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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징어 전체글ll조회 2942l 22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괜찮아? 드물게 말하던 입모양이 서서히 사그러든다. 응. 대답하려던 입술을 막아버린채 그저 끅끅 숨을 참아내기에만 급급하다. 혹시 나 지금 울고있어? 의미없는 물음에 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쓰러운 아이를 보는듯한 그 시선에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웅승대는 사람들 사이로 혹시나 네가 있을까봐 고개를 틀었다.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탄하듯이 내뱉는 한숨 뒤로 깊은 어둠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대로 난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 너 그 얘기 들었어? 예전에…. ”

“ 지금 가고 있다니까. 거의 다왔어. ”

“ 오늘 어디갈까? 저번에 갔던 식당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는데. ”

“ 응, 엄마. 나 지금 학원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야. 아빠 집에 계셔? ”

 

 

 

북적대는 사람들이 하는 세상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가만히 앉아있던 몸을 일으킨채 눈을 떴다. 두리번 거리는 내 모습이 앞에 있는 유리창으로 비춰져보였다. 가방끈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쥐었다가 놓았다. 치마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넣었던 휴대폰을 들었다. 부재중 통화 13건. 정갈한 폰트로 찍혀있던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홀더를 잠궜다. 근처 건물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박자를 맞추며 리듬을 타다가 계단을 내려왔다.

 

 

 

“ 씨발, 여기있었네. ”

“ ……. ”

“ 찾다가 뒤질뻔했잖아. ”

 

 

 

작은 공간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짐승의 모습에 시큰거리는 눈가에 손을 가져다댔다. 근데. 당돌하게도 반항적인 내 어투에 기가막힌듯 코웃음을 치던 짐승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근데? 근데라니. 지금 네가 뭔 짓을 한건지나 알아? 심기가 잔뜩 불편한 짐승의 포효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짐승을 구경하듯 보고 다시 길을 걸어갔다. 목소리 낮춰,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이성을 되찾으라는 내 말에 눈썹을 꿈틀대던 짐승이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

 

 

 

“ 하여튼 넌 미친년이야. ”

“ ……. ”

“ 아, 씨발. 뭣도 아닌게 왜 자꾸 거슬리게 만들어. ”

 

 

 

짐승치고 꽤나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복을 위아래로 훑어보다 마이 위에 새겨져있는 이름에 멈칫했다. 그래, 네 이름은 김종인이였지. 짐승이 아니라. 안 가겠다고 버티고 서는 내 손목을 힘주어 잡고 끄는 김종인의 모습이란 참 웃겼다. 짜증이 솟구치는지 욕을 하며 중얼거리던 김종인이 날 질질 끌어 도착한 곳은 다름아닌 학교였다. 그거 알아? 좆같은 변백현이 너 찾고 있다는 거. 교문을 통과하자마자 웃던 김종인이 저보다 뒤처진 걸음을 하고 있는 나를 돌아봤다. 김종인이 잡은 손목이 따끔따끔하다. 멍들 것 같아. 내 말에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던 김종인이 나와 손목을 번갈아 쳐다보다 손에 힘을 풀었다.

 

 

 

“ 가면 무조건 빌어. ”

“ …왜. ”

“ 몰라서 묻는거냐? 그 새끼가 너 가만히 둘 것 같아? ”

“ ……. ”

 

 

 

그걸 네가 왜 간섭해. 무뚝뚝한 내 말에 좋아졌던 기분이 한순간 짜증으로 물들었는지 나를 보던 김종인의 눈매가 날카롭다. 제발 닥치고 말 좀 들어라, 응? 이제는 아예 애원조로 들리기까지 하는 김종인의 목소리에 반쯤 열었던 입을 다물었다. 더 죽어나고 싶지않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거 나을거야. 나는 알고 있다. 김종인의 발걸음이 교실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점점 늦춰지기 시작했다는 걸. 변백현이 사줬던 가방끈을 만지작거리다 계단을 올라섰다. 지옥같아. 잔잔히 퍼지는 울림에 아예 손을 놓고 가던 김종인이 계단앞에 멈춰섰다.

 

 

 

“ 야. ”

“ ……. ”

“ 너 변백현 싫지. ”

“ …응. ”

“ 그럼 도망갈까. ”

 

 

 

암울해보이는 김종인의 등을 보고있다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도망가도 잡혀, 언젠가. 김종인을 스쳐지나갔다. 아까 김종인이 날 이끌었던 속도와는 현저히 나를 속도로 반앞에 향했다. 뒷문앞에 서자마자 벌써부터 변백현의 한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지옥. 김종인과는 차원이 다른 악마, 짐승새끼. 생각만하던 욕지거리가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았다. 드르륵ㅡ. 천천히 열리는 문틈사이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창밖을 보고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아이들이 없다. 모두들 어디로 사라진걸까.

 

 

 

“ …변백현. ”

“ ……. ”

“ 백현아. ”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창밖을 보던 시선을 돌려 고개를 틀던 변백현이 나를 쳐다봤다. …빨리도 왔네? 비꼬듯 말하던 변백현이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내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가 온전히 나를 묻어버릴것 같았다. 뒷문을 등지고 서있는 내 앞까지 다가오던 변백현이 손을 뻗어 뒷문을 닫았다. 변백현의 손에 닫히는 뒷문을 다시 열어 나가고 싶었다. 뒷문을 닫고 뻗었던 손을 내 어깨위에 걸치듯 올려놓던 변백현이 고개를 틀었다.

 

 

 

“ 존나 다정하게도 걸어오시더라구요. ”

“ ……. ”

“ 두분 참 보기좋아요. 안그래요? ”

 

 

 

아마 김종인과 내가 교문을 통과해 반까지 올라오는 모습을 창문밖으로 보고 있었나보다. 불안해 미치셨겠지. 짜증나 돌아버리셨겠지. 아니나다를까 잔뜩 험악하게 인상을 구긴 변백현이 억지로 눈을 맞췄다. 내가 내 허락없이 나가지말랬는데, 오늘은 어디가셨어요? 김종인이 잡은 손목 반대편을 잡은 변백현이 방금전까지만 해도 저가 앉아있던 자리에 나를 앉히고 그 옆 의자를 끌어 저가 앉았다.

 

 

 

“ ……. ”

“ 대답 좀 하세요. 나 버리고 배짱좋게 나갔잖아요. ”

“ 그냥…. ”

“ ……. ”

“ 바깥바람 잠시 쐬러갔어. 진짜야. ”

 

 

 

아, 그러셨어?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변백현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척 하다 꽉 쥐었다. 아…! 따가운 비명이 내 입을 뚫고 나갔다. 그 소리에 만족감을 느끼는지 환하게 웃던 변백현이 내 머리채를 끌어 저의 이마와 내 이마를 맞닿게끔 했다. 씨발, 존나 이뻐서 어떡하지? 이 이쁜걸 어떻게 삶아먹을까.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하던 변백현이 입술을 맞췄다. 짧게 떨어진 입과 입을 뒤로하고 내 머리채를 쥐고 있던 손을 느슨하게 풀던 변백현이 헝클어진 내 머리를 익숙하게 정리해줬다.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만 생각하면 금방 풀려버릴 문제다.

 

 

 

“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

“ 뭐가요? ”

“ 네 허락없이 네 옆에서 안 떨어질게. ”

“ 정말? ”

“ 응, 정말이야. 약속할게 백현아. ”

 

 

 

내 말에 내 볼을 쓰다듬던 변백현이 그럼 됐다는 듯 하얀 이가 다 드러날만큼 웃었다. 언제까지 이 가면을 쓰고 있어야할까. 변백현뒤로 보이는 투명한 복도창문으로 알수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김종인이 보였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인상을 쓰던 김종인이 몸을 틀어 멀어져갔다. 김종인이 사라지자마자 시선을 거두고 변백현을 쳐다봤다. 아직까지 옅게 웃고 있던 변백현이 나와 눈을 맞추자마자 웃던 입술을 굳혔다. 방금 어디보고 있었던거야?

 

 

 

“ ……. ”

“ 씨발, 어디봤냐니까? ”

“ 아무것도 안 봤어, 너만 봤어. ”

“ 거짓말하지마. ”

“ 진짜야, 현아. 난 너만 봤어. ”

 

 

 

내가 김종인을 보고 있었다는 걸 감추기 위해 변백현을 끌어안았다. 변백현의 목에 입술을 옅게 묻고 웅얼거리자 작게 웃던 변백현이 날 더 품에 안았다. 뼈가 으스러질만큼 꽉 껴안던 변백현이 푸스스 웃었다. 난 네가 죽어서 가루가 되도 너만 사랑할 것 같아. 소름돋는 그 말에 몸이 움찔했다. 그런 나를 느낀건지 못 느낀건지 그저 날 껴안기만하던 변백현이 또 웃음을 지었다.

 

 

 

“ 물론 너도 그러리라 믿어. ”

“ ……. ”

“ 너도 나 사랑하니까. 그렇지? ”

“ …응. ”

 

 

 

단순히 반복하는 기계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부서질것만같은 위태로운 이 관계가 여전히 지속된다면 나는 어느편에 서있어야할까. 나락으로 떨어지는 변백현 곁에 있어야할까 아님, 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김종인 곁에 있어야할까. 복잡한 생각이 들어 눈을 감았다. 가만히 내 숨소리를 듣고만 있던 변백현이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처럼 떠는게 느껴졌다. 정말 나는 이 악마를 벗어나고 싶기는 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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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백현아ㅠㅠㅠㅠㅠ종이나ㅠㅠㅠㅠㅠㅠㅠㅠ당장신알신해요!!!!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도 치케로신청합니다!!!!!!!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
와 대박이네요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냥 분위기도 좋고 말하는 것도 좋고 백현이를 상상하니까 무서운데 좀 설도 하고 좋아요 힛
11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헐 백현아 종인아ㅜㅜ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분위기쩔어...ㅠㅠㅠㅠㅠㅍㅍ퓨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우와...대박이다 ㅠㅠㅠ
분위기 소름...백현이랑 종인이 이미지도 잘 어울리네요 헣

11년 전
독자5
와 분위기쩐다ㅠㅠㅠㅠㅠ아ㅠㅠㅠ대바규ㅠㅠ
11년 전
독자6
와 대박...뭔가 분위기도 신비하고 울적한느낌도 들고 좋네요ㅠㅠ
11년 전
독자7
헐...대박ㅠㅠㅠ저 이런분위기 완전 좋아해요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
11년 전
독자8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대박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9
헐 배큥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종인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쩔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0
진짜 분위기 죽이네요 허허헣ㄹ
11년 전
독자11
우아ㅠㅠㅠㅠㅠㅠㅠ분위긷ㄷㄷ듀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고가여ㅠㅠㅠ
11년 전
독자13
와 브금이랑 엄청잘어울린다ㅜㅜㅜㅜ느무좋아여 님 글 너무잘써ㅜㅜㅜㅜㅜㅜㅜㅜ엉 좋담
11년 전
독자14
헐........ 너무좋아혛ㅎㅎㅎㅎㅎ이 금손은 뭐짛ㅎㅎㅎㅎㅎ 진짜...아......너무 좋아옇ㅎㅎㅎ
11년 전
독자15
ㅠㅠ오랜만이레료ㅠㅠㅠㅠㅜ 짱짱.기다려ㅓㅅ어ㅠㅠㅠㅠㅂ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16
헐.........진짜 아무도 고를수없어요ㅠㅠ백현이 완전 집착쩔어서 좋고 종인이는 뭔가 틱틱 대면서 다 해줘서 좋고....ㅠㅠ아 내일 월요일인데....힐링되는 기분이예요ㅠㅠ
11년 전
독자17
헐헐아련터져...
11년 전
독자18
대박이다진짜ㅜㅠㅠㅠㅠㅠㅜ집착하는백현이ㅜㅜ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19
와....신알신울려서 들어왔는데 이번글도 ㅜㅠㅠㅠㅠㅠㅠㅠ오랜만이네여 문답징어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백현이랑 종인이너무좋아요 글분위기도 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0
우와...이게...뭐죠? 우울하면서 뭔가...심오해여....
11년 전
독자21
아 백현아..ㅇ아ㅡ아아ㅏ아앙 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2
ddddd짱 금손이시네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3
아 오랜만이시네요ㅠㅠ짱재밌어요ㅠㅠ
11년 전
독자24
우왕......이런분위기좋으뮤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26
와...되게 묘하다
10년 전
독자27
내용너무좋어요ㅠㅠㅠㅠ신알신!!
10년 전
독자28
와 분위기 쩔
10년 전
독자30
헐 분위기보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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