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언가가 산산이 조각나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무리 중 하나가 나뒹굴었다. 입만큼은 자유로웠던 민석이 파리하게 질린 얼굴을 보이며 그만하라고 소리쳤으나 민석의 애처로운 음성에도 루한은 그저 표정없이 처량해진 무리에 시선을 둘 뿐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엎어져 울컥, 검붉은 피를 토해내는 소년을 훑던 루한이 망설임 없이 소년의 더럽혀진 몸뚱어리를 세차게 걷어찼다. 또다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민석이 채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고통에 허덕이며 꿈틀대는 소년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루한이 찬찬히 몸을 돌려 의자에 결박당해 가만히 앉아있는 민석의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눈을 꼭 감은 채 파르르 떨리는 민석의 안면을 가만히 쳐다보다 무릎을 굽혀 민석의 앞에 쪼그렸다. 갑작스레 풍겨오는 피비린내와 익숙한 인기척에 움찔, 몸을 떨며 찬찬히 눈을 뜨는 민석에 루한이 웃음기 서린 얼굴로 민석의 뺨을 작게 쓸었다.
“김민석.”
“……….”
“칭찬해줘.”
아이마냥 갈구하는 눈빛으로 민석을 빤히 쳐다보는 루한에 민석이 입술을 꾸욱 짓누르며 물다 이내 시선을 떨궈버렸다. 민석이 작은 목소리로 루한에게 웅얼거렸다. …쟤네는 내보내. 쓸데없는 배려심투성이인 민석의 음성이 불만인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던 루한이 이내 벌떡, 굽혔던 무릎을 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소년들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잦은 기침 소리를 내며 망울진 피를 토해내는 무리에 루한이 재밌다는 듯 작은 미소를 짓다 말했다.
“김민석 덕에 산 줄 알아.”
“……….”
“뭐해? 당장 꺼져.”
공포심에 잠식당한 눈빛으로 잔뜩 몸을 떨며 루한의 적안을 마주하던 인간들은 이내 밀려오는 고통을 잊은 듯 재빠르게 옥상에서 도망치듯 튀어 나갔다. 피비린내 가득 섞인 바람이 잔뜩 일렁이는 옥상은 루한과 민석의 형체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날이 선 채 몰아치는 바람 사이로 루한의 또렷한 음성이 민석의 귓가를 날카로이 파고들었다. 넌 너무 물러, 김민석.
“널 쓰레기로 몰아간 새끼들을 그냥 보내주다니.”
“…충분히 맞았잖아.”
“만약 내가 널 묶어놓지 않았더라면 넌 온몸을 던져 나를 막았겠지.”
그리고 애꿎은 네가 내게 개 맞듯 맞았을 테고. 장면처럼 뚜렷하게 떠오르는 루한의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할 수 없던 민석이 또다시 잔뜩 버석해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발간 혀로 적셔도 점점 더 말라오는 새하얀 입술은 갈증을 느껴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민석의 행동을 굳은 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던 루한이 갑작스레 저의 귀를 타고 오는 신호에 흠칫, 몸을 떨었다. 이내 여전히 표정을 풀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리던 루한이 민석에게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민석의 말라버린 입술과 루한의 붉은 입술이 맞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서늘한 루한의 온기와는 대비되게 짙은 버건디 컬러로 물들어진 입술에서 나오는 숨결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루한의 끈덕진 숨결을 벌어진 제 입술 틈새로 가만히 받아들이던 민석이 이내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그가 민석의 붉어진 귓가를 부드러운 손길로 매만졌다. 이유 모를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는 손길로 끊임없이 말캉한 민석의 귓바퀴를 매만지던 루한이 민석의 귓가로 입술을 옮겨 조용히 속삭였다. 안녕.
“…루한?”
민석이 찬찬히 눈을 떴을 땐, 이미 루한의 형상은 사라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묘한 기분을 간직한 채 집에 도착해 무심코 습관적으로 텔레비전을 틀었을 땐, 민석이 그토록 바라고 있었던, 루한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러나 민석의 움직임을 굳어버리게 만든 것이 뉴스를 통해 전국에 전파되고 있었다.
“…법안이 폐지됨을 발표한 직후, 대다수의 시민들이 경찰의 제지에도 뱀파이어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나타나……”
뱀파이어와 인간의 공존을 인정하던 세계가 순식간에, 엎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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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가 와버렸어요.. 끙끙.. ㅇ<ㅡ<
급격히 떨어진 퀄로 중편 들고 와서 죄송합니다 ㅜㅡㅜ
아 필명 톡할 때 하는 걸로 잘못 올렸는데 제발 본 사람 없길 바라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럼프가 와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
극..복.....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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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