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찬식."
"네, 도련님."
"가서 물 좀 떠와."
낄낄낄. 반항할 생각도 없이 절도있게 일어나 물을 뜨러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선우가 웃었다.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있던 것을 딱하게 여겨 부모님이 데려온 찬식이 뭔가 얄미워 종처럼 부리고 있는지 벌써 이틀째였다. 뭘 시켜도, 무슨 욕을 해도 군말없이 들어주는 찬식에 선우는 괜히 신이 났다. 여기 있습니다. 도련님.
"이게 뭐야?"
"네?"
"너 설마 그냥 정수기에서 물 떠왔냐? 난 말이야. 우리 유모가 우려낸 보리차 아니면 안 먹거든? 당연한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일이나 제대로 하던가."
찬식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낄낄, 계속 부려먹어야지. 의자에 앉아 손도 아니고 발로 장난을 치던 선우가 제 발냄새를 맡아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바로 그 때 문밖에서 선우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놀라 선우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네 아버지!
"애나가 왔단다."
"..아버지, 말했잖아요. 저는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할거에요!"
"...이놈이 애나가 바로 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아니에요. 저도 좀 더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했는데.."
"생각할 시간이고 뭐고 그만두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생각이..!"
그럼 저는 물 떠오겠습니다. 라며 찬식이 문을 벌컥 열었다. 아니 저게? 선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문 쪽을 보고 있다가 애나의 아름다운 모습에 놀라 총총총 달려갔다. 그 때 애나의 입에서 선우님..?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던데로 엄청난 미남이시네요!"
"...??"
애나가 찬식의 손을 붙잡고 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 아니 지금 뭐하는거지? 선우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애나에게 말했다. 저기요. 이에 선우를 위아래로 훑어본 애나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여기는 가정부한테도 이런 옷을 입히나요?"
더러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