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가..."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 동네,
톡으로 받은 설명대로 택시를 타고 찾아오긴 했는데 처음오는 동네라서인지
아니면 열 살도 더 차이나는 사람을 새로 만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문 앞에서 주춤하고 만다.
후우, 심호흡을 해본다.
"저기, 아저씨..., 나 왔어요."
가게는 생각보다 작고 어둡다.
전체 조명이 옅고 테이블에만 좀 더 밝은 등이 달아져 있어서,
둘러볼 필요도 없이 좀 더 안 쪽 테이블에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웃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권아. 어... 여긴 어떻게"
"내가 불렀어."
다가가니 아저씨가 놀란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오히려 내가 놀란다.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아저씨 맞은 편엔 웬 눈 크고 부담스럽게 생긴 아저씨가 한 명 앉아있다.
"아저씨가 불렀는데..."
"너 화장실 갔을 때 카톡 왔길래, 내가 주소 찍어줬어. 니가 권이구나. 안녕?"
내 쪽을 보며 웃어주는데, 아저씨 친구는 참 느끼하게도 생겼다.
내가 멍하니 서서 아저씨 친구를 관찰하고 있으니, 아저씨가 팔을 잡고 당겨 옆자리에 앉혀준다.
어깨를 둘러 안아오는 팔에 아저씨를 쳐다보니, 아저씨는 맞은 편 친구를 노려보고 있다.
"손버릇 개줬냐. 남의 폰을."
"자, 택시값."
노려보는 눈길에도 아랑곳 않고 웃으며 내미는 2만원을 아저씨가 바로 낚아챈다.
"더 내놔, 새끼야. 권이 술 못 마셔, 집에 보낼거야."
"고등학교 졸업했는데 왜 못 마셔."
"아직 미성년자니까 그렇지, 새끼야."
"프흐, 미성년자는. 이민혁, 너는 고1 때 벌써 술에, 여자에, 담배에, 온갖 문, 억!"
아저씨가 튕긴 아몬드를 콧잔등에 맞고는 만화처럼 고개가 꺾이는 아저씨 친구와 어쩐지 편해보이는 아저씨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아저씨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에요?"
"친구는, 너네 아저씨가 내 꼬보ㅇ, 악!"
또 한 번 아몬드를 맞고 꺾이는 아저씨 친구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도 이렇게 병신짓 해주는 친구가 있구나.
"난 재효야, 안재효. 재효 형이라고 불러."
아저씨 친구가 손을 내밀기에 자연스럽게 악수를 하려는데, 아저씨가 내 손을 맞잡아 채간다.
"어딜 만지려 그래. 권아, 함부러 모르는 사람 손 잡고 그러면 안 돼지."
"헐,"
사이다를 시키려는 아저씨와, 소주를 추가하려는 효저씨의 다툼은 의외로 효저씨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제 어떻게든 술을 마시게 될 텐데, 최소한 술버릇이 어떤지는 알고 있어야 어딜 가도 안심은 하지 않겠냐는 말에 혹하고 넘어가버렸다.
나 원래 술 마실 줄 아는데...
"이 도둑놈의 새끼. 어디서 이런 어린애를 낚아채서, 아이구, 권아, 이거 좀 먹어가며 천천히 마셔."
"치워, 이 새끼야."
끊임없이 내 입으로 올라오는 젓가락과 그걸 내려치는 젓가락이 부딪치는 사이에 나는 또 한 모금을 홀짝인다.
으헤헤, 오늘은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아. 어, 근데, 왜 기분이 좋지?
"권돼지, 아_ 해봐."
하는 소리에 입을 벌리면 또 시원한 참치가 한 조각 들어온다.
으헤헤, 헤헤헤헤헤.
"푸흐, 대박. 얘 웃는 거 봐라."
효저씨도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뭐, 좀 보고 있으니까 잘생긴 것 같기도 하다.
헤헤흐, 따콩!
"아, 뭐야. 왜요_"
"어디 보고 웃고 있어."
꿀밤을 먹인 아저씨는 또 무서운 얼굴을 하고 쳐다본다.
"아저씨, 뽀뽀해조."
"뭐?"
"크크크크킄, 푸흐흐하하하하. 귀여워, 크큭."
뭐야, 왜 안 해줘.
내가 할 거야. 할.. 할... 어?
왜 안 가까워지지.
"어? 아이씨."
"푸흐흐흐흐, 대박"
아 진짜, 뽀뽀하려고 가는데 자꾸 머리를 뒤에서 누가 잡아당기는 것 같아서 뒤돌아보니까 효저씨 웃음소리만 커지고 아무도 없다.
어? 뭐지?
다시 아저씨를 쳐다보니까 머리가 뒤로,
뒤로, 밀린다. 아... 아이씨, 이제서야 이마를 밀어내는 아저씨 손가락이 느껴진다. 아,
나 진짜 취했나...
삐죽거리는 사이에 아저씨가 끌어당겨 입을 맞추려는 것도,
감미롭게 혀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천천히 눈이 감긴다.
우리 돼지, 어디 술 마시라고 못 보내겠다,
자꾸 웃고,
더 귀여워지고,
막 뽀뽀하려고 그러고.
어쩔려구 이러니.
새끼야, 너네 집으로 꺼지라고!
집 앞까지 와서 문을 여는 순간까지도 발길질을 해대는 아저씨한테
능글맞게 붙어서 따라들어 오는 효저씨.
분명 비슷하게 마신 것 같은데, 왜 나만 안겨 들어왔지.
"울 돼지, 괜찮아?"
"응... 아저씨 안아줘..."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작은 스탠드 등불 하나에 비친 아저씨가 내려다 보고 있고, 나는...
침대구나.
아저씨가 팔을 내 어깨 위로 괸 채, 몸을 숙이고 앉아 내려다 보는 얼굴이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치만 이미 익숙해진 아저씨의 얼굴, 그 표정이 보지 않아도 이미 머릿 속에 있다.
팔을 들어 껴안아 당긴다. 으헤헤,
아저씨 헤드락.
오늘 밤 좋은 곳으로 가요,
아저씨랑 나랑 둘이서.
| ==== |
제가 연재를 하고 있긴 하는 건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파렴치해서 웃음이 나네요.... ㅠ 걍 저 혼자 완결까지 천천히 가볼래요. 연재는 처음인데 끝은 보고 싶네요. |
| 목말라. |
'새끼야, 넌 진짜 도둑놈이야. 몇 달 만 더 일찍 태어났으면 띠동갑인데.'
목말라서 잠에서 깨는데, 머리가 지끈거려 몸을 일으켜기가 싫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눈을 다시 감고 베개 안으로 파고드는데, 어렴풋이 거실에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야, 저 나이 때 우리 기억나냐?' 혼잣말이나 하고 있을 것 같짆 않은데, 아저씨가 대꾸하는 소리가 없다. 머리가 아파 눈만 살짝 뜨니 베드 테이블에 물이 한 잔 올려져 있어, 겨우 베드 헤드에 기대 앉는다. 목을 넘어가는 물이 따뜻해 서서히 정신이 들어온다. 물로 채워지는 갈증은 금새 다시 찾아오고, 어쩐지 으슬으슬해 이불을 그러모은다. 아저씨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도 같은데, 아저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드르륵, 드르륵, 테이블 위에 놓여져 시끄러운 핸드폰 진동 때문에 머릿 속이 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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