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a
신부(神父)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신부ㅡ
05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준면의 형상을 떠올리는 세훈의 표정이 가히 여유롭고 평온했다. 세훈은 준면의 잔상을 갈무리하지도, 떠올리려 애쓰지도,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얼핏얼핏 머릿속에 망울망울 맺혀오는 준면의 형상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꼬옥 눈을 감고 있던 세훈이 찬찬히 눈을 떴다. 저의 앞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고 있는 신부에게 세훈이 살풋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세훈의 작은 입에서 감정 없이 흘러져 나오는 말에 신부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신부는 세훈의 결정을 말리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세훈의 하이얀 손을 따듯이 잡아줄 뿐이었다. 준면을 완벽히 떠나 보냈을지, 아니면 평온한 얼굴로 모두를 속이고 있는 것일지는 모른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춘기가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새벽, 성당 앞에는 밤새 내린 흰 눈이 가득 쌓여 깔끔했던 길을 온통 새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일찍이 성당에 나와 저의 집인 마냥 성당 앞을 부지런히 쓸던 복사(服事)가 눈 사이로 어슴푸레 보이는 작은 형상에 눈살을 가득 찌푸리며 조심스레 눈을 헤쳤다. 눈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작은 인영을 다정히 품에 꼬옥 안은 복사가 성당 안에서 준비를 하고 있을 신부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신부님.”
저를 부르는 나긋한 음성에 세훈이 찬찬히 고개를 틀었다. 어느새 성인의 기운을 가득 담은 얼굴을 비치고 있는 세훈이 작게 미소를 보이다 복사의 품에 안겨져 있는 형상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작은 존재에 대해 물었다.
“웬 아이를 안고 들어온 거야?”
“눈을 쓸다 바닥에 놓여 있길래 본 건데, 이런 쪽지가 붙어있었어요.”
저의 손에 꼭 쥐고 있던 하얀 종이 쪼가리에는 급하게 휘갈겨 쓴 듯한 펄럭이는 글씨체가 아무렇게나 적혀져 있었다.
ㅡ죄송합니다
가만히 잔뜩 구겨져 있는 종이를 바라보던 세훈이 복사에게 아이를 달라며 팔을 벌렸다. 저의 품에 안긴 채 새근새근 잠에 빠진 아이의 체온은 밖에 있었음에도 무척이나 뜨겁게 닿아왔다. 아이의 이목구비를 감정없이 찬찬히 살펴보던 세훈에게서 작은 탄식이 나왔다.
아, 닮았다. 아이는 그와 무척이나 빼닮아 있었다. 짙게 자리 잡은 까만 밤색 눈썹도, 날렵하게 뻗어있는 매끈한 콧대도, 저를 향해 나지막이 속삭이던 젤라틴 같은 선분홍빛 입술도. 미약하게 떨리는 손을 내밀어 아이의 부드러운 뺨을 작게 쓸던 세훈의 눈빛이 물기를 서려 일렁이고 있었다. 이내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숙인 세훈이 보드라운 아이의 콧대에 작게 입을 맞췄다. 여전히 눈을 감고 깊게 잠에 취해 있는 아이를 바라보던 세훈이 아이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김준면. 네 이름은 김준면이다.”
주여, 한 번만 더 그에게 기회를 주시옵소서. 그리고,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Pieta) 完
-
짝짝짝 완결!
혹여 이해가 되지 않으시다면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까 종교를 믿지 않던 세훈이는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그리고 이미 저세상으로 가버린 준면이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헤아리기 위해 신부가 되기로 마음먹고 몇 년 후 신부가 되었다는 소리예요!
우연히 성당 앞에서 줍게 된 아이는 준면이를 꼭 빼닮아 있어서 이것은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보살펴 주기로 한... 그런 결말입니다.
급한 장면 전환과 막장 결말 죄송해요 엉엉 하지만 얼른 끝내고 싶었어요....
이제 저는 단편 하나를 올린 후 암호닉 정리를 하러....
이거 올리고 바로 올릴 루민 단편도 재밌게 봐주세요!! ㅋㅋㅋㅋㅋ
그럼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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