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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달 전체글ll조회 1085l 4


 

고양이 '로소' 이다. 


 

W. 문달 

 

 

 

 

 

 

 

 

 

 

 

 

 

 

 

 

 

 

 

 

 

 

 

 

 

 

 

나가기 전에 아까처럼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이동혁을 안고 머리를 핥아주었다. 이동혁이 뭐하는 짓이냐며 멱살을 잡았다. 서열도 낮은 게 건방지다고 야단쳤다. 때려주고 싶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저 동그란 머리통을 실컷 치면 된다. 

 

 

"엄마한테 다 말해! 이도현이 성추행 했다고!" 

 

 

안 되겠다. 못 참겠다. 이동혁이 가진 것 중 가장 나쁜 입을 때리고 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도현아, 어디 가!" 

 

 

"엄마. 문태일 알아?" 

 

 

"태일이? 알지. 왜? 태일이 온대?" 

 

 

"응. 나 문태일 집에 갈게." 

 

 

"응? 지금? 아니 동혁이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왜 저녁을 먹으래도 안 먹어! 도현아! 이 시간에 태일이 집에 간다고? 얘, 도현아!" 

 

 

내가 숫자를 얼마나 많이 셌는데. 낮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문태일은 느려터졌다. 차도 있으면서 되게 꾸물댄다. 아까 이동혁이 어떻게 문태일을 불렀더라, 떠올려보며 핸드폰을 두들겼다.  

 

 

"야, 문태일 불러줘. 야, 문태일 불러 달라니까? 왜 안 불러줘? 문태일!" 

 

 

"응~ 문태일 왔어."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았다. 바퀴 굴러오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차 안에서 문태일이 손 흔들며 인사했다. 문을 열고 타자마자 놈의 코를 쥐고 당겼다. 

 

 

"아아아." 

 

 

이동혁은 앙칼진 데에 비해 문태일은 반응도 지루하고 건성이었다. 놓아버리니까 빨개진 코를 매만지며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 말로만. 

 

 

"동혁이랑 싸웠어?" 

 

 

"응. 내가 깔아뭉개고 왔다. 그런데 너 이동혁 보다도 서열 낮은 조무래기냐?" 

 

 

문태일이 대답보다 먼저 안전하게 가야지- 하고 또 그놈의 망할 검은 띠를 매줬다. 이거 싫다고 말해도 오래 살자는 엉뚱한 말로 무시했다. 

 

 

"아닌데? 친하니까 거리낌 같은 건 없는 편이지." 

 

 

"이동혁이 문태일 때린다고 했다. 그 녀석한테도 맞고 다니냐?" 

 

 

"그으래? 짜식 이거 안 되겠네. 뽀뽀해줘야겠네." 

 

 

"네가 그리 약하다면 내가 지켜줄 수, 그게 뭔데?"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렸다. 문태일이 핸들을 빙글빙글 돌리며 미안 미안 이라고 말했다. 검은 띠 때문에 전면의 유리에 박지 않았다. 알고보니 고마운 놈이었다. 매끈한 표면을 쓰다듬어줬다. 문태일은 내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괜찮냐고 먼저 물었다.  

 

"손 치워라." 

 

 

"넵. 근데 아까 뽀뽀가 뭐냐고 물었어?" 

 

 

"응. 들어보지 못한 말. 뽀..뽀? 뽀뽀?" 

 

 

문태일이 앞을 바라본 채 웃었다. 뭐가 좋다고 쳐웃지. 기분 나쁘다. 근데 몸 주인 이도현은 이런 게 좋나보다. 심장이 쿵쾅쿵쾅 세게 뛰며 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문태일은 한동안 입을 움직일 생각을 않고 앞만 쳐다보며 핸들을 만졌다. 나와 문태일 사이에 있는 동그랗고 길쭉한 대왕 소시지 같은 것도 만지고. 나 무시한다. 버릇없네. 손등을 꼬집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문태일이 흘깃 보더니 도리어 내 손을 꽉 잡았다. 

 

 

"뭐하는 짓이지?" 

 

 

"으흥~" 

 

 

"제정신이 아니구나?" 

 

 

"도현아, 뽀뽀가 뭐냐면." 

 

 

주구장창 앞만 보던 문태일이 마침내 내 쪽을 쳐다보았다. 막을 새도 없이 내 입에 자기 입을 부딪쳤다. 촉촉한 느낌에 기분이 묘해졌다. 

붙잡히지 않은 반대 손으로 그 감촉을 지우려고 벅벅 문대니까 다시 다가왔다. 이번엔 막았다. 

 

"뽀오뽀...다시는 하지 마라. 자알 알겠다." 

 

 

"정말 우리 도현이 왜 이럴까... 누가 바꿔치기라도 했을까? 우리 뽀뽀둥이 입에서 뽀뽀 하지 말라는 소리가 다 나오고." 

 

 

바꿔치기라는 말에 속이 찔렸다. 살고 싶어 한 선택이었다. 이도현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가만히 있을 것이지 내 손을 잡은 문태일의 손이 자꾸 옴찔거렸다. 

왜 이러는 거. 보기보다 힘이 셌다. 빼내려고 안간힘을 써도 소용 없었다. 

 

 

"언제 너네 집이야? 나 배고프고 졸려." 

 

 

"곧이야. 오십 미터 남았어. 밥 안 먹었어?" 

 

 

"응. 맞다. 내가 밥을 못 먹어서 힘이 없는 거지, 절대 너보다 약한 게 아니다. 알겠냐?" 

 

 

"그래. 뭐 먹고싶어?" 

 

 

"말 하면 다 줘?" 

 

 

전 주인은 나한테 츄르 주는 걸 그렇게 아까워했다. 달에 한 번은 될까?  

주인 아내가 장을 봐올 때마다 사다 놨는데 정작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  

문태일이 아무래도 이도현 좋아하는 거 같으니까 이참에 말을 해봐야 겠다. 

 

 

"츄르." 

 

 

"응? 츄?" 

 

 

"츄우르!" 

 

 

"그게 어디나라 음식이야?" 

 

 

"츄르도 몰라? 으이구, 덩치 그렇게 키워놓고 모르는 게 많네." 

 

 

"도현아아...나 속상해." 

 

 

문태일이 아까 뽀뽀(언급하기도 싫음) 할 때처럼 통통한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며 징징댔다. 나도 속상해. 네가 츄르를 몰라서. 

 

 

"집에 츄르도 없으면서 날 데려가려고 했단 말이야?" 

 

 

"도현아,네가 데리러 오라고 한 거야. 나는 집에서 라면 먹고 있다가 갑작스런 전화 받고 나온 거고." 

 

 

"라면?" 

 

 

알 것 같다. 주인과 주인 아내가 라면 이라는 걸 두고 싸운 적이 있다. 저녁을 이따구로 차리냐 어쩌나? 나는 그때 식탁 위에서 털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주인이 어딜 올라오냐고 숟가락으로 위협한 적이 있다. 

 

 

"응. 아, 미안해. 다음부터는 밥 제대로 챙겨 먹을게." 

 

 

"나도 그거 먹고 싶다." 

 

 

"집 가서 끓여줄까? 간만에 라면 장인이 또." 

 

 

라면은.  

이제까지 먹어온 사료가 죄다 쓰레기였음을 깨닫게 해줬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걸 인간들만 알고 있었단 말이지. 문태일이 우리 도현이가 웬일로 많이 먹는다며 라면 국물 든 냄비에 밥을 넣고 말아줬다.  

 

 

"도현아, 굶었어?" 

 

 

"뭐?" 

 

 

"아니~ 너 전에 살 뺀다 어쩐다, 하면서 밥 안 먹고 삶은 계란 먹고 그랬잖아." 

 

 

"야. 문태일." 

 

 

"네." 

 

 

"난 살쪄도 귀여워. 네가 뭘 알아." 

 

 

"네. 제가 잘못했네요." 

 

 

밥까지 비우고 나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이 포만감은 지금 바닥에 누워자기 딱 좋다는 신호이다. 바닥에 러그는 아니고 뭔가가 깔려 있었는데 손으로 짚어보니 뜨끈뜨끈했다. 여기에 자리 잡고 자면 되겠다 싶어 올라가 누웠다. 

 

 

"문태일. 나 여기서 살래." 

 

 

"너 원래 여기서 잘 살았어. 아야." 

 

 

문태일이 내 발을 잡아 당기길래 그대로 걷어찼다. 자꾸 만진다. 인간은 고양이나 잘 만지는 줄 알았는데 문태일은 같은 인간을 고양이처럼 만졌다. 

 

 

"내거야." 

 

 

"전기장판이? 내가 산건데?" 

 

 

"나 혼자 쓸거야." 

 

 

"...그래. 도현이 다 해!" 

 

 

"문태일. 나 배 좀 쓰다듬어 봐." 

 

 

"어? 배?" 

 

 

"응. 특별히 만지게 해준다." 

 

 

"어... 그래." 

 

 

이도현이라면 껄껄 웃으며 좋아하던 문태일에게서 처음으로 보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왜 저러나 싶었지만 궁금해하기 귀찮아 누워서 손만 까딱까딱 흔들었다. 얼른. 문태일이 다가와 옆에 앉아서 내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라면을 먹어서 배도 뜨거운데 바닥도 뜨듯하고, 문태일 손바닥은 더 뜨거웠다. 더워서 입고있던 옷을 올렸다. 문태일이 깜짝 놀라하며 도로 끌어내렸다. 

 

 

"더운데. 사실 옷은 거추장스럽다. 집 안이라 괜찮으니 벗을게." 

 

 

문태일이 내 손을 제지하며 참으라고 했다. 완전 내 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들어와 있는 몸인데 뭔 참견이지, 하며 그 손을 밀쳐냈다. 그러니까 아예 껴안았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하는 짓이냐고 먼저 물었다.  

 

 

"안돼! 우리 혼전순결 하기로 했잖아." 

 

 

"아니, 내가 덥다니까?" 

 

 

"창문 열까? 창문 열게." 

 

 

문태일은 내가 못미더운지 안은 채 일어나서 엉거주춤 걸어가 창문을 열었다. 찬 공기가 코로 먼저 들어왔다.  

 

 

"응, 좀 낫다." 

 

 

문태일이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졌는데도 날 놔줄 생각을 않았다. 오히려 어깨에 턱을 올려놓고 기댔다. 

 

 

"너 이도현 좋아해?" 

 

 

"응. 사랑하지. 그런데 남 얘기 하듯이 말 하네." 

 

 

"당연하지. 난 고양이니까." 

 

 

"휴, 도현아. 너의 다양한 세계를 사랑해. 네가 어떤 모습이든 사랑해." 

 

 

고양이라니까 한숨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주절대며 숨막히게 안는다.  

자존심 상하지만 부탁인데, 라는 말을 붙이며 비굴하게 놔달라고 애원했다. 

일단 숨은 쉬어야 할 거 아니야. 

 

 

 

 

 

 

 

 

 

 

 

 

 

 

 

 

 

 

 

 

10 

 

 

 

 

 

 

 

 

 

 

 

 

 

 

잠이 쏟아졌다. 눈을 감았다 뜨는 게 귀찮았다. 마땅히 잘 곳이 없을까 하다가 전 주인 집에선 얼씬도 못하게 했던 침대 위로 올라갔다. 

 

 

"도현아, 씻고 옷 갈아입고, 그리고 나서 누워야지." 

 

 

"야, 너 말 많다. 시끄러워." 

 

 

"도현아, 그 고양이 컨셉은 언제까지 가?" 

 

 

약간 츄르가 먹고 싶은데. 메인 식사는 끝났고, 후식으로 하나 땡기면 꿈자리도 좋을 것 같은데. 이리저리 뒤척이며 생각하는데 문태일이 나를 껴안으며 누웠다. 징그러워서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려도 소용이 없었다. 분했다. 동네 똥개한테 진 기분. 내가 지다니. 이건 눈물 흘려도 된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그제야 본심을 꺼내려 입을 열었다. 

 

 

"네가 야 라고 하든 문태일 이라고 하든 상관은 없는데, 할 거면 애교있는 고양이 버전으로 해주라." 

 

 

"말 해둘 게 있는데." 

 

 

"응. 뭔데?" 

 

 

양심이 까맣게 타기 전에 진실을 고하고 싶었다. 뜸을 들이다가 옆을 살짝 봤는데 문태일 얼굴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웠다.  

 

 

"이도현이라고 부르지 마." 

 

 

"왜?" 

 

 

"왜냐면...아무튼 그 이름 부르지 마. 마음에 안 든다." 

 

 

"그러지 마...도현이 네 이름 얼마나 예쁜데. 앞으로 배달의 종족 도현체라고 안 놀릴게." 

 

 

문태일은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자주 한다. 무슨 말을 하냐고 묻기도 귀찮았다. 나는 귀찮은 게 많은 고양이다. 집에만 갇혀 살아서 그런가. 

 

 

"앞으로는 로소님, 이라고 불러." 

 

 

"오솔길?" 

 

 

"로소님 짜식아." 

 

 

"짜식... 짜게 식는다." 

 

 

"진짜 개때리고 싶다." 

 

 

"로소...예쁜 이름이네. 근데 도현이가 더 예쁜데." 

 

 

주먹이 빠르겠다 싶어서 드니까 미안하다고 하며 목을 파고들었다. 이거다. 나약한 문태일. 문태일은 나보다 약하다. 지가 힘이 세봤자다. 뿌듯한 마음에 귀를 핥아줬다. 이동혁은 나한테 덤벼들었는데 문태일은 몸을 떨며 가만히 있었다. 이래야지.  

 

 

"도현아." 

 

 

"로소님." 

 

 

"그래, 로소야. 내가 참을게. 그런데 앞으로는 자제 해줬으면 좋겠어.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혼전순결." 

 

 

문태일의 귀가 시뻘게졌다. 신기해서 앙 물어봤다. 문태일이 으악 하고 귀를 잡고 옆으로 굴러갔다. 말 안 들으면 종종 깨물어야겠다. 만족스러워서 나오는 웃음을 흐흐 흘리며 눈을 감았다. 문태일이 씻으라고 흔들어대서 일부러 숨을 크게 쉬었다. 나 잔다고. 그리고 고양이는 깨끗해. 

 

 

 

 

 

 

 

 

 

 

 

 

 

 

 

 

 

 

 

 

 

 

 

11 

 

 

 

 

 

 

 

 

 

 

 

 

 

 

 

 

한 번도 안 깨고 다음날 아침 눈을 떴다. 문태일이 옮겨다 놨는지 베개를 베고 이불까지 완벽하게 덮고 있었다. 옆에는 웅크려 곤히 자고있는 문태일이 있었다. 기지개를 켜며 몸을 깨웠다. 문태일도 깨워줘야 하나싶어 보다가 신기하게 생겼길래 도로 누워서 구석구석 살펴봤다. 동그란 뺨을 누르면 푹 들어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꾹 눌렀는데 그렇게 많이는 아니지만 정말 들어갔다. 문태일이 눈을 빠르게 끔뻑이며 나를 바라봤다. 

 

 

"몇 시야..." 

 

 

"모른다." 

 

 

"오케이...내가 볼게." 

 

 

문태일이 베고 있던 베개를 들추고 밑에 깔려있던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도현이, 아니 로소야 우리 지각이야." 

 

 

"응?" 

 

 

"난 학교 늦었고, 넌 수업 늦었다고. 그냥 가지 말까?" 

 

 

"으음. 밖에 나가고 싶다." 

 

 

"놀러 나갈까?" 

 

 

"놀아? 좋다." 

 

 

긍정적인 대답을 해줬는데 문태일 얼굴은 울상이었다. 눈을 비비더니 아니지. 라고 말했다. 뭐가 아닌데?  

 

 

"나는 출근하라고 해야지. 내가 선생인데." 

 

 

"선생? 생선 아니고?" 

 

 

"생선 먹고싶어?" 

 

 

"이게 무슨 대화냐." 

 

 

문태일이 소리없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웃었다. 처음엔 우는 줄 알았다. 눈밑을 닦길래. 얼굴에 힘을 주고 배고프다고 짜증을 내니까 이불을 걷고 일어나 나갔다. 문태일 뒤를 졸졸 따라 밟으니까 진짜 고양이 같다고 하며 또 웃었다. 당연한 소릴 하며 웃는다. 내가 야옹 이라고 말하면 아주 바닥을 구르겠다. 

 

 

"이도현 어디 가야 돼?" 

 

 

"응. 학교 가야지. 오늘 시간표 뭐야, 교양 데이네~ 일단 오전 교양 하나 제꼈고, 지금부터 준비해서 오후 교양은 들으러 가." 

 

문태일이 냉장고에 붙어있는 종이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냉장고에 종이가 많이 붙어있었다. 문태일이 냉장고 안에서 계란 네 개를 꺼내서는 인덕션이 있는 쪽으로 갔다. 나는 인덕션이 뭔지 모르는데 이도현은 아는지 자연스럽게 인덕션. 하고 알게 됐다. 문태일이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을 차례차례 깼다. 

 

 

"너도 같이 가?" 

 

 

"나는 다른 학교 가야지. 근데 도현아, 아는 걸 왜 묻는거야?" 

 

 

문태일이 노릇하게 익힌 후라이들을 접시에 담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냥 은 어디에 내놔도 잘 어울리는 최고의 단어다. 나는 그냥, 하고 의자에 앉았다. 

문태일이 건넨 젓가락으로 계란을 난도질 하다가 손등을 맞았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던 문태일이 대뜸 말했다. 

 

 

"솔직하게 얘기 해. 김대평인가 뭔가 하는 교수 집에 간 날 뭐 있었던 거 맞지. 무슨 일 있었지?" 

 

 

전주인 이름이 튀어나왔다. 내 입에서도 노란 계란 조각이 튀어나왔다. 문태일이 건넨 물컵을 받아 목구멍에 와라락 부었다.  

 

 

"우리 사이에 거짓말은 만들지 않기로 했잖아." 

 

 

"몰라." 

 

 

"이도현 너 이상해." 

 

 

"로소." 

 

 

"그래, 로소." 

 

 

"난 다 말했어." 

 

 

나는 로소라고 말했다. 그러니 내 볼 일은 된 거다.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문태일이 손목을 붙들었다. 

 

 

"계란 후라이에 케첩 둘러서 먹잖아, 이도현은." 

 

 

문태일이 내가 이도현의 몸에 들어온 날을 붙잡고 늘어지니 꼭 내가 큰 죄를 저지른 것만 같다. 나도 억울하고 나와 몸을 공유하게 된 이도현도 억울하겠지.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명쾌하게 설명해 줄 이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침묵 뿐이었다. 이럴 때 몸 주인이 도와줘야 한다. 문태일 이라는 인간을 처음 접해보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오빠. 얼른 출근하지?" 

 

 

놔주지 않을 것 같더니 손목이 바로 홀가분해졌다. 이도현은 문태일을 '오빠' 라고 칭했다. 오빠가 뭐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으니 오빠에 대해서 알 수 있을만한 책을 찾아봐야겠다.  

문태일이 어제 안 씻고 잤으니 깨끗하게 목욕하라며 화장실로 떠밀었다. 목욕이라니! 문 앞에서 안 들어가려고 버티다가 결국 문태일이 손수 이 닦아주고 머리도 감겨줬다. 자기가 해줄 수 없으니 몸은 알아서 씻고 나오라고 하고 나가길래 가만히 있다가 나가야지 했는데 몸주인이 싫어해서 물을 틀어야 했다. 물은 내가 싫었는데. 그 다음은 손이 알아서 하게 되더라. 처음 씻어보는데 익숙했다.  

 

문태일은 나를 일문 대학교 라는 곳에 내려주고 부리나케 갔다. 우선, 인간들이 무지 많았다. 혼자도 있고, 무리도 있었다. 어디론가로 간다. 목적지가 다들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도 날 신경쓰지 않았다. 잔뜩 경계하며 걷기 시작했다. 

탁트인 넓은 공원 같은 곳에 갈라진 길이 또 많았다. 선택지가 많아 곤란했다. 좀 으슥한 오르막이 있길래 길 따라 올라갔다.  

 

 

"어! 야!" 

 

 

노랑 점박 무늬의 고양이가 벤치 아래에 앉아 있길래 불렀다. 도망갈 자세를 취하고 있던 점박이는 기이한 낌새를 느꼈는지 그대로 굳어서 날 유심히 바라봤다. 벤치에 앉아서 점박이한테 소시지를 먹이고 있던 인간이 자기를 가리키며 부른 거냐고 물었다. 

 

 

"아니. 너 말고 얘 부른거다. 긴히 나눌 얘기가 있어 그런데 비켜봐라." 

 

 

점박이를 콕 찝어 말하니까 뭐냐는 눈빛으로 흘겨보더니 일어나 갔다. 아까 인간처럼 같은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점박이를 내려다봤다. 

 

 

"너 몇 살이냐? 열 네살? 애기네. 너는 여기 사는 애야? 우와, 여기서 태어나 자랐다고? 엄마는 어디 계시니? 오호, 여기 다니는 인간들이 널 다 안다고? 멋있다. 나는 잠깐 인간 몸을 빌리긴 했지만, 응. 다 방법이 있어. 너도 성묘가 되면 인간을 컨트롤 할 수 있을 지도." 

 

점박이의 이름은 키키였다. 키키는 내 옆에 붙어서 쫄랑쫄랑 걸으며 학교 구경을 시켜줬다. 중간중간 핸드폰에서 '운성' 이라는 이름이 떴는데 문멈뭄이 아니라서 무시했다. 아, 나 이제 전화를 걸고 받을 줄 안다. 로소는 똑똑하니까. 

 

 

"고마워, 키키. 다음에 올 때는 맛있는 거 가지고 올게. 문태일한테 말하면 줄거야. 문태일이 누구냐고? 음, 남자친구?"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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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8ㅅ8입니당 새벽에 보는 태일이는 너무 좋네여 다정해ㅜㅜㅜ 로소는 앞으로가 어떻게 될까요ㅠㅜㅜㅠㅜ 태일이가 조금 안타깜네여...
5년 전
문달
로소와 태일이는 지금부터 시작이죠...후.... ㅋㅋㅋㅋㅋ
5년 전
비회원121.7
아니정말,,,, 너무재밌어요....!!!!!!!╰(*´︶`*)╯♡
5년 전
문달
감사해여 !! ♡
5년 전
독자2
스트로니입니다~~~~! 아니 문태일 왜이렇게 다정합니까ㅠㅠㅠㅠ말 하나하나 잘받아주는게 쏘스윗 그와중에 혼전순결 넘 귀엽네욬ㅋㅋㅋㅋㅋ쿠ㅜㅜ 둘이 대화하는거 넘 재밌고ㅋㅋㅋㅋㅋ로소 매력킹,,
5년 전
문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로소...태일이..마니 기여워해주세용
5년 전
독자3
유루입니다! 로소랑 태일이 대화 너무 귀여워요ㅜㅠㅠ 언제쯤 태일이는 로소를 믿어줄꼬... 그럼 도현이가 고양이 생활을 하고있는건가요...? 무대뽀 로소 너무 귀여워...♥
5년 전
문달
술렁술렁 이야기들을 꺼내보겠슴다
5년 전
독자5
77ㅑ 여기 기대 한꾸러미 놓고가요==3
5년 전
독자4
단자에요! 로소 핥고 무는 거 너무 고양인데욬ㅋㅋㅋ귀여워요ㅠㅠㅠ 나만 없어 고양이..... ㅠㅠ 여자친구 갑자기 변했는데도 그저 다정한 태일이는 정말 aNgeL 맞죠,,, 문태일 사랑해,,, 다음 생은 도현이로,,,
5년 전
문달
저도...없seo yo....주륵 다정하고 웃긴 태일이 쓰고싶었는데 웃긴이 어렵네요 ㅋㅋㅋㅋㅋ(작가부터 노잼이 특기
5년 전
독자6
라나예요! 태일이가 말하는 거에 하나하나 잘 대답해주는 거 너무 스윗해요ㅠㅠㅠㅠㅠㅠ 본인도 이상할 텐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약간 서로 일방적인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요ㅋㅋㅋㅋㅋㅋㅋ 문태일같은 사람 못 찾겠죠ㅠㅠㅠㅠㅠ
5년 전
비회원61.222
아아 태일이 너무 다정하고 좋네요ㅜ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감사합니다ㅠㅠ

5년 전
비회원183.145
물매입니당ㅎㅎ 앜ㅋㅋㅋㅋ진짜 로소랑 태일이랑 서로 대화 1도 안되는데 어찌저찌 이어가는거 너무 답답한데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와중에 문탤 코난력 따리,,,^^
5년 전
독자7
문태일이 고양이였어도 귀여웠을거같지만 태일이는 앞구르기를 하고 보나 뒷구르기를 하고 보나 강아지죠ㅠㅠㅠ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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