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국의 병실은 갑자기 북적북적하였다. 갑자기 들이닥친 4명 덕에 정신이 없던 용국이지만 왠지 이런 기분 나쁘지만 않다고 생각되었다.
"우와!!힘차니형아!!여기 딥따 높아!!"
"와...용국이 되게 좋은 병실이야!"
힘찬과 같이 온 아이들 중 한명인 종업이 창문을 열고서 바깥구경을 하였고 그에 힘찬이도 종업이와 함께 바깥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노란머리의 준홍은 눈을 돌려 용국을 빤히 바라다 보았고 용국은 그런 준홍에게 살짝 웃어보였지만
준홍은 용국이 웃자마자 볼을 쭈욱 잡아당겨 용국을 당황케 만들었다.
'잠시 애기야 왜이래'
"형아 이거 뭐라구 쓴거야아?"
준홍은 용국이 쓴 메모장을 들고가 멀리서 혼자만의 세계를 즐기던 영재에게 들고가 내밀었고 영재는 한번 힐끗 보고 안 읽어줄거같이 행동하더니
어느 새 준홍이가 준 메모장을 들고 준홍이에게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었다.
영재가 의미를 알려주고 나서 준홍은 다시 용국에게 쪼르르 달려왔고 종이를 내밀어서 용국이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형아!!주농이는 형아 조은 사람가타여!!"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해주는 준홍을 보고선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자신의 병실에 놀러온 동생들에게 음료수라도 사줄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자 힘찬이 용국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용국을 올려다 보았다.
"빵!!어디가는데?"
'음료수 사러 같이 갈래?'
"응! 나도 갈래!! 영재야! 준홍이랑 종업이 잘 돌보고 있어야돼!!형아가 맛있는거 들고올께!"
힘찬이의 우렁찬 목소리에 영재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고 힘찬과 용국은 자판기에 가는 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음료수를 뽑고나서 의자에 앉은 용국은 자신이 궁금한 걸 열심히 메모장에 적어서 힘찬이에게 보여줬고 힘찬은 슬프게 미소지으며 용국의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너희 네명은 무슨 병인거야?'
"...일단 제일 어린 준홍이는 자폐증이 있어...근데 부모가 버리고 갔고 종업이는 해리성 인격장애라고 흔히 말하는 다중인격이야 언제 불쑥불쑥 바뀔지 몰라"
용국은 늘 밝게 웃어보이는 종업의 병명에 약간을 충격을 받았지만 계속 말하는 힘찬의 말에 계속 집중을 하였다
"영재는 망상증이랑 너랑 같은 실어증이 있어 근데 요새는 물리치료 받으면서 말도 어느정도 띄엄띄엄 말하더라..."
어린 동생들에 대해 말하고 난 힘찬은 음료수 캔을 꼭쥐고선 일어나려 했고 용국은 힘찬 자신의 병명을 말하지 않자 일어선 힘찬이를 올려다보고선
다시 메모장에 글을 적어보였다.
'그럼 너는 무슨 병인데?'
"...빵 애들 기다리겠다 빨리가자!!"
용국이 써보인 메모장을 분명 힘찬은 봤지만 힘찬은 가뿐히 무시하고 용국의 손을 꼭 잡고 병실로 향했다.
용국은 자신의 손을 잡은 힘찬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면서 분해보이는 기분을 느꼈다. 아주아주 슬픈...
*
병실에 들어가자 엄마아빠를 기다린 어린 아이들처럼 우르르 몰려서는 음료수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용국은 아이들이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보고선 자신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어보였고 준홍이가 용국의 스케치북을 펼쳐들고선
용국에게 쪼르르 달려와 내밀었다.
"형아 이거 의사선생님 닮았어!"
'준홍이가 어떻게 알아?'
"몰라! 근데 그 새로온 쌤 닮았어!!"
단박에 알아 본 준홍의 말에 용국이는 살짝 당황하였고 준홍이는 눈을 반짝이며 용국의 스케치북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늘 조용하던 용국의 병실이 시끌벅적해지자 지나가던 대현이 무슨 일인가 싶어 슬쩍 문을
열어보았고 용국은 문이 열리자 보이는 대현에게 쪼르르 달려서 손을 잡아끌어서 자신의 병실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병원에서 가장 시끄럽다던 환자 네명이 용국이의 병실에 있다는 사실에 대현은 살짝 놀라는
눈치였지만 왠지 용국이 한층 더 밝아진 모습에 자신도 되려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케치북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준홍은 대현에게 쪼르르 가서는 스케치북을 내밀었다.
"선생님!이거 용구기 형아가 그린건데 선생님 가타여!!"
"이게 나라고?"
"네!! 쪼끄만하고 신기한게 선생님 같아요"
준홍이 내민 스케치북에는 강가에 홀로 서서 나비들과 어우러져있는 한 소년이 그려져있고 왠지 뒷모습이 자신 같긴 했지만
분위기는 뭔가 달랐기에 어째서 이게 자신인가 의문이 들어 용국에게 물어보려 했지만
그림을 보고 난 뒤 용국은 대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용국이 시선을 어디다 둬야하는지 모를 때 힘찬이 용국의 눈앞에 앉았고 힘찬은 활짝 웃으면서 용국에게 말을 걸었다.
"용국아 너 목소리 궁금해!"
'내 목소리?'
"응 너 목소리는 어떤 목소리야?"
대현의 눈치를 살짝 보던 용국은 메모장에 짧게 '낮어'라는 단어를 써보였고 낮다는 단어에 힘찬은 "에?!! 너 목소리 되게 귀여울꺼 같은데?" 이러며 놀라워 했다.
순간 놀라워 하는 힘찬의 곁에는 용국의 눈에만
보이는 나비들이 점점 사라져 갔고 이런 타이밍에 영재는 살짝 웃으며 띄엄띄엄 말했다.
"가식쟁이"
영재의 한마디에 힘찬의 표정은 싸하게 굳었고 벌떡 일어나서 투닥거리며 놀고있는 종업과 준홍을 바라보며
"우리가 너무 갑자기 와서 용국이 피곤하겠다! 얘들아 우리 다른데 가서 놀고 오자!!" 이러며 아이들을 몰고 나갔다.
영재도 망상증이 있다는 말에 왠지 용국은 영재도 자신이 보이는 나비가 보이지 않을까하는 의문도 품게 되었다.
힘찬이 한바탕 쓸고 나간 병실에는 용국과 대현이 남아있었고 용국은 대현의 손을 꼭 잡으면서도 시선은 어디다 둬야할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비들은 날개를 팔랑이며 용국의 손 위에 살짝 앉았지만 살랑살랑
날개를 팔랑이던 나비는 갑자기 가루처럼 바스라졌고 용국은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방용국 넌 그 손을 잡을 자격이 없잖아"
"니가 대현이 부모를 죽였잖아"
"더러운 살인마 주제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에 용국은 귀를 틀어막았지만 계속해서 용국을 괴롭히는 목소리는 끊일 틈이 없었다.
갑자기 이상증세를 나타내는 용국을 보던 대현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급하게 간호사를 불렀고
용국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서 용국의 귓가에 나즈막히 속삭여주었다.
"용국씨 괜찮아요 내가 옆에 있잖아요 제가 옆에서 지켜줄께요 너무 겁먹지 말아요"
대현의 목소리가 극도의 공포에 흔들리는 용국을 잡아주었고 용국은 숙였던 고개를 살짝 들어서 대현을 바라보았다.
용국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그런 모습이 대현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용국씨 여기 오기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알려줄 수 있나요?"
대현의 질문에 용국은 세게 고개를 저었고 대현은 아쉬운 표정으로 용국을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좀 더 편해지면 그 땐 말해줄 수 있을까요?"
용국은 떨리는 손으로 종이와 펜을 집어 들었고 흔들리는 글씨를 천천히 또박또박 적어 나갔다.
'그러면 내가 죽어'
'넌 날 증오하게 될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