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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분이 어때요?”


“그냥요..”



미적지근한 내 대답에 간호사는 이젠 익숙하기라도 한 듯 밥 좀 잘 먹으란 말을 남기고 나갔다.



목소리.

그 사람 목소리 듣고 싶어.



“언제쯤 또 와줄까.”



며칠 전, 잠깐 시간 내서 왔다며 그가 내게 인형을 주었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내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그가 내게 준 건 곰 인형이었다. 적당히 크고 부드러운 곰 인형. 문득 그가 보고 싶을 땐, 침대 맡에 있는 인형을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렇게 꼭 껴안고 있다 갑자기 찾아온 그에 부끄러워 혼이 났던 적도 있었다.


앞이 안 보여 그저 목소리밖에 모르지만 분명 따뜻한 목소리만큼 멋진 사람일거라 믿었다. 이제 내일이면 지겹도록 감고 있던 붕대로 풀고, 시간이 지나면 그를 직접 볼 수 있겠지. 답답했던 일상 속 한줄기 빛과 같은 그가 있어 이만큼 버틸 수 있었다.



“또 인형 안고 있네?”


“언제 왔어요?”



혼자 실실 웃고 있던 걸 언제부터 본 걸까. 갑자기 밀려오는 화끈거림에 고갤 숙이고 인형을 제자리에 뒀다.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은 듯 바닥을 끄는 소리가 사라지고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오는 그에 살며시 웃어보였다. 그는 이렇게 살살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 같았다.



“담당 의사한테 얘기 들었어. 내일 붕대 푼다며?”


“네. 나 시력 완전히 돌아오면.. 그 때 봐요.”


“왜?”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시간이 흐른 뒤 떠올리면 분명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이불을 차며 발악을 할 것 같지만 이상하게 언제 또 다시 그가 날 찾아와 줄 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럴 거면 있을 때 다 전해야지. 내가 언제 이렇게 대담해졌을까 신기하기도 했다.


내 말을 끝으로 그의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정적이 흘렀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나로썬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 어딜 보고 있을 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손을 다정하게 쓰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그와 처음 만난 날엔 이러지 않았는데.





**





“이쪽은 너 수술비 지원해주고 특별히 병실도 마련해준...”


“필요 없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단호하게 잘라버린 내 반응에 당황한 간호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세세하게 다 챙겨줬다고. 인사들 나누라며 간호사가 급히 나가버리고 꽤 오랜 시간 침묵이 흘렀다.


침대 끝에 걸터앉았는지 한 쪽이 푹 꺼졌다. 그 움직임 하나만으로도 기가 차게 만든다. 더 이상 얘기하기도 싫어 다시 누워 이불을 끌어 올렸다.



“이호원이야. 너보다 5살 많고.”



대답하지 않았다. 무심코 말을 뱉어버리면, 짜증을 내버리면 계속 이어가야할 것 같아서.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던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이제야 가는 구나, 속으로 내심 안심하며 그냥 잠이라도 자고 싶어 머리끝까지 이불을 올렸다.



“다음에 또 올게. 푹 쉬어.”



그 날,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머릿속에 계속 떠돌던 그의 목소리 때문에.




평소 눈이 너무 안 좋아 병원에 들렀다 집에 가는 길이었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오후가 되자 더 거세졌고, 택시를 탈까 말까 고민하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니 그냥 지하철이나 타려 막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 사고가 났다. 빗길에 미끄러진 차가 앞 차를 피하다 횡단보도 위 내가 있는 곳까지 멈추지 않았던 자동차에 다리도 다쳤지만 제일 심한 건, 그 충격으로 앞이 보이지 않게 됐다는 것.


처음엔 그가 사고를 낸 범인인가 싶었지만 그 운전자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나와 무슨 관계일까. 매일 날 찾아올 때마다 묻고 싶었지만 아예 상대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사고 났던 그 날이 떠올라 왠지 모르게 추웠다. 그래도 벌벌 떠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아예 얼굴도 보지 못하도록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버리기만 했다.



“너 각막 이식받으면 다시 볼 수 있어.”



한 달쯤 지났을까. 수시로 찾아오는 그에 진절머리가 나 이젠 대충 상대해주고 있을 때였다. 뜬금없이 들려온 수술 소식에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덜컥 겁이 났다. 아직도 그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술 얘기만 나오면 화를 냈고 입을 닫아버렸다.


이렇게 밀어내기만 했던 그에게 딱히 어떤 계기가 있어 맘을 연 건 아니었지만 그가 올 때마다 느낀 이상한 기분에 많이 혼란스러웠을 당시, 결국 수술을 받아들였고 정말 기뻐하는 듯 그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난 깨달았다. 언제부터인가 난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





“왜 그렇게 혼자 웃어? 하긴 기분 좋지? 드디어 이 붕대도 풀고.”


“네, 좋아요. 빨리 보고 싶어.”


“니 말대로 예쁘게 꾸미면 불러줘.”



대충 웅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설렘도 잠시 혹시나 그가 실망 같은 걸 하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이런 깊은 고민도 금방 끝나고 다리를 조심히 주무르는 그의 행동에 온 몸이 굳고 말았다. 괜찮다며 말리는 내게 꿈쩍도 하지 않고 반대편 다리마저 주무르던 그가 말했다.



“다리도 더 튼튼해져야 어디든 놀러가지.”


“뭐에요, 같이 놀러가 줄 것처럼.”


“놀러가자. 가고 싶은 곳 말해, 날 좋아졌으니까 가자.”


“아 몰라요.”



이젠 습관인 듯 이불을 끝까지 끌어 올렸다. 부끄럽거나 말이 막혔을 때 나오는 행동이었다. 왠지 오늘도 잠에 못 들 것 같았다. 내일이면 드디어 진짜 눈을 뜨니까. 







-

뒷 내용을 어떻게 할까..ㅜㅡㅜ 

+저녁 먹는다고 급하게 올리고 가여....ㅎ


암호닉♥

도끼, SZ 

- 암호닉이란 게 생겨서 너무 너무 기분 좋아요ㅜㅜ 고마워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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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좋네요..담편이 시급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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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우왕 비회원분이시다ㅠㅠ 고마워요ㅠㅠ지금 담편 쓰고 있어요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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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도끼에요!! ㅠㅠ 아나 겁나 설레죽겠네ㅠㅠ 훠니목소리가 겁나 귓가에 울리네여ㅠㅠ 다음편 다음편.. 내게 다음편을 주세요우...!! 작가님 자꾸 이렇게 설레게 만드시면!! 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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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반가워요^~^ ㅋㅋㅋㅋㅋㅋ저녁 먹고 와서 바로 다음편 쓰고 있어요ㅋㅋ 이따 올릴 듯 한데 음..자기 전엔 올릴 거랍니다..헿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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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제 귓가에 호워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ㅜㅜ 환청인가?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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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ㅋㅋㅋㅋㅋㅋ그 정도로 봐주셨다니 고마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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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ㅎㅎ 잘보고 갑니다 텐더에요 ㅎㅎ 다음편 보러 갑니당 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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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어머ㅋㅋㅋㅋㅋ 매번 고마워요 진짜!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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