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소녀가 되겠답시고 빌렸던 책은 연체로 단숨에 나를 도서실 블랙 리스트에 오르게 했고, 길고 치렁치렁 했던 머리카락은 쇄골 선에 맞추어 잘라버렸다. 머리카락을 잘랐다는 것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다. 내 심경은 열네살짜리 사춘기 소녀처럼 알쏭달쏭했다. 책을 읽고, 머리를 길러봤자 무얼 하겠는가. 준면오빠는 나에게 개미똥만큼도 관심이 없을텐데. 쓸데없는 삽질은 관두기로 했다.세상의 반은 남자다. 준면오빠만큼 잘생기고 멋진 남자는 찾기 힘들겠지만 말이다....짧은 머리카락이 익숙해졌다. 샴푸 하기도 쉽고, 드라이 하기도 쉽다. 날씨가 더웠다. 하복 셔츠를 펄럭이며 선풍기 앞에 드러누웠다. 벌써 여름이다. 입학한게 엊그제 같은데. 곧 있으면 준면오빠가 졸업한다. 준면오빠 졸업하면 무슨 낙으로 학교 다니지. 헐. 나 고3이네. 준면오빠는 공부중이겠지.모든 생각의 끝은 준면오빠에게로 향했다. 쓸데없는 삽질은 관두기로 했으면서.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준면오빠를 학교에서 보기 힘들었다. 준면오빠는 더 이상 교문지도를 하지 않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도 보기가 힘들었다. 하긴. 수험생이니까. 얼굴을 보기 쉬운게 이상했다....준면오빠의 수능이 끝났다.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던 준면오빠는 연세대학교에 합격했다. 망할. 준면오빠를 따라가기에 내 모의고사 성적표는..., 말도 하기가 싫었다. 준면오빠가 연세대학교에 합격하면서 준면오빠와 나 사이에는 커다랗고 단단한 벽이 또 생겨났다....- 여보세요."누구세요."- 나 도경수."도경수가 누군데."- 김준면 친구.헐. 침대에 누워 머리를 꼬며 건방지게 전화를 받던 나는 벌떡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는 공손하게 두 손으로 핸드폰을 쥐었다.- 너 준면이 좋아한다며."네? 네."- 준면이 졸업하잖아."...네."- 답답하다. 김준면이나 너나. 너 내일 졸업식 와. 오케이?전화가 끊겼다. 도경수님 전화 매너 똥이시네요. 내일 3학년 졸업식 날이라서 늦잠 자려고 했는데. 그럼 나 내일 뭐 입지. 옷장을 열고 옷을 뒤졌다. 이건 짧고, 이건 유행 지났고, 이건 물빠졌고, 이건 허리가 크고. 이건..., 아. 입을 옷이 없다. 가기 싫다....가기 싫다는 마음과는 달리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다. 화장실로 가서 씻고 나와 준비를 마쳤다. 침대 밑에서 두 개의 쇼핑백을 꺼냈다. 언니랑 백화점을 구경하다가 나도 모르게 사버렸던 남색 가디건과 흰색 목도리다. 내 것이 아니라 준면오빠 것. 주지도 못할 선물을 사둔 것이다. 이 선물이 주인을 찾아갈 수 있는 날은 오늘 뿐이다. 더 이상 어두컴컴한 내 침대 밑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졸업식에 오는거니까, 예의상 꽃다발도 하나 샀다. 강당으로 들어서자 졸업생과 학부모님들로 강당이 가득 차 있었다. 3학년 1반 쪽으로 가자 나를 알아 본 준면오빠 친구들이 인사를 했다. 준면오빠는요? 경수오빠에게 묻자 경수오빠는 화장실. 기다려. 하고는 내 옆에 있어주었다."그건 뭐야?""이거요? 꽃다발이요.""아니. 꽃다발말고. 쇼핑백에 든 거.""아, 준면오빠 선물이요.""김준면은 좋겠네."경수오빠가 말을 마치자마자 준면오빠가 강당 안으로 들어섰다. 경수오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를 본 준면오빠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강당 구석에 서서 졸업식을 지켜보았다. 나도 내년에 하겠지. 세월 참 빠르다.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보니 졸업식은 끝이 났다...."준면오빠."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친구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교문을 향해 가려는 준면오빠를 붙잡았다.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내가 무슨수로 연세대에 간 준면오빠한테 고백을 하겠는가."저, 이거..."쇼핑백을 내밀자 준면오빠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고맙다는 인사 또한 잊지 않았다.마지막이니까.하고싶은 말을 해도 되겠지...."오빠, 제가 오빠 좋아했어요. 지금도 좋아하고 있고. 오빠 이상형이 긴 생머리의 문학 소녀래서 도서실에서 책 빌리고 연체했다가 혼나기도 하고, 오빠 눈에 띄려고 교문에서 걸리기도 하고, 그 선물들도 언젠가는 오빠한테 줄 수 있겠지 하고 사둔거에요. 경수오빠랑 오빠 친구들 앞에서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오빠 좋아한다고 말해버렸었는데, 모르셨죠. 졸업 축하드리고, 연세대 합격한 것도 축하드려요."말을 하는 도중에 눈물이 터졌다. 고백이라는게, 좋아한다고 말하는게 이렇게 별 거 아닌 일인데. 뭐가 그리도 힘들어서 일년동안 쩔쩔 맨건지 모르겠다. 준면오빠는 꽃다발과 선물들을 내려놓고 우는 나를 달래주었다."졸업한건 난데 왜 네가 울어. 나 졸업하면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나도 너 교문에서 일부러 잡았고, 네 눈에 띄려고 2학년 층 기웃댄 적도 있어. 너 좋아하는거 들켜서 도경수한테 얼마나 놀림 받았는데. 울지마. 응?".....끝맺음을 못하겠다. 선도부 썰 끝.암호닉 암호닉은 늘 받아요, 빠진 분들은 댓글.맑음 벚꽃 인수니 핫뚜 댕기 0408 모모 사탕 응가송 찬블리 원숭이 최면 만두 핑구 염소 앵두 부넝이 하트 김자베 피아노 팝콘 떡뽀끼 큥큥 김종대학교 사과 아구찜 아따 파라다 준민행쇼 져지 뽀뽀뽀 쯈쯈 봉봉 굥수꼬야 싸랑해 호두 사자 삼걸스 두부 감사합니다. 하트.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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