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던 네가 결국 어깨를 밀어내며 고개를 픽 돌렸어.
"친구 사이에 키스도 하냐?"
"..."
"그리고, 대낮에 백화점 앞에서 키스하는 건 미국인들도 안해."
네 말에 홍빈이는 피식 웃더니 널 다시 백화점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뭐 볼 일 있어서 온거잖아. 옷 사러 왔어?"
"어... 응, 뭐, 정장이랑 이것저것..."
"여기 진짜 잘나가는 매장 가르쳐줄게 내가. 같이 가자."
뭐가 좋은지 능글맞게 앞장서는 홍빈이에, 너도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따라 나섰어.
정장 두벌에... 이제 치마.
"이거."
"안돼."
"이거는?"
"더 안돼."
"왜."
"원색이잖아. 안돼."
홍빈이가 조금은 편해져서 옆에 서서 이것저것 골라보는데 치마에서 의견이 턱턱 갈리는 둘이였어.
안된다는 홍빈이의 말에 내려놓으려다가 홍빈이를 째려보고는 보란듯이 계산해달라고 하는 너야.
"야."
"뭐, 니가 뭔데 치마 못사게 해."
"아, 짧잖아."
"안 짧아."
투닥투닥하는 둘이 귀여운 듯 웃음을 터뜨린 직원에 너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쇼핑을 시작해.
"야 그거 신으면 너 발목..."
"이거 계산해주세요."
"야, 자꾸 이럴래?"
"내가 내돈으로 내 구두 사겠다는데 왜."
네 말에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유지하는 홍빈이야.
쇼핑이 대충 끝나 정문으로 나가는데 졸졸 따라오는 홍빈이를 보고, 너는 걸음을 멈춰서 마주 서.
"일이나 하시지. 이제 나 간다."
"어, 뭐... 그래야지. 근데 너 그런 옷 입고 다니지마."
옷이 뭔가 싶어서 내려다보니 조금 붙는 원피스에 얇은 가디건 하나였어.
"왜-"
"한국에선 아무도 그렇게 안 입고다녀."
말이 끝나자마자 너와 비슷한 차림새의 여자가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걸 본건지 홍빈이는 큼큼, 헛기침을 했어.
그리곤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겨우 말을 꺼내.
"연락...할게."
홍빈이의 말에 너는 피식 웃고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어.
"폰 번호 바꿨는데. 뭐, 네 생각나면 내가 먼저 연락할게. 간다-"
손을 흔들며 휘적휘적 가는 뒷모습을 한참이나 멍하니 보던 홍빈이는 네가 안보일 때까지 계속 보고만 있어.
그리고 삼일이 훌쩍 지나, 너는 말끔하게 입고 머리도 하나로 질끈 묶어서 회사로 출발해.
도착하니 너만 스카웃 한게 아닌지, 젊은 사람들이 꽤나 많이 모여 있었어.
"일대일 미팅이긴 하지만 면접처럼 긴장할 필요는 없어요. 한명씩 이름 부를게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지만 이미 그 사람은 방으로 들어가버렸어.
어차피 안에 들어가면 볼거니까, 너는 여유롭게 거울도 보고 휴대폰도 보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어.
거의 마지막인건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지루해지려는 차에 이름이 불리자 살짝 미소를 띄우곤 문을 열어 준비된 의자에 앉았어.
"유학 다녀오셨네요?"
조금은 놀라고, 어딘가 어색해진 서울말에 말한사람을 쳐다보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널 보는 학연이였어.
"아, 아 네. 잠깐이요."
"그랬구나..."
이것저것 묻더니 앞으로 수고하자며 손을 내밀기에 너는 앉아있는 세명과 모두 차례로 악수를 했어.
그리고 맨 오른쪽에 앉아 있던 학연이와도 악수를 하며 눈을 마주쳐.
학연이의 눈은 뭔가 이글거리는 거 같기도하고 당황스러워하는 거 같기도 했어.
너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라 나와서도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잘게 흔들고 가방을 고쳐 들어.
솔직히, 아까 홍빈이를 만났을 때 이정도면 진짜 인연인가 싶었던 너였는데.
이렇게 학연이까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거야.
여러 감정이 섞여 허, 하고 헛웃음을 지으며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려.
-잠깐 나 좀 봐요 별빛씨.
분명히 휴대폰 번호 바꿨는데, 중얼거리던 네가 아차 하며 기억해 낸 건 아까 학연이 손에 들려있던 네 인적사항이였어.
뭐라고 해야할 지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멍하니 보고 있는데 이번엔 전화였어.
"여보세요?"
"별빛씨, 좀 만나요. 밥이라도 같이 먹어요 응?"
"아, 그치만..."
"나 지금 내려가니까 회사 앞으로 와요. 퇴근 준비해야되니까 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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