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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범권] 학교,집,학교,집 03 | 인스티즈


[범권] 학교,집,학교,집 03




형이 들어왔던 시간 이후로는 그냥저냥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다른점이 있다면 복도에서 마주친다거나 형이 우리교실 앞을 지나가는 일이 생기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인사하고 간다는 것, 그 두 개였다. 덕분에 그 때마다 여자애들이 자신을 보러온거라고, 저 쌤 우리반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정작 나는 고개만 흔들어서 인사를 했다. 형은 쉬는시간마다 우리 교실 앞을 지나갔다. 교생인데도 저렇게 바쁜가. 우리 담임선생님 따라다니느라 바쁜건가? 우지호도 나랑 같은생각인지 저 형은 쉬는시간마다 학교 한바퀴씩 도냐? 하고 툴툴거렸다.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한 것이 내 교실은 3층, 우리 층에는 교실밖에 없는데 형이 굳이 올라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쉬는시간마다 보면 나야 좋지만. 순간 스쳐간 생각에 얼른 폰을 꺼냈다. 설마.



[형]

[민혁이 형ㅇ]

-[왜?ㅋㅋㅋ]

[혹시 착각일 수도 있는데]

[쉬는시간마다 오는거]

[저보러 오는거에요?]

-[당연하지]

-[설마 몰랐어?]

-[ㅠㅠㅠ]

[와ㅋㅋㅋㅋ]

-[진짜 몰랐나보네]



와..설마했던게 진짜로 드러나니까 놀랍다. 이건 설마가 사람 잡는게 아니라 사람 놀라게 하는 경우인 것 같다. 내가 휴대폰을 보다말고 와,하면서 고개를 들자 우지호가 무슨 일이냐는 듯 쳐다봤다. 야. 왜. 형이 왜 올라오는지 이제 알았어. 설마 너 보러 온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맞는데? 우지호가 이해안된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괜히 뭔가 뿌듯해지는 기분이었다. 놀려주고 싶어서 부럽지, 하고 웃으니까 더 이해 안된다는 표정으로 날 봤다.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두고 싶을만큼 웃긴 표정이었다. 손으로 지호의 얼굴을 가리키며 큭큭거리면서 웃으니까 우지호가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오늘 점심은 존나 맛없어. 식판을 깨끗하게 비워놓고는 우지호가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너 다먹었잖아. 그렇긴하지. 매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고 운동장으로 나왔다. 5월의 햇빛이 따뜻한 듯 쌀쌀한 듯 운동장을 비춰주고있었다. 형은 뭐할까. 하늘을 올려보다가 문득 형 생각이 났다. 교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자 지호가 지겹다는 듯 민혁이 형?하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익숙한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 번 갔을까, 세기도 전에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권아, 왜?"]

"갑자기 형 생각나서요."

["너무 솔직한거 아냐?"]



기분 좋은 형의 웃음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렸다. 따라서 기분이 좋아졌다. 권아 지금 어디야. 왜요. 갑자기 너 보고싶어서. 내가 할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상한게 형이 왜 웃은지 알 것 같다. 지호랑 운동장이요.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먹고 있는 지호를 슬쩍 보고 말했다. 금방 갈테니까 지호 보내고 거기있어. 또 나오는 지호의 이름에 지호에게로 또 눈이 갔다. 뭘 봐. 너 먼저 교실가있어. 민혁이 형?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지호는 존나 너무해,하고 보란 듯이 삐친 척 발걸음에 힘을 줘서 걸어갔다. 나말고 친구도 많으면서. 



"지호 올라갔어요 형, 완전 삐쳤어"

["좀 미안하네, 나 지금 가고있어."]

"네에,"



지호가 가니까 옆이 허전해서 괜히 운동장을 한 번 천천히 둘러보았다. 한 편에서는 축구하고 있는 애들이 보이고, 한 편에서는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애들이 보이고, 한 편에서는, 형이 걸어온다. 휴대폰을 귀에서 떼고 다시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는 형이 휴대폰을 쥐고있는 손을 들고 흔들었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형은 한 손에 두 개의 음료수를 들고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유권아 많이 기다렸어? 짧은 순간에 많이 기다렸다고 투정부릴까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까 고민했다. 내 결정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아이스크림 먹고있네, 이거 사왔는데.형이 사온 음료수를 들어보였다. 아 맞아 나 아이스크림 먹고 있었지. 그래도 들고있을게요. 손을 내밀어 음료수를 받아 다른 손에 쥐었다.


"이제야 편하게 본다, 그치."


형과 함께 운동장 주변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있어서 고개만 끄덕여 대답했다. 맛있어? 하는 형의 물음에도 고개만 끄덕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운동장을 천천히 걷고 있던 와중에 저 멀리서 한 명이 뛰어와 인사를 했다. 아직 온지 24시간도 안됐는데 왜 그렇게 유명한건지. 그렇게 여자애들이 좋아할만한 얼굴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형을 쳐다봤다. 형은 안녕,하고 인사를 받아주고는 형을 째려보는 듯 그냥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왜,하고 장난스럽게 물었다. 대답을 하기위해 입에서 아이스크림을 뺐다. 달달한 맛이 입 안에 아직 남아있었다.


"인사 받아주지마요."

"왜?"


내가 왜 말하는지 알고있으면서도 일부러 놀리는 것 같다. 말 끝에 형의 장난기가 가득 묻어있다. 대답을 피하려 아이스크림을 다시 입에 물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이제 거의 다 먹어간다. 형은 내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왜 인사받아주면 안되나며 계속 날 놀렸다. 받아주지말까? 고개를 끄덕이자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클여놓는 듯 쓰다듬었다. 선생님인데 학생이 인사하는 거 안 받아주면 어떡해, 난 애들이랑 잘 지내고 싶어 권아. 내가 무슨 유치원생도 아니고, 왜 저렇게 어린아이 달래주는 것 처럼 말하는 건지. 저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다 녹았다. 다먹은 막대는 손에 들었다. 


"그러면 인사는 받아주고,"

"응, 받아주고?"


이거 뭔가 말하기가 쑥쓰럽다. 대놓고 나 질투해요, 티내는 것 같다. 그러면 형은 나를 또 어린애 달래는 것 마냥 달랠거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말에 뜸을 들이게 되었다. 형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나와 함께 천천히 걸었다. 주변 경치도 감상하고, 내 얼굴도 감상하면서.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하고는 싶은데 말이 안나온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쑥쓰러울까. 



"인사는 받아줘도 되는데, 전화번호는 안돼요."

"응,"

"만약에 수학문제 물어보러오면 너무 잘해주지 말고,"

"그리고?"

"그리고...아니다, 이제 없어요. 끝."

"나 그럼 저것만 지키면 돼?"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지막에 아무한테나 다정하게 하지 마요, 말하려고 했다.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왠지 말하면 멀어질 것 같다는 이상한 위기감이 들어서 말하지 않았다. 저런 말한다고 멀어질 형이 아닌걸 알지만서도. 


"그러면 권아이건 해도 돼?"


혼자 생각에 잠겨있다가 형이 부르는 소리에 멍청하게 고개를 돌렸다. 이건 해도 돼?의 의미는 뽀뽀였나보다. 방금 내 볼에 형의 입술이 들렸다갔으니까. 난 그와중에 뽀뽀도 나말고는 안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로 빤히 보고 있다가 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뽀뽀는 안되고, 이건 돼?"


뽀뽀말고 다른 이거는 아마 키스였나보다. 말을 마치자마자 형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으니까. 분명히 알면서 물어본거야 이 형. 운동장 구석진 곳이라 아무도 지금 형이 내 입 속을 헤집어 놓고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내가 형을 안은 것도, 형이 나를 안은 것도. 


그 시간 이후로는 계속 멍하게 보낸 것 같다. 멍한데 기분이 좋은 그런 상태. 우지호가 말 좀 해보라며 툭툭 쳐도 저리가라고 손만 흔들었다. 책상에 엎어져있다가 샤프 쥐고 다른 생각하다가 쉬는시간에 형이 들러서 인사해주는걸 몇 번 받으니 벌써 마칠 시간이었다.


"징한 놈 진짜 한마디도 안했어."


우지호가 가방을 챙기며 투덜거렸다. 야 잘가. 무심하게 인사하고 지호는 교실을 나갔다. 나도 천천히 가방을 챙겼다. 지호가 빌려준 국어책도 얌전히 넣어두었다. 그리고 가방을 메고 교생선생님들이 모여있을, 안쓰는 교실을 임시로 교생선생님들 교무실로 쓰는 곳으로 갔다. 들뜬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고 빼꼼 보니 어떻게 알았는지 형이 보고 눈인사를 한다. 그리고 조금 있다 문을 열고 나왔다. 뒤로 한 발 물러섰다.  


"가자."


저녁 뭐먹을까. 같이 계단을 내려가던 형이 물었다. 계단에서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거울이 형과 나의 모습을 담았다. 형은 정장을 입고 있고 난 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거지만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먹어요.  집에 뭐 남았어? 그냥 어제 먹던거 이것저것. 집에 있는 냉장고 속을 떠올렸다. 기억대로라면 아직 반찬이 조금 남아있다. 라면도 있고. 주말에 장보러가면 딱 될 것 같다. 혼자 생각한 것이 만족스러워 고개를 끄덕였다.


"형 걸어왔어요?"

"너 학교 갈 때 뭐보면서 가는지 궁금해서."


형은 주차장이 아닌 교문으로 향했다. 오늘 형이 차 가져왔어도 걸어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잘됐다.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지나쳐 학교에서 벗어났다. 혼자 가는 것이 익숙한 길에 형이 있어 편안했다. 오늘 학교 어땠어? 항상 집에서만 듣던 질문을 같이 하교하면서 들으니까 새롭다.



-




안녕하세요

오늘은 뭔가 끝이 애매하네요..

내용도 복잡하고..뭔가.. 죄송해요 ㅠㅠㅠ

범권행쇼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분들 다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항상 댓글 보면서 힘내고 있어요!


암호닉- 망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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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달다류 ㅠ ㅠ ㅠ ㅠ ㅠ ㅠ너무 달달해서 좋아요 ㅠ ㅠ
9년 전
버미궈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감사해요ㅠ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153.112
너무 좋아요:)
계속 연재해주세요!

9년 전
버미궈니
감사합니다 :D
ㅠㅠㅠㅠㅠ계속 좋은글 쓰려고 노력할게요!

9년 전
독자2
아 진짜 후....저 무덤파라고 그러는거죠 그렇ㄱ죠? 분명해... 범권은ㄴ 사랑입니다. 와진짜 .....와......(감탄한다)
9년 전
버미궈니
ㅠㅠㅠㅠㅠㅠ..독자님은 사랑입니다(하트를 날린다) 댓글감사해요!
9년 전
비회원42.90
오마이갓... 요즘 범권에 빠졌는데 이런 글 써주시면 짱 놓네요ㅡㅜㅜ 아 너무 설레... 계속 연재해주세요...♥ 달달해서 짱 좋네요ㅜㅜㅜ
9년 전
버미궈니
ㅠㅠㅠㅠㅠ..♥ 댓글 감사합니다 ㅠㅠㅠ독자님 댓글도 짱좋아용 ㅠㅠ
9년 전
독자3
범권ㅜㅜㅜㅜㅜㅜ범권ㅜㅜㅜㅜ범이가 참 설레게 아주 바람직하게 잘 나오고 있네요ㅜㅜㅜ하이고 설레라ㅜㅜㅜ
9년 전
버미궈니
ㅠㅠㅠㅠ댓글감사합니다ㅠㅠㅜㅠ!!
9년 전
독자4
헐 좋아요... 이런거 너무 좋아요ㅠㅠㅠ 편안한 범권ㅠㅠㅠㅠ 잘 읽고가요..!
9년 전
버미궈니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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