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두화] 무정(heartlessness) 09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5/6/456c9c7d197e0fb5fe426cfc984885e5.png)
무정 09 |
두준의 일방적인 이별 선언 이후 2주가 흘렀을 즈음이였다. 몇일 간 그렇게 울고 자는게 일상이였던 용화는 이제 조금이나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다ㅡ생각보다 그 날 이후로부터 일주일 간은 진기 없으면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것은 사실이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라 단언해도 수긍이 갈 정도였다ㅡ 통 치지 않던 피아노도 조금씩 치기 시작했다. ㅡ곡들이 하나같이 애달프고 구슬픈 단조에 속한다는게 흠이지만ㅡ 그래도 피아노 근처에도 가지 않던 용화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면 진기는 안심했다. 이제 용화는 두준 없이 사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진기는 출근을 했기 때문에 휴직을 한 용화는 내내 집에만 있었다. 무기력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으로 누구냐고 묻자 택배기사라 답했다. 최근 뭐 주문한 것도 없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문을 열어줬다. 발신인은 낯선 이름이였다. 혹여나 두준이 보낸 건 아닌가 했지만 그건 용화의 작은 바람일 뿐이였다. 대충 서명을 하고 문을 닫고 커터 칼로 테이프를 제거했다. 그리고 속에 든 내용물을 확인했는데 별로 든 것 없이 액자 하나와 사진 여러 장, 그리고 편지지에 작은 메모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과제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달 전 벚꽃 아래에서 사진 촬영을 제의했었던 학생이에요. 약속대로 사진은 인화해서 액자에 끼워 보내 드려요,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흡족합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는 친구인 것 같아요. 훈훈한 것 같고, ^^; 항상 행복하세요.」 기억을 되짚어 떠올리며 메모지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 상자 안에 있는 액자와 인화된 사진 몇 장을 꺼내들었다. 액자 속에 있는 사진은 벚나무 아래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두준과 용화였다. 갑작스레 제 어깨를 감싸와 용화는 적잖게 당황했었다. 그 땐 정말 10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아서 설렜다. 불현듯 또 떠오르는 두준의 생각에 눈을 감았다. 이 사진을 더 보게 된다면, 용화는 또 자제력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눈물은 터지고야 말았다. 사진 속의 둘은 마치 연인인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에서, 용화 자신은 깨달았었다. 10년 전, 처음으로 두준과 벚꽃을 보러 간 날. 그 때부터 두준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는 걸..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되려 버릇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그럴 때마다 두준이 생각났다. 입술 깨물 때 마다 뽀뽀 한번이라고 터무니없는 말을 하고는 했었다. 용화는 다정한 둘의 모습이 담겨 있는 액자를 껴안으면서 눈물에 잠긴 목소리로 입술을 열었다. “윤두준, 있잖아..” 개구지게 웃고 있는 두준의 모습과 액자 유리에 비춰진 용화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으로 비춰졌다. 두준아, 두준아, 두준아.. 우리는 평행선인가봐. 평생 닿을 수 없는, 닿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닿을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그런 평행선.. 네가 직선이고 내가 곡선이였다면, 우리는 닿을 수 있었을까? 왜 우리는 결국 평행선에 그쳐야만 하는 걸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다 거짓말일까? 우리가 아무리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어도 여러 장애 요소에 부딪히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아, 지금은 내가 더럽댔지.. 아직도 저를 '얼룩'이라 칭하던 두준의 모습이 선했다. 왠만해서는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데, 진심으로 느껴졌다는게 참 씁쓸했다. 사진 속의 두준의 모습이 슬프게 느껴졌다. “윤두준. 정말 그래야만 했어?” “… 그게 최선이지, 나 같은 놈한테는.” 진기가 두준의 집에 찾아온 후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준형은 두준의 대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 윤두준의 성격상 저런 말도 안되는 이유만으로 용화와 헤어졌을 리가 없다. 고3 때도 용화를 잊겠다고 마시지도 못하던 술을 마시기까지 한 거 보면 무슨 이유가 있다. 준형은 역시 눈치와 상황 파악이 빨랐기 때문에 이 드라마틱한 상황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두준은 일주일 새 얼굴이 더 까칠해졌다. 그래도 오늘도 출근해야만 했기 때문에 준형의 좋지 않은 눈빛에도 불구하고 겉옷을 입었다. 일주일, 정용화가 휴직계를 낸 지 벌써 일주일이 된 시간이였다. 두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 * 정용화, 소원 준비 제대로 하고 있어.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두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했지만 이미 용화는 콩쿠르 준비로 바빠서 먼저 하교했다.ㅡ 그 말을 준형이 전해줬다.ㅡ 간만에 용화 얼굴이나 볼까 싶어서 훈련이 끝나자마자 교실로 달려갔건만, 이미 용화의 자리는 깨끗했다. 아쉬운 마음에 괜시리 운동장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발로 휙휙 차며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제 앞을 가로막았다. 무슨 영문이냐는 듯한 얼굴로 낯선 남성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분명 처음 봤어야 할 사람인데 생각보다 낯이 익었다. 묘하게 누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구지... 뭐 하여튼 그냥 지나쳐야겠다 싶어서 피해가려는데 제 손목을 잡았다. “혹시 그 쪽이 윤두준 군 맞습니까?” “아, 네. 제가 맞습니다만..” “그럼 같이 가주시죠, 긴히 할말이 있어서.” 할말이 있다면서 다짜고짜 두준을 끌고 갔다. 순간 뭐 신종 인신매매나 납치 뭐 그런 건 줄 알고 적잖게 당황했는데 차는 근처 카페로 다다르고 대충 자리를 잡고 커피를 두 잔 시킨 후, 한참의 정적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화 아버지 되는 사람입니다.” ...정, 용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어쩐지 누굴 닮았다 싶었는데 그게 용화가 아버지를 많이 닮아서구나, 흐릿한 웃음을 지었다. 늦게나마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윤두준입니다, 라고 하자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 지 몰라 어쩔 줄 몰라하던 용화의 아버지는 버릇처럼 턱을 만지작 거리시더니 말을 꺼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 용화 일로 할말이 있어서 두준 군을 찾아온 겁니다.” “… 아, 네. 용화는 왜..” “용화와 어떤 사입니까,” 사무적인 말투가 뚝뚝 묻어났다. 적정 선을 그어 친근감을 알 수도, 적대감을 알 수도 없는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에서 언젠가 용화가 자신의 아버지는 공무원이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직업상 그런 말투가 배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두준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멋진 분이였다. 그런 외형적인 모습에서 나오는 예리하고 직설적인 말투에 두준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대답을 기피할 수는 없었기에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친구 사이죠.” “친구 사이라기엔 보통을 넘어선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 말입니다.” “…” “뭐 두준군이 아니면 다행인 것이지만, 용화는 아닌 것 같더군요.” “…” “두준군도 알다시피 용화는 음대에 갈 아입니다.” “…” “최근 들어 피아노 치는게 뜸해졌습니다. 곧 콩쿠르를 앞두고 있는데도 말이죠.” “…” “두준군이 용화의 '친구'라면,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싶네요.” “… 그 말씀은.” “용화와 어울리지 말아주세요. 용화가 좋은 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두준군이 도와주세요.” “…” “대답이 없는 건 수긍한다고 생각하고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현명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두준군.” 용화의 아버지는 상당히 다정하신 분이였다. 용화의 성격을 보면 아버지의 성격과 말투를 그대로 닮은 듯 했다. 다정한 말투도, 가끔 보이는 장난기 있는 모습도. 분명 용화에게도 한없이 다정하신 분일 것이다. 할말이 끝났다는 듯 먼저 일어나겠다며 카페를 나가는 용화의 아버지를 보며 나는 아무 말 없이 텅 빈 그 자리만 주시하고 있을 뿐이였다. 이대로 용화와 헤어지기 싫다, 누나가 그렇게 좋아하는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진부한 상황이, 내게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용화의 아버지는 조금 다른 케이스였다. 협박을 하거나, 헤어지라 단언하지 않았다. 그 특유의 '다정함'으로 부탁의 탈을 쓴 강요, 되려 그 모습이 무서웠다. 더 무서운 사실은, 앞으로 내가 너를 피하고 무시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두준은 정말 그날 이후 용화를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준형은 또 왜 그러냐는 말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꾸준히 용화를 피했다. 어차피 잘 마주치지도 못했다. 두준은 축구부였기 때문에 수업을 빠지는 날이 빈번했고, 용화는 두준 못지 않게 콩쿠르다 뭐다 바빴다. 그래서 사이가 소원해질 수 밖에 없었고, 용화가 예전처럼 두준을 기다리거나 할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말 없이 자연스레 헤어지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은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사실은. 두준은 용화를 많이 사랑했다. 물론 앞으로도 잊지 못할 사랑, 그래.. 어린 소년기의 치기라 단언했지만 그건 분명 사랑이였다. 초록 빛깔의 풋사과의 내음처럼 풋풋한, 그런 첫사랑이였다. 정용화는. “오랜만이네요, 두준군.” “…” “용화와 다시 만난다 들었습니다.” “… 네.” “용화가 결혼한다는 말은 들었을텐데, 용케 만나네요.” “… 아버님.” “그렇게 부르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저희 이제 성인입니다. 허락해달라 애원하진 않겠습니다, 헤어지라는 말만 말아주세요.” “… 하하, 두준군.” “…” “저희 용화가, 갑작스레 임용고시를 본 이유를 아십니까?” “… 그야, 적성에 안 맞다 생각해..” “짐작이 가지 않으십니까? 그렇게 달고 살던 피아노를 놓은 이유가,” “…” “바로 두준군입니다.” 그 말에 두준은 커진 눈으로 용화의 아버지를 말없이 보고 있었다. 설마, 정용화 너... “처음엔 무슨 뜬금없는 임용고시냐 싶더니, 재능이 없는 것 같다며 둘러댔지만.” “…” “그 아이는 재능이 뛰어납니다. 작곡 능력도 뛰어나죠, 하지만.” “…” “두준군을 위해 제 꿈도 포기할 정도로 좋아했나 봅니다. 대단하네요, 사랑의 힘이란.” “…” “둘의 사랑을 허락할까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 “아직 동성애를 허락할만큼 요즘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게 관대하진 못하더군요.” “…” “용화에게 학교를 그만두라 단언할 예정입니다, 피아니스트로 정식 데뷔하게 할 거구요.” “… 아버님.” “그러니,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두준군.” “…” “헤어져주세요, 저희 용화랑.” 두준은 어떠한 말을 해야할 지 몰라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10년 전 그 날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여전히 두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런 힘도 존재하지 않았다, 10년의 힘이란 아무 것도 없었다. 지금 용화를 놓게 된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이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서라도 애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신 분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여전히 치기 어린 소년기의 윤두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멀뚱히 그의 아버지께서 나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을 뿐이였다. 그리고, 이제 용화를 놓아줘야만 한다. 겨우 잡은 내 사람을, 이제 놓아줘야만 한다. 성이 같다는 것만 다를 뿐, 사랑하는 감정은 남다를 것 없는데... 그렇게 멸시당하고 괄시당해야 할 이유는 뭘까? 그리고, 내가 떠나는게 네게 있어서 최선의 대책일까? 내가 널 포기함으로서 네 꿈에 닿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럴 수 있어. 내 감정 하나로, 네 감정 하나로... 너의 평생 꿈을 망칠 수는 없으니까. 나는 결국 정용화를 초점에 둔 바보에 불과하니, 네게는 나쁜 놈으로 남을 수 밖에 없겠지. 언제쯤, 우리의 사랑이 평범해질까. 용화야. * * * 생전 아픈 적 몇 번 없는 내가 앓았다. 벌써 이별을 고한 것도 아닌데 상사병에 걸린 건지 열이 38도까지 올랐다. 준형은 두준을 간호해주며 '새삼 용화의 존재감이 대단하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하며 방을 나갔다. 학교엔 병가를 냈다, 굳이 3일동안 낼 것 까진 없었는데 준형이 이 기회에 푹 쉬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면서 제멋대로 교감 선생님께 말했다. 분명 3일 이내로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용화가 찾아올 것이다. 최근 일주일 간 연락을 일부러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서운함을 애써 억누르며 집에 올 것이다. 차라리 오지 말았으면, 용화야, 너한테는 두번 상처주기 싫어. 제발, 오지 말아줘. 정말 두준의 예상대로 3일 뒤, 용화가 집으로 찾아왔다. 준형은 출근했고, 혼자 집에 있었기 때문에 입맛도 없고 해서 무기력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도어락 비밀번호가 풀리고, 누군가 들어온 그 순간. 준형은 이 시간에 절대 집에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정용화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벌떡 일어서서 아무 표정 없이 용화를 쳐다봤다. 사실 속마음 같아서는 그를 제 품에 가둬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는 그래서는 안 되니까, 정용화는 역시 예상대로 제 얼굴을 만지며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제게 말했다. 그런 용화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으나 이내 그 감정을 억누르며 그 손을 뿌리쳤다. 그 표정을 보며, 생각보다 정말 많이 상처를 입었을 용화의 심정이 예상이 갔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했어야지, 바보야. 죽 끓여줄게.” “됐어.” “너 아프면 꼭 그러더라? 죽이라도 먹어야 약을 먹지.” “… 정용화.” “왜, 보고싶었어?” “우리, 그만하자.” 아랑곳하지 않고 죽을 끓여주겠다면서 재료를 하나하나 식탁에 내려놓는 용화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며 해서는 안될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정용화, 나는 너와 그만둘 생각이 없어. 추호도. “… 그만, 하자니?” “솔직히 너한테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닌데, 생각보다 너무 잘 넘어오더라. 여자친구 생겼다길래 안 넘어올 줄 알았는데, 의외더라. 정용화.” “… 윤두준?” “연락 안 했으면 어느 정도 눈치는 깠어야지, 생각보다 멍청하더라. 둔하고 눈치도 더럽게 없고.” “… 두준아,” “너랑 결혼할 여자라는 그 서주현이라는 사람이 불쌍하다. 너는 결혼하고도 나 좋아서 사족을 못 썼을 거 아니야. 병신 새끼.” “윤두준.” “양심에 안 찔리냐? 같은 거 달린 새끼 좋다고 몇 년을 기다린 년 버리니까.” “… 그만,” 듣기 괴롭다는 듯 용화는 두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평소의 두준이였다면 당연히 용화를 일으켜 세워서 도리어 안아주기까지 했을 것이다. 얼떨떨할 정도로 두준은 독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지금 내 입으로 이 말들이 나가고 있긴 한 건지, 정말 이렇게야만 하는 건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나는 네게 못할 말들을 멈추지 않고 계속 뱉었다. 지금부터 무조건 반대로 들어. 내가 하는 말은 진심이 아니니까, 무조건 반대로 들어. “현실을 직시해, 아직도 네가 날 좋아했다는 그런 상상 하면 치가 떨린다.” 아직도 네가 날 좋아했다는 그런 상상을 하면, 나는 너무 좋아. 행복해서 미칠 것 같아. “편안하게 여자 만나서 결혼하게 살게 해줘, 더 이상 내 인생에 관여하지 마.” 편안하게 여자 만나서 결혼할 상상 들지 않게끔, 내 인생에 더 관여해줘. 더 많이 사랑해줘, 용화야. “정용화, 너는 내 인생의 얼룩이야.” 용화야, 너는 나의 전부야. 그니까, 계속 내 곁에 있어줄래? 보고 또 봐도, 항상 좋으니까. “더럽다고. 너와 내가 한때나마 사랑했다는 게.” 우리가 한때나마 사랑했다는 그 사실마저, 내겐 너무 해사해. 두준의 말이 끝나고 정적에 휩싸였다. 나는 더이상 독설을 뱉을 수 없었다. 용화가 너무나도 위태롭게 서있었기 때문에 아마 적잖게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주먹이 날아온다면 기꺼이 받아줄 수 있고, 뺨을 때린다면 맞아줄 수 있다. 이로써 내가 네게 방해요소가 되지 않는다면야. 병신 개새끼 소리를 들어도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두준의 예상은 빗나가고 낯선 용화의 낮은 음성만이 제 귀에 아른거릴 뿐이였다. “너,” “…” “방금 실수한 거야. 나한테.” “…” “평생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어, 나한테.” “…” “그래, 네가 말하는 그 '더럽다'는 연애해서 미안하다, 따지자면 너도 똑같은 놈이야. '더러운' 나와 연애를 한 '더러운' 너.” “…” “적어도,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내 진심에 대한 매도야, 짓밟고 짓밟은 최악의 행동이고.” “…” “잘 지내라, 윤두준.” 힘없이 걸어나간 용화의 모습과는 달리, 닫힌 문의 소리는 강인했다. 이제 그 뒷모습도 볼 수 없다. 우리는, 우리는 왜 이렇게 끝내야만 할까? 서로 사랑하는데, 너도 날 많이 사랑한다는 걸 알았는데도 널 놓아야만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차라리 네가 여자였다면, 우리는 정말 별 장애 요소 없이 사랑할 수 있었을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와중에 윤두준 자신이 참 병신같은 게 뭐냐면, 그와중에 잠시나마, 아주 잠시나마 풍겼던 용화의 향기가 아찔하게 제 감각을 틔웠다는 것이다. 윤두준에게 있어 정용화는 그런 존재다.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아주 자연스러운 하나의 감각이다. 정용화는. 지갑 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을 꺼내 보며 울었다. 또 나는, 용화에게 상처를 줬다. 다시는 그 예쁜 눈에 눈물나게 하지 않겠다 다짐했었던 그 윤두준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의 윤두준은 무지했다. 무정했고, 또.. 바보같았다. 10년을 바라봐도 질리지가 않아서, 정용화가. 그 녀석이, 멀어지려 다짐할수록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용화야, 화야, … 나는, 너를 사랑해. 듣고 있어? 네가 엿같고 더러운게 아니라, 너를 정말 사랑해. 네 꿈을 짓밟아버리고 싶은 이기심까지 들고 싶을 정도로,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두준은 목놓아 울며 연신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이제 정용화가 없는 윤두준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 9년의 공백보다 더한 공백을 나는 견뎌야만 할 것이다. 사랑한 시간에 비해, 아파해야 할 시간들이 더 많아서 싫었다. 용화가, 정용화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 예쁜 웃음, 예쁜 말투, 그 예쁜 입술 하나하나 제 눈에 새기고 싶었다.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용화는 휴직계를 냈다. 두준은 눈을 질끈 감았다. |
ㅎㅎ... 사랑하는 여러분 너무 간만인가요? 죄송합니다 T.T
저는 현실적인 대한민국의 대학생이기 때문에 몰려오는 폭풍 과제와 스트레스에 칼취침이였어요 흐귝........
원래 그 시간에 연재를 해야 할 시간인데....... 12시간 자고 난리.. 밤 9시에 자고 난리..... 대박이죠 대딩의 현실이 이럽니닼......ㅋ.......
미안한 마음에 구성 꽉꽉!! 내용은 길게!!! ... 안 길면 죄송할 따름입니다 ☞☜
곧 있으면 완결이 나요 텍파나눔은 당연히 하구요
텍파는 연재했던 것보다 조금 더 내용이 덧붙여질 예정이고, 기본적인 틀이라던지 시점을 제대로 정리한 다음에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왔네요!!! 진짜 댓글 몇개부터 시작했지..ㅠㅠㅠㅠ 폭풍감동 ☞☜
두화 끝까지 사랑해주시고 우리 두주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능......★☆ 이런 남자에영.......☆★
모두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ㅇ^
시간 참 안간다 ^ㅇ^ 하하!
p.s) 번외편 벌써 쓰고 싶다.. 본편보다 더 기대된다능!! 은 훼이크고 하....추천 받습니다....
p.s 2)윤현을 만들어달라는 익인이여.....고려해보겠습니다..... 깨알같은 번외편이 많아질 듯 ㅠㅠㅠ 저는 손이 크니까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매일경제 유튜브 보는데 조진웅한테 양주통으로 맞은거 정해인 맞대 85년생 앵커 나이또래 S급 남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