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이준혁 성찬 엑소
문달 전체글ll조회 932l 5


 


 


 


 


 

고앙이 '로소' 이다  

w. 문달 


 


 


 


 


 


 


 


 


 


 


 

12 


 


 


 


 

'쌤 지각 무슨 일? 교장쌤한테 다 이를 거예요.' 


 


 

노란 포스트잇이 문 앞에 붙어 있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체를 보아하니 꾀병으로 보건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은제다. 귀엽네. 혼잣말 하며 포스트잇을 떼서 자켓 주머니 안에 쑤셔넣고 들어갔다. 최근 사다놓은 안개 가습기가 들어오자마자 정면에 바로 보였다. 바라만 봐도 흐뭇했다. 물건에 종종 애정을 갖는다. 무드등 기능이 있다는 점 하나 때문에 샀는데 심심할 때마다 리모컨으로 색을 바꾸는 게 은근한 재미다. 그래서 지금 그 리모컨을 찾는데 어디 있을까. 책상 서랍을 뒤지는데 바로 붙어있는 창가에서 왜웅, 왜웅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일명 보건냥 으로 태일을 집사로 부려먹는 길고양이다. 

오늘은 친구 하나를 옆에 끼고 왔다. 둘이서 돌림 노래처럼 하나가 먼저 애웅, 하면 뒤따라 옆에 애가 바로 애웅 거렸다. 태일이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오진 않는다. 딱 창틀까지만이 자기 바운더리다. 

태일도 굳이 끌어들이지 않는다. 벽에 일렬로 기대 세워놓은 밥그릇, 물그릇, 고양이 사료, 그리고 천하장사 소시지를 차례대로 올려놓았다. 원래는 소시지만 교내 매점에서 사다가 찾아올 때마다 줬는데 며칠 전 아예 사료를 사서 갖다놨다. 그릇도 가져다 놓으니 얼추 고양이 급식소가 마련 되었다. 


 


 

"못 보던 친구네? 그런데 너 포함 세 마리 이상은 안 된다? 김 쌤이 고양이 싫어하신대. 저번에 너한테 발길질 하는 거 은제가 다 봤대." 


 


 

3학년 학생 주임 교사인 믿음은 태일과 가장 친한 영양사 현진의 애인이었다. 둘은 비밀 연애를 하고 있는 사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학주랑 영양사 쌤이랑 그런 사이라더라 하고 알려져 있는 상태이다. 

믿음은 깐깐하게 생긴 외양처럼 자기 마음에 안 들거나 거슬리는 게 있으면 턱을 쓸면서 끄응, 소리를 냈는데 태일이 현진과 잘 붙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주 그랬다. 현진이 태일에게 나 믿음씨랑 사귀는 사이야. 라고 하며 믿음을 소개한 이후로는 현진을 따라 곧잘 보건실에 왔는데 하는 일은 태일을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감시하는 일이 다였다. 저 사람이 질투가 많아, 이해해. 

왜 그걸 이해해줘야 하는거지? 태일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웃어넘기기만 했다. 


 

"너 보니까 우리 로소 도현이 생각난다." 


 

와아옹. 하고 친히 반응 해주는 게 기특해서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문을 거칠게 여는 소리에 고양이의 동공이 커지더니 귀를 뒤로 젖히며 하악질을 했다. 태일이 의자를 돌려 은제에게 살살 하라며 타일렀다. 


 


 

"쌤~! 무슨 선생님이 점심 시간 다 돼서 출근해요? 아침부터 아픈 애 있으면 어쩌려고?" 


 


 

"다행히 없네." 


 


 

"진짜 보건 선생님이 저래도 되나?" 


 


 

종소리가 울렸다. 태일이 벽시계를 들여다봤다. 따라서 시간을 확인하던 은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 머리 아파요. 좀 누워있다가 들어갈래요." 


 


 

"삼학년 이 반 이십 사 번 박은제 두통. 두통 말고 다른 소재 없니? 맨날 두통이래. 큰 병원 가봐라." 


 


 

제일 안쪽 구석에 박힌 침대가 비공식 적인 은제의 침대였다. 촤라락 커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쌤이 꾀병이라고 쓰지 말라면서요." 


 


 

"예~예." 


 


 

고양이 밥을 챙기느라 자기 할 일을 잠깐 잊고 있던 태일이 출근한 지 삼십 분이 지나서야 컴퓨터를 켰다. 오늘은 보건 소식문이 나가는 날인데 보건 선생이 준비가 안됐네. 어쩔 수 없지 하며 느긋하게 한글을 켜고 작성을 시작한다. 


 


 

"은제야, 너 가습기 리모컨 봤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네." 


 


 

"제 마이 안주머니에 없어요." 


 


 

"그래~ 갖고 와라~" 


 


 

"나 머리 아파서 누워 있는데." 


 


 

"쫓아내기 전에 갖고 오렴." 


 


 

안쪽에서 작게 투덜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은제가 슬리퍼를 바닥에 질질 끌며 리모컨을 건넸다. 태일이 짧게 고맙다고 말하며 키보드를 다시 두들겼다. 은제가 파티션 위로 팔을 얹어놓고 매달리듯이 기댔다. 태일이 쳐다도 보지 않고 가서 누워 있으라고 했다. 


 


 

"쌤. 여친 있댔죠." 


 


 

"응. 갑자기 그건 왜?" 


 


 

은제가 소파로 옮겨가 풀썩 앉았다. 아주 자기 세상인 양 누워서 기지개까지 켠다. 태일은 저 느긋한 학생에게 유인물 돌리기를 시켜야겠다 생각했다. 


 


 

"그냥요. 얼마나 됐어요?" 


 


 

"현이랑 헤어졌니?" 


 


 

"아니거든요? 좀 싸운거지 아직 안 깨졌거든요?" 


 


 

"오래됐지." 


 


 

열 아홉이었다. 지금은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 요한이 교회 가자고 반 년을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네가 나 대학 보내줘? 아니. 주님이 보내주실 거야. 안 가. 라고 말은 했지만, 문태일은 의리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까짓 거 한 번 가주기로 했다. 도현은 모태 기독교였고, 요한과 같은 교회 중고등부 예배에서 찬양팀을 맡고 있었다. 처음 겪는 예배라는 자리에 어색하게 요한 옆에 서서 박수를 쳤다. 요한은 목사님 아들이었다. 그래서인가 키도 큰 게 도무지 건성으로 있을 수 없는 맨 앞자리에서 열정적으로 찬양했다. 

무교 19년차 문태일은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내가 신실한 놈이랑 짱친이 되어서는 늦잠도 다 버리고 여기서 이러고나 있고. 

태일이 요한을 조용히 째려보고 있을 때 그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있던 열 네살 이도현은 난생 처음으로 연애란 걸 생각했다. 요한 오빠 친구인가. 진짜 잘생겼다. 완전 내 취향인데. 저 오빠 사귀는 사람 있을까. 요한 오빠 찔러볼까. 

도현은 솔직하고 적극적인 애였다. 태일은 머릿속에 대학, 미래, 돈, 공부로만 차 있던 고삼이었다. 나는 미성년자랑 안 사겨. 오빠도 미자 잖아요. 나 내년에 성인이야. 나 성인되면 사겨줘요? 아니. 왜요? 나 연하는 별론 거 같아. 


 

문태일은 명문 일문 대학교 간호대학 간호학과 신입생 전체 수석으로 장학금을 먹고 들어갔다. 도현은 목표 대학이 일문대학교가 되었다. 

여초과라서 우리 오빠 금방 씨씨 되는 거 아닐까 도현은 마음을 갉아먹는 망상을 많이 했지만 태일은 그때도 사랑을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군 복무를 하는 동안에는 지극 정성으로 온라인 편지를 썼다. 

눈에 띄라고 제목은 꼭 '오빠 제대하면 나랑 사귀는 거다 ㅇㅇ번째 편지' 라고 자체 양식을 만들어 작성했다. 덕분에 태일은 군 생활 하는 동안 놀림을 많이 받았다. 도현은 태일과 같이 학교를 다니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문대에 합격했다. 간호과 문대숲으로 불렸던 태일은 - 태일이 대숲에 자주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 심리학과 문변절자로 변해서 졸업하기까지 남은 1년 동안 심리학과 새내기 이도현에게 시달렸다. 


 

오빠 이제 넘어오지 그래. 

임용에 떡하니 붙은 날 매주 맞는 일요일처럼 자연스러운 고백에 태일이 넘어갈까, 하고 받아쳤다. 도현은 이 오빠가 축하주를 받고 들떠서 이러나 싶어 장난이지? 물었다. 턱을 괴고 자신을 바라보는 태일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라서 도현은 울었다. 8년을 공을 들였더니 마침내 태일이 마음을 열어줬다. 참으로 힘들고 눈물나는 여정이었다. 오빠 동생으로 알고 지낸지는 8년, 사귄지는 1년. 

-도현은 8년이 아니고 그래도 썸 1년 타지 않았느냐 따졌다.- 반동거 시작한 지는 두 달 좀 됐다. 도현이가 자기 졸업하고 직장 잡으면 바로 결혼하자고 해서 일문 중학교 보건 교사로 일하며 도현의 머나먼 취뽀를 기다리는 중이다. 


 

과거 회상에 잠겨있다가 은제가 쌤 쌤 문쌤 하고 노래를 불러대는 통에 도리질을 하며 깨어났다. 


 


 

"쌤 방금 여친 생각했죠? 무슨 백 번은 불렀는데." 


 


 

"오버 떤다. 곧 종 치겠다. 일 등으로 가서 밥이나 먹어." 


 


 

"같이 가요. 어차피 쌤도 밥 먹으러 갈 거잖아요. 맨날 혼자 앉아 계시던데 제가 밥 친구 해드릴게요." 


 


 

"나 혼자 앉아있던 적 없는데?" 


 


 

은제가 커피 포트 앞으로 가서 작은 바구니에 담겨있는 믹스 커피를 뜯었다. 


 


 

"지금 쌤 인기 많다고 자랑하는 거죠?" 


 


 

"나 인기 많아?" 


 


 

"모르는 척 쩐다. 재수 없어요." 


 


 

"은제야, 너도 내가 만만하니... 그래도 선생님인데 막말하고 그르냐." 


 


 

"죄삼다." 


 


 

은제가 쳐다도 보지않고 자기가 서 있는 방향으로 목을 꾸벅 숙였다. 태일이 의자에서 일어나 다가와서 점심 먹을 건데 무슨 커피냐며 은제 손에 들린 종이컵을 뺏어다 한모금 홀짝이고 돌려주었다. 은제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냐고 빈정댔다. 


 


 

"현이한테 잘 하고. 너같이 성격 불같은 애 현이 아니면 누가 감당하겠니." 


 


 

"와, 쌤 지금 나 성깔 더럽다고 까는 거예요?" 


 


 

"우리 은제가 싸가지가 좀 없잖아? 하하." 


 


 

"와... 솔직히 인정. 사랑해요 쌤. 근데 쌤도 나 잘 받아주잖아요. 저랑 사귈래요?" 


 


 

"응, 십 년만 기다려봐." 


 


 

어깨동무를 해오는 은제의 팔을 쳐내며 태일이 보건실 불을 껐다. 얼마 안돼서 종이 울렸다. 은제가 팔짱을 껴오며 태일과 같이 급식실로 향했다. 


 


 

"십 년 기다리면 쌤 가질 수 있어요?" 


 


 

"너 무슨 말이, 후, 아니. 그땐 나 이미 결혼했지." 


 


 

"뭐예요. 왜 여지 줘요." 


 


 

"은제야, 적당히 까불자." 


 


 

"넵." 


 


 

두 줄로 서있는 가운데 은제는 인맥빨로 기다림 없이 태일 뒤에 붙어 서서 배식을 받았다.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총은 받았지만 은제는 그런 것에 쫄지 않는 애였다. 태일이 오른쪽 줄에 서 있는 현이를 가리켰다. 


 


 

"네 여친 저기있네." 


 


 

"쳐다보지 마요 쌤. 쌤이 쳐다보면 저도 보이잖아요." 


 


 

"미안. 이미 현이랑 인사했어." 


 


 

현이가 줄에서 나와 태일과 은제 쪽으로 걸어왔다. 태일은 직감적으로 둘이 싸우겠구나 싶어 잠자코 밥만 퍼먹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잠깐 박은제 좀 데리고 갈게요. 너 나와." 


 


 

살갑게 인사하다가 돌연 은제 어깨를 툭툭 치며 목소리를 낮게 까는 현이에게 안녕 하고 인사해주며 태일은 은제를 보내줬다. 잘못했어 내가 걸을게 놔주라 하는 은제의 기어가는 애원 소리가 문 밖을 나갔다. 앞이 비어버린 태일이 텅 빈 자기 자리 테이블을 한 번 둘러보다가 평온하게 식사를 마저 했다. 

태일을 평소 좋아라 하는 학생들이 금세 양 옆을 채우고 앉았다. 


 


 

"그래,그래. 얘들아 많이 먹어." 


 


 

은제 녀석 때문에 도현이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물론 수업을 듣기 전에 교내 카페든 어디든 가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있겠지만. 도현이 보고싶어 다리가 다 떨렸다. 


 


 


 


 


 


 


 


 


 


 


 


 


 

13 


 


 


 


 


 


 


 


 

키키와 헤어지고 나니 할 게 없었다. 문태일은 언제 오지. 어디 간 거지. 낯선 장소에 혼자 있으니 약간, 아주 약간 무서웠다. 

문태일한테 전화를 걸어봤는데 뚜루루 뚜루루 소리만 들리고 나사 빠진 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핸드폰이 고장났나 싶어서 바닥에 대고 퍽퍽 내리쳤는데 모서리가 부서졌다. 원래는 깨끗했는데 오줌을 갈긴 것처럼 화면이 누랬다. 

'운성' 이라는 이름이 또 떴다. 대체 어떤 인간이 이도현한테 이리도 성가시게 달라붙는지 궁금해져서 받으니까 냅다 소리부터 빽 질렀다. 


 


 


 

- 이도현 너 대체 어디야? 내가 전화를 얼마나 했는데 다 씹냐? 


 


 


 

"귀 아파." 


 


 


 

-난 마음이 다 아팠어. 네가 하도 연락을 씹어서. 어디야? 


 


 


 

"일문 대학교." 


 


 


 

-그러니까 학교 어디에 있냐고. 나 지금 과사에서 막 나왔어. 


 


 


 

"과자?" 


 


 


 

-뭐래, 과사. 아, 어디야아. 


 


 


 

"키키, 여기가 어디, 맞다. 키키 갔지." 


 


 


 

-키키? 키키랑 같이 있어? 


 


 


 

"아니. 키키 갔어. 근데 너 이도현 알아?" 


 


 


 

- 존나 잘 알죠. 참 내.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너도 이도현 남자친구야?" 


 


 


 

-응? 응? 야, 나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뭐야, 남자친구도 아닌데 왜 전화해." 


 


 


 

동그란 모양을 누르면 인간 목소리가 안 들린다. 입을 삐죽이며 동그라미를 막 눌렀다. 남자친구도 아니면서. 

다시 '운성' 의 이름이 떴다.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질긴 고기같은 인간이다. 이제 개미들의 발걸음과 핸드폰이 몸을 터는 건 구분할 수 있다. 로소는 진짜 똑똑하다고! 

계속 산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 아무 건물 안이나 들어가보기로 했다. 

건물보다는 작은데 비슷하게 생긴 초록색 사각형 안에 뭐가 잔뜩 들어있었다. 반가움에 달려가 주먹으로 쿵쿵 두들겼는데 주지 않았다. 


 


 


 

"봉..봉... 봉봉? 봉봉 줘. 봉봉 주라구. 봉봉!" 


 


 


 

친절하게 말하는 데도 내 말을 무시해서 발로 확 걷어차줬다. 나만 아팠다. 몸은 이도현이고 영혼은 난데 아픔이 왜 나한테까지 전해지는 거지. 눈물이 아주 찔끔 나왔다. 그러나 나는 지지 않는 고양이다. 양 손을 사용해서  마구 두들겼다. 


 


 


 

"봉봉!" 


 


 


 

"저기요. 자판기 그렇게 두들긴다고 안 나와요." 


 


 


 

처음 듣는 음성에 하던 짓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얼굴이 뾰족하고 눈이 한껏 올라간 인간이 서 있었다. 이도현을 알고 있나 싶어서 다가가 물었다. 


 


 


 

"이도현 알아?" 


 


 


 

"이도현이요? 아니요?" 


 


 


 

"뭐야. 모르는데 왜 아는 척 해?" 


 


 


 

"본인 이름이 이도현 이에요?" 


 


 


 

"아니. 난 로소." 


 


 


 

"아, 예. 하여튼 자판기 막 치고 그러지 마세요." 


 


 


 

이도현은 몰라도 봉봉은 내놓지 않는 사각형이랑은 아는 사이 같아서 가려는 인간의 옷자락을 붙잡고 앞으로 끌고갔다. 


 


 


 

"얘 이름이 자판기야?" 


 


 


 

"네. 왜 이러세요? 이거 놔주시죠?" 


 


 


 

"너 얘랑 친해?" 


 


 


 

자판기를 가리키자 내 손을 쳐낸 인간이 웃었다. 꼭 나를 비웃는 웃음 같아 눈에 힘을 주고 노려봤다. 마음에 안 드는데 물어버릴까. 어디 부위를 물 지 살피고 있는 중에 놈이 말했다. 


 


 


 

"근처에 일대 병원 있어요. 가보는 거 어때요?" 


 


 


 

"병원?" 


 


 


 

기억 하나가 날카롭게 꽂힌다. 감기에 걸린 적이 있는데 아파서 밥도 못 먹고 힘없이 누워있는 날 두고 전 주인과 부인이 싸운 적이 있다. 아파서 떨고만 있는데 인간 둘은 병원을 가야 하니 두면 낫는다느니 싸우고나 있고. 결국 부인이 나를 담요에 꽁꽁 싸매서 품에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긴 했지만. 울면서 뛰던 거친 심장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 안 아픈데." 


 


 


 

"좀, 제정신 아닌 것 같아서." 


 


 


 

"영혼은 나다. 인간 따위가 뭘 안다고!" 


 


 


 

"인간 따위... 어쨌든 봉봉이 마시고 싶으면 자판기를 때리지 말고 돈을 넣으세요, 돈을." 


 


 


 

놈이 고개를 저으며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돈? 돈이 뭐지? 똑똑한 내가 잘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지! 


 

이거 놓으라는 말을 무시하고 다시 자판기 앞으로 끌고왔다. 문태일보다 큰 수컷도 질질 끌 수 있는데 왜 문태일한테는 못 당하는거지? 이도현이 문제인가? 잠깐 딴 생각에 빠져 있는데 놈이 앙칼지게 나를 뿌리치며 성질을 냈다. 


 


 


 

"돈이 뭔데? 알려주는 게 예의 아니냐?" 


 


 


 

"와, 진짜 또라이 아니야?" 


 


 


 

그리고서 도망치려길래 아예 손목을 잡았다. 그렇게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당기고 밀어내고를 반복하다가 중심을 못 잡고 옆으로 넘어질 뻔 했다. 일말의 싹수는 남아 있는지 내가 넘어지려 할 때 자기 쪽으로 당겨줬다. 


 


 


 

"사줄게. 사줄 테니까 놔, 진짜. 내가 봉봉 사줄게. 그럼 됐지?" 


 


 


 

"네놈 말을 어찌 믿고 내가 놔주느냐?" 


 


 


 

"나 손목 부러질 거 같거든? 자자, 손 잡아, 자. 안 도망 가. 됐어?" 


 


 


 

놈이 내 손을 떼어내서 문태일처럼 깍지 껴 잡은 채 옆으로 맨 가방에서 주머니 같은 걸 꺼냈다. 이 세상엔 네모난 것들 천지구나. 


 

까만 주머니 마저 네모나게 생겼다니. 놈이 그 안에서 작은 동그라미 여러 개를 꺼냈다. 저건 동그랗다. 


 

자판기에 나 있는 구멍으로 쏙쏙 집어넣는다. 잠자고 있었는지 수십 개의 눈들이 떠졌다. 봉봉 바로 아래 있는 눈을 누르자 덜컹 하고 딱딱한 게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놈이 자판기 입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봉봉을 꺼내서 내게 건넸다. 


 


 


 

"내가 살다 살다 학교 안에서 웬 미친 사람한테 돈이나 뜯기고." 


 


 


 

"우와. 근데 이거 마실 수가 없다. 안 나와. 너 나를 속였지?" 


 


 


 

손 안에 들어오는 차가운 봉봉을 입에 대고 흔들었는데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이빨을 드러내며 노려보니까 놈이 인상을 쓰며 봉봉을 채갔다. 


 


 


 

"자. 진짜 진짜 됐지?" 


 


 


 

"어! 어떻게 한 거냐? 다시 해 봐라." 


 


 


 

"이미 땄는데 어떻게 다시 해. 네가 하나 더 사든가." 


 


 


 

"정말 무책임하다." 


 


 


 

"환장하겠네. 내가 왜 그쪽을 책임져야 하죠?" 


 


 


 

"김도영! 간다더니 뭐 하냐?" 


 


 


 

나와 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가벼운 목소리의 주인공이 계단을 내려오며 손 흔들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이 스르륵 내려갔다. 


 

고양이로 치면 많이 먹고 안 돌아다녀서 뒤룩뒤룩 살찐 애. 하지만 인간이라 하나도 안 귀엽다. 볼록 나온 배를 보며 나도 모르게 이도현의 배로 손이 갔다. 똥배가 좀 있지만 영혼이 나니까 사랑스러운 편. 새로 등장한 인간이 김도영이라고 불린 놈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나를 쳐다보았다. 키가 작아서 올린 팔이 버거워보였다. 김도영이 크고 새까만 눈으로 나를 노려보면서 배불뚝이에게 말했다. 


 


 


 

"얘 제정신 아니야. 나 한 십 분은 붙잡혀 있던 것 같아." 


 


 


 

"아는 사이?" 


 


 


 

"오늘 처음 본 사이지." 


 


 


 

"저기, 여기 학생 맞으세요?" 


 


 


 

배불뚝이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생 이라는 걸 내게 묻는 걸로 보아 둘은 그 '학생' 인 것 같고, 나와 동질감을 느끼고 싶나보지. 


 

아니. 라고 하니까 자기들끼리 뭐라 수군대더니 배불뚝이가 걔 좀 붙잡고 있으라며 김도영에게 말하고는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는 자판기 옆에 있는 주황색 의자에 털썩 앉았다. 계속 서 있어서인지 다리가 아팠다. 김도영이 내 앞에서 짝다리를 짚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 핸드폰이랑은 사뭇 다르게 생겼다. 구경하고 싶어서 김도영에게 손짓하며 옆에 앉아보라고 했다. 그러나 김도영은 오히려 한 발 뒷걸음 치며 질색했다. 감히 나의 호의를 거절하다니. 인간놈들이 하나같이 버릇이 없다. 


 


 


 


 


 

"좋게 말할 때 앉아라. 네 그 경망한 행동이 큰 화를 부를 지도 모른다." 


 


 


 

"어디서 드라마 찍다 오셨어요?" 


 


 


 

"뭐라는 건지 원." 


 


 


 

인간들의 언어는 참으로 기괴하고 어렵다. 알아들을 순 없지만 말투와 표정으로 미루어보아 날 놀리고 있는 건 분명했다. 그러면서도 쫄리긴 했는지 줄줄이 이어진 의자 맨 끝에 앉았다. 내가 다가가자 몸을 수그린다. 본능적으로 아는 거다. 내가 자기보다 강하다는 걸. 그런 주제에 아까는 나한테 잘도 덤볐다. 


 


 


 

"네 핸드폰은 내 거랑 다르게 생겼다." 


 


 


 

김도영이 내 손에 들린 핸드폰을 흘깃 보더니 다시 자기 것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연하지. 나는 아이폰이고 너는 갤럭시니까." 


 


 


 

"너 몇 살인데 대드냐?" 


 


 


 

"너도 초장부터 말 깠잖아." 


 


 


 

"가만 보니 얌전한 이동혁 같다. 쯧쯧." 


 


 


 

"누군지도 모르겠고요." 


 


 


 

"너 싫어." 


 


 


 

"나도." 


 


 


 


 


 

다시는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다. 말 섞기도 싫어 고개를 홱 돌렸다. 김도영은 여전히 자기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배불뚝이가 입을 벌린 채 헉헉 숨을 쉬며 왔다. 옆에는 큰 걸음으로 같이 뛰어온 나이 든 인간이 있었다. 새로운 얼굴들의 연속이었다.반갑지 않았다. 


 


 


 

"저기요! 저 여자예요!" 


 


 


 

피해야 한다는 직감이 섰다. 빠져나갈 길을 살피다가 계단 옆으로 나 있는 긴 통로로 도망쳤다. 뒤에서 거기 서 보라는 외침이 들렸다. 사이 사이 튀어나오는 인간들과 부딪쳐가며 잡히지 않으려고 달렸다. 학교라는 곳은 나에겐 두 번은 가고싶지 않은 장소다. 


 

다행스럽게도 문이 많아 건물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최대한 멀리 달아나려다 보니 전혀 알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 

뭐, 아는 것도 없었지만. 콧김을 내쉬며 침착하게 숨을 골랐다. 마지막 기회를 준다 생각하며 문태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문태일!" 


 


 


 

- 어어, 로소야. 마침 나도 너한테, 


 


 


 

"나 데리러 와. 지금 와. 빨리 와." 


 


 


 

-무슨 일 있어? 


 


 


 

"이상한 사람들이 나 잡아가려고 했어." 


 


 


 

- 학교야? 


 


 


 

"응. 얼른 와. 나 찾아줘. 나 데리러 와." 


 


 


 

- 혼자 있어? 나 퇴근하려면 많이 남았는데. 


 


 


 

"야. 뭐가 중요해? 나를 잘 모셔야지." 


 


 


 

- 정문 앞에 있어. 금방 갈게. 


 


 


 

키키. 의지할 데라곤 학교 지리에 빠삭한 키키 말곤 없었다. 벌써 반은 까먹은 고양이 어를 더듬 더듬 끄집어내서 키키를 찾아 돌아다녔다. 키키, 나 좀 도와줘. 키키- 


 

한참 울부짖다가 지쳐서 주저 앉았는데 우앵 하고 키키가 멀리서부터 부리나케 뛰어왔다. 순간 뭉클해졌다. 세상에 내 편 하나는 있어야 살 맛이 나는구나. 하는 삶의 이치 하나를 깨우쳤다. 작은 털뭉치를 품에 안고 부비부비 얼굴을 비비며 키키, 하고 다정하게 불렀다. 키키가 이야아 하고 대꾸했다. 키키의 도움을 받아 문태일이 있으라고 하던 정문으로 갔다. 좋은 친구를 만난 건 기쁘지만 두 번 다신 오지 않을 테니 키키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문태일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차에 타자마자 안전 벨트(검은 띠의 정확한 명칭을 알았다.) 를 당겨주며 자기가 근무 도중에 몰래 나온 거라 빨리 돌아가 봐야 한다고 했다. 


 


 


 

"누가 잡아가려고 했다는 건 뭐야?" 


 


 


 

"김도영이랑 배불뚝이랑 합세해서 나 잡아가라고 무서운 노인네를 불러왔었다. 발이 빨라서 쉽게 빠져나왔지." 


 


 


 

"...뭐라는 지 잘 모르겠어." 


 


 


 

"바보 아니냐?" 


 


 


 

문태일이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혀를 끌끌 차며 움직이기나 하라며 핀잔줬다. 혹여나 아직도 포기 않고 나를 뒤쫓고 있을까봐 창밖을 살폈다. 일문 대학교가 멀어졌다. 안도의 한숨 한 번 쉬고 문태일을 쳐다봤다. 


 


 


 

"이번엔 일찍 왔네. 칭찬해주마." 


 


 


 

"아이고 감사합니다." 


 


 


 


 


 

문태일은 나를 쳐다도 안 보면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차 안에서만 그랬다. 이도현을 좋아한다면서 왜 이 좁은 차 안에서는 쌀쌀맞게 구는 지 모를 일이었다. 다시 짚어주기도 귀찮긴 했으나 그래도 궁금해 해주길 바랐는데 문태일은 묻지 않고 나를 이동혁이 있는 집에 내려줬다. 


 


 


 


 


 

"왜 여기야?" 


 


 


 

"응? 로소네 집이니까." 


 


 


 

"아니야. 여긴 이동혁 집이야." 


 


 


 

"그래. 이도현 집이기도 하지." 


 


 


 

"로소 집은 여기가 아니다." 


 


 


 

"음, 네가 말하는 로소 집이 혹시 문태일 집인가?" 


 


 


 

"응. 잘 알면서 날 여기로 데려 오다니. 혼쭐 좀 내야 정신 차리겠구나."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태일이 내리길래 손을 등 뒤로 뺐다. 내 앞에 선 문태일이 어깨를 잡고 지긋이 바라 보더니 그대로 품에 당겨 안았다. 몸부림 치는 것도 지쳐서 가만히 안겨 있으니까 어깨에 턱을 괸 문태일이 나긋나긋한 어조로 말했다. 


 


 


 


 


 

"전화 받고 놀랐잖아, 우리 로소 목소리가 오들오들 떨고 있어서. 뭔 지는 모르겠지만 집 들어가서 푹 쉬어." 


 


 


 

"...웅." 


 


 


 

문태일이 내 얼굴을 감싸고 또 뚫어져라 보더니 이마에 뽀뽀를 했다. 하지 말라고 하기에는 몸이 문태일의 스킨쉽을 매우 좋아하고 있어서 내버려뒀다. 평소 같았으면 언짢아 했을 테지만 딱히 별 감정이 안 들었다. 그저 포근하다는 느낌. 


 


 


 

"짜증 안 내네?" 


 


 


 


 


 

"뽀뽀 하지 마라." 


 


 


 


 


 

"귀엽네 역시." 


 


 


 


 


 

"안다." 


 


 


 


 


 

문태일이 이제 들어가 보라며 놔줬다. 주변에 감돌던 온기가 훅 빠져나가 허전했다. 대문 앞에서 문태일에게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주자 차에 타려다 말고 문만 연 채 손 흔들어줬다. 


 


 


 


 


 

"또 무슨 일 있으면 전화 해." 


 


 


 

"없으면? 하지 마?" 


 


 


 


 


 

문태일이 고개를 옆으로 삐딱하게 돌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며 미소 지었다. 사르르. 아주 부드럽고 은은하게 올라가는 미소였다. 잠시 홀린 듯 멍해졌다. 


 


 


 

"전화 해." 


 


 


 

문태일이 들어가라고 했지만 꿋꿋하게 손 인사하며 먼저 보냈다. 목을 빼고 차가 사라진 방향을 오래도록 쳐다보면서 숫자를 셌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일, 이, 삼,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이제 문태일한테 전화해도 되겠지? 


 


 


 


 


 


 


 


 


 


 


 


 


 


 


 


 


 


 


 


 


 


 


 


 


 


 


 


 


 


 


 


 


 

 

[NCT/문태일] 고양이 로소이다 +3 | 인스티즈 

 



이런 글은 어떠세요?

 
독자1
메리 크리스마스 문달님!!!!! 태일이 보건쌤이였어.. 저희 고등학교 보건쌤 별명이 우리학교 아이돌이였는데.. 진짜 맨날 없어서...(먼산) 아니 그래서 로소.. 우짜누... 우리 도영이 돈 뜯겨서 어쩌누... 괜찮아 길가다가 돈주울거야!!!! 잘한거야 그래서 도현아.. 잘 지내...?/유루
5년 전
비회원189.226
헉 문달님 도영이 너무 츤데레인거 아닙니꽈 ㅋㅋ 태일이는 여전히 스윗해서 로소도 마음을 연 것 같아요 bb
5년 전
비회원183.145
나 원.. 저 요즘 정말 문달님때문에 인스티즈 초대번호라도 사서 가입해야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아 참 전 물매입니다 전 건망증이 핵심하기때문에 인티에 자주자주 찾아오질 못해서ㅠ 로소가!!!!!!2개나!!!!올라왔는데!!!!!!! 보질못하고!!!!!!!!!!!!!!! 어떤가요 초대번호를 사는게 역시 현명하겠죠?
5년 전
비회원14.250
빨리 태일이가 알아야 할 텐데 하면서도 아니어야 되나 싶고 근데 그러기엔 험한 세상 속 로소가ㅜㅜ
5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분류
  1 / 3   키보드
필명날짜
      
      
      
      
      
강동원 보보경심 려 02 1 02.27 01:26
강동원 보보경심 려 01 1 02.24 00:4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634 1억 02.12 03:01
[이진욱] 호랑이 부장남은 나의 타격_0917 1억 02.08 23:19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817 1억 01.28 23:06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2 예고]8 워커홀릭 01.23 23:54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713 1억 01.23 00:4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615 1억 01.20 23:2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513 1억 01.19 23:2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517 1억 01.14 23:37
이재욱 [이재욱] 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_0010 1억 01.14 02:52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415 1억 01.12 02:00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420 1억 01.10 22:24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314 1억 01.07 23:00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218 1억 01.04 01:01
윤도운 [데이식스/윤도운] Happy New Year3 01.01 23:59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_0120 1억 01.01 22:17
준혁 씨 번외 있자나31 1억 12.31 22:07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나의 타격_0319 1억 12.29 23:13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213 1억 12.27 22:46
[이진욱] 호랑이 부장님은 나의 타격_0118 1억 12.27 00:53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end22 1억 12.25 01:21
이진욱 마지막 투표쓰11 1억 12.24 23:02
[배우/이진욱] 연애 바이블 [01]11 워커홀릭 12.24 01:07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617 1억 12.23 02:39
이준혁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21 1억 12.20 02:18
이준혁 [이준혁]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_1427 1억 12.19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