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 예비종이 치고 변백현은 말도 없이, 인사도 없이 쌩하니 교실로 들어갔다. 문제집을 챙겨들고 일어나 엉덩이를 탈탈 털었다. 할 수만 있다면 머릿 속도 탈탈 털고 싶은 심정이었다.변백현은, 이상하다......그 뒤로 나와 변백현 사이에 접점은 없었다. 막혔던 86번이 풀리자 수학 문제집의 페이지는 쭉쭉 넘어가기 시작했고, 그런 일이 있기나 했냐는 듯이 변백현과 눈이 마주친다거나 변백현이 나를 비웃는 일은 없었다.비웃음이라도 좋았다. 멍청하게도, 변백현과 나 사이에 접점이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그 동안, 친구들이 변백현의 이야기를 할 때면 흥미도 없는 수학 문제집을 붙잡았던 이유.변백현을 좋아하는 수많은 여자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있기가 싫었다. 인정하면, 인정해버리면 겉잡을 수 없이 변백현이 좋아질 것을 알고 있었다.이제는, 인정 해야만 했다.변백현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급식을 먹고난 후, 운동장 스탠드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유는 딱 하나, 변백현을 보기 위해서. 그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친구들에 의해서가 아닌 내 의지에 의해서라는 점이다. 운동장으로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아직도 못이기는 척 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직까지는, 변백현에 대한 내 마음을, 숨기고 싶다. 소중한거니까......학교에 근거 없는 소문이 퍼졌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그 소문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우리 학교의 아이돌 변백현이기 때문이었을까. 소문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 학교 전체를 흔들리게 만들었다.변백현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소문이 났다. 소문일지라도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몇몇의 아이들은 그 아이가 나일지도 모른다며 기뻐했고, 몇몇의 아이들은 그 아이가 나일리가 없다며 좌절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변백현이 나를 좋아할리가 없잖아. 수학 문제집을 펼치고 86번 지문 밑 빈 공간에 빼곡히 적힌 변백현의 글씨체를 흘겨보았다. 변백현의 글씨체에 설레는 마음이, 미웠다....소문은 갈수록 커졌으며, 구체적으로 변했다. 변백현이 좋아하는 아이가 1반이라더라, 머리카락이 길다더라, 변백현이 그 아이를 6개월째 짝사랑 중이라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판을 쳤다. 그런 카더라 통신으로 기뻐하는 것은, 우리 반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아이들이었다. 근거 없는 소문은 근거 있는 소문이 되었다.변백현이 인정했다.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는 1반이 맞으며, 머리카락이 길다고 말이다....우리 지역은 두발 자유인지라 우리 반의 여자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머리가 긴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의 주인공은 한 사람으로 좁혀졌다. 우리 반에는 우리 학교의 여신-오그라들지만 사실이다.-이라 불리는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배수지. 이름마저 예뻤다. 그 아이는 머리카락이 길었다. 그 말은 곧,변백현이 좋아하는, 1반의 머리카락이 긴 아이는, 배수지이다. 암암리에 모든 아이들이 동의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변백현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어도, 변백현에게 여자친구가 생겨도 점심 시간은 온다. 4교시는 한국사였고, 잠들 수 밖에 없었다. 눈을 뜨자 칠판을 가득 채운 한국사 선생님의 필기와 텅 빈 교실이 나를 반겼다. 망할. 친구들은 나를 버리고 가버렸다. 이건 고의가 아니다. 아이들은 핫도그에 눈이 멀었고, 내 존재감은 핫도그만도 못했던 것이다. 느릿느릿 교실 문을 잠그고 급식실로 향했다. 우리 반에서 급식을 가장 빨리 먹는 김**-인권보호다.-은 급식을 뚝딱 해치우고 교실로 올라오고 있었다. 김**에게 교실 열쇠를 건내주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후드 집업 주머니에 손을 넣고 급식실로 내려갔다. 배식 줄은 끝나가고 있었고 나는 배식줄 맨 뒤에 서서 수저를 챙기고 있었다. 그 때, 섬유 유연제 냄새가 났다. 뒤를 돌아보자, 그 때 그 날처럼, 변백현이 서있었다. 교실에서부터 뛰어내려온 모양인지 숨을 헉헉대며 몰아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후드를 뒤집어 쓴 뒷통수가 간질간질 했다....혼자 밥을 먹는 것은 처량하다. 그러나,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짝사랑 상대와 밥을 먹는 것은 더 처량하다. 아이들이 빠져나간 급식실에는 빈 자리가 더 많았고, 변백현은 그 많은 빈 자리들 중에서 내 앞에 앉았다. 변백현이 앉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변백현이 미웠으니까. 비교도 안될만큼, 상대도 안될만큼 예쁜 아이를 좋아하는 변백현이 미웠으니까...."안궁금해?"변백현과 나는 마주 앉아 있었지만, 그 때 그 날처럼, 서로에게 말을 걸지도, 인사를 건내지도 않았다. 수저를 내려놓고 변백현의 물음에 대답했다. 삐뚤어진 마음 탓일까. 누가 들어도 뾰루퉁한 목소리가 나가버렸다. 변백현은 알 리가 없지만, 말을 내뱉자마자 후회했다."뭐가.""내가 좋아하는 애.""아아- 궁금하고 말고 할게 뭐 있어. 누군지 다 아는데."변백현도 수저를 내려놓았다. 변백현은 대답이 없었다. 나에게 들켜서일까.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짜증이 담겨있었다. 짜증낼 사람이 누군데. 울컥해서 다 먹지도 않은 잔반들을 국그릇에 옮기고는 의자를 빼고 일어났다. 우리 엄마가 알면 놀랄 일이다. 엄마, 엄마 딸이 생전 처음으로 음식을 남겼어요."네가 좋아하는 애, 배수지인거 알아. 그래서 뭐, 나랑 배수지랑 같은 반이니까 잘 되게 도와달라, 그런 말이 하고싶은 거야? 그런거라면 말 할 필요도 없어. 배수지도 너 좋아하는 눈치더라. 좋겠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 좋아해서."말을 마치자마자 쿵쾅대는 발걸음으로 잔반 처리대로 향했다. 발을 쿵쾅댄다는 것은, 나 화났어요- 하고 광고하는 유치원생 같은 짓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국그릇에 모은 잔반을 버리고, 수저를 정리하고, 식판을 내려놓았다. 울컥할 필요도 없었고, 변백현을 미워할 필요도 없었다. 변백현이 잘못 한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저, 덜 아프고 싶었을 뿐이고, 그래서 변백현에게 잘못의 화살을 돌리고 싶었을 뿐이다. 내 멋대로 좋아했고, 내 멋대로 변백현에게 화내고 있는거니까. 한마디로, 북 치고 장구 치고 혼자서 신났던거니까. 코 끝에 섬유 유연제 향이 맴돌았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뒤를 돌면,당장이라도 변백현에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릴 것 같았다......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깜놀. 무플이 아닌 것에 감사, 또 감사.내가 뭐라고 신알신에, 암호닉 신청을 하나요. (눈물)모바일로 쓸 뿐만 아니라 구상 없이 내키는대로 씁니다. 글 써본 적도 없고 지식도 없어요. 그저 제 맘대로 쓰는 글이니 가볍게 읽어주세요.원래 쓰려던건 이게 아닌데...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기네요.답글은 다 달아드려요. 하하.암호닉 맑음님, 벚꽃님 감사합니다.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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