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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무단 배포를 금지한 글입니다. 공유를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글의 저작권은 오직 저, 쿠키가죠아에게만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구다정과 기데레 41화

W.쿠키가죠아

 

 

 

 

 

 

-쪽

 

 

 

 

 

 

 

귓가에서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참으로 깜찍한 소리에 자철은 온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방금 말한 듯이 전화상에선 꼬리 아홉개 달린 구미호가 되어버리는 성용에 그저 입을 헤- 벌린 채 성용의 모습을 떠올리기 바빴다.

그 예쁜 입술을 전화기에 수줍어하며 갖다대는 성용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자철의 얼굴은 점점 뜨거워져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날 듯 했다.

 

 

 

 

 

 


'…'

"…"

'…'

"무슨 말이라도 하지? 민망하게"

 

 

 

 

 

 


아무말도 없는 자철의 반응에 성용은 괜히 했나 후회했다.

시무룩해진 성용이 자철에게 아씨… 다신 안해. 하며 투덜거렸다.

그런 성용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아른거리자 자철은 안절부절 거실을 서성이다 조심스레 성용을 불렀다.

 

 

 

 

 

 

 

'성용아…'

"왜,"

'나 지금 한국 갈까?'

"안되."

 

 

 

 

 

 

 

성용은 물어볼껄 물어봐라, 하며 자철의 뜬금없는 물음에도 일초도 생각않고 딱잘라 대답했다.

그에 자철이 쩝, 입맛을 다시고는 뚱해져 입을 닫았다.

어느덧 집에 거의 도착한 성용이 여전히 말없는 자철에게 다시 한번 시즌시즌, 강조하면서 통화를 끊었다.

집에 들어선 성용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현관문 앞에 상아가 팔짱을 낀 채 성용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헉. 아 누나, 놀랐잖아"

"기성용."

"거기 서서 뭐하고 있어?"

"기성용, 너 어디갔다 온거야?"

"자철이랑 통화 좀 하고 왔지."

"… 얘가 진짜"

"응? 아악. 누,누나 잠깐만!!!!!"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문 앞에 떡하니 서있는 상아를 본 성용은 순진한 표정으로 상아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상아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있었고, 성큼성큼 성용에게 다가간 그녀가 키가 큰 성용에게 머리를 가까이 해보라는 손짓을 했다.

성용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허리를 굽혀 상아에게 머리를 가까이 대자 그녀는 성용의 귀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방으로 잡아당기며 걸었다.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끌려가게 된 성용이 급하게 비명을 지르며 상아를 불렀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결국 방까지 귀를 잡힌 채 들어간 성용은 빨개진 귀를 부여잡고 울쌍을 지었다.

 

 

 

 

 

 


"뭐하는 짓이야?!"

"…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니?"

"뭐?"

"내가 너 지켜본다고 했지만, 그새를 못참고 쪼르르 달려나가?! 내가 너때문에 진짜!"

"왜 그러는데?"

 

 

 

 

 

 

 

다짜고짜 화를 내는 상아의 행동에도 상황 이해가 더딘 성용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그의 표정에 상아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져갔다.

이자식을 죽여, 말아. 한참을 고민하던 상아는 눈치없는 동생 둔 자신을 탓하며 한번 참기로 마음먹었다.

덜덜 떨리는 입꼬리를 겨우 위로 올리며 성용에게 친절히 설명해주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니 애인 얘기는 너가 알아서 둘러대란말이야, 엄마가 자꾸 나보고 널 캐내보라고 하시는데… 나는 어.떡.하.지? 호호"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하는 상아의 말에 그제야 성용이 삐딱하게 서있던 몸을 바로 세우며 긴장시켰다.

표정도 얼른 바꾸며 샐샐거리며 웃기 시작한 성용이 에이~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상아는 성용에 너스레에도 팔짱을 낀 채 노려보다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얼마나 진땀뺐는지 아니?"

"미안해, 엄마가 누나한테 그럴줄은 생각도 못했네."

"너 곧 영국으로 떠나버리니까 그 전에 알아보라고 얼마나 성화던지…"

"…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어떻게 하긴?! 이미 해봤는데 절대 말 안한다고 잡아땠지."

 

 

 

 

 

 

 

어머니가 상아를 얼마나 볶아댔는지, 상아는 말을 하면서도 표정에서 질렸다는 티가 팍팍 느껴졌다.

그래도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자신을 지켜준 상아에 성용은 너무도 고마웠다.

한번 더 상아를 껴안기위해 다가가자 뒤로 물러서며 손을 훠이훠이 젓는 상아였다.

머리를 짚으며 자신의 머리가 지끈지끈하다는 것을 표현하던 상아는 성용을 흘겨보았다.

 

 

 

 

 

 

 

"니가 안으면 아파, 저리가. 엄마는 내 애인은 관심도 없으면서 니 애인은 뭐가 그리도 궁금한게 많은지."

"하하…"

"아무튼! 너 잘하란말이야! 지금 구자철선수 점수 뚝뚝 마이너스야"

"에이, 누나 왜그래~"

"어머? 얘,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는 애인 앞에서나 해."

 

 

 

 

 

 

 

상아가 성용의 애교에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 누나한테는 안통하는구나… 깨달음과 함께 멋쩍음이 밀려들어 성용이 머리를 긁적이자, 상아는 피식 웃었다.

한번 더 성용을 쪼아주고는 나가버린 상아에 성용은 킬킬, 웃으며 주섬주섬 바삐 나갈 채비를 했다.

 

 

 

 

 

 


***

 

 

 

 

 

 

 

통화가 끊어지자 자철은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나 참, 사람 마음에 불 질러놓고 이렇게 끊어버리다니… 빈말이라도 오라고 했다면 당장 날아갔을텐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자철은 다시 떠오른 성용의 깜찍한 입맞춤 소리가 다시 떠올라 온몸이 불끈불끈했다.

겨우 통화상의 뽀뽀 한번으로 몸이 이리 되버리니… 그동안 쌓인게 많긴 했나보다.

기성용… 반드시 소원을 얻어 말해주겠어. 하는 굳은 결심을 한 자철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눈물을 머금고 침대 속에 들어가 움츠려야했다.

 

 

 

 

 

 


다음 날, 쏟아지는 햇살과 새들의 지저귐에 잠에서 깬 자철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지개를 키며 하품을 크게 한 자철은 방으로 나가자 평소처럼 정호를 찾았다. 

그런데 평소라면 지금쯤 이미 다 씻고 나서 소파에 앉아 자신을 반길 정호가 보이지 않자 자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녀석이 왠일로 늦잠이야, 생각하며 정호의 방 앞으로 성큼 다가가 노크를 해봤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홍정호, 너 뭐해? 들어간다."

 

 

 

 

 

 


들어간단 소리에도 아무 응답이 들려오지 않자 자철이 끼익- 문을 열어제꼈다.

그러나 방에서도 정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녀석은 어디간거야, 말도 없이?

나간지 꽤 되어보이는 방 분위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문을 닫고 나오려던 찰나 침대 위에 살포시 놓여진 종이 한 장이 자철의 눈에 들어왔다.

응? 종이를 집어들고 쓰여진 글씨를 읽어내려가던 자철의 얼굴이 한없이 구겨졌다.

 

 

 

 

 

 


-형, 미안. 나 지금 형 피하고 있는 중. 그러니까 찾지 말고 이따 개막전에서 봐. ^^

 

 

 

 

 

 


…하, 어쨌든 성용에게 받은게 있으니 기분 좋게 그냥 넘어가주려 했더니,

뭐? 나를 피해? 자철이 들고 있던 종이를 꾸깃하게 꽉 쥐며 헛바람을 내쉬었다.

얼른 정호에게 전화를 걸어도 정호의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자철은 더욱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자식이 진짜… 내 아침밥은 어떡할거냐고?! 속으로 첫날부터 빈속에 가야하나라는 생각에 절규하는 자철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마침 자철의 집에 들른 에이전트 팀장님 덕에 첫날부터 굶고 나갈 일은 피할 수 있었다.

아침을 과격하게 먹은 자철은 연신 속으로 정호를 곱씹었다. 이자식, 이따 두고두고 보자.

 

 

 

 

 

 


***

 

 

 

 

 

 


아침부터 집을 나선 정호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 돋은 닭살에 머리를 긁적이던 정호는 그저 쌀쌀한 날씨 탓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삐 발을 움직이던 정호가 발을 멈춘 곳은 공항이었다.

실실 웃으며 비행기 도착 시간을 확인하던 정호는 자신이 찾는 비행기 도착 시간이 보이지 않자 얼굴에 점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응? 어제 있었던 누군가와의 전화 내용을 다시 상기하던 정호는 이내 입을 쩍 벌리며 경악했다.

 

 

 

 

 


"아씨, … 홍정호 병신."

 

 

 

 

 

 


온몸에 힘을 쭉 뺀 채 주위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은 정호는 자신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누군가를 마중나온 듯한 정호는  속으로 온갖 욕을 자신에게 퍼붓다가 이내 울쌍을 지어야했다.

아무리 욕을 한다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시계를 한번 보고는 자리에서 축 처진 어깨로 일어난 정호가 몸을 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했다.

그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정호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홍정호!!!!!"

 

 

 

 

 

 


시끌벅적한 공항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정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또렷하게 들렸음에도 환각으로 치부해버린 정호는 귀를 후비적거리다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야!!!!! 홍정호, 어디가?!"

 

 

 

 

 

 


…? 또다시 들려오는 뚜렷한 그의 음성에 정호는 설마, 하며 고개를 천천히 돌려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정호의 눈은 한참 커졌다가 곧 눈꼬리가 휘어지며 초승달이 되었다.

정호의 눈앞에 비춰지는 한 인영은 바로…

 

 

 

 

 

 


"김보경?!"

 

 

 

 

 

 


보경이 헐레벌떡 뛰어와 정호의 앞에 섰다. 수많은 인파에 밀려 낑낑 고생하면서 정호와 마주한 보경이 옷 매무새를 다듬고는 정호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런 보경을 역시 활짝 웃으며 보고있던 정호가 그대로 두팔 벌려 보경을 안았다.

흡- 보경이 잠시 숨을 들이삼켰지만, 이내 자신도 팔을 들어 정호의 등을 토닥였다.

 

 

 

 

 

 

 

이쯤에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보경이 왜 한국도, 영국도 아닌 독일에 있는것인가?

 

 

 

 

 

 


***

 

 

 

 

 

 


자철의 따가운 눈초리에 식은땀을 흘려가며 시선을 피해야만 했던 나는 마침 울린 자철의 폰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누군지는 몰라도 속으로 수백번 절까지 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그 자리를 피했다.

물론 자철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겨우겨우 방으로 쏙, 골인한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진짜로 자철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털릴뻔했다는 사실에 아직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한숨을 푹 쉬고 마음을 진정시키자 내 폰에서도 요란한 벨소리가 울려왔다.

겨우 마음 진정시킨지 얼마나 됐다고… 신나게 울리는 벨소리에 나는 순간 움찔했다.

보는 사람도 없건만 흠흠, 헛기침을 하며 전화기를 들고 수신자를 확인했다.

 

 

 

 

 

 

「보갱이」

 

 

 

 

 

 

아앗, 생각지도 못한 보경의 전화에 난 그대로 다리에 힘을 주며 벌떡 일어났다.

하마터면 폰을 떨어뜨릴 뻔 했지만, 가까스로 폰을 세이브한 난 전화 끊길까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어~ 오랜만'

"보갱아, 보고싶었어"

'…'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째선지 가슴이 찡해졌다. 그리고 다짜고짜 입이 열리며 자신도 모르게 보경에게 흘러나간 말에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말에 잠시 침묵하는 보경이 갑자기 맘에 안들어 야, 대답안하냐. 하며 툴툴대자 보경이 그제야 한마디를 건넸다.

 

 

 

 

 

 

'아아, 어. 나도'

 

 

 

 

 


보경의 얼떨떨한 대답이었지만 그래도 긍정의 대답이 나오자 그제야 정호가 킬킬, 웃어보였다.

 

 

 

 

 


"근데 무슨일이야 갑자기?"

'…'

"…? 야, 김보경!"

'응? 아, 미안. 뭐라고?'

"정신차려, 무슨일로 전화했냐고"

'응… 아, 그게 나 독일 간다고.'

 

 

 

 

 

 

아, 여기 온다고… 에엑?! 보경의 말에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청용부터 시작해서 자철에, 이녀석까지… 아까부터 다들 왜 이렇게 날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건데?!

보경의 갑작스런 발언에 심각하게 이거 몰래카메라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도 들었다.

오늘 가출시도 여러번하는 정신을 다시 부여잡고 보경에게 새삼 다시 되물었다.

 

 

 

 

 

 

"독일? 독일에 온다고? 영국이 아니라 독일?"

'응, 독일.'

"독일엔 왜?"

'너보러,'

"장난하지 말고"

'진짜야, 너보러 가니까 너한테 전화했지.'

"…"

 

 

 

 

 

 

진지한 보경의 말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괜히 심장이 쿵쿵 거리는게 아직도 자철의 돌직구가 진정이 안됐나, 하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다시한번 진짜야, 하고 들려오는 녀석의 목소리에 조금 더 심장이 쿵쿵거림을 느꼈지만 무시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보경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잘 들리지 않아 뭐라고? 물으니 아무것도 아냐, 하면서 넘기려하기에 나 또한 그냥 넘겨버리곤 화제를 바꿨다.

아니, 그래봤자… 녀석의 갑작스러운 얘기로 돌아가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언제오는데?"

'오늘 k리그 관람하고 나서 저녁에 출발한다는데?'

"한다는데?"

'아, 나도 오늘 들었거든. 원래 목적지는 영국이었지만…'

"뭐?"

'독일 구경하고 싶다고 우기니까 알겠다던데?'

"… 너도 참"

'응?'

"아니다"

'흐음,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잊지말고 마중 나오라고'

"그거야 어렵지 않지"

'꼭이다.'

"알았어, 멋진 내 얼굴 플랜카드삼아 서있어주마."

 

 

 

 

 

 

 

어느덧 밤이 되어 밖이 깜깜해져 통화를 끊은 나는 히죽 웃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보경이 온다는 말에 입꼬리가 내려올 생각을 안한다. 뭐, 굳이 나오는 웃음을 막을 필요 없지 싶다.

보경의 생각에 자철의 일은 새까맣게 잊고 잠이 든 나는 꿈속에서 다시 찾아온 자철의 질문 세례에 기겁하며 깨야했다.

헉헉거리며 잠에서 깬 나는 깊은 한숨을 푹 쉬었다.

얼머나 신경쓰였으면 꿈에서까지 시달리는거야?

머리를 벅벅 긁다 침대에서 일어나 메모한장을 달랑 남겨놓고는 겉옷을 집어들었다.

서둘러 집에서 빠져나온 난 터덜터덜 걷다가 택시를 잡아탔다.

어제 분명 저녁이라고 했지?

 

 

 

 

 

 


당당하게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공항에 도착한 난 비행기 도착시간을 확인하고서야 내 시간적 오류를 알아차렸다.

하… 당황한 난 어제 보경과의 전화내용을 떠올리다 몸에 힘을 쭉 뺀 채 주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래, 보경은 분명 저녁이라고 얘기했다. 출발 시간이…

자철의 압박에 정신이 없어 비행시간만 생각했지, 한국과의 시차를 까맣게 잊고 있던 난 몇시간이나 일찍 공항에 와버린 것이다.

순간, 당당히 적어놓은 메모가 떠올랐다. 제기랄, 지금이면 자철이 그 쪽지를 보고 약올라 있을 시간인데…

시계를 보며 끊이지 않는 한숨을 푹푹 쉰 난 집에도 못가고 이제 뭐하지, 하는 외로운 고민에 빠져들었다.

에휴, 고민만 하면 뭐하냐.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일어나 공항을 빠져나가려던 내 귀에 보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번 더 들려오는 녀석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자 눈앞에 나타난 보경의 얼굴이 너무도 크게 보였다.

 

 

 

 

 

 


"김보경?"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해도 역시나 녀석의 얼굴이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활짝 웃는 녀석의 얼굴에 순간 울컥한 마음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녀석을 안아버렸다. 누가 보면 1년은 넘게 못본 사람 보는 줄 알겠네.

보경 역시 곧 내 등을 토닥였다. 그에 더욱 울컥해져 하마터면 눈물까지 쏟을 뻔 했다.

근데… 나 왜이래? 김보경 한번 봤을 뿐인데 왜이렇게 가슴이 따뜻해지냐…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금새 떨어진 난 보경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원래 도착시간이 아니잖아?"

"그냥 기다리다가 시간 바꿔버렸어, 그러는 너야말로 이시간에 왜 여깄어?"

"아, 음… 하하"

"?"

"… 시간을 착각했어."

"뭐? 쳇, 난 또 나랑 텔레파시라도 통해서 온건가 했는데."

"아, 그래. 그거다 그거. 텔레파시가 딱 오더라고!"

"… 재미없어."

"… 그래?"

 

 

 

 

 

 


눈앞에 있는 보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내가 묻자 녀석도 역시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되물었다.

민망함에 머뭇거리며 웃다 작게 소근거린 내 말을 듣고는 볼을 부풀리며 투정하는 보경의 말에 난 황급히 말을 바꿨지만,

녀석의 표정만 더 안좋아졌다. 정색하는 녀석의 반응에 머쓱해진 난 볼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나를 한참이나 정색하며 바라보던 녀석은 곧 피식 웃으며 다시 표정을 바꿔 활짝 꽃을 피웠다.

 

 

 

 

 

 

 

"그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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