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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는 막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 근처의 날들의 연속이었다. 교실을 둘러보면, 개중 몇몇의 놈들 빼고는 모두 잠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 몇몇의 잠들지 않은 놈 중 하나는 나였고, 하나는 독서에 미친 반장이었고, 하나는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만지는 허세였고, 나머지 하나는 오세훈이었다. 오세훈은 책상에 엎드려서 빤히 내가 우유 마시는 꼴을 쳐다보다 말을 건넸다. 

"야, 박찬열." 

"왜?" 

"나도 우유 좀." 

 오세훈은 곧 내 손에서 반도 채 비우지 못한 딸기 우유를 채 갔다. 오세훈이 내 우유팩에서 내 빨대를 빼고 주둥아리를 벌려 벌컥벌컥 우유를 들이 마시는 걸 나는 그대로 앞에서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오세훈은 내가 보는 눈앞에서 우유를 깔끔하게 모두 마셔버리고 내게 남은 우유 껍질을 들이 밀었다. 반대 손의 빨대는 덤으로. 

"잘 마셨다." 

 나는 그 말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반 년째, 멍청하게 반복되는 오세훈의 '내' 우유를 뺏어 마시는 행동과 빼앗기는 나. 생각해 보면 정말 바보 같지만 그랬다. 오세훈 이 개새끼……. 내일도 뺏기나 봐라. 나는 다짐하고 속으로만 이를 으득 갈았다. 오세훈은 배를 통통 두드리다 책상에 엎드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세훈은 반 년 전보다 키가 9센치 가량 자랐고, 지금은 나와 비등할 정도였다. 나는 왠지 그 사실이 조금 억울했다. 그리고 내가 반 년째 우유를 사러 갈 때마다 만나는 변백현은 키가 전혀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은 나에게도 적용됐다. 나는 반 년 동안 남의 우유를 뺏어 마시고 키가 9센치나 자란 오세훈이 정말 싫었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오세훈과 나는 중학교 이학년 때부터 친구였다. 중학교 삼학년 때 알고 보니 오세훈의 아버지와 우리 아버지는 같은 사회인 야구팀에 소속돼 있었다. 그리고 일 년 전쯤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세훈의 어머니와 우리 엄마는 초중고 모두 동창이었다고 했다. 결국 오세훈과 나는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필연이자, 우유를 뺏고 뺏기는 악연이었다. 에이, 씨발. 나는 갑자기 기분이 상했다. 점심시간까지 두 시간. 나는 우울해져서 쉬는 시간 동안 잠이나 자기로 했다. 그리고 엎드린 순간 보이는 오세훈의 갈색 머리통에, 나는 화가 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태로 나는 두 시간 동안 수업을 들었다. 그다지 집중은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잠이 오지도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거라고는 달달 떠는 오세훈의 다리라던가, 잠이 들었다가 이따금씩 깨서 앞자리에 앉은 김종대와 떠드는 오세훈의 머리통 정도였다. 나는 매우 분노한 눈으로 오세훈을 노려봤다. 어차피 오세훈은 눈치도 못 챘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오세훈이 나를 돌아봤다. 오세훈은 독심술도 배우나 보다. 

"뭘 봐." 

 오세훈은 그렇게 말하고서 김종대와 마주 보고 키득키득 쪼갰다. 저 개새끼……. 오늘 집에 가면 부모님께 오세훈과 연을 끊자고 해야겠다.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이내 열까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건강한 출석 일수를 위해 하루를 보건실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오세훈은 악질 중에서도 슈퍼 악질이다. 내가 감기에 걸린 이유는 단순히 오세훈 때문이었다. 나는 우울하고 분노한 상태로 야자를 끝마치고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뒤에서 쿵쾅쿵쾅 뭔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게 오세훈이라면 달랐다. 

"야, 박찬열. 같이 가자." 

 내 가방을 퍽 내리친 오세훈이 말했다. 싫다고 말할까 싶었지만 어차피 가는 길도 같은 방향이고, 혼자 가기는 심심하니까. 그렇게 합리화를 하고 고개를 들었는데, 오세훈이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오세훈이 말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들린 신발 두 짝이 세차게 흔들렸다. 오세훈과 신발장 사이로 빠져나와 오세훈을 쳐다보니 벙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뭐해, 안 가? 내 말에 오세훈이 조금은 정신 차린 얼굴로 나를 따라온다. 복도를 나설 때까지 오세훈은 별 말이 없었다. 

"야, 박찬열." 

"왜." 

"너 머리카락 엉켰어. 그것도 엄청." 

 아까 보건실에서 한참 뒤척였던 탓인가 싶어 뒷머리를 쓱쓱 매만지자 정말 심하게 엉켰다는 게 느껴졌다. 세상에. 나는 짧게 감탄하고 엉킨 머리를 원 상태로 복구하려고 애 썼다. 옆에서 멀뚱히 그걸 지켜보던 오세훈이 내 뒤통수로 손을 뻗었다. 웬일로 호의를 베푸는 행동에 잠깐 감동하려던 찰나였다. 오세훈이 강한 힘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다시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이 미친 놈! 나는 소리치려다 옆 교실에 불이 켜진 걸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머리카락 존나 많이 빠지네. 너 탈모 아니냐?" 

"봄이라서 그런 거거든? 존나 상식도 없는 무식한 새끼야." 

"지랄하네." 

 오세훈이 말하고서 아까보다는 한결 부드러운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풀어냈다. 한참을 말없이 내 머리카락만 만져대던 오세훈이 말했다. 야, 다 풀린 듯. 가끔은 오세훈도 쓸모는 있다. 다만 키가 9센치 큰 건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세훈은 긴 팔을 자랑하듯 내 어깨에 걸치고 기지개를 켰다. 

"야, 존나 피곤함. 오늘 너희 집 가서 자도 되냐." 

"멀쩡한 너희 집은 어디 쓰는데?" 

"너희 집이 더 가깝잖아, 병신아." 

"그냥 너희 집에서 자세요, 제발." 

"아, 참 말 많네. 어쨌든 나 너희 집에서 자고 간다." 

 오세훈이 통보하듯 말하고서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켰다. 오늘 아버지 야구한다고 늦으신다던데 우리끼리 치킨이나 시켜 먹을까? 괜히 기분이 좋아졌지만 오세훈은 내게 절대로, 단 한 푼도 보태 주지 않을 걸 생각하고 어쩐지 우울해졌다. 그렇게 생각하며 터덜터덜 걷던 중 오세훈이 손가락을 뻗었다. 눈으로 좇은 오세훈의 손가락 끝에는 닭 모양의 캐릭터가 그려진 치킨집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곧 내 귀를 의심해야만 했다. 

"야, 치킨 먹을래? 내가 살게." 

 웬일이지? 오세훈이 치킨을 산다는 말에 나는 점점 공포에 빠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안 산다는 말이 더 현실적이고 오세훈스러울 텐데. 그게 나을 텐데. 오세훈은 충격과 공포의 한 마디를 내뱉고 걸음을 돌려 정말 치킨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볼을 꼬집어보려 했지만 오세훈이 이내 내 손목을 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치킨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깨달았다. 아, 저 새끼는 아이유 메모지를 받으려고 치킨을 사 먹는 거구나. 그렇구나. 절대 나한테 공짜 치킨을 사 주려는 게 아니었구나. 

"보이냐? 아이유 존나 여신이야." 

 오세훈은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말하고서 주문을 했다. 후라이드 한 마리 양념 한 마리요. 오세훈이 말하고서 의자를 끌어 털썩 앉았다. 야, 너도 앉아. 오세훈의 말에 옆에 앉자 오세훈이 휴대폰을 들고 다리를 꼬아 달랑달랑 흔들었다. 게임을 시작하지. 말하고서 실없이 웃는 오세훈의 얼굴이 보기 싫어 고개를 돌렸다. 치킨집들이 으레 그렇듯 테이블은 기름으로 번들번들했다. 오세훈은 한참동안이나 게임에 열중했다. 아주머니께서 치킨을 내오실 때까지, 나는 멍하니 가게를 둘러보고 있었고 오세훈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야, 치킨 나왔어." 

 오세훈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에 손과 휴대폰을 함께 꽂았다. 오세훈은 일어서서 한 손에 치킨 봉지를 들고 흔들었다. 덕분에 봉지 안에 함께 누워 있던 콜라가 함께 흔들렸다. 사실 오세훈네 집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삼 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있다. 그 정도로 가까운데 굳이 우리 집에 치킨까지 사 가는 이유가 뭘까? 나는 가끔 과대망상증이 도지곤 하는데, 지금처럼 조용한 밤이 그 배경의 다수를 차지했다. 

"와, 별 하나도 안 보여." 

"입 다물어. 먼지 들어가." 

"존나 신기할 지경이다. 옛날에 촌에서 살 때는 안 이랬지 않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오세훈에게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오세훈이 아까처럼 내 어깨에 팔을 걸쳤다. 하늘을 보니 정말 오세훈의 말처럼 별이 하나도 안 보였다. 정말 옛날에는 안 이랬는데. 어릴 적에는 항상 별이 삼백 개씩은 보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눈이 축축해져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오세훈이 내 뒤통수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말했다. 

"그 때는 키도 내가 더 컸는데. 아, 물론 머리는 네가 압도적으로 컸음." 

"그 땐 네가 커서 이렇게 아이유 빠질이나 할 줄 누가 알았겠냐?" 

"닥쳐, 대가리 큰 놈." 

"뭐, 이 아이유 빠돌이 새끼야." 

 오세훈은 나를 빤히 노려보더니 곧 내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에라이, 이러니까 오세훈이 안 되는 거다. 그 덕에 나는 목이 졸려 켁켁거리면서 잔뜩 줄여 빳빳한 교복 바지만 한참 쳐다봐야 했다. 오세훈은 남은 한쪽 팔에 들린 치킨 두 마리와 아이유 스티커 노트를 필사적으로 사수했다. 아이유가 뭐라고.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러는 너는 오타쿠잖아, 이 대가리 큰 새끼야." 

"보태 준 거라도 있냐? 없으면 좀 닥쳐 줬으면 함." 

"어이쿠, 압정이 쏟아졌네. 안 밟게 조심해." 

"미친놈아, 엿이나 처먹으세요. 엿 엿 엿 엿 엿." 

 오세훈은 존나 유치하다. 그리고 그 공식은 이 상황에 대입할 수 있다. 오세훈은 존나 유치해서 나를 괴롭힌다.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나한테만 그러는 걸 보면 내가 싫은 거일지도 모른다. 뜬금없지만 나는 오세훈을 싫어해도 알고 지낸 몇 년간 괴롭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은 존나 못된 새끼다. 

 치킨은 없었다. 대신 거대한 하트와 하트보다 더 큰 양념 통이 우리 집에 엎질러져 있었다. 곧 메신저 알림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벌떡 깨어났다. 아, 시발 꿈……. 그리고 그 꿈은 어느 정도는 예지몽이었다. 거실 테이블에 엎질러진 치킨 양념통과 깨끗하게 비워진 치킨 상자, 그리고 내 휴대폰. 오세훈도 온 데 간 데 없었다. 설마 이게 진짜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었다. 그 순간 뒤에서 오세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냐, 대가리 큰 새끼?" 

"어. 설마 너 혼자 저거 다 처먹었냐?" 

"그럼 어쩔 건데?" 

"답 없는 빠돌이 새끼……." 

 감히 치킨 두 마리를 혼자 싹 먹고 치우지도 않고, 게다가 양념 통은 엎지른 채로 샤워를 하다니. 오세훈을 올해의 민폐 왕으로 세워야 할 것 같다. 나는 미간을 화 난 것처럼 좁히고 양념 통을 엄지와 검지로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넌 이걸 엎질러 놓고서 샤워까지 하냐? 거 웃긴 새끼네. 내 말에 오세훈의 미간이 나보다 훨씬 더 좁혀졌다. 

"아까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는다고 들어가더니 방에서 처 자길래 걱정돼서 옷 갈아입히고 눕혀뒀더니 먹으려고 뜯은 치킨은 발로 차서 엎어버린 게 누군데?" 

 오세훈의 속사포 같은 말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오, 갓, 뎀. 저 이야기의 주인공이 설마 우리 집에 들어온 도둑일 리는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일 리도 없고……, 점점 죄책감에 물들어 갈 즈음이었다. 우습게도 나는 그 잘난 상판대기에 대고 적반하장 식으로 말해버렸다. 

"그건 미안한데, 남의 집에 마음대로 들어온 너도 잘못 아냐?" 

 나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내 인생 최대의 실수를 한 것 같아 어마무시하게 후회했다. 오세훈은 그 말을 끝까지 듣고 더욱 화 난 얼굴을 했다. 곧 터질 것처럼 붉으락푸르락하던 얼굴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오세훈이 애써 화를 눌러 담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 미안해. 난 네가 아무 말도 없어서 괜찮은 건줄 알았지. 그럼 지금이라도 나가 줄게." 

 오세훈은 그 말을 끝으로 머리를 털어내던 수건을 침대 가장자리에 걸쳐두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나는 사과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오세훈은 몇 번 움직이며 옷을 챙겨입는 것 같더니, 이내 가방마저 다 챙겼는지 현관문을 열고 우리 집에서 나갔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다. 지금의 오세훈은 무슨 일이건 늘 웃던 그 오세훈이 아니다. 오세훈은 나에게 화가 아주 많이 나서 우리 집에서 나갔고, 그러니까 나는 사과를 해야만 했고, 내 사과의 대상인 오세훈은 집에서 나갔고, 그러므로 나는 서둘러 오세훈에게 카카오톡을 보내기로 했다 

[세훈아] 

[미안] 

[고의는 아님] 

[근데 진짜 미안해] 

[집에 가서 이거 보면 답해 줘] 

[부탁이야] 

[방금은 내가 진짜 심했던 것 같아] 

[내일 맛있는 거 살게] 

[꼭 풀어] 

 열 개 가량을 연달아 보내고 나니 그제서야 속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시간은 참 더디게 흘렀다. 일 분이 지나도, 이 분이 지나도 오세훈은 답이 없었다. 마침내 기다림 끝에 오세훈에게서 답장이 왔다. 까똑 소리에 움찔 반응하고, 잠금 해제를 하고 나니 보이는 건 분명히 오세훈의 답장이 맞긴 맞았다. 

[애니팡2] 

모험 중 난관에 부딪혔어요! 저에게 (하트)를 주세요! 

 어이가 없어 한참 동안 고글을 낀 토끼가 열기구에 탄 그림을 보던 중 오세훈이 내 메세지를 확인했는지 시간 옆의 1이 사라졌다. 

오세훈 [내일 핫도그 사셈] 

 나는 진심으로 오세훈이 싫다. 말했듯이 그렇다고 나는 오세훈을 괴롭힐 인간은 아니다. 그리고 오세훈은 나 따위에게 괴롭힘을 당할 인간이 못 된다. 그러므로 나는 어쨌든 내일 오세훈을 만나 핫도그를 살 예정이다. 

 오세훈은 무슨 일이 있지 않은 한은 항상 내 오른쪽에 앉는다. 잘 때도 왼쪽을 보고 자고, 심지어 김종대와 얘기를 할 때도 왼쪽으로 돌아 앉아 얘기했다. 나는 중학교 삼학년 때 학원을 다녔었다. 그 때도 오세훈은 내 오른쪽에 앉았었는데, 오세훈은 나와 성적이 엇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개 한두 문제 차이로 오세훈을 이겼고, 거기서 승리감과 무언가 더한 걸 느꼈던 것 같다. 

"야, 박찬열." 

"뭐." 

"오늘 야자 하지 말자." 

"왜." 

"영화 보게." 

 오세훈은 웬일로 또 정상적인 말을 해 왔다. 설마 이번에도 자기가 산다거나 하는 말은 안 하겠지 싶어 오세훈을 돌아봤는데, 오세훈이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노려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뭐, 대답해. 오세훈이 말하고서 쯧 혀를 찼다. 

"내가 표 살게." 

 나는 내 소름 끼치는 예지력에 조금 놀랐다. 오세훈은 혀를 베 내밀어 보이곤 자리에 엎드렸다. 이제 막 시험이 끝난 터라 교실 티비에서는 귀신 잡는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오세훈은 집에서 가져온 목 베개를 책상에 올려두고 그 위로 머리를 처박고 잠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의 오세훈은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좀비처럼 보였다. 그렇게 영화도 안 보고 잘 거였으면 도대체 뭐하러 자기가 표까지 사면서 영화를 보자는 거였지? 오세훈은 정말 멍청이다. 그렇게 생각하곤 쯧 혀를 차자 잠이 덜 깬 오세훈이 와중에도 나를 째려봤다. 

“뭐.” 

“뭐.” 

 진짜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한 마디 했더니 똑같이 한 마디 하는 오세훈이 미워 흘깃 째려봤는데도 눈치 채지 못했는지 하품만 늘어지게 한다. 그러더니 하는 말이 또 가관이다. 

“노래방 갈래?” 

“미쳤냐? 이 시간에 무슨 노래방이야, 미친 놈아.” 

“그럼 내일 갈래?” 

“너 요새 왜 그러냐? 약 빨았냐?” 

“아니, 내가 왜 이러는지 진짜 모르겠냐?” 

 어. 내 대답에 오세훈이 기가 찬 듯 웃었다. 진짜 모르는 걸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속으로 툴툴대면서 왜 그러는데? 하고 물었더니 오세훈이 쯧 혀를 차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20cm? 아니 15cm? 고작해야 그 정도 거리에서 기 빠지는 웃음을 지은 오세훈이 내 머리를 헝클였다. 

“이래도 모르겠어?” 

“어, 몰라. 모르겠다고. 그냥 말을 해, 병신아.”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나 지금까지 너랑 데이트 코스 밟은 거야.” 

 뜬금없는 고백이 당황스럽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저게 어딜 봐서 데이트 코스라는 거지. 만약에 상대가 여자였으면 이 밤에 단 둘이서 노래방에서 뭘 했을 거라는 말이야? 오세훈이 야, 민망하게 대답 안 하냐? 하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내 우유 뺏어 마시고 괴롭힌 건 괘씸하지만, 오세훈이랑 사귈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희생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귀자고? 말을 해야지.” 

“어, 사귀자.” 

“그래.” 

 존나 어이없게도 우리는 사귀게 됐다. 오세훈이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았다. 아, 저녁인데 더럽게 춥네. 툴툴거리던 오세훈이 내 손과 맞잡은 자기 손을 주머니로 쏙 넣었다. 아, 귀여운 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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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둘이 서로 츤츤 거리는데 왜이렇게 귀엽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잘 읽었어요... ^^
9년 전
독자2
둘이뭐얔ㅋㅋㅋㅋ귀여워여진짜 ㅋㅋㅋㅋㅋ오세훈ㅋㅋㅋㅋㅋ연애를글로배웠나요 ㅋ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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