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쓰다
세훈x준면
w.BM
준면은 방청소를 하던 도중, 어릴 적 찍었던 사진들이 있는 앨범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예전 사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준면은 침대에 앉아 앨범을 펼쳤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당시의 사진들 몇 장을 넘기고 나니, 비로소 준면과 세훈이 서로를 알게 된 유치원 시절의 사진이 나왔다. 준면은 한 장의 사진을 한참이고 보았다. 아마 이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왔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유치원 다닐 때부터 세훈과 준면은 유난히 친했다. 놀이 시간에는 항상 둘이서만 놀았고, 그것이 나중에 커서 사교성을 기르는데 문제가 될까봐 선생님들이 두 사람을 일부러 떼어 놓을 정도였다. 그럴 때면 두 사람은 떨어져 있기 싫다며 큰소리로 울며 꼭 붙어 있곤 했었다. 결국 먼저 포기하는 것은 선생님들이었다. 유난스러운 두 사람을 보며 선생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훈과 준면은 유치원생 때부터 붙어 다녔다.
아마 유치원 학예회를 준비하던 때였을 것이다. 준면과 세훈이 속한 반에는 여학생의 수가 남학생의 수보다 적었는데, 율동을 위해 짝을 정하고 나니 준면과 또 다른 남자 아이 둘만 남아버린 것이다. 결국 선생님은 준면과 남자 아이에게 둘이서 짝을 하라고 했으나, 남자 아이가 싫다며 울어버렸다. 그것을 보고 어린 준면 역시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두 남자 아이로 인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던 찰나, 어린 세훈이 선생님의 옷깃을 잡아 당겼다.
‘선생님, 제가 준면이랑 짝 할게요.’
세훈이 준면의 옆에 섰고, 준면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세훈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세훈은 준면을 보며 활짝 웃어 보였고, 준면은 언제 울었냐는 듯 세훈의 웃는 모습에 같이 웃었다. 눈물을 채 닦지도 않은 채 눈가에 매달고서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보며 웃는 두 아이의 모습이 마냥 귀여워, 지나가던 또 다른 선생님이 보고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초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입학했다. 초등학교 6년 중 3년은 같은 반이었고, 나머지 3년은 다른 반이었다. 막 입학을 했을 때, 두 사람은 다른 반이 되었다. 아마 그 때도 준면은 처음으로 세훈과 다른 교실에 있다는 생각에 영영 못 보는 줄로만 알고 울고 말았었다. 그래서 입학식 사진에서도 세훈은 준면을 달래고 있었고, 준면은 우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2년을 더 다른 반이다가 4학년 때부터 초등학교 졸업까지 세훈과 준면은 같은 반이 되었다.
총 6년의 시간동안 준면의 사진 속에는 세훈이, 세훈의 사진 속에는 준면이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사진 속에서 처음으로 준면과 전혀 울지도 않고 환하게 웃으며 세훈과 같은 프레임 안에 잡혀있었다. 이제 준면은 세훈과 떨어진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중학생이 되어서 두 사람은 계속해서 다른 반이었다. 3년 내 같은 반이 되질 못 해 준면이 서운한 마음을 보이면 세훈은 동아리 활동 같이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며 준면을 달랬다. 아마, 그 때부터 준면을 보는 세훈의 시선이 조금 달라졌던 것 같았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별 차이 없이 비슷하던 체격이 중학생이 되고나니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준면은 세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준면은 그것을 깨달았을 때 엄마에게 놀림 받는 것이 싫어 우유 많이 먹고 키가 클 거라며 다짐했었고, 세훈은 자신이 내려다보는 준면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워 설레곤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세훈이 준면을 챙기곤 했으나, 세훈은 그것에 더한 애정을 담아 준면을 챙기곤 했었다. 물론 준면은 세훈에게 챙김 받는 것이 익숙해져서 모든 친구 사이가 다 이러지 않느냐고 생각할 정도였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 두 사람은 사진 찍을 일이 거의 없어서 사진의 개수는 참 적었지만, 그만큼 기억하고 있는 추억이 더 많아져 준면은 하나의 사진을 보며 연속적으로 기억나는 추억의 더미에 묻혀있었다. 생각해보니 세훈과 나눈 추억들이 참 많았다. 단 둘이서 기차 여행으로 떠났던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 서로의 생일 파티 때 찍었던 사진…… 준면은 앨범을 넘기면 넘길수록 표정이 일그러져만 갔다. 어떻게 된 게 사진 앨범에 저와 세훈의 사진 밖에 없었다.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세훈이 빠지는 사진이 하나도 없었다.
아아.
마지막으로 찍었던, 겨울 방학 때 해돋이를 보러 가서 찍었던 사진을 보는 순간 준면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세어 나오려는 울음을 집어 삼켰다. 사진 속 세훈은 항상 준면을 보며 웃고 있었다. 카메라를 보며 웃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세훈은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그것을 안 순간 준면은 앨범을 탁, 소리 나게 덮어버렸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난 너랑 친구 못해 준면아. 문득 세훈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때는 이해하지 못 했던 그 말을, 세훈이 왜 했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착잡했다.
***
찬열은 자습실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기범의 모습을 보다가,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조용히 자습실의 문을 열었다. 다행이 자습실에는 기범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찬열은 기범의 앞자리에 가 섰다. 공부를 하던 기범은 제 앞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찬열이 내려다보는 물음표 띄워진 기범의 얼굴이, 처음 보았을 때와 달리 마냥 유하게만 보여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찬열은 조심스럽게 등 뒤에 감추고 있던 파란색 캔 커피를 기범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선배랑 같은 동아리인 일학년 박찬열이라고 합니다. 이거, 드시면서 공부하세요.”
기범은 제게 내밀어진 캔 커피와 찬열을 번갈아 보기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한동안의 침묵에 조금 멋쩍어지려던 찰나, 기범이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갑작스러운 기범의 웃음에 더 민망해진 찬열은 기범과 같이 어색하게나마 웃을 뿐이었다. 나 커피 안 좋아하는데. 웃음을 멈추고 기범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에 찬열은 제가 실수했구나 싶어 아차 했다.
“그래도 찬열이가 준 거니까 잘 마실게.”
어쩌지, 하며 속으로 미리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지 못한 제 자신을 탓하던 도중, 뒤이은 기범의 말에 찬열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기범을 보았다. 기범은 미소를 띠운 채로 찬열을 보고 있었다. 기범이 웃는 모양새가 독특하여 찬열은 한동안 기범의 얼굴을 보았다. 종 쳤는데, 반에 안 가 봐도 돼? 한동안 제 얼굴을 보는 찬열로 인해 기범 역시 조금은 민망했는지 시선을 돌리며 찬열에게 말했다. 이에 겨우 정신을 차린 찬열이 황급히 기범에게 꾸벅,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는 자습실을 나왔다. 자습실을 나서는 찬열의 뒷모습을 보던 기범은 입가에 걸린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찬열이 두고 간 캔 커피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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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짧네요ㅎ..ㅎㅎ... 아.. 글 예쁘게 쓰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표현을 조금 더 예쁘게 쓸 수 있을까요... 음... 여담이지만 글 올리려면 항상 컴티로 들어오는데 엔터칠 때마다 탱크디스크 어쩌구 하면서 뜨는데... 세륜... 사라져주세요....젠장. 이거 어떻게 하나요...별별...
이번에는 제가 실수한 거 없겠..죠...? 하, 진짜... 심장이 철렁 멎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답댓글은 글에 대한 질문으로 끝나거나 아니면 제가 내키는대로 합니다. 예를들면 내용이 재밌다던가 그러면 해드려요 ...랜덤! 랜덤입니다. 진짜. 근데 가족의 비밀에서 봤던 것 같은 분들도 해드려요 ...별별... 가족의 비밀 암호닉분들에게 해드린게 이것밖에 없..네요... 제 사랑을 가지세요... 날 가져요...! 어... 그리고 암호닉 순서는요.. 신청하신 순서라 뭐, 크게 영향 받거나 그러진 않아요ㅋㅋㅋㅋ 또한 암호닉에 오류있으신 분^^ 자꾸 댓글에도 오류내시면 짤로서 대응하겠습니다ㅎㅎㅎㅎㅎ사랑하는 독자님이라도 워더,루팡은 안 됩니다ㅎ
아! 빼먹을 뻔 했다. 3편의 제일 마지막 댓글 다신 분! 암호닉 이제 안 받는 거냐고 하셨던 독자님,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게 캡쳐본과 함께 암호닉 신청해주시면 받을게요! 이제 진짜 끝!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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