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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여 전체글ll조회 1318l

 

 

 

[두섭] 무제

 

 

 

 

하늘이 맑다. 고막을 찢어버릴듯한 비명소리와 상반되는 맑은 하늘이 그저 원망스러웠다. 처참한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에 따른 자신의 죄책감이 깊은 눈에 담겼다. 나는 대한제국의 적이자 민족에게는 인정받지 못할 신분이었고, 특히나 요섭의 동료들에게는 절대로 인정받아서도, 곁에 있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럴만도 한것이 제 자신은 민족을 등진 친일파의 자식이었고, 원했든 원치 않았든. 따르지 않으면 목숨이 바람에 날려 구석지에 쳐박히는 모래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쳐박혀버릴 것을 아는 두준이다. 가족을 등지고 민족에게 애착이 있던 것도 아니었던 터에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 와중에 만난 요섭은 두준에게 많은 혼란을 안겼다. 제 품에서 웃고 울던 요섭이 가장먼저 생각났고, 그 후엔 자신을 붙들고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이냐며 네가 사람이 맞는 거나며 당장이라도 생을 마감할 것처럼 쓰러질듯 울부짖던 요섭의 모습이 강인하게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항상 안쓰럽게 바라보고 눈에는 미안함이 잔뜩 담겨 요섭을 보던 눈이 이젠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가득 채웠다.

 

 

두준아,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는 이 길을 멈출 수 없어. 네가 날 사랑하는 만큼. 내가 널 사랑하는 만큼. 나의 조국도 내 목숨을 바쳐가면서 지켜야할 것중 하나야.

 

 

언젠가 한번쯤 두준이 요섭에게 위험한 짓 그만해주라며 울며 말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요섭은 단호하고 강직한 얼굴을 하고 진지하게 두준에게 말했었다. 자신이 얼마나 요섭을 사랑하는지 알기에 그마음이 가슴 속으로 박혀들어왔다. 더 이상 두준은 요섭에게 그만하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아무리 요섭에게 이런 말을 한들 요섭은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는 사람인 걸 알았다. 그래서 더욱 잡을 수 없었고, 항상 불안하고 노심초사했다.

 

요섭이 있는 장소에는 항상 두준이 순찰을 했고, 무슨 일이라도 벌이는 날에는 두준이 먼저 알고 그 자리에서 일부러 요섭을 지켜주고 숨겨주었다. 어떻게 해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앞뒤 가릴 것 없이 발벗고 나서는 요섭에 항상 가슴이 저몄다. 그걸 아는 요섭은 두준에게 미안했고, 미안했기에 더 이상 두준의 뒤로 숨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요섭이 제발로 일본 순사에게 두준에게 말도 없이 찾아갔고, 요섭은 그렇게 두준의 눈에서 사라졌다.

 

 

-

 

 

117번. 처리해. 아무것도 말 할 생각이 없어보여.

 

 

두준은 고문관의 뒤처리를 담당했던 때였다. 잦은 구타질로 찌그러진 철제문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문을 연 두준이 문을 닫고 조용히 들어왔다. 그리고 두준은 익숙한 작은 머리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느 순간 고문실에서 만난 요섭은 수척해져 있었고, 두준은 혼란스러웠다. 네가 왜 여기있는 거야. 동공이 흔들렸고, 곳곳에 자리잡은 수많은 멍자국, 피딱지를 본 순간 제가 몸담가왔던 곳이 이런 곳이였구나라는 걸 새삼스레 알아차렸다. 알고 있었음에도 외면하고 쳐다보지 않으려 했던 것이 요섭에 의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런 토악질나는 짓을 하는 것인가. 두준은 요섭을 앞에 두고 희미한 전등만이 빛나는 어두운 고문실에서 하릴없이 울었다. 요섭과 두준. 단 두명만이 존재하는 컴컴한 고문실엔 어느 한명도 나서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먹먹해져오는 가슴을 문지른 두준이 마지막 요섭의 말을 떠올렸다. 그날 컴컴한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웃던 요섭의 모습이 떠올라 두준은 하루에도 수십번 미치는 줄 알았다. 이렇게 가버릴 줄 알았더라면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너와 함께 할 것을 나는 이리도 미련스럽고 내 목숨이 소중해 너를 잃고 말았다. 어느 부분으로 보나 제 자신이 한심하여 한스럽고 원망스러웠다. 이제와서 후회한들 제 몸을 끌어안던 그 작은 몸은 땅 속에 너덜너덜한 시체가 되어 묻혀있었을 것이다. 요섭을 제 손으로 묻었던 날이 생각나 눈물이 다시금 차오른다.

 


두준아, 난 당신이 하나도 원망스럽지 않습니다. 나라를 버렸다 할지라도 당신의 의지가 아닌만큼 당신도 힘들 것이라 생각하였고, 나는 이해했습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을 위해 조국에게는 조국을 위해 이 작은 몸 바치겠습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제국의 아들입니다. 제 소원이 하나 있다면. 나를 이 땅에 묻어주시오. 순사님.

 


한치에 틀림도 없이 그렇게 말한 요섭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희미한 숨을 제 손으로 끊어버렸다. 괴롭게 자신의 목을 옥죄어 고통을 감수하고 쓰러진 요섭의 작은 몸을 부여잡고 한찬을 울었다. 두준은 언젠가 자신도 이 아이의 뒤를 따라가리라 생각했다. 요섭을 들쳐업은 두준이 철제문을 열고 나왔고, 심심한 얘기를 하던 두준보다 직급이 높은 이름모를 일본인이 웃으며 조센징 잘 죽었다며 잔인하게도 웃었다. 두준의 손은 더 이상 피가 통하지 않는다 느낄만큼 하얘졌지만 애써 참고 그들을 지나쳐 요섭을 고이 땅속에 묻었다. 그 위에 국화꽃하나 얻어다 올려놓고, 국화꽃엔 채 스며들지도 못할만큼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

 


두준은 어김없이 한송이의 국화꽃을 들고 평평해보이는 땅 앞에 섰다. 언젠가 요섭이 준비해두었을 관을 요섭의 집에서 가져와 그 속에 작은 몸을 조심히 뉘여놓았었다. 여기에 누가 묻혀있는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평평한 땅 위엔 작은 비석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이곳엔 내 사람이 묻혀 있습니다. 라는 글귀를 가진 비뚤빼뚤하게 새겨넣은 자국에 사람들을 보다가 가끔 국화꽃을 놓고 가기도 했다. 이젠 수북히 쌓인 국화꽃을 슬프게 바라본 두준이 말을 했다.

 


요섭아. 조국에 몸을 바친 너에게 작은 위로를 해주는 사람이 생겼어. 너도 보고 있을 거라도 믿어. 나는… 이제 너의 뒤를 따라가도 되겠지.

 


두준의 눈은 모든 걸 담은 만큼 공허했다. 가족도 버렸고, 이제 내일이면 자신의 목숨따윈 종잇장처럼 찢어져 버릴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마, 오늘 두준은 흰 국화꽃을 빨갛게 물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곧 너의 뒤를 따라갈테지. 나는 이리도 깨끗하게 죽을 것인데. 너는 너무나도 처참하고 잔인하게 죽은 것이 너무나도 미안하구나. 요섭아. 난 너를 만나면 미안하단 말을 먼저 할거야. 그럼 너는 괜찮다고 웃어보이겠지. 미련한 사람. 바보같은데. 난 그게 좋은 것 같아.

 


비석 앞에 쭈그린 두준이 무릎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꺼낸 날카로운 것으로 국화를 잡고 있는 손의 손목을 서서히 동맥을 따라 그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요섭의 잔상이 보이는 게 강해져왔다. 맑게 웃는 요섭의 모습에 참을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요섭아. 요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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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역시 일제강점기 시대란...ㅠㅠ 먹먹하네요 슬퍼요 두준이랑 요섭이가 서로 적대적인 위치에 서서 서로를 사랑했다는 그런 설정부터가 슬펐지만ㅠㅠ 작가님 짱!!
9년 전
비여
으엉 고마워요ㅠㅠㅠㅠ너무오랜만에 써가지고 앞뒤하나맞지않는데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너무 기뻐요!! 감사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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