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물 01
: 애딸린 아저씨와 나물파는 고딩물
BGM :: 딕펑스&전지윤 - 소울메이트
“근데 걔는 왜 집을 나갔대냐.”
“야!”
여자가 지호의 등짝을 마구 때린다.
악. 억. 듣기만 해도 괴로운 신음들이 이어지고 적당하다 싶었는지 여자가 멀어진다.
얼얼해진 등을 부여잡고 지호는 여자에게 불그스름한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여자는 모른 척 다시 자리에 앉는다.
“내가 그렇게 앉아있으면 손님 다 떨어져 나간댔지!”
“아프다고!”
“양아치야!”
“내가 뭐!”
여자가 다시 일어나 성큼성큼 지호의 앞으로 간다.
지호는 잔뜩 겁을 먹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지만 하나도 소용이 없다.
결국 두어 대 더 맞은 지호는 입을 다물고 먹던 사탕이나 마저 먹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여자를 한 번,
지호를 한 번 쳐다보곤 고개를 갸우뚱한다.
지호는 지나치게… 강렬하고,
여자는 지나치게 순박하다.
몸에 맞아보이지도 않는 헐렁한 교복 블라우스, 그리고 무릎을 덮고도 더 내려오는 교복치마.
질끈 묶어 올린 생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
여고생들 가방에 파우치 하나쯤은 필수라는 요즘 세상에서 보기 드문 여고생이 아닐까.
게다가 여자의 발치에 놓여있는 것은 다양한 나물들.
빨강, 파랑. 색색의 소쿠리 안에 담긴 나물들이 물방울을 방울방울 달고 있다.
직접 썼는지 정말 딱 전형적인 ‘여고생 글씨’의 팻말들.
“이게 곤달비인가?”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지나가던 아주머니 한 분이 여자에게 묻는다.
여자는 단숨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머니가 ‘곤달비’라 칭한 나물을 집는다.
“이렇게 줄기를 보시면 구분할 수 있으세요. 이건 곰취구요.”
“아아.”
“곰취로 찬 만들어서 밥 싸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젊은 애가 별걸 다 아네.”
“제가 이 바닥에서 몇 년인데요~”
허리에 손을 올리고 환하게 미소를 짓는 여자를 보며 아주머니도 덩달아 웃는다.
여자는 아무래도 남들까지 웃게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를 보는 지호까지 함박웃음을 지으니 말이다.
아주머니가 결국 곰취를 잔뜩 사 가신 후,
다시 지정석인 목욕탕 의자에 앉은 여자가 지호를 향해 까딱까딱 손짓을 한다.
지호는 사탕을 뽁, 뽑아낸 후 궁시렁댄다.
짝짝. 지호가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크게 소리를 낸다.
나물 사세요! 싱싱한 나물이 단돈!
여자는 지호를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이게 진정 친구 사이인지,
주종관계인지.
지호와 여자는 절친한 친구사이다.
다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는 지호의 겉모습과 달리, 지호는 굉장히 선량한 학생이다.
물론 아침에 선도부한테 몇 번 잡히고 운동장 몇 바퀴 도는 것을 제외하면.
학교 출석률 100프로, 2년 개근을 자랑하는 고등학교 3학년.
랩을 하겠다며 이곳저곳에 발품을 팔고,
수업시간에 조는 한이 있더라도 밤을 새워 가사를 쓰는 그런 소년.
그와 비슷하게(?) 여자는 굉장히 선량한 학생이다.
7시 정각에 학교에 도착하는, 그러나 배고픔을 감추기 위해 아침은 어떤 물보다 깨끗하다는 아리수로 배를 채우고 점심은 급식으로 해결하는.
그리고 방과 후면 근처 재래시장 한구석에서 나물을 판다.
교복을 갈아입을 시간이 아까워 헐거운 교복을 입은 채로.
나물 제공은 주마다 오시는 트럭 아저씨 1,2,3.
모두 여자와는 오랜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
항상 양질의 나물을 제공해주시는 고마운 분들.
여자의 성격 탓일까, 모두 여자를 진심으로 예뻐하고 있다.
아니, 아저씨들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의 모든 사람들은 밝은 에너지를 풍기는 여자를 알게 모르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오늘 되게 많이 팔았다.”
“다 내 덕분이지 야. 나중에 우유라도 사.”
“우유 값이 얼만데. 요구르트 하나 사줄게.”
주머니에서 지폐와 동전들을 꺼내 하나하나 세어보는 여자를 보며 지호는 혀를 끌끌 찬다.
저렇게 아껴서야 뭐가 되겠냐만.
여자는 나물을 팔아 제 동생 하준이까지 유치원 졸업을 시키고 초등학교에 보낸 몸이다.
물론 기초수급자로 자신의 학비와 급식비, 그리고 하준이의 초등학교 학비도 지원받을 수 있지만 그 외에도 들어갈 돈이 꽤나 되지 않는가.
하준이의 먹성이 꽤나 좋은데다 지원받는 음식들은 다 인스턴트식품인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준이는 도대체 어디 있을까….”
“곧 찾을 거야. 짭새들도 엄청 찾고 있대잖아. 시장 아줌마들 파워가 얼만데. 너 이 동네 아이돌이야 아이돌.”
“또 그 소리. 나 오늘은 4단지 돌거니까 같이 안 가줄 거면 집에나 가.”
“너 의리 없게 그러는 거 아니다?”
“아님 너 좋다는 박경인지 뭔지랑 작업실에나 가던가!”
“걔 작업실 잘 안 빌려줘!”
빈 소쿠리를 품에 한 아름 안고 먼저 가버리는 여자를 따라 지호가 뛴다.
여자는 하준이와 둘이 살기 위해 마련한 작은 판잣집 안으로 들어선다.
소쿠리를 내려놓은 여자는 뒤따라 들어온 지호를 향해 메롱, 혀를 내민다.
“이 집은 언제 와도 으스스해.”
“야, 너가 집사줄 거 아니면 좀 조용히 해.”
“무서운 아저씨 오면 어떻게 하라고?”
“아 그거 왜 또 시켜.”
“너 입에서 욕 나오는 거,”
“섹시하다고?”
“진짜 섹시해.”
여자는 질색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항상 저런 농담을 던지는 지호지만 여자에게는 가장 의지되는 친구다.
언급했든 밝은 에너지로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여자지만 여자의 깊은 사정까지 이해해주고, 이렇게 항상 도움을 주는 친구는 없으니까.
지호가 없었다면 여자는 높은 현실에 수십 번 좌절했을 것이다.
“아 그래서 무서운 아저씨 오면 어떻게 할 건데.”
“아저씨,”
“옳지.”
“고추 따버릴 거예요.”
“얼쑤!”
여자가 에라이 멍충아. 하며 소쿠리를 던진다.
지호는 소쿠리에 맞으면서도 헤헤.
오늘로 하준이가 편지를 써두고 집을 나간 지 딱 10일이 되었다.
방학이라도 보충을 나가야 급식을 받을 수 있는 제도 덕에 여자는 매일 교복을 입는다.
언제 올지 모를 하준이를 위해 나물 파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하준이의 편지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누나 내가 돈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어! 조금만 기다려! 방학 끝나기 전에는 올 거야!’
하준이가 고등학생 정도만 됐어도 여자가 이렇게 걱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준이는 초등학교 2학년.
이제 두 자리 수 덧셈뺄셈을 배우는 아이인데.
여자의 걱정이 많을 만 하다.
그래서 오늘 여자는 4단지 아파트를 빙글빙글 돌 예정이다.
물론 섹시를 논하는 지호와 함께.
그리고 실제 이름은 장이씽.
실제로 중국인이며 중화권 그룹인 EXO에 소속되어 있다가 멤버중 하나인 첸(본명:김종대)의 영입으로 한국에 와 있다.
한국 숙소가 따로 없는 터라 호텔을 돌던 중, 생각보다 한국 활동이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오피스텔을 하나 구했다.
물론 이 오피스텔을 알고 있는 것은 본인밖에 없다.
다른 멤버들이 알면 귀찮아질 것이 뻔했기에.
그런 남자는 오늘 아무 생각 없이 방송국 복도를 지나가다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청소부 아주머니의 도구함에서 웬 남자아이가 나와 쪼르르 달려가는 것을 발견한 것.
게다가 얼마 가지도 못하고 풀썩 넘어져버리고 만다.
울 예정인지 오만상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입을 막는다.
남자는 모든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다가 복도 끝에서 다른 사람이 올 것 같은 낌새를 눈치채고 남자아이를 업는다.
그리고 달린다.
어디로?
자신도 모르는 곳으로.
“아저씨, 돈 많아요?”
“어?”
“연예인이에요? 가수? 돈 많이 벌어요?”
“구..아조씨 가수기눈 하눈데. 노 요기 이쑤면 안 돼.”
남자아이는 활짝 웃으며 남자를 끌어안는다.
제 누나를 닮은 환한 미소다.
물론 남자아이의 이름은 하준이.
남자와 하준이,
그리고 여자와 지호.
이 네 명의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된다.
♧이렇게 시작된 콩알탄의 신작♧
안녕하세요 콩알탄입니다! 이번에 신작 '아고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근데 어떤 독짜님이 '애'딸린 아저씨와 나'물'파는 고딩물.. 이라고.. 애물단지라고 해주시더라구요?
근데 이거 너무 귀여워서 아고물 등장인물들 애칭을 제멋대로 정해봤어요. 애물단지들 ^3^♡
물!론!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의 스핀오프 작품이구요.
(매스컴 대사전을 인용해보면 이전에 출간되었던 책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는 소설이라고 하죠.)
그리고 지호는 악덕사장 성재보다 비중이 더 클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제목이 넣어버린..ㅎ
시간대는 정확히 말씀드리면 대형 스포가 되기 때문에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흐흐
악덕사장 완결도 아직 다 안 봤는데 왜때무네 이렇게 빨리... ;ㅅ;? 하고 물으신다면..
저는 정말 내일이 없는 콩알탄..이니까요!
자, 이번 작품도 잘 부탁드립니다!
1화에서는 이제 암호닉 앙~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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