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는 아주 어릴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랬기에 너는 나에게 친한 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넌 아니었나보다.
언제부터였을까,
네가 나에게 누나 이상의 감정을 가지기 시작한게.
-
돌이켜보면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는 늘 내 주위를 맴돌았다.
무심코 시선을 돌리는 곳엔 항상 네가 서 있었다.
사실 나는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네가 나에게 누나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음을.
하지만
나는 온 힘을 다해 모르는 척 했다.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나에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맹목적으로 나에게만 향하는
너의 시선과 손길에
제법 무뎌졌을 때 쯤이었던 것 같다.
나는 너의 감정이
한 때의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 시절의
갈 곳 없는 감정이 내게 잠시 머문거라고,
후엔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 그런 가벼운 감정일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너의 마음을 함부로 단정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거센 폭풍이 지나 갈 때까지
조용히 숨죽여 기다리는 것 뿐 이었다.
내 판단이
틀렸다고해도 상관없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고
또한 그렇게 믿기로 했으므로.
너는 어렸고
나는 영악했다.
-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둘이 조별 과제를 하던 선배는 다리가 부러졌고
언젠가 생각없이 밥을 사주었던 후배는 학교 계단에서 굴렀다고 했다.
처음엔 우연한 사고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고 과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나는 이게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일까.
설마, 네가 그랬을까.
아니겠지.
네가 이런 무서운 짓을 할리가 없어.
나는 나를 애써 위로했다.
힘겹게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
네가 평소처럼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긴다.
너를 보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네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던 너는 내게
학교에서 무슨 안좋은 일이 있었냐고
예의 그 순진한 표정으로 날 걱정하며 물었다.
그래,
괜히 의심하지 말고
한번 물어보자.
이렇게 착한 네가 그럴 리가 없겠지만
네 입으로 직접 아니란 말을 들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살짝 너의 반응을 살펴보려던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말이 먼저 날카롭게 내뱉어졌다.
"네가 그랬니?"
"..."
"한상혁, 대답해봐.
너... 아니지...?"
"누나가 눈치가 없는건 진즉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너무 늦게 눈치 챈 거 아니에요?"
"그거 내가 그런거 맞아.
그러니까 누나, 내가 미리 경고했잖아요."
"나 말고 함부로 다른 남자 만나지 말라고.
다음 번엔 계단에서 구르는 것 정도로는 안 끝나요."
+)
예전에 올린 글인데 최근에 살짝 수정을 했어요 ㅠㅠ
별로 달라진 내용이 없긴하지만
죄송하니까 포인트는 없애고 사라질게요!
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