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꿈. 꿈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나, 이 기분을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내 위로 보이는 푸른 하늘, 은은하게 코 끝을 감싸오는 꽃내음, 그들과 어우러져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전각, 그리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전해지는 누군가의 체온. 그 따스함이 좋았다.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하느냐."
"...."
"그 날도 너는 이렇게 나를 화나게 했다가, 들뜨게 했다가, 설레게 했다가. 어찌나 혼란스럽게 하였던지. "
"......아..."
"그런데 지금은. 이 혼란스러움 마저 좋구나."
그리웠다. 나는 네가 너무도 그리웠다. 나근하게 들려오는 음성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게도 민석은. 그리운 사람이었다. 허나, 그리워하면 안되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두 팔에 힘을 주어 밀어낸 민석의 눈에 눈물이 맺히었다. 자신이 이 사람의 무엇이라고... 순간적으로 손을 올려, 두 볼을 감싸쥐려다, 이내 손을 내리었다. 감히 이 사람의 얼굴을 만질 정도로 자신은 높은 사람이 아니라고 자책하며.
"..송구하옵니다. 전하. 그럼 저는 이만..."
"...이럴거면! 왜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난게냐."
돌아서는 손목을 아플 정도로 세게 붙잡은 민석이다. 더 이상은 아무 것도 막을 수 없었다. 매일 밤 취기를 빌려서라도 참아야했던 마음을, 다른 이와 혼인을 맺으면서도 그대를 떠올렸던 어쩔 수 없는 애정을.. 사랑을.
"...다시는 전하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허. 내가 그리하게 둘 것 같으냐."
"전하께는... 중전마마가 계시지 않습니까."
"내가 왜 혼인을 하였는데!!!!!!!!!!"
"........"
"그러니까 처음부터 나였으면... 나였으면 좋았지 않느냐."
제가.. 무어라 말할 수 있겠사옵니까... 갈라져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며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처음부터 그였으면. 달라졌을까. 내 연정의 시작은, 어디부터 잘못되어 버린 것일까.
"우리..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
"....."
"다 잊고. 처음부터."
너를 위한 전각에서. 너와 나. 단둘이.
이 한마디에 다시는 그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다짐은, 유리처럼 가볍게 부셔졌다.
다시 시작. 그 설렘에 취하여,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잊고 말았다.
성균관 스캔들 17
임금의 정인이라. 그럼 제게 후궁을 들여달라 부탁하러 오신 것이... 그 이유 때문입니까. 전하. 하는 물음에 민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답은 들은 것으로 알겠습니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민석이 유유히 중궁전을 벗어나자,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던 중전이 갑자기 중궁전이 떠내려갈 정도로 크게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숨이 차 눈물이 날 정도로 웃고 난 중전이 숨을 고르게 가다듬고는 밖에 있던 임상궁을 불러들였다.
"임상궁. 내명부에 새 사람을 들일 준비를 해야겠소."
"네? 중전마마?"
"빈틈없이 준비해주시오. 내 임상궁만 믿을터이니."
참으로 우스운 모양새 아닙니까. 전하.
만 백성의 모범이 되어야 할 이 나라의 국왕과 국비가 서로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
.
.
'너는 나의 빈이 되는 것이다.' 이 한 마디에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버지를 다시 홍문관 대제학으로 임명하고자 한다는 어명이 떨어졌으며, 어명을 받들어 두 분 모두 다시 한양으로 올아오셨다. 내 오라버니인 준면은 사간원(조선시대 언론을 담당했던 기관. 국왕에 대한 간쟁(諫諍)과 논박(論駁)을 담당한 관청)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나는.
"ㅇ씨는 전하의 교지를 받으시오."
"......."
"ㅇ가 ㅇㅇ을 정 1품. 빈(嬪)으로 봉하오니.
사은숙배(謝恩肅拜,관료로 처음 임명된 자가 궁중에서 임금에게 국궁사배(鞠躬四拜)하여 왕은(王恩)에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을 말함)를 올리시오."
이 나라 조선의 정 1품. 빈(嬪)이 되었다.
"월빈(月嬪)마마. 감축드리옵니다."
"월빈..이라 하였느냐."
"예. 월빈마마. 전하께서.."
"그 뜻 풀이는. 내가 직접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월빈."
정 1품. 빈(嬪). 그것을 다른 말로 풀이하면.
임금의 부인.
붉은 빛의 곤룡포를 두르고 내 눈 앞에 서서 웃고 있는. 김민석.
그의 부인이 된다는 뜻이었다.
"전하. 어찌 여기까지 납시셨사옵니까."
"수 많은 세월을 참고 견디며. 꿈꿔왔던 순간입니다. 꿈이 현실로 다가왔는 데 어찌 가만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전하...."
"이만하면 되었으니 너희들은 이제 그만 물러나거라. 지금은 나의 빈과 둘만 있고 싶으니."
"예. 전하."
어명을 받든 상궁들이 물러가고,
휴월각 안에는 오롯이 두 사람만이 존재하였다.
"그럼. 부인.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얼마나 꿈꿔왔던지. 아마 모를겝니다.
월빈(月嬪). 달처럼 어여쁜 내 부인. 그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달을 보며 그대를 떠올렸습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던 저 야속한 달이. 내 전각 안으로, 내 품 안으로 뛰어들었으니 어찌 꿈같지 않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내 오늘 그대를 안고 평생 놓지 않으려 하는 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부인.
우쮸쮸쮸입니다 :)
제가! 왔습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지요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은 주구장창.. 민석이 얘기....ㅠㅠㅠ흡 아마 다음 편부터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종인이도, 아련폭발 경수도 슬슬 등장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마.. 또 다른 한 명도?)
이제 정말 성스도 완결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합니다... 목표는 20부작에서 완결을 짓는 것이니, 아마 곧... 끝나지..않을..까요...허허....
독자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주시는 질문이.. 도대체 이 팔랑귀 여주는 누구랑 이어지는 것인가!!!!!!! 인 것 같은데요...
애당초 팔랑팔랑 이 남자 저 남자 흔들어 놓은 여주인지라, 마지막 회까지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ㅎㅎㅎ....
여자 마음은 갈대라 하지만, 그래도 그 마음의 끝에는 필히 누군가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대해주세요!
성스가 완결되면 뭘 봐야하지 걱정하고 계신 독자님들!
저는 이미 성스 뒤에 쓸 후속작을 구상 중에 있답니다...ㅎㅎㅎㅎ......
다른 필명으로 현대물 조금 써 놓은 걸 가져와볼까,
아니면 사극물을 한 번 더 쓸까.
완결을 짓지 못한 제 전작들을ㅠㅠㅠ 완결지어 볼까... 아직은 고민이 많지만!!!
어찌되었든 더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올 것이니, 걱정하지마시고... 꼭 찾아주세요 저를! (제발)
추천요정님들
댓글요정님들
사랑해요 쪽쪽쪽 ♥
그럼 이제 사담 끄읕,
다음 편에서 만나요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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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또 암호닉 신청은 철컹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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