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보기 |
* 그는 정말 바빠지기라도 한 듯 그 날 이후로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허전함은 감출 수 없었다. 다음에 만나면 어떤 얼굴로 봐야할까. 아무렇지도 않게 대하기엔 내 성격이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물어보면 왠지 지금 둘 사이가 멀어질 것 같고. 그 날 멍하니 병실에 돌아와 생각에 빠졌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늘 궁금했던 그가 날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이유. 그게 참 궁금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한 발짝 다가가게 될 줄이야. “무슨 일 있었어? 표정이 왜 그래.” 그런데 한동안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왔다.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한 손엔 작은 꽃다발까지 들고. 그에 보답해 웃어주지 못하는 지금이 너무 짜증났다. 궁금한 걸 절대 못 참는 내 성격에 지금까지 버틴 게 장한거지. 어차피 언젠가 마주칠 거 매 좀 빨리 맞아야겠단 생각에 그를 다시 쳐다봤다. “날 도와주는 이유가 뭐에요?” 평소 같았으면 장난스럽게 물어보는 내 질문에 잘 넘겼을 법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사뭇 진지한 내 표정에 그도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달았는지 작게 한숨 쉬며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무슨 얘길 들은 거야.” 표정과는 다르게 다정하게 물어오는 그. 하마터면 울어버릴 뻔했다. 점점 손이 떨려 이불 속으로 감추고 고개를 숙였다. 그를 마주보기엔 지금 내가 준비가 덜 됐나보다. 그의 말을 끝으로 그 누구도 먼저 입을 떼지 않았다. 내 성격답게 그냥 말하면 되는 걸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걸까. 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상태에서도 그를 생각하고 있는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디서 풀어야할지 모를 엉켜버린 실 뭉치처럼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교통사고.. 낸 사람이랑 무슨 관계에요?” “내 약혼자.” 그냥 할 말을 잃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그의 대답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푹 숙인 그를 쳐다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원치 않은 상대였다는 말을 함에도 멀어진 거리를 다시 좁힐 순 없었다. 이런 내 반응에도 그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 여자의 일방적인 사랑이었을 뿐이라고. 그러다 사고가 난 걸 자기는 비겁하게 남 탓으로 돌리며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고. 전혀 알 수 없는 말들을 내뱉는 그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긴 어려운 것처럼. 한 귀로 흘리기 바빴다. ** “야 좀 제대로 들어주지 그랬어.” “그런 말 할 거면 나가.” 내 말에 혀를 차던 우현이 기어코 병실 안으로 들어와 의자에 앉았다. 지금 이렇게 보는 게 지갑 전해준 뒤로 처음 보는 거였나.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행동하는 그가 처음엔 얼떨떨했지만 곧 적응이 됐다. 이런 게 그와 어울리는 행동이었으니까. “그 누나가 호원이 진짜 좋아했는데 호원인 마음이 전혀 없었어. 누나가 안타까울 정도였지.” “안 물어봤는데.” “어차피 들을 거면서.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말고 잘 들어. 이호원은 마음에도 없는 여자랑 약혼을 했고, 그 뒤로 만나주지도 않았어. 누나가 호원이를 매일 찾아가는 식이었지.” 그는 날 자주 찾아왔었으니까 그건 좀 다른가. 이 상황에 내심 안심한 내가 못마땅했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닌데. 그러다 그 뒤로 들려온 꽤 안타까운 말에 멍하니 우현을 쳐다보았다. 내가 지금 무슨 기분인지 대충 알고 있는 걸까, 우현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나러가겠다 미리 연락한 여자를 끝까지 말렸지만 막을 수 없었고, 그냥 무시했지만 몇 시간 후 들려온 사고 소식에 일도 할 수 없었다고. 그래, 따지고 보면 그가 사고를 낸 건 아니지만, 그런 건 아니지만 죄책감을 가졌을 그가 아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나 같아도 그랬을 거야. “그 당시 그 놈이 얼마나 망가졌었는데. 술만 마시질 않나. 그 때 생각하기도 싫어.” “잠깐만. 그럼 그 죄책감을 나 도와주면서 애써 지워버리려 했단 거네? 날 이용해서.” 틀린 말은 아니잖아. 속으로 어떤 생각을 했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내 대답에 한숨을 쉬던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진 둘이 알아서 얘기하라며, 자긴 여기까지가 다라며 그렇게 병실을 나갔고 한동안 곰 인형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잘 지냈어?” 창가에 기대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퇴원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고, 나날이 들뜨는 마음에 요즘 창밖을 보는 일이 잦았다. 나중엔 잡생각을 떨쳐버리려 한 행동이 됐지만. 등 뒤에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천천히 뒤돌아봤다. 전보다 수척해진 그가 또 한손엔 작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이번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평온했던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졌다. 나는 분명 화가 났고, 배신감도 느꼈는데 왜 막상 그를 보면 손을 잡고 싶을까. 무엇보다 이런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잘 지냈어요. 이젠 안 와도 될 것 같은데 수술비 지원해준 거 총 얼마에요? 퇴원하고 일 하면서 갚을게요.”
너무 딱딱했나. 하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힐끗 눈치 보기 바빴다. 그는 이런 내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꽃다발을 창가에 둔 빈 꽃병에 넣고 늘 앉던 의자에 앉아 내 눈을 마주했다. 계속 쳐다보면 흔들릴 것 같아 재빨리 시선을 피했고 그는 이런 나마저 붙잡으려는 듯 말을 꺼냈다. “남우현한테 얘기 다 들었어. 너 화난 것도 알고 다 이해해.” 무슨 말을 하나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나 미칠 것 같았다. 분명 그가 미운 건 맞는데 왜 밀어내질 못 할까. “죄책감에 너 이용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처음엔 그냥 궁금했어. 도와주고 싶었고.” “왜요. 고아라니까 불쌍했어요?” 말이 헛나갔다. 이렇게 비꼬려는 건 아니었는데. “넌 몰랐을 거야. 너 도와주면서 나도 같이 치유되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감정이 아니라 그냥 한 여자로써 니가 좋다.” 밀고 당기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무작정 동생처럼 챙겨주는 것도 아니었던 그의 행동들은 애매했고, 착각하게 만들었다. 그냥 그렇다고 느꼈는데, 좋아하는 건 나 혼자 일방적인 짝사랑일 뿐이라고 느꼈는데. 여기서 이 말마저 마음을 되돌리려는 것뿐인 허상이라 여기면 오히려 나쁜 쪽은 내가 될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면요. 잘 못 믿겠어요.” “천천히 생각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너 눈 다시 뜨고 나 처음 봤을 때, 확실히 깨달았어. 그동안 헷갈렸던 마음이 딱 정리가 됐어. 믿어줄 지는 니가 결정하고.” 그는 항상 차분하고 다정했다. 내 방식으로 그를 살짝 밀어내도 여전했다. 어쩌면 이런 그 때문에 쉽게 내치지 못 하는 걸까. 혼란스러운 맘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러다 슬며시 다가오는 손길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꾹 다문 입술을 찬찬히 쓸던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손을 거뒀다. 그 웃음이 내가 그에게 뭔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불편했다. “기다릴게. 다음 주에 퇴원한다고 했지? 그 때보자.” 병실을 나가는 뒷모습에 손을 흔들지도 못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자고 싶어. ** “이렇게 퇴원하니까 좀 아쉽네. 심심하면 놀러와, 알았지?” “싫어, 일이나 똑바로 해.”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간단 생각에 들뜨기도 했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특히 전날 밤엔 잠이 오지 않아 그냥 누워있기만 했다. 정말 그가 와줄까. 하지만 그는 병원 정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왠지 모를 아쉬움에 툴툴거렸고, 그저 우현과 장난치듯 인사를 하며 택시에 올랐다. 아직 완전히 용서한 것도 아닌, 그냥 미적지근한 상태였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를 좋아하고 있었고 보고 싶기도 했다. 그 흔한 문자나 전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너무 어려웠다. 단순한 밀고 당기기가 아닌 겁부터 났다는 게 정확했다. 대학을 졸업 하자마자 사고가 나버려 본의 아니게 푹 쉬어버린 그 시간만큼 이젠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며 다짐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혼자 살던 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조금 무거운 가방을 들고 몸을 돌렸을까, 그가 서 있었다. 장미꽃다발을 들고 웃고 있는 그가. “퇴원 축하해.” 가방을 다시 내려놓았다. 아니 힘이 풀렸다. 겨우 일주일 못 봤을 뿐인데 왜 이렇게 반가울까. 마음 한 구석에선 여전히 그를 미워하고 있는 듯 밀어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금세 싹 잊어버렸다. 믿지 않으면 그 시작을 어떻게 하리. 일단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애써 합리화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니가 화내는 것도 다 이해해. 나 실컷 미워해도 되고, 욕해도 좋아. 그래도 이거 받아줘.” 내게 다가온 그가 정중히 꽃다발을 내밀었다. 여전히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무심코 손을 내밀어 받은 꽃다발에 얼굴을 묻어 향기를 맡았다. “나랑 계속 만나줄래?” 장미꽃만 바라보던 내게 익숙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걸음 물러서서 가만히 날 보는 그가 웃고 있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물끄러미 쳐다보는 것 외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진짜 좋아하는 건 맞는데..” 때 아닌 고백을 해버린 것도 깨닫지 못 하고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그러다 슬쩍 눈치 보며 그를 쳐다봤을 때 여느 때보다 더 활짝 웃고 있는 그가 보였다. 지금 이 기분이 확실히 깨달은 거구나. “그거면 됐어. 미안했던 만큼 앞으로 더 잘해줄게, 이리와.” 그가 두 팔을 벌렸다. 이런 저런 일이 있어도 그가 좋은 걸 어떡할까. 마냥 편히 웃을 수 없는 기분에 애써 입 꼬리를 올리며 다가가 안겼다. 유난히 더 따뜻하고 포근한 그의 품에 안정이 되었다. “고마워, 사랑해.”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게뭐야..
그냥 상황만 정해놓고 무작정 썼던 글인데 이게 참..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ㅠㅠ 다음부턴 세세하게 다 정해야 겠다.
그냥 뒷 내용 생각 안 하고 썼더니 뒤늦게 후회나 하고..
고쳐야지 ㅜㅡㅜ
암호닉♥
도끼, SZ,
텐더 (님은 따로 신청 안하셨지만 먼저 다가와주셔서 감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인피니트/호원] 목소리 下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7/f/97fb64a3fb5fb7a0326849750445fda4.jpg)
김은희 시그널2 쓰는데 10년걸린거보면 오리지널 레퍼런스없이 자기가 혼자 이어나가는거 은근 어렵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