.. 레이?"
"아는 애냐?"
루한의 물음에 민석은 대답조차 못한 채 싸늘해진 그를 바라보았다.
"레이 형이라고?"
종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정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은 레이가 징어에게 고백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찬열은 여주의 눈을 가려주었고 세훈은 싸늘하게 말했다.
![[EXO/징어] 비밀의 학교 <내즈닌메래니> - 7화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7/5/075cb61be60840fa9f19052762b50cff.gif)
"조심해요 25마리."
우선 백현은 징어와 아리느와 함께 운동장으로 공간이동 했다. 이미 이곳은 쑥대밭이었다. 운동장은 피바다였고
군데군데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만한 학생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진동하는 피냄새에 미친 듯 뱀파이어들은 더 날뛰었다.
찬열이 리플렉트를 사용했다. 부딪힌 뱀파이어가 나가 떨어졌고 뱀파이어를 퇴치 할 줄 모르는 그들은 쓰러진 뱀파이어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다시 일어난 뱀파이어가 달려들었지만 찬열의 리플렉트 때문에 나가 떨어졌다.
"이거 뭐 어떻게 해야 되?"
종대는 되는 대로 다 소환했다. 마늘, 양파, 십자가, 은수저. 그 중 효과는 은수저에서 나타났다.
"영화가 다 허구는 아닌가 보네."
은수저를 던진 종대는 은장도를 소환했다. 그리고 망설였다. 미친 듯이 피를 갈구하는 그것의 모습은 짐승이었지만
겉모습은 사람이었다. 종대에게서 칼을 뺏은 징어가 그것의 심장을 찔렀다.
"징어야.."
민석의 부름에 징어는 뒤를 돌아 민석을 보며 말했다.
"왜 이리 늦었어요? 왜 이리 늦은건데..? 다들 뭐 했어요? 당신들이 아리느 맞아요?
내즈닌 보호가 아리느의 임무 아니었나? 우리 선도만 하면 끝이에요?!!"
은장도는 어느새 민석의 목에 위치했다. 세훈은 징어에게 바인드를 걸었고 칼을 그녀에게서 뺏었다. 그리고 바인드를 풀었다.
징어가 하.. 참았던 숨을 내쉬며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미안한데.. 우린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 이러는 시간에 학생들이 더 다칠거야. 조금 있다 다시 욕 들을게.
미안, 백현아 얘 강당으로 보내. 나머지는 따라와."
민석은 아리느를 통솔해서 이동했다.
작전 장소에서 민석은 아리느를 한명한명 쳐다보았다.
어쩌면 이번 전투로 소중한 것을 잃을 것만 같다.
그게 나이든 너희들이든.
다음편에 과거가 이어집니다.
허
| 암호닉 확인하세요! |
정동이/김종이/안녕/조로/가나초코/세젤빛/크런키/매매/성장통/붕붕이/크림치즈/조니니/ 엑소영/뭉구/휵휵/체리/종구꺼/계란과자/죽지마 (오늘도 역시나 분위기가 안좋다.. 언제쯤 좋아지려나..ㅠ 사랑해요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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