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읽고 와주세요 :)
크리스는 가만히 직원들을 태우고 떠나는 택시를 응시했다. 낮에 통화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아저씨,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답지 않게 쉬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늦게 끝난 회식이니만큼 도로는 정말로 한산했다. 크리스는 천천히 주차되어있는 제 차로 다가가 운전석에 올라탔다. 대리를 부르지 않는 이유는 술자리에서 이리저리 요령을 부리며 받은 술잔을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남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싫었다. 제 술버릇을 알기에 더 술을 입에 대기가 싫었다. 좀 더 젊었을 때는 그래도 친구들이랑 밤 늦도록 술을 마신 기억도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까마득한 옛날의 일일 뿐이었다.
집에 도착해 침실에 들어서자 넓지 않은 침실에 열기가 서려 있는 것을 눈치채고 침대로 다가갔다. 색색 내쉬는 숨소리가,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고 느낄 때쯤 손에 닿아온 이마가 불덩이인 것을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저에게 서운한 것을 이런 식으로 표출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넌 이러면 안 돼, 김종대. 크리스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집안을 뒤져 찾은, 한 달 전에 먹고 남은 감기약을 협탁에 올려놓고 크리스는 종대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봐."
"으...? 으응..."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제 앞의 사람이 크리스라는 건 인지했는지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을 일으키려고 들썩거리지만 열이 잠식한 몸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크리스가 대신 일으켜 앉혀주자 잔뜩 쉰 목소리로 아저씨... 라고 부른다. 순간 가슴이 욱씬거리는 느낌을 받은 크리스가 멈칫했다. 그래, 크리스는 이 목소리에 약했다. 아픈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크리스를 찾는 이 여린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잔뜩 흔들어 놓는다.
결국 제 손으로 직접 약을 먹여 준 크리스가, 침대 옆에 걸터앉아 제법 심한 감기인지 눕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리는 종대를 바라보았다. 그저 이용하려고 시작한 관계인데 이 소년은 자꾸만 그 관계를 넘어서려 한다. 그리고 그 반동에 크리스까지도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 정도만.
"...어찌됐건, 아프지 마."
크리스가 손을 들어 종대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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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죠 :)
여전히 짧은 글이라 죄송합니다 ㅠㅠㅠ 갈수록 분량이 짧아지네요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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