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현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하는 방송 출연이다. 가슴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 애써 표정 관리를 하려 했지만 이미 우현의 표정에서 그의 심리 상태가 탄로
났는지 동우가 우현에게 괜찮냐고 물어온다. 우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멀리서 우현을 지켜보던 명수가 들고있던 생수병의 뚜껑을 따 자기가 한
모금 마시고는 그것을 들고 우현에게 걸어가 건넸다. 우현은 그런 명수에게 억
지로 괜찮은 척 웃어 보이며 생수병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그래도 그의
심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인피니트 입니다!"
우현이 속한 그룹을 소개하는 멘트와 함께, 네 명이서 세트장 위로 올라갔다.
우현은 카메라가 너무 많아서 어디를 봐야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네명이서 다
같이 인사를 하고 성규가 맨 오른쪽에 앉고 왼쪽 방향으로 우현, 명수, 성열이
앉았다. 어색하게 박수를 치고 표정 관리를 하는 게 우현에게는 영 어색했다.
명수가 무슨 카메라를 봐야할지 우현에게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었다. 우현은 그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너 왜그래. 정신 차려."
명수가 그렇게 말하자 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의 소개가 끝나고 토크
쇼의 MC가 성열에게 질문했다.
"성열씨, 요즘 활동도 쉬고 계신데 평소에는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시나
요?"
성열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다.
"평소에는 대부분 잠을 자죠. 아, 요즘 명수한테 기타를 배우고 있어요."
"아, 기타요? 명수씨가 기타를 잘 치시나요?"
"잘 친다기 보단..."
"그냥 좋아하는 거죠."
우현은 멍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성규는 그런 우현의 눈빛이 이상
하다는 걸 눈치 채고는 우현을 계속 쳐다보았다. 하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의 눈
빛은 읽지 못한 채 불안한 눈빛으로 계속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대부분 기타를 잘 치시는 분들은 노래도 잘 하시던데. 그럼 명수씨 혹시 애창
곡이 있으시면 하나만 불러 주실까요?"
"아, 애창곡이요?"
명수는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눈을 꼭 감고는 침착하게 낮고 조
근조근한 어조로 노래를 불렀다.
"아직 사랑- 하는 게 서툴기만 하지만-
이런 내 마음- 을 너에게- 전하고 싶은 걸-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오직 너만- 너 하나만-
내 심장이 가리키는 한 사람-"
명수가 멋쩍게 웃었다. 세트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그런데 성규
는 불안불안한 눈빛으로 우현의 머리 위에서 우현을 비추고 있는 조명을 바라보
고 있다.
"와- 명수씨가 이렇게 노래를 잘하시는지 몰랐네요! 여성분들 앞에서 이렇게 노
래 불러 주면 되게 좋아하겠어요."
"네, 그래서 얘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요."
성열이 그렇게 말하자 명수가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성열의 허벅지를 살짝
꼬집었다. 성열은 그런 명수의 신발을 자신의 신발로 꾹 눌렀다. 명수가 아파서
작게 신음을 내뱉자 성열은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엠씨는 고개를 돌려 성규와 우현을 바라보았다. 우현은 긴장된 얼굴로 그런 엠
씨를 쳐다보았다. 엠씨가 우현에게 질문했다.
"우현씨는 뭘 하면서 지내셨나요?"
"아...저요?"
스튜디오 안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우현에게 향했다. 우현은 자신의 심장이 터
질 것 같았다. 성규는 그런 우현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명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현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조명이 깜빡깜빡 거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스튜디오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조명으로 향하던 그때. 갑자기 조명이 펑-하고
터졌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우현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
고 자신의 머리 위에서 터진 조명을 올려다보았다.
"야, 빨리 조명 갈아!"
담당 피디가 소리치자 조연출들이 뛰어왔다. 그런데 그때. 조명이 다시 펑-하고
더욱더 큰 소리를 내며 터지더니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우현은 자신에게 떨어
지는 그것들을 보며 눈을 꽉 감고 몸을 움크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감싸
안는 것을 느꼈다. 퍽-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조명이 무언가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 우현은 자신의 몸 위로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천천
히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자신대신 그것을 맞았다. 우현이 고개를 들려고 하자
그 사람은 우현을 감싸안던 팔을 풀더니 풀썩 바닥에 쓰러졌다. 우현이 정신을
차리고 내려다본 자리에 성규가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우현은 놀라서 아무 말
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멤버들을 비롯한 스텝들은 119
를 부르라며 소리치고 성규를 부축해 일으켰다.
"야, 넌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명수가 우현의 두 팔을 붙잡고 그렇게 물었다. 우현은 멍하니 명수를 쳐다보았
다. 명수는 우현을 부축해 일으키고는 스텝들이 성규를 업고 나간 뒤를 따라갔
다.
"동우형! 얘 병원 가야 되요!"
급히 달려온 구급차에 성규를 실은 동우가 두 사람을 보고는 뛰어왔다. 그리고
다급한 얼굴로 우현에게 물었다.
"괜찮아? 다친 덴 없어?"
"네."
"병원 가자. 명수야, 얘 좀 차에 태워라. 나 잠깐 피디랑 얘기 좀 하고 올게."
명수는 동우에게 차키를 받고 동우는 급히 방송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명수
는 우현을 부축해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이 수근거
리는 것이 들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자 '오빠'하고 저마다 불러
댔다. 명수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씨발, 안 꺼져?!"
명수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자 팬들은 놀란 얼굴로 두 사람에게서 물러섰다.
명수는 그 틈을 타서 차문을 열어 우현을 태우고 자신도 옆에 탔다. 차문을 닫
아도 팬들은 차로 다가오지 않았다.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동우가 운전석에 타고 차가 출발했을 때, 우현은 슬쩍 명수에게 고개
를 돌렸다. 명수는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도대체."
동우의 혼잣말만이 차 안을 채웠다. 잠시 후, 병원에 도착한 세 사람이 차에서
내렸을 때 먼저 와 있던 기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왔다. 명수
와 우현이 먼저 들어가고 동우는 기자들이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간호사의 안내로 응급실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에 둘러 싸여 있는 성규가 보였
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그 곳으로 걸어갔고 가만히 누워있던 성규는
두 사람을 무표정하게 올려다보았다. 외면상으로는 그리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괜찮아?"
명수가 묻자 성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열이 투덜대며 말했다.
"무슨 장비 관리를 그딴 식으로 한대?"
"조용히 해."
성규가 입을 막자 성열은 불만가득한 얼굴로 뒤에 놓여있던 의자에 풀썩 앉았다
. 우현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성규는 그런 우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너도 검사 받아야지."
명수는 우현의 팔을 이끌었다.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던 우현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명수를 따라 응급실에서 나왔다.
"나 아무렇지도 않아."
우현이 그렇게 말하자 명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아."
"검사 안 받아도 되."
"알아."
"근데 어디 가."
"몰라."
"뭐?"
"너 저기 있으면 불편하잖아. 그냥 여기 앉아 있어."
말을 마친 명수는 응급실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후미진 곳에 위치한 의자에 우
현을 앉히고는 자신도 옆에 앉았다. 두 사람 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우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때문에 성규가 그렇게 된 걸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만 가
득했다.
"니 탓 아니야. 걱정하지마."
마치 자신의 마음이라도 읽은 듯한 명수의 말에 우현은 놀란 얼굴로 명수를 쳐
다보았다. 명수는 그런 우현을 무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담배 좀 피고 올게. 여기 있어."
우현의 대답도 듣지 않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명수의 뒷모습을 보며 우현은 말없
이 눈을 꼭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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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또 늦었네요.........
원래 글을 새벽에 쓰는데 요즘 노느라 집에 늦게 들어와서.......다 제 탓입니다.......ㄸㄹㄹ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