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두화] 무정(heartlessness) 07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4/5/6/456c9c7d197e0fb5fe426cfc984885e5.png)
무정 07
07
“…”
“윤두준ㅡ”
“…”
“… 왜, 왜 그런 눈으로 봐?”
몇 번을 재차 불러도 답 없는 두준은 용화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눈길만 제게 흘리고 있을 뿐이였다. 음악실에 같이 가자고 할 때부터, 밥을 먹고 매점에 같이 가자고 할 때까지 두준은 내내 묵묵부답이였다.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고개를 갸우뚱해 혹시 무슨 잘못을 했나 골똘히 생각해봤다. 음악실에 가서 피아노 연습을 할 땐 그냥 별 툴툴거림 없이 지켜보기만 했고, 도서실에 잠깐 책 빌리러 갔을 땐 도서실을 관리하는 도서부장 선배밖에 만난 적 없.... 아,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윤두준이 저렇게 말없이 이상한 눈으로 보는 이유.
《선배, 문예창작과 가신다면서요? 거기 되게 세던데..》
《응, 맞아. 용화가 글 쓰는 것도 좋아했었지 아마?》
《좋아하기만 했죠~ 잘 쓰지는 못했어요.》
《잘 쓰던데? 저번에 상도 탔잖아.》
평소 용화와 안면이 있었던 선배라 두준의 눈엔 눈엣가시로 보였던 모양이다. 용화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그 순간엔 욱하기까지 했었다. 선배라는 사실에 꼬리를 내렸지만. 용화는 두준과 눈을 마주치려 하는데 두준이 용화의 눈빛을 회피했다. 책을 더 대출하기 위해 도서실로 향하던 길이였기에 더더욱 그런가, 단단히 화가 난 듯 입을 꾹 다문 채 말을 하려는 기미를 비추지 않았다. 가끔 이럴 때 보면 윤두준은 참 어리광이 심한 것 같다. 뭐, 약간 초딩스러운 것도 있는 것 같고. 조금은 다른 면에 웃음이 새어나왔다. 웃었다가 되려 또 왜 웃냐며 핀잔을 들었지만.
“두준아.”
“…어.”
“이거 지금 질투 맞지?”
우습게도 그 때 두준이 용화에게 첫 질투를 했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티 내면서. 두준은 용화의 질문에 무성의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였다.
“… 어.”
“에이 진짜, 윤두준.. 초딩.”
두준의 똑부러진 대답에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두준의 손목을 잡고 문고 안으로 더 깊이 끌고 들어갔다. 무슨 영문이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두준에게 용화는 눈에 띄는 책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주위를 살핀 후 책을 펼쳐 옆 시야를 가리게 한 다음, 용화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입술에 닿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달리 저항을 하지도, 아무런 말도 못하고ㅡ당연히 말이 나오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ㅡ커진 두 눈으로 가까이서 용화의 눈만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몇십 초 후, 입술이 떨어졌다.
“됐지?”
“… 근데 있잖아, 누가 그러던데.. 하루에 6번의 키스를 해주라고.”
“이게 키스야? 뽀뽀지.”
… 아니, 뭐 그렇다 해서 뽀뽀가 하고 싶은 건 아니고. 용화가 머뭇거리며 말을 덧붙이자 두준은 그 모습이 귀엽다는 듯 볼을 살짝 꼬집으며며 용화의 손에 들려있는 책을 꺼내 용화에게 똑같이 가까이 다가섰다. 그런 두준의 모습이 웃기다는 듯 흐드러지게 웃으며 용화는 눈을 감았다. 진짜 윤두준, 못 산다.
두준은 곧 학교 대표로 축구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그래서 한동안 용화와 자주 만나지 못했다ㅡ학교 수업을 빼고 죄다 전지훈련이니 뭐니 해서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ㅡ뭐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 고박꼬박 전화나 문자를 해서 연락이 끊기는 일은 거이 없었기 때문에 용화 또한 간만에 편안히 피아노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뭐 나름의 연애를 한답시고 항상 하던 일을 미뤘던 것 같아 용화는 반성의 빌미로 연습 시간을 두 배로 늘렸다. 용화 또한 콩쿠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두준이 없던 하루는 박자가 안 맞아서 더 시간이 길어져 심지어 손에 쥐가 나기도 했었다.
하루는 운동장에서 연습을 한다고 준형이 말해줘서 점심시간에 이온음료와 제 몫의 오렌지 주스를 들고 벤치에 앉아 천천히 두준의 모습을 살펴봤다. 확실히 축구나 기타 운동을 할 때의 두준은 평소 제게 하던 행동과는 달랐다. 표정부터 180도 변했기 때문에ㅡ용화의 앞에선 한없이 개구진 열 여덟 소년에 지나지 않았는데 저렇게 진지한 표정은 용화에게 무척이나 생소한 모습이였다ㅡ뭔가에 몰두하는 모습과 더불어 천성적으로 운동을 잘 하는 체질 같아 보였다. 그거 하나 쯤이야 용화가 알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태껏 제 연인 윤두준을 어떻게 봐왔길래 의외의 모습이라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멋있었다. 정용화의 유일무이한 연인 윤두준은,
쉬는 시간이 되었는지 코치의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제자리에 앉는다던지, 열기를 잠시 식히기 위해 수돗가로 일제히 향하는 모습도 몇몇 보였다. 두준은 뭐 당연히 전자도 후자도 아닌 용화가 앉아있는 벤치로 직행해 용화가 건넨 이온음료를 들이켰다. 길고 굵은 목선에서 땀이 줄기차게 흐르고 있었다. 용화는 세심하게 시원한 수건으로 용화의 목 언저리와 이마를 닦아주었다. 두준은 그의 행동에 다리를 달달 떨었다. 부끄럽거나 좋아하면 심장이 박동하듯 다리까지 덩달아 떨었다. 일종의 습관, 그러고 아까 자기 골 넣는 거 봤냐면서 아까의 윤두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개구지게 웃었다. 그럴 대마다 용화는 응, 응, 봤지. 괜찮았어, 라며 깔끔한 리액션으로 화답.
5월의 바람은 4월과 다르게 후덥지근해졌다. 요즘엔 봄이 무척이나 짧아진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뭐 벚꽃은 봤으니까.. 그렇게 한참 살짝 손을 잡아보고, 여기 있으면 덥지 않느냐고 다정하게 두준이 묻자 용화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늘이기도 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곧 쉬는 시간이 끝나가기 때문에 두준은 다시 운동장으로 집합해야만 했기 때문에 가야만 하는 상황. 두준은 주위를 휙휙 보면서 혹 누가 보는 사람이 없나 잘 살펴 본 후, 누구 찾냐고 물어오는 용화에게 기습적으로 볼에 입을 맞추었다. 혹여나 누가 봤을까봐 눈치를 봤으나 다행히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야..”
“기습적인 거, 여자애들이 좋아한다던데.”
“내가 여자애냐?”
“용화야.”
“응.”
“내가 이번에 우승하면,”
“… 응?”
“소원 하나 들어주기다, 못 하면 내가 들어줄게.”
“음... 좋아, 콜! 꼭 우승해!”
“그대신 내일부터 일주일 간 연락 못 할지도 몰라.”
그 말에 용화는 적잖게 당황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두준은 이럴 줄 알았다면서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용화의 턱 언저리를 부여잡고 다시 짧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딱 일주일 후면 볼 수 있을 거야. 용화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가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좀 더 오래 있을 걸 그랬나보다.
* * *
용화는 바쁘다는 두준을 뒤로 하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밤공기가 꽤 서늘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는 같이 드라이브를 가자고 해 별로 내켜하지 않는 두준은 끝내 제 고집을 꺾고 같이 가줬다. 그 때가 얼핏 생각나 또 웃다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늘어가려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잡아왔다. 아무 말 없이 어깨만 턱 잡아서 누군가 싶어 뒤돌아 바라봤더니,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얼굴. 그녀는 다름 아닌 주현의 최측근이자 용화와도 안면이 있었던 윤아였다. 항상 흐드러지게 웃던 윤아가 오늘따라 무표정인 걸 보면, 무슨 할말이 있어서 왔겠지. 그것도 주현에 대한,
“정용화, 간만이다?”
“어, 그러네. 이 시간에 내 집까진 웬일이야.”
“다른 일 있겠어? 얘기 좀 하자.”
“그냥 '얘기'만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아닌가, 또 무슨 일로 왔는데.”
용화가 심드렁한 표정을 짓자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의 손이 용화의 오른쪽 뺨을 강타했다. 쫘ㅡ악! 적막이 감돌아서 그런가 그 소리가 적잖게 크게 느껴졌다. 윤아는 화가 난 듯 부들부들 몸을 떨며 분노를 표했다.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구,
“좀 아프다, 윤아야.”
“주현이랑 헤어졌다면서, 너 왜 그랬어?”
“더 이상 진전할 수 없으니, 이쯤에서 그치는게 좋다 생각했어.”
“자그마치 6년이다. 너 주현이 생각은 하긴 했니? 그 6년 동안, 남몰래 속앓이 하던 주현이 생각, 했냐고.”
“임윤아. 남의 연애사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너. 서주현 좋아해? 아니잖아.”
“…”
“어라, 부정을 안하네. 임윤아,”
“…”
“다시 내가 돌아간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그니까, 제발 잊게끔 해주라.”
적어도 너는 눈치가 빠르니까 내 본심이 어떤지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극한 나의 착각에 불과했던 건가, 용화는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목석처럼 서 있었을 뿐이였다. 이제 주현의 문제라면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였다. 주현은 분명 좋은 사람이고, 좋은 여자다. 결혼하면 무난하게 제 곁을 잘 지켜줄 것 같은 단아한 사람이다. 하지만 두 가지의 결점이 있었다. 그것은 용화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맞은 부위가 무척이나 욱신거렸다. 윤아나 주현에게는 한없이 나쁜 놈이 됐겠지. 그래도 일말의 죄책감 같은 건 떠안고 살 생각이다. 그게 그녀에 대한 마지막 배려, 용화는 그렇게 집으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두준의 생각이 간절했다.
오늘도 두준에게 연락이 없었다. 많이 바쁜가? 보고 싶다, 오늘따라..
아 드디어 드디어 후반부에 접어들었네요 ^^♡
오늘의 애정씬은 도서관 키스.. 우결 웨딩촬영 편을 보다가 번뜩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좀 넣어봤어요^^ 뿌듯
제가 어제 진짜 다음 편을 속히 올릴 예정이였는데 (그래봤자 새벽이지만) 룸메이트와 작은 마찰이 있어서 좀 늦었습니다
연재는 거의 이틀에 한번 꼴이 되겠네요.. 늦으면 3~4일?
혹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친절하게 심층적으로 설명해 드립니다 ^^
작가의 역량이 매우 딸리기 때문에 당연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어요
끝까지 사랑해주십사.. ☞☜
아직도 시험기간인 독자분들은 끝까지 좋은 성적 받길 바라구요
그리고 여러 익인 독자분들 ㅠㅠ 누구라고 호칭을 정해주세요ㅋㅋㅋㅋ 나중에 큰 특혜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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