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종대는 한숨을 뱉으며 자신의 왼쪽 손등을 바라보았다. 누가 보아도 손톱으로 죽 긁힌 자국에다가, 살짝 부어올라 제가 봐도 좀 아파 보이긴 했다. 이걸 어떻게 한담, 밴드 붙이면 바로 티 날텐데... 아저씨 얼굴은 어떻게 보지. 입술만 잘근잘근 씹다가 책상으로 엎드려 버렸다.
따지고 보면 학창 시절엔 누구나 다 겪을 일이였다. 친구 물건을 가지고 도망치며 영화 추격자 뺨치게 뛰어다니는 정도는 말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친구가 실수로 종대의 손등을 할퀸 게 문제였다. 귀찮다고 손톱 깎기를 미루던 친구 덕에 종대의 상처는 꽤나 아파 보였다. 보이는 만큼 아프진 않은데, 그냥 조금 따갑기만 해. 걱정하는 친구를 달래며 종대는 웃었다. 보건실엘 가야 할 텐데 야자가 끝난 시각이라 보건 선생님도 문을 걸어잠그고 퇴근하신 지 오래였다. 집에는 약이 없는데... 그렇다고 종대가 약을 살 만한 돈이 있는 것도 아니였다. 필요한 일이 없을 것 같아 돈을 놔두고 다니는 생활 습관 덕에, 종대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교통카드 하나뿐이었다.
"응, 아저씨."
미안하다며 계속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멋쩍게 머리만 긁고 있는 친구를 달래 보내고 나서, 야자가 끝날 때 쯤이면 으레 걸려오는 크리스의 전화를 받았다. 제발, 제발 오늘 야근이여라... 손등에 난 상처를 들키기 싫어 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왜 하필 타이밍도 이런지, 오늘은 크리스가 오랜만에 야근이 없는 날이었다.
"오, 오늘 일찍 퇴근했네요?"
-응. 오늘만. 얼른 와, 보고싶다.
"응...알았어요."
종대는 전화를 끊고 푹 한숨을 쉬었다.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지만... 왜 이런 날에만 걸리는 걸까.
집 앞에 도착한 종대는 문 앞에서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손의 상처는 붓기가 가라앉긴 했지만 완전히 가라앉은 게 아니여서, 손톱 자국이 나 있는 부분이 약간 부풀어올라 어디를 긁혔는지 명확하게 보이는 상태였다. 게다가 아직 딱지도 지지 않아 붉은 피가 그대로 보였고... 잘 숨겨야겠다고 생각한 종대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종대 왔어?"
캐주얼한 옷차림을 한 크리스가 방에서 걸어나왔다. 종대는 계속 신경쓰던 상처도 잊고 다짜고짜 크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아저씨!"
"응, 그래. 오랜만이지, 이 시간에는?"
웃는 얼굴로 종대를 끌어안고 토닥여주는 손길에 종대는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을 주며 크리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항상 야근이다, 회식이다 해서 얼굴 볼 시간도 자주 없었고, 최근에도 얼굴 마주하고 얘기한 시간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말은 안 해도, 종대가 많이 서운할 거라는 걸 아는 크리스는 품에 폭 안겨있는 종대의 가방을 벗겨내고, 겉옷 마이도 벗겨낸 후 안아올려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 위로 종대를 살살 내려준 크리스가 가만히 종대를 내려다봤다.
"...아저씨 피곤해요?"
"괜찮아, 이 정도는."
그렇게 말하고 웃는데, 종대는 왠지 그 피곤이 자기 때문인 것만 같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는 어제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그나마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일하느라 커피를 많이 마셨더니 잠이 잘 안 온다며 종대를 끌어안고 새나라의 어린이는 얼른 자야지. 하며 토닥거려 줬었는데... 아침에 크리스의 안색을 봤을 때 잠을 잘 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게다가 지금은 종대를 기다리느라 일찍 자지도 못하고, 시간은 벌써 열한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 거짓말 한다 자꾸. 나 씻고 올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종대가 크리스의 눈가를 매만지다가 고개를 들어 눈가에 쪽, 하고 뽀뽀했다. 부끄러운지 얼른 욕실로 뛰어가는 모습을 본 크리스가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사랑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종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진짜 모르는 건가? 종대는 제 왼손을 흘낏 쳐다봤다. 물론 크리스가 혹시라도 속상해할까봐 학교에서부터 들키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엔 알아차려주고 걱정해 줬으면 하는 이기심도 존재했다. 너무 욕심 부리는 거겠지, 아저씨 피곤한데. 종대의 눈썹이 팔(八)자로 쳐졌다.
그 와중에도 졸린 듯 천천히 감기는 크리스의 눈을 보며 살짝 웃은 종대가 아저씨 귀여워, 라고 말하곤 크리스의 뺨에 살짝 뽀뽀했다. 그러자 눈을 살짝 뜬 크리스가 제 옆에 모로 누워 있는 종대의 팔을 잡아당겨 이마에서부터 눈가, 콧등, 그리고 입술까지 쪽쪽쪽 입을 맞춰댔다. 아, 아저씨 또 뽀뽀 귀신 도졌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새빨개진 종대가 크리스의 가슴팍에 파고들어가 얼굴을 묻었다. 얼굴 안 보여주겠다 이거지, 크리스가 종대의 머리카락에 살짝 입맞추고 쿡쿡댔다. 우리 종대 귀가 빨개졌네, 얼굴은 더 빨갛겠다.
"아저씨 저리 가봐요, 아, 으어!"
계속 능글능글하게 귓가에 속삭여오는 탓에 크리스를 밀어내다가 아직 다 낫지 않은 손을 꼼짝없이 노출해버렸다. 이 정도면 아무리 눈치 없는 사람이여도 상처난 거 다 알겠다, 망했네. 하고 생각한 종대가 크리스를 올려다봤는데, 예상외로 크리스는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어어? 종대가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는 사이 크리스가 종대를 끌어당기며 장난은 이쯤하고 자자, 라고 말했다.
못 알아챈건가? 왠지 더 묘해지는 기분에 끌어당기는 대로 가만히 안긴 종대가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뽀뽀 더 해줘?"
"아, 아니. 됐어요!"
급하게 부정을 하는 제 모습에 더 웃어버리는 크리스를 보니, 아, 정말로 알아차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대는 가만히 크리스를 바라보다가 자꾸만 씁쓸해지는 제 마음에 일어나 침대헤드에 기대 앉았다. 종대, 아직 안 졸려? 물어오며 저처럼 제 옆에 앉는 크리스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피곤해 보이는 크리스를 얼른 재워야 하는데, 생각해보지만 역시 제 서운한 것이 먼저인 종대는 입을 꾹 닫고 크리스만 바라보았다. 제가 어려서 그런 건지, 크리스처럼 크면 이런 서운한 감정도 무뎌지는 걸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종대 얼른 자야 되는데."
이렇게 말하며 손깍지를 끼려 내미는 손에 본능적으로 손을 포갰다. 그러고 나서야 그 손이 왼손이었다는 걸 깨닫고 종대가 얼른 손을 빼 숨기려 했지만 깍지를 꽉 껴오는 크리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불만 내려다봤다. 흉은 안 지려나... 하고 중얼거리던 크리스가 상처 부위를 살살 손으로 쓸었다. 따가운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종대의 표정을 보더니 상처에 입술을 가져다 대 입술을 대었다 떼어냈다.
"...아저씨 알고 있었어요?"
"방금 봤어."
아... 아까 제가 서운해했던 게 민망해져서 종대는 잠자코 크리스의 어깨에 기댔다. 다시 한 번 상처에 입술을 맞추는 크리스의 눈빛이 속상해 보여서 괜시리 미안해졌다.
"어쩌다 다쳤어."
"친구랑 장난 치다가..."
"넌 정말... 다치고 다니지 좀 마."
어디로 튈 지 모르니까 불안해. 크리스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종대 약 발라 줘야지. 깍지 낀 손에 이끌려 따라 일어나며 종대가 슬쩍 웃었다.
-
음...
패기돋게 시작한 글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무리가 잘 안 되어서 실패.
역시 제 손은 느린가 봅니다...
지금 판 벌려 놓은 클첸만 세개인 것 같은데 그것들도 다 완성을 못해서 ㅋㅋㅋㅋㅋㅋㅋ
끈기없고 똥손인 쓰니를 탓하세요. ㅇ<-< 으엉.
제목은 할 게 없어서... 작명센스 똥이네요 ㅠㅠㅠ 더 좋은 제목 있으면 그걸로 바꿔야겠다.
-암호닉
캣츠, 홍삼, 빵빵, 딸기밀크, 핑구, 뚜비뚜밥, 테이킁, 치킨, 감자튀김, 파파야, P, 비회원, 짱구
제 주제에 이렇게나 많다니 저 징어 쥬금
근데 너무 오래 전에 받은 암호닉들도 좀 있어서... 나타나지 않는 분들이 좀 있으니까
나중에 물갈이 할까 생각중이에요...! 암호닉은 항상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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