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매일 같은 시간
나는 너의 꽃집 앞을 지나간다.
눈이 마주치면
너는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언젠가 늦잠을 자 서둘러 뛰어가는 나를 불러세우곤
멋쩍은 듯이 웃으며
머리에 붙은 헤어롤을 떼어주던 날부터
너와 나는 자연스레 친해졌다.
매일 똑같은 일상,
이른 아침의 피곤한 출근길이었지만
나는 항상 웃는 얼굴인 너를 보면 기분이 좋았다.
-
띵동 -
언제부턴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잊을만하면 나를 괴롭히는
저,
문자소리.
"오늘따라 치마가 짧네,
남자라도 만나러 가나봐요?"
"옆에 그 남자 누구에요,'
다 큰 여자가 밤늦게 남자랑 다니면 위험해요. "
"머리 묶었네, 앞으로 자주 묶어요.
별빛씨는 목덜미가 예쁘니까."
도데체 누굴까.
누구길래 나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걸까.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았기에
잡을 수 없다는 말 뿐이었다.
내가 두려움에 떨 때마다
너는 나를 달래주었다.
웃는 얼굴이 더 예쁘다며
너 스스로도 어색해하면서도
애교를 피워 나를 웃게 만들었다.
너는 항상 내 옆에 있어주었다.
-
네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아갈 무렵
"별빛씨, 사람 너무 쉽게 믿지마요."
이 한마디를 남기고
더이상 문자는 오지 않았다.
-
띵동-
뭐지?
이 시간에 문자 올 사람이 없는데,
나는 무심코 시선을 돌려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 문자를 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친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었다.
.
.
.
"오늘 늦잠잤나봐요?
문 잘 잠그고 다니라니까."
-
혼자 들어가기엔 겁이 나
나는 너를 불러내었다.
너는 내 사정을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므로.
너는 언제나처럼 다정한 눈빛으로
두려움에 떠는 나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며 나를 달랬다.
철컥-
집안으로 들어선 순간
닫힌 문 뒤로 너와 나 사이에는
무거운 정적만이 가득했다.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너와
갑작스런 너의 침묵이 무서워진 나는
너를 뒤돌아보았다.
"별빛씨,
참 조심성이 없네.
내가 말하지 않던가요,
아무나 쉽게 믿는거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