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오늘 일 언제끝나?
"금방 끝나. 한 4시쯤 끝날 것 같은데, 왜?"
-그럼 우리집 가있어. 환자 보호자가 한우 보냈는데 대박.
"왜, 맛있어?"
-아니. 맛없어서 너 좀 먹이려고.
백현은 웃으며 알겠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을 일찍 끝낸 백현은 더 있을 필요가 없다고 느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소를 나왔다. 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몇일 전에 봤던 찬열의 차를 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의 차겠거니 생각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소에서 그리 멀지않은 종인의 집에 도착했다.
"어우, 집 깨끗한거 봐."
집은 좀 지저분해야 사람 사는것 같다고 몇번을 말해도 맨날 이렇게 먼지 한 톨 없이 산다니까. 내가 좀 어지럽혀 놔야지. 백현은 입고있던 정장을 뱀 허물처럼 바닥에 벗어놓고는 종인의 집에있는 자신의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세탁도 해놨나? 옷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옷 냄새를 맡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종인인가?
"누구세요?"
...대답이 없었다. 누구 올 사람 있나? 아니면 김종인이 장난 치는건가?
백현은 다가가 도어락의 버튼을 눌렀다. 백현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바깥쪽에서 문을 열었고, 그 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있었다.
"어? 찬열씨!"
찬열도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웃으며 인사했다. 백현이 어쩐일이냐고 묻자 수화를 하려던 찬열이 멈칫하더니 핸드폰을 꺼내 키패드를 치기 시작했다.
[종인이랑 같이 밥이나 먹을까 해서 왔어요^^]
"아, 정말요? 저두 같이 먹기루 했는데. 잘오셨어요! 안그래두 오늘 종인이가 한우 구워준다구 했거든요. 들어오세요!"
백현이 해맑게 웃으며 말하자 찬열이 미소짓고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찬열이 들어와 소파에 앉자, 백현이 찬열을 향해 물이라도 드릴까요? 하고 묻자 찬열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백현이 유리잔을 한번 헹구어내고 그곳에 물을 따라 찬열에게 갖다주었다. 찬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물잔을 받으며 가볍게 목인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백현이 은근한 거리감을 느껴, 찬열에게 말했다.
"저기요, 찬열씨."
찬열의 눈이 백현을 향했다. 무슨일 이냐고 묻는듯 한 눈에 백현이 말을 이었다.
"찬열씨나 저나 같이 종인이 친군데, 존댓말 하구 그러는게 좀 이상해서요. 찬열씨만 괜찮다면 우리 앞으루 말두 놓구 친하게 지내요!"
백현이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며 말하자, 백현의 얼굴만 뚫어지게 보던 찬열이 시선을 내려 백현의 작은 손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백현은 찬열을 올려다보며 찬열의 아픈 상처가 나아 서로 웃고,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
*
"백현아~ 오빠왔...어? 찬열아, 어쩐일이야?"
"너랑 같이 밥먹으려구 왔대서 내가 같이 고기먹자구 했어."
"잘됐네. 야, 변백현. 내가 옷 갈아입고 저렇게 놓지 말랬지."
종인이 백현을 나무라며 자연스럽게 그 옷을 치웠다. 백현 또한 그게 당연하다는 듯 종인의 말을 들은체 만체하고 종인에게 배고프다고 한우는 어딨냐며 귀엽게 투정부렸다. 종인은 어디에 있다고 위치를 알려주며 백현이 어지러놓은 집안을 차례로 치우고 있었다. 백현은 고기를 찾아내 미리 준비해두었던 부엌에서 고기를 구우려는데 찬열이 다가왔다. 수화를 할 줄 모르는 백현 때문에 입모양으로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데 백현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백현이 거의 울상을 짓고 말하자 찬열이 이젠 익숙해진 미소를 지으며 백현의 손을 가져다가 손가락으로 손바닥에 한글자, 한글자씩 쓰기 시작했다.
"...내."
"..."
"가."
"..."
"하..알"
"..."
"게."
"..."
"니가한다고? 아냐, 됐어!"
백현은 으그대고 부엌에 서서 버티려고 했지만, 찬열이 밀어내는 힘에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았다. 찬열은 백현이 앉기가 무섭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백현은 자리에 앉아 찬열을 지켜만 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백현은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이 아! 하고 외치더니 찬열을 불렀다.
"찬열아."
찬열이 고개를 살짝 돌리며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우리 사무소 왔었어?"
백현이 찬열을 바라보며 묻자 찬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긴. 난 또 너랑 차가 똑같길래 너인줄 알았네."
백현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찬열은 또 말없이 웃으며 고기를 구을 뿐이었다.
찬열이 잠든 후, 백현이 종인의 침대에 누워있었고 그런 백현의 위에 종인이 올라타있다. 백현은 유혹하듯 종인의 목에 팔을 감으며 종인을 끌어당겼고, 종인은 백현이 하는대로 따라오며 백현에게 키스했다. 가벼웠던 입맞춤은 시간이 갈수록 질척해졌고, 야해졌다. 종인의 입술이 백현의 목으로 옮겨졌다.
"으응..."
백현이 종인의 머리를 감싸안을 즈음, 밖에서 쨍그랑- 하는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둘은 하던 일을 멈추고 서둘러 방 밖으로 나가 불을 켰다. 바로 보이는 부엌에는 찬열이 있었다.
"야, 너 괜찮아?!"
깨진 유리컵을 치우려다가 손을 다쳤는지 손가락 끝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그걸 발견한 종인이 서둘러 찬열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았다. 뒤늦게 발견한 백현도 찬열에게 다가갔다.
"현아, 얼른 가서 약발라줘. 내가 유리 치울게."
백현이 찬열의 팔을 잡고 구급약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소독약을 꺼내 소독하고, 연고를 바른 뒤 대일밴드까지 붙혀준 백현이 다 됐다! 하고 말할 때 까지 찬열은 백현만을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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