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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보다 더 앞당겨진 회의에 급하게 자료들과 간단히 마실 음료들을 자리마다 놓고 한바퀴 훑어보았다. 모레 오후 쯤 성사될 거래에 조금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었지만 출근 하자마자 들려온 소식에 업무는 미뤄두고 회의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회사 임원진들만 하는 거면 몰라, 왜 갑자기 거래처 쪽까지 오는 거냐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급히 마무리하고 깊은 한숨을 끝으로 회의장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잡일은 막내가 해야지 뭐 어쩌겠어. 점심도 거르고 바삐 움직이자니 토기가 올라왔다. “다 했어?” “네. 완벽해요.” 애써 웃어 보이며 이제 막 식사를 끝내고 돌아온 언니에게 대답했다. 혹시나 꼬르륵 소리가 들릴까 물배를 채우고 오전에 마무리 못한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엘리베이터 쪽에서 들리는 소란함에 인상을 구겼다. “미안한데 회의실 문 좀 열어놔, 빨리! 시간 또 앞당겨졌나봐. 좀 이따 시작한대.” “아, 네..”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달려가 문을 열어놓고 문 앞에 서서 대기했다. 호텔도 아니고 이러고 있는 것도 다 내가 막내니까, 응 막내니까. “어? 남우현?” “야, 니가 왜 여기... 여기서 일해?” “으응.” 나름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들어서는 거래처 임원에게 인사하려던 찰나,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 내 앞에 멈춰 섰다. 대학시절, 동성, 이성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던 남우현. 내가 잠시 짝사랑했던 그 남우현이 여전히 그 특유의 웃음으로 내 앞에 서 있다. 정장 입은 건 졸업식 이후로 못 봤는데. 이렇게 보니 색달랐다. “나중에 잠깐 보자.” “응.” 주변 눈치를 보며 그렇게 속삭이고 회의실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언제 온 건지 아는 사이냐며, 남자친구냐며 놀려대던 언니가 날 안으로 이끌었고,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첫사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반가움, 이 정도 일까. 괜스레 눈이라도 마주치면 먼저 피하기 바빴다. ** “이렇게도 다 만나네, 무튼 진짜 반갑다.”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그건 너도 마찬가지거든?” 대학 졸업 이후니까 약 3년만인가. 4학년 내내 졸업에, 취업 준비에 정신이 없어 그 때도 잘 보진 못했지만 내 대학시절에 남우현을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난 그를 짝사랑만 했다. 뭔가 둘 사이에 간지러운 느낌이 났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둘 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엇갈린 게 몇 번인지. 이젠 그런 것마저 추억이 되어 이렇게 털어놓을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딱히 특별한 일이 있어 놓은 것도 아닌, 현실에 치여 살다보니 자연스레 내 일상에서 사라진 그였다. “너 졸업할 때쯤 바로 취직했었나?” “아니, 난 좀 시간이 걸렸지. 얼마 안 됐어, 이 나이에 아직도 내가 막내야.” “하긴 우리도 이제 좀 늙었지?” “아 됐어, 나이 얘기 그만해.” 이렇게 카페에 와 어색하지 않게, 친구처럼 얘길 나눌 날이 올 거라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래도 느껴지는 이상한 설렘은 있지만, 티내지 않으려 나름 애쓰고 있었다. 이젠 다 식어버린 커피 잔에 손을 둘 곳이 없어 만지작거리고만 있자 내게 머물러 있는 그의 시선이 느껴져 다시 고갤 들었다. “너 보니까 되게 반갑고 그러면서도 막 설레.” “뭐?” 갑작스런 말에 그대로 멈춰 한동안 서로 바라보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찬찬히 정리를 해보자. 이성에게 설렘을 느낀다면 일단 호감도 가고 그러는 건데, 남우현이 날? 이런 생각까지 미치자 두근거리다가도 괜스레 얼굴이 빨개졌다. 이런 반응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에게 모든 중심이 맞춰져 먼저 시선을 피해버리고 손만 꼼지락거리자 다시 이어진 그의 말에 천천히 고갤 들었다. “말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어쩌면 인연이니까. 나 예전에 너 좋아했었다?” “뭐?” 그 때도 이런 말을 들었으면 두근거렸을까. 아니면 그보다 더 심했을까? 내가 여기서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머릿속이 복잡해져 앞에 있는 그는 이미 희미해진지 오래다. 안절부절 못 하는 내가 웃긴 건지 작게 웃던 남우현이 테이블 위 오갈 곳 없이 방황하던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내가 보기엔 말이야 너 지금 부끄러워하는 것 같은데. 맞지?” “내, 내가 뭘!” “너 당황하면 말 더듬잖아. 아 이건 누구나 다 그런 건가? 근데 얼굴도 빨개졌어, 귀엽게.” 이젠 살며시 찾아오는 두근거림이 아닌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심장에 물만 마셔댔다. 그리고 다시 그를 봤을 땐, 대놓고 구경이라도 하듯 턱을 괴고 쳐다보는 게 살짝 얄밉기도. “저번에 그냥 시간에 맡기니까 결국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더라.”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도 그냥 가버리면 또 놓칠 것 같아서. 너도 딱히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네, 그치?” “자꾸 나 놀릴래?” 특유의 능글거림이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를 살짝 흘겨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기만 하다 갑자기 정색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잡을 거라고. 너 좋다니까? 지금 보고 깨달았어. 대답 안 해주면 나 삐칠 거야.” 장난스럽게 입 내민 꼴이 귀여웠다. 역시 이렇게 넘어갈 그가 아니란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응, 좋아.’ 아니면 ‘나도 너 좋아.’ 이건 좀 아닌데. 대충 고개만 끄덕거렸다간 정말 삐칠 기세에 한참을 가만히 있지 못하며 고민에 빠졌다. “싫어? 아닌 줄 알았는데. 그럼 뭐 할 수 없지.” “아니!” 아 당했다. 급하게 질러놓고 깨달았다, 이건 그의 함정이었다고. 예상대로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애써 웃음을 참는 그가 정말 얄미웠다. 처음부터 맘 제대로 잡고 애태우게 만들걸. “나도 너.. 좋아했어.” “좋아했어? 그건 과거형이고. 그래서 지금은? 싫어?” “아 너 진짜! 좋다면 뭐 어쩔래? 그래, 너 좋아. 자꾸 놀릴래?” 내가 가끔 욱하는 것도 기억하고 있었던 건지, 신경을 살살 건드는 그에 결국 터져버렸다. 지금 이게 창피함인지 뭔지 모를 기분에 방황하는 나에 비해 만족스럽단 듯 그가 손을 더 꽉 잡고 정말 강아지처럼 웃는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이따 퇴근하고 데이트할까?” “맘대로.” 사실 이런 한마디에도 부끄러워 일부러 까칠하게 구는 걸 알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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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빨리 썼는데... 올리려 들어왔더니 임.시.점.검.
ㅋㅋㅋ..인터넷 속도도 느려지기까지..ㅜㅜ 올리지 말란건가
멤버 한바퀴 다 돌았고 이제 뭐 쓰지... 소재가...
라됴 들으러 가야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ㅜㅡㅜ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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