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7957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J.major 전체글ll조회 461


[퓨전/두화] 무정(heartlessness) 11 | 인스티즈



무정 11

 


ep.11

 

 


용화는 침대 위에서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시선은 창 밖을 응시하고 있었고, 밥을 먹어야 할 때가 되면 슬금슬금 일어나서 밥을 챙겨먹고 다시 침대로 직행했다. 아무런 힘이 나지 않았다. 달리 어디가 아프거나 그러지도 않았는데, 그냥. 용화는 불현듯 그 날이 다시 생각이 났다. 막 헤어졌을 때는 생각하고 싶지 않던 그 상황. ‘독설’을 날리던 두준에게서 느껴진 슬픈 표정을 왜 저는 알아채지 못했을까. 두준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자부했던 용화는 눈을 질끈 감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었다. 박약하다, 내 마음은. 왜 그 속내를 몰랐을까? 정용화. 생각이 있으면 말 좀 해봐. 자기 자신에게 되물었다. 지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나, 정용화는. 


아버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무력한 몸을 이끌고 단번에 본가로 향했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건지, 기어가고 있는 건지 어떠한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준형의 말로 가득했다. 그리고 혼란, 그리고 꺼내고 싶지 않은 10년 전의 기억, 정말 준형의 말이 사실이라면, 바보같은 그 윤두준은 무지한 정용화 때문에 악역을 자처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지만 그 속은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다. 아니겠지, 아닐거야. 준형이 뭔가 큰 오해를 하고 한 말이 틀림이 없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풀린 운동화를 감지하지도 못한 채 그렇게 10분을 쉬지 않고 뛰었던 것 같았다. 익숙한 집의 향기, 결코 지금은 반갑지 않았다. 서재로 들어서자 아버지의 익숙한 음성이 전체를 아울렀다.


“이 시간에 웬일이냐, 리사이틀 준비하기도 바쁠텐데.”

“… 아버지.”

“말해라.”


아버지의 한없이 다정한 표정에 용화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얼굴로 두준이에게 헤어지라 단언한 건 아니죠? 아버지,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진부한 상황을 벌이신 건 아니죠. 묻고 싶은 말은 열 마디, 아니 수십 마디도 모자랐다. 자신 없는 목소리로 결국 뱉었다. 


“두준이요..”

“…”

“아니죠?”

“…”

아버지가 말씀하신 거, 아니죠?”

“… 맞다면,”

“…”

“그만 둘 거니?”


설마 아니겠지, 이 말을 수십 번 되새겼다. 아무리 아들의 진로를 위해서라도 이런 진부하고 그 녀석에게 큰 상처를 안겨 줄 법한 행동은 일삼지 않았어야 했다. 잔잔하고 차분했던 용화의 눈빛은 잔뜩 흔들려 있었다. 아버지는 여유롭게 그윽한 미소를 짓더니 아끼던 말을 덧붙여 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두준이 제게 했던 차가운 말과 아버지의 말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흡사해서, 소름이 돋을 뻔 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회피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게 보통인데, 아버지는 결코 피하지 않고 부딪혔다. 직설적으로 답하진 않았으나 암묵적으로 아버지의 그 말은, ‘두준에게 헤어지라 또 한번 단언한 것’으로 결론이 나버린다. 준형의 말이, 슬프게도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 용화는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서 연신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너무나도 당당한 아버지의 태도에 되려 당황했다. 떨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태연하게 뱉었으나 용화 또한 두준처럼 치기 어린 그 열 아홉 소년처럼 무력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아버지, 왜 그러셨어요?”

“왜라니, 아들의 꿈을 막는 ‘얼룩’을 지우는 건, 아버지의 역할이기도 하지.”

“하,”

“리사이틀을 나가지 않겠다는 말을 하진 않겠지, 고작 그 녀석 때문에.”

“아니요, 나갈 거에요. 대신에,”

“대신에?”

“..더 이상, 윤두준과 제 관계에 대해 관여하지 말아주세요.”

“용화야.”

“10년. 10년이에요 아버지, 그만하면 됐잖아요.”

“… 너,”

“다 알고 있었어요, 저.”

“…”

“아버지가 두준이 만나고 있던 거, 저 봤어요. 그니까,”

“…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아버지.” 



아버지의 대답은 당연히 안 된다는 말일 거라고 용화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대답을 들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뒤돌아 서재를 나왔다. 아버지 또한 제 행동에 관하여 의아해하지 않으실 것이다. 괜찮냐며 연달아 물어오는 형의 물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이만 가보겠다 전언 후, 본가를 나왔다. 죽을 때까지 아버지께 말할 생각이 없던 그 아픈 한 조각의 상처를 나는 다시 꺼내어버리고 말았다. 실상 두 번 씩이나 아프게 만든 건 두준이 아니라 용화 본인이다. 방금 제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확실한 사실은 지금 다리에 힘이 풀리고 기를 싹 빨린 것 같다는 것. 비틀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으며 택시를 잡았다. 집으로 향하려던 용화는 행선지를 옮겼다. 오늘은 술을 마셔야 할 것만 같았다. 이 정신으로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 * *




준형이 전시회 일정으로 인해 당분간 집을 비워 두준은 적막이 흐르는 집에서 그저 평상시 행동에 지나지 않은 일상을 지내고 있었다. 다만, 마음 하나를 잃었을 뿐. 베란다에서 담배 한 가치를 피웠다. 용화를 다시 만난 후로 끊었던 담배를 다시 손에 쥐고 있다. 이별의 후폭풍은 무척이나 거세다. 그 때 전시 오픈 날에 용화와 진기를 봤을 땐 진짜 얼굴이 사색으로 만연해졌다. 진기의 빈정거림 끝에 준형이 홧김에 뱉은 말로, 치닫지 않고 싶은 순간에 보다 더 가까워 진 것만 같아서 혹여나 용화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파장에는 딱히 어떻게 대처를 해야할 지 막막했다.


정용화가 없는 새 인생, 사실 그 동안의 10년도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였다. 잊기에 급급했던 5년과 감정에 무뎌져버린 5년을 덧붙이면 10년이다.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 무정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두준은 느꼈다. 하지만 달리 추억과 흔적을 억지로나마 지울 생각은 않았다. 후에 보고 싶을 때 꺼내보려고, 손편지와 사진과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 커플링을 작은 상자 속에 넣어두었다. 이제는 울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어오고, 태연한 제스쳐를 취하던 용화를 보고 저도 이제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음으로 가득한 도심, 두준은 베란다 난간에 턱을 괴며 무심한 눈으로 밤 야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문득 용화와 언젠가 했었던 작은 약속이 생각났다. 용화는 은은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언제 한번 밤 야경 보러 가자고 했었는데,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10년 전에 기약 없는 이별을 했던 것 보다 더 마음 속을 죄어오는 기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몸이 으슬으슬해 이제 방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베란다 문을 꼭 닫고 들어왔는데,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분명 준형은 아니다. 온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군다나 한창 바쁠 때기 때문에 그가 아니라는 것 쯤은 두준 자신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싶어 인터폰으로 확인하지 않고 바로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연 순간,


“…!”

“… 두준아아, 윤두주운-”


술에 잔뜩 취한 듯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용화가 두준의 두 눈 가득 찼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준은 그대로 힘없이 쓰러지는 용화를 품에 안았다. 알싸한 술의 향기가 가득 났다. 용화 성격 상 절대로 이렇게 많은 양의 술을 마시진 않는다. 그의 성격을 보면 알 수 있다. 항상 빈틈이 없었고, 최대한 일정 선을 넘지 않은 행동을 해왔었는데 두준에게 있어 지금 용화의 모습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두준은 일단 현관문을 닫고 용화의 신발을 벗어둔 후, 겉옷을 능숙하게 벗긴 후 침대에 뉘였다. 두준은 한숨을 쉬었다. 태연한 척, 괜찮은 척, 각종 척을 다 하던 그 정용화도 이렇게 힘들구나.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어 불현듯 슬퍼졌다. 한참을 그렇게 보던 두준은 용화에게서 멀어지려 하는데 용화의 손이 제 손을 낚아챘다. 그리고 놔주지 않았다. 뒤돌아 용화를 쳐다보자, 용화는 반쯤 감긴 눈으로 두준에게 말했다. 느리고 더딘 말투로,



“윤두준,”

“…”

“가지 마..”


용화의 말은 잔뜩 젖어 있었다. 속눈썹은 파르르 떨렸다. 한없이 유약하고 어린 나의 연인, 정용화는 위태로워 보였다. 잠시라도 건들면 툭, 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태를 하고 있어 마치 마법에 걸린 것 마냥 방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침대 귀퉁이에 걸터 앉았다. 불을 켜지 않은 방, 깜깜한 방. 창 틈새로 하얀 달빛이 새어들어와 용화의 피부를 스쳤다. 용화는 몸을 일으켜 두준을 안았다. 그리고 품에 고개를 묻으며 아까와 같은 투와 잔뜩 젖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힘들었지.”

“…”

“미안해, 이런 나라서.”


용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두준의 표정도 모른 채 더욱 더 품에 꼭 안았다. 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실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10년이라는 세월 아래에 하나 하나 응어리졌던 그 마음이, 용화의 나른하고 따뜻한 저 한 마디에 모두 녹아내린 것만 같아서, 몇 년을 답답하게 지내온 그 문제를 정용화라는 하나의 해결 방안으로 인해 너무 쉽게 풀어져버려서, 사실 약간 허무한 감도 있었다. 이 답답함을 짊어지고 갈 생각이였지만, 용화는 역시나 미련하지 않았다. 되려 미련한 사람은 윤두준 저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앞으로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 지 막막했다. 그렇게 한참을 안고 있던 용화가 잠든 후, 이불을 덮어주며 방을 나가려 하는데 안 가면 안되냐는 용화의 말에 나른히 말했다. 내일, 내일 얘기하자. 용화야,


아무래도 오늘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다 늘어놓기엔, 이 밤은 너무 짧은 것 같아서 말이야. 푹 자고, 잔뜩 엉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자. 큰 매듭이건, 작은 매듭인 걸 떠나서...이제, 끊어버리기엔 너와 나는 너무나 질긴 인연이야. 질기다 말하지만 결코 끊고 싶지 않은 나의 인연이자, 사랑하는 나의 연인. 정용화. 아무래도 오늘 또한 잠은 다 잔 것 같다. 아무런 뒤척임도 없이 깊게 잠든 용화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던 두준은 용화의 손을 꼭 잡았다. 하나의 결심을, 하나의 다짐을, 도망가지 않겠다는 견고한 생각이 두준의 머릿속 중심에 뿌리를 내렸다. 한 달 반, 부재였던 두준의 제 옆자리가 다시 돌아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의 주인은 정용화.  


“너도, 나도, 참 지독하다... 그치?”


조금은 야윈 용화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각인시키며 두준은 나즈막히 뱉었다. 머리칼 하나하나, 굳게 닫은 입매 하며 높게 치솟은 콧대, 콧망울, 두준 자신은 생각보다 너무 많이 용화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니, 이젠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내 옆에 네가 있고, 이제 네 옆에 내가 있으니. 뭐가 두려울까? 정용화. 내일이 끝이라 하더라도, 내 사랑은 곧 너야. 조그마한 용화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쳤다. 다녀왔어? 용화야, 내 옆 자리, 윤두준의 옆 자리는 언제까지나 너라는 걸, 알고 있어? 



* * *




“..아버님, 만났어?”

“응. 확 지르고 와버렸지ㅡ”

“하여튼 정용화. 너도 은근 좀 대담한 면이 있어.”


두준의 품에 꼭 안긴 용화가 태연하게 말하자 두준은 대단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용화는 흰 이불을 돌돌 말아 말없이 두준을 바라봤다. 용화의 저 눈빛은 항상 따뜻했다. 오후 4시의 고즈넉함을 담고 있는, 허나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두준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벌써 세 번째 재회, 여전히 꿈만 같다. 운명이라는 실타래는 둘 사이에서 견고하게 끊어지지 않고 있었다. 두준은 용화의 손을 부드럽게 낚아채 깍지를 끼었다. 헤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반지를 끼었던 걸까, 차분한 은색의 반지가 여전히 용화의 네 번째 손가락에 자리하고 있었다. 연인, 그 단어는 참 언제 들어도 벅찬 단어다. 생각만 해도 설레고, 좋고,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떤 상황에 비유하자면 안경을 닦기 전의 그 흐릿하고 얼룩이 가득한 시점이 헤어진 직후라면, 안경을 닦고 보다 선명하고 깨끗한 시점은 두준과 용화가 다시 만난 것이다. 두준은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용화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아, 달큰하다. 정용화는 너무나도 달큰한 존재다. 혹여나 세게 안으면 녹아버릴까봐 한편으로 노심초사 걱정이 되기도 해. 진부한 단어를 늘어놓자면 천사다. 너무 아름답다. 존재 자체만으로.



“곧 리사이틀이라면서, 이러고 있어도 돼?”

“조금만, 조금만 더 있다가 갈래.”

“연락 해야 한다, 알았지.”


두준의 걱정어린 말에 용화는 특유의 해사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당연한 대답을 뱉었다.



“윤두준 넌데, 당연히.”




어제와 다르게 둘의 표정은 상당히 대조적이였다. 신발을 신고 나가는 용화의 뒷모습이 너무나 눈부셔서 두준은 눈을 찡그렸다. 분명 이 병신같은 모습을 준형이 본다면 별 욕을 다 꽂을 거라 감히 장담했다. 오늘도 이 기분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들었지만, 확실하다. 마음을 되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깨서 용화와 몇 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나는 네게 이런 행동을 했다. 달리 미안하다거나 용서를 구하진 않았다. 그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건가? 셔츠를 입으며 문득 벽시계를 쳐다봤는데, 오늘도 지각일 것 같다. 5월 말의 햇살은 무척이나 따가웠다. 하지만 윤두준은 365일 봄.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증상 아닌가? 매일매일이 봄처럼 나른하고 좋다는 걸.


용화는 학교 선배의 리사이틀 오프닝과 엔딩 무대를 맡았기 때문에 무대 동선이라던지, 어떠한 구성으로 진행할 건지에 대해 선배와 논의해야 할 점이 있어서 선배와 만나기로 한 카페로 직행했다. 취향히 비슷한 둘이였기에 같은 종류의 커피를 주문한 후, 일주일 후 있을 리사이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상의했다. 용화는 연주하기로 한 두 곡을 선배에게 물어보고, 괜찮다는 반응을 얻어내 안심했다. 사실 한 곡은 모차르트의 진혼곡과 나머지 한 곡은 자신이 직접 작곡한, ‘무정’이라는 제목까지 붙인 자작곡. 3일 후 리허설을 하기 위해 공연장에서 다시 한번 만나기로 한 후 해산했다. 몇날 밤을 새서 만든 곡, 무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비애가 느껴지나 달리 큰 임팩트 없이 무미건조한 곡. 하지만 그 여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용화 자신의 생각이였지만) 꽤나 까다로웠던 그 선배가 오케이 할 정도면, 나쁘진 않은 모양이다. 이 곡을 네게 들려줄 생각에 약간은 들떠 있었다. 제목이라던지, 전체적인 음악을 보면 좋지 못하지만, 나는 너를 이만큼 생각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악보와 기타 서류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였다. 사실 휴직계를 취소해달라 교감 선생님께 넌지시 물었었는데, 교감 선생님은 너무나도 흔쾌히 휴직계를 풀어주셨다. 다음 주 부터 출근해도 된다는 말에 기뻤다. 이제는 선생이 되어버린 윤두준의 옆 자리가 저라는 사실에 두달 전에는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양쪽 귀에 꽂은 흰 이어폰 새로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른한 목소리로 허밍을 하며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여전히 단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은 끝까지 제게 너무나도 미안한 사람, 나의 6년 연인이였던 서주현이였다. 급 표정이 굳어져버린 나는 어색하게나마 인사를 건넸다.



“…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요? 용화 오빠.”


항상 건조한 감정으로 만날 때 주현은 오렌지 주스를, 용화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취향은 어디까지나 변하지 않는다고 하던가, 둘은 여전했다. 주현은 안본 새 더 예뻐진 듯 보였다. 다행히,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용화는 마음이 놓였다. 죽을 때 까지 죄책감으로 안고 살아가려고 했었다. 그렇게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먼저 말을 꺼낸 건 주현이였다. 넌지시 용화의 안부를 묻자 용화는 특유의 다정한 말투로 대답했다. 나야 뭐, 항상 똑같지 뭐. 그 말투에 주현은 슬몃 웃어보였다. 살짝 미소지은 입매 끝에 작은 보조개가 패였다. 주현은 약간은 어색한 듯 버릇처럼 스트로우를 휘휘 저었다.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서 놀랐죠?”

“어? 조금. 뭐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야.”

“다름이 아니라, 허심탄회하게 오빠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 뭘?”

“오빠, 한시도 미워하지 않았어요. 고마웠어요 정말.”

“…”


주현은 씩씩하고 괜찮다는 듯 말해왔지만, 약간 표정이 슬프게 느껴진 건 용화만의 착각이였을까? 왜 보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뭔가 중요하게나마 할 말이 있는 듯 주현은 한참을 망설였다. 용화는 주현이 말을 뱉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전 연인에 대한 최대의 매너, 결국 주현의 두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아, 주책이다 정말.. 마지막엔 웃으며 안녕하고 싶었는데.”

“마지막..이라니?”

“..저, 유럽으로 떠나게 됐어요. 일종의 스카웃 제의라고나 할까?”


저 이래봬도 능력있는 여자에요-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덧붙였다. 용화는 얼떨떨한 표정과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치 못했다. 어차피 헤어진 후로 단 한 번도 흔한 안부도 묻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연락 두절에 가깝다 해도 과언이 아니였는데, 막상 그녀가 떠난다고 하니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질 않았다. 그런 표정 지어줘서 고마워요, 담담했으면 더 섭섭했을 지 몰라-


“윤아 언니와 함께 떠나기로 했어요.”

“… 아?”

“고마운 사람이잖아요, 오빠도 아시다시피.”

“…”

“성규 선배, 리사이틀 연주하기로 했다면서요? 축하해요. 그건 꼭 보고 싶었는데,”

“언제 가?”

“이틀 후, 파리 행 10시 40분 비행기에요. 마중 꼭 나오셔야 해요- 진짜 마지막이니까.”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많고 하니까, 저는 그만 일어날게요! 밝게 웃은 후 주현은 서둘러 카페를 나갔다. 용화는 주현이 떠나고 난 빈 자리를 멀뚱히 쳐다보며 탁자 위에 살포시 얹어져 있는 작은 메모지를 발견했다. 주현 특유의 동글동글하고 깔끔한 글씨체가 용화의 눈을 사로잡았다. 달리 거창한 말이 담겨있지 않은 소소한, 어쩌면 용화에게 쓰는 마지막 포스트잇일 것이다. 후에 연락을 하게 될 지 안하게 될 지는 미지수지만. 주현을 닮은 노란색 포스트잇에 얇고 까만 펜으로 써져 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다시 만날 땐. 반말 할 거에요, Aideu- ^ㅡ^*」


포스트잇 안에 너무나도 밝게 웃고 있는 주현의 이모티콘이 너무나도 역설적이여서 나른하게 웃었다. 어쩌면 애증이고, 야속하고, 싫어함을 떠나서 주현은 진심으로 용화 제게 쓴 메모라 생각했다.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용화의 목구멍에 부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아무래도 공항엔 가봐야 할 것 같아, 이렇게 마지막까지 너무나도 예쁜 모습만 보여줬는데. 불현듯 용화는 또 두준이 보고싶어졌다. 같이 주현을 마중나가러 가자면 흔쾌히 들어줄 것이다. 내 연인은 너무나도 다정하기에, 용화는 눈을 지긋이 감으며 주현에게 속삭였다. 듣지 못하지만, 


미안해, 주현아..




헐... 이게 얼마만이야................... (떨떠름) 

제가 왔어요 여러분.............아나...........................

여러분 저 기억하세요?????????? 잊어버리신 거 아니죠?ㅠㅠㅠㅠㅠㅠㅠ 면목없습니다 정말.... J.major 입니다.

너무나도 무능한 제가 다시 돌아왔음에도 이렇게 환영을 해주시면 ★스릉흡느드★

전시용 과제를 제출했습니다....... 후회 많이 될 것 같아요ㅜㅜ 그래도 홀가분합니다!!! 

이제 연재를 미루지 않고 마무리 짓도록 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두화행쇼S2


사실 금요일날 과제를 제출했는데 제가 바로 11편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너무나 오랜만에 키보드를 쥐었을 뿐더러, 때 아닌 슬럼프까지 찾아온 터라 틀이 엉망이였어요

물론 지금도.....ㅁ7ㅁ8 간신히 필력에 불을 지펴서 왔습니다ㅜㅜㅜㅜ

내용이 약간 거지같다구요???????ㅋ....그건 작가의 역량이 여기까지라는 겁니다 이해plz...ㅁ7ㅁ8


혹여나 기다려주신 독자분들이 있으실까요?

다들 너무 보고싶었어요ㅜㅜㅜㅜㅜㅜ♡

끝까지 사랑해주세요. 다음 편이 완결입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 후속편으로 두화를 쓸까 수열을 쓸까 셔터를 쓸까 고민인데

추천 받을게요!! 장르는 대충 회사물이 될 것 같네요ㅋㅋㅋㅋ


+) 메일링은 완결편을 올릴 때 받도록 할테니까 그때 신청해주세요

깨알같은 번외편이 참 많습니다ㅋㅋㅋㅋㅋ(극세사 용량이라는게 함정)


+) 아.. 요즘 인피니트 너무 좋네요^-^ 제 인빠심을 다시 불태웠어영

비스트까지 컴백하면 아 두준아^-^ 씨엔블루 다시 안나오나영...용화야 자작곡 들고 와라잉.. 빨리...;;;;;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안자고 돌아다닌 보람이 있군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완전 오랜만이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고퀄이 일번 찜꽁빵꽁했으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10분동안 댓글이 안달려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일번자리 뺏길까봐 노심초사하며 글을 읽었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 읽어야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아 정말이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자까님 글은 한눈안팔고 글만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기다린만큼 좋은 글 가져다 주셔서 고맙습니다ㅠㅠㅠ잘 읽었으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이 마지막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벌써 슬프다ㅠㅠㅠㅠㅠㅠ개인적으로는 다음편도 두화라면 좋겠는데ㅠㅠ수열도 괜찮고 뭐.......셔터는 뭐예여? 커플링 이름이예여?_?
13년 전
대표 사진
J.major
에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그렇게 인기있는 커플링도 아니고 그래서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역시 고퀄님 변치 않으시고 저를 기억해주시다니ㅠㅠㅠㅠㅠ 이렇게 찾아오신 것만 해도 너무나 감사드려요ㅜㅜ 너무 늦어서 또 한편으로는 너무 죄송하고 ☞☜ 셔터는 씨엔블루 커플링이에옄ㅋㅋㅋㅋ겁나 유니크하졍!!!! (용화X정신)이 흔히들 셔터라고 부릅니당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이제 엄청 널널하고.....잉여로운 생활의 연속일 것 같아서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고퀄님은 두화를 원하시는군요!!!! 그러면 두화로 마음을 기울여볼까영 ><!!!!!!!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헛헛 그렇군여ㅎ.ㅎㅋㅋㅋㅋ인기있는 커플링은 아니지만 저같은 매니아가 있는 커플링이기도 하죠 두화는♥...흐흥ㅋㅋㅋ늦으실거라고 미리 말씀해주셨는데 뭐가 그렇게 미안하세여 자까님~ ㅋㅋㅋ안미안하셔도 괜찮습니당ㅋㅋ셔터! 처음 들어봤어요ㅎㅎ뭘 보고 셔터라고 하시는지는 알 수 없으나...이름 특이하고 이뻐요ㅎ.ㅎ 둘 다 모델같은 포스가 있어서 셔터를 누르게 된다고 셔터인가? .....는 미처 다 담지못한 저의 개드립...죄송....이러고ㅋㅋㅋ사실 커플링이 뭐든 상관없어요ㅋㅋㅋ작가님 글 보고 가는거니깐!_!ㅋㅋㅋ 앞으로 널널해지시면 자주 뵐 수도 있겠네여!!!ㅋㅋㅋ기대해도 되여?ㅋㅋㅋㅋ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익인0인데...,.. 아무리 거지같다고 해도 정말 짱이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럼 이젠 두화가 또 알콩달콩하겠네요ㅜㅜㅜㅜㅜㅜㅜㅜ
13년 전
대표 사진
J.major
익인0님......간만입니다♡ 이 픽의 매력은 뭔가 아련하면섴ㅋㅋㅋㅋㅋㅋㅋ두화의 왔다리 갔다리가 리딩 포인트겠네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제 곧 완결!!!!!!!!!!!!!!! 번외편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벌써부터 신이 납니다 꺄홍ㅋㅋㅋㅋㅋㅋㅋㅋ기대 많이 해주세요 익인0님♥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안녕하세요! 이 글이 벌써 9개월 전 글.. ㅠㅠ 완결이 보고 싶어요........ 완결을 보지 못해 안타까워요...힝힝. 작가님께 꼭 완결 내라!!!!!!! 부담 드리고 그러는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오랜만에 정주행 하고 댓글 달고 싶었어요..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2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