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나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내 고백 받아줬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종대의 입 속에서 맴도는 말이였다. 그 마음에는 다른 사람을 담아놓고, 나에게는 더 다가오지 말라고 장벽까지 쳐놓고, 왜 그 장벽을 부수는 일을 나에게 떠넘겨요... 어떤 날은 피곤한 얼굴을 한 그를 붙잡고 한없이 따지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상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 후에 있을 이별이 종대는 아직 너무 두려웠다. 제 아저씨 없이 살아갈 삶을, 아직 종대는 원하지 않았다.
오늘도 그는 느지막히 퇴근해서 피곤하다며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 것이다. 같은 침대에 자는 걸 불편해한다는걸 안 뒤로는 몰래 거실에서 잠들곤 하는 종대를 그는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그가 돌아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다 그가 돌아오면 그의 와이셔츠 자락에 남은 립스틱 자국을 보며 가슴을 쥐뜯는 종대를 그는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사실은 종대도 알고 있었다. 그는 종대를 사랑해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종대의 배경을 사랑한 것이었다. 알면서도 종대는 그걸 막을 생각도 못 했다. 자신에게서 돈이 사라지면 아저씨도 사라질까봐. 그와 동거하면서 가정부처럼 집안에만 쳐박혀있어도 종대는 괜찮았다, 매일 그만 볼 수 있다면. 하지만 더러운 욕망은 만족할 줄 모른다. 같이 살기만 하면 소원이 없을 줄 알았는데, 웃기게도 그의 다정함을 바라게 된다. 그의 배려를 바라게 된다. 종내엔 그의 마음까지 탐하고 있다. 종대는 아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보았다.
몸이 좋질 않았다. 눈을 떠 보니 이미 시계는 열 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아침도 못 챙겨줬는데... 띵해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종대는 비틀비틀 일어섰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러움에 다시 침대 위로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지만. 크리스는 이미 출근했을 거고, 오늘은 들어오기 전에 미뤄놨던 빨래를 하려 했는데. 더운 숨을 내쉬며 종대는 다시 몸을 뉘였다. 누가 옆에 있어 줬으면 했다. 이래서 혼자 있는 게 싫었던 건데... 같이 살면서도 혼자 사는 것 만 못하다고 생각하며 종대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무엇을 탓할까, 다 내가 자초한 일인 것을. 그래도, 아픈 것을 핑계삼아 한 번쯤은 그의 다정한 손길을 받아볼 수 있지 않을까, 염치없이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종대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아, 아저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오늘 회식 있는데, 라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바닥까지 내려앉음을 느끼며 하려던 말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넣었다. 나 아픈데... 안 그래도 피곤한데다 회식까지 더해져 피로가 배가 될 크리스에게 투정을 부릴 순 없었다. 오늘은 얼굴 보는 거 포기하고 일치감치 자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말없이 끊어도 그는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오늘 회식 있다는 말을 먼저 꺼낸 이유도 바쁘니까 자꾸 연락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을 거다. 힘이 빠진 종대의 손이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트렸지만 주울 기력조차 나지 않았다. 열이 온 몸을 잠식해가고 있었다.
조각 수준이네여
전 이렇게 짧게짧게밖에 못 올리는게 함정
클첸러들 모여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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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남편한테 이혼 통보 당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