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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성열/우현] 힐링이 필요해 01 | 인스티즈

[인피니트/성열/우현] 힐링이 필요해 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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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시작된 비가 그치지 않고, 오후까지 이어졌다. 가만히 창가에 앉아 밖을 내려다보다 때마침 지나가는 하늘색 우산에 시선을 빼앗겼다. 너를 처음 만난 날처럼 똑같은 하늘색 우산.



정신 차려보니 어느 덧, 그와 처음 만난 공원 입구 앞에 서 있었다. 한 손엔 당연하듯 그가 준 하늘색 우산을 들고 습관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이렇게 널 찾으면 웃으면서 나타날 것 같아서. 미련을 버리지 못 하는 이유 중 하나일까. 이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를 비가 오는 날이면 이렇게 찾았다.





**





날이 좋아 잠깐 산책하러 기르던 강아지와 집 근처 공원으로 나왔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어보려 스트레칭도 하며 달리다가 벤치에 앉아 강아지랑 놀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저번에 산 옷이 온다는 걸 깜빡하고 급하게 일어섰을까, 별안간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그러고 보니 주말이라 늦잠을 잔 덕에 날씨 확인도 못 했고, 공원으로 오는 길을 떠올려보니 종종 우산을 든 사람들이 생각났다. 강아지를 안아 급하게 달리다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에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죄송해요.”



그제야 숙였던 고개를 들어 하늘색 우산 속 그를 쳐다봤다. 제법 큰 키에 어딘가 순해 보이면서 강아지 같은 얼굴이 귀여웠다. 그에 반해 젖어버린 머리와 옷에 나는 자연히 몸을 움츠렸고, 강아지가 앓는 소리에 다시 정신 차려 그에게 허릴 숙여 인사했다. 그렇게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으나, 몸에 떨어지지 않는 비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러다 감기 걸릴 텐데. 여기서 집 가깝죠?”


“아, 그렇긴 한데..”



웃으며 등을 살짝 떠밀어 졸지에 우산을 같이 쓰고 말았다. 그리고 가는 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 그냥 지나가던 사람에 잠시 빌려 쓰는 것뿐인데. 묵묵히 앞만 보며 걷는 그를 힐끔 쳐다보다 괜히 강아지를 쓰다듬고, 앞에 보이는 건물에 걸음을 멈췄다.



“저기에요. 그냥 뛰어가면 되니까 여기까지면 돼요. 고마웠어요, 안녕히 가세요.”



나름 밝게 웃으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하고 강아지를 꼭 안아 달렸다. 뭔가 뒤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건 착각인가, 슬쩍 뒤돌아 봤을 땐 그저 가만히 날 쳐다보고 있는 그가 서 있었을 뿐이었다.



이게 그와 나의 짧다면 짧은 첫 만남이었다.


그 뒤로 비가 오는 날엔 유독 그가 생각났다. 그냥 내 시간에 지나가던 사람들 중 한 명인데 왜 이럴까. 그렇게 강렬한 첫 인상을 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그를 떠올렸고, 하늘색 우산을 봐도 그를 떠올렸다. 한동안 창가에 기대 밖을 내려다보는 내가, 나도 이상하다 생각했을 쯤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기어코 저녁을 만들어주겠다며 들어온 우현이 바로 부엌으로 직행했다. 내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라며 날 떠미는 그에 다시 창가로 왔다. 도마 위로 무언가를 칼로 써는 소리,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창밖을 쳐다봤다. 어느 덧, 비는 그쳤고 그제야 우현이 비를 맞지 않았을까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밖에 비 많이 왔어?”


“넌 그걸 이제야 물어봐?”


“정신없게 만든 사람이 누군데.”



식탁에 앉아 요리하는 우현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남자지만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단 생각에 혼자 고개를 저으며 애써 부정하곤 집 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강아지를 불러 열심히 놀아주기 바빴다. 뒤에서 애 취급하는 우현을 흘기다 다시 식탁으로 돌아오니 언제 다 만든 건지 좋아하는 음식들에 활짝 웃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입사하면서 난 우현을 처음 만났고, 그는 나보다 직급이 높은 상사였지만 나이는 같았다. 알고 보니 고향이 같고, 다른 사람에 비해 대화가 잘 통해 금방 친해졌다. 사내에선 서로 존칭해가며 그렇게 공과 사를 구분했다. 하지만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선 친구처럼 지냈다. 그 덕에 첫 직장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야 설거지 내가 한다니까.”


“됐어, 얻어먹었으니까 이건 내가 해야지.”



정말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다. 먹는 도중에도 쫑알거리며 떠드는 내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턱을 괴고 쳐다보다 중간에 반찬 집어 먹여주기까지 하다, 결국 내가 먼저 밥을 다 먹어버렸다. 이렇게 밥 차려준 것도 처음이고, 엄연히 손님인데 설거지까지 그에게 맡길 순 없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끝까지 말리는 우현을 내치고 고무장갑을 껴 그릇 하나하나 집중하며 씻고 있을까, 우현의 장난스런 말에 그를 흘겼다. 이러니까 신혼부부 같다? 어림도 없지. 가볍게 무시하고 마저 설거지를 했다.



“그냥 집에 있지, 왜 나오려고 그래.”


“아까 많이 먹어서 소화 시킬 겸 너 배웅할 겸.”



간단히 외투를 챙겨 들고 우현을 따라 나섰다. 길가에 주차해놨다는 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파트 입구로 나왔다. 차에 타려는 우현의 잠깐 드라이브 하겠냐는 제안을 거절하고 손을 흔들었다. 끝까지 돌아다니지 말고 집에 빨리 들어가란 잔소리를 하고 난 그에게 혀를 내보이며 장난 쳤다. 이에 졌다는 듯 고개 저으며 차에 올라타려던 우현이 내 뒤를 보는가 싶더니 웃으며 달려왔다. 그에 따라 뒤로 몸을 돌렸을 땐, 어딘가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서있었다.



“이성열! 야, 너 여기 살아?”


“아, 아니. 그냥 지나가는 길인데.”



이성열이란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나 역시 그를 쳐다보고 있었고 가만히 쳐다보던 우현이 웃으며 나에게 그를 소개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였다고. 별 뜻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얼떨결에 내 인사를 받던 그도 나를 따라 고개를 숙였고, 가만히 웃고 있는 내게 머릴 긁적이며 물었다.


어디서 보지 않았냐고.

이건 무슨 옛날 작업 방식도 아니고 뜬금없는 말에 우현이 웃으며 그를 놀렸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나 역시 그처럼 어딘가 낯익다는 생각을 했기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갑작스런 정적에 당황한건 우현뿐, 장난으로 던진 말에 진지해진 둘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아! 하늘색 우산!”


“아! 그 때, 그 공원 앞에서?”



기억났다. 이렇게 자세히 보니 마냥 아이 같던 얼굴이 꽤 잘생겼다. 이미 구면이냐며 웃던 우현이 넋 놓고 있는 날 건드렸다. 인상 쓰며 뭐하냔 물음에 아무 것도 아니라며 어색하게 웃었고, 짧게 얘기 나누다 우현은 차를 타고 돌아갔다. 둘만 남겨진 상황에 인사라도 해야겠다 싶어 그를 다시 쳐다봤다. 우현과 친구면 나랑 동갑일 텐데 그래도 아직은 존댓말 하는 게 맞다 판단해 그를 불렀다.



“저기요.”


“감기 안 걸렸어요?”



말을 가로막는 그에 당황해 다시 되물었고, 똑같이 감기에 걸리지 않았냐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가만히 웃던 그가 또 질문을 던졌다. 집에 우산은 있냐며 살짝 장난스럽게 물어오는 모습이 굉장히 편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닌 지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집에 우산이야 당연히 있죠. 그 땐, 비 오는 줄 몰라서..”


“감기 안 걸렸다니 다행이네요. 집엔 안 들어가요?”


“아, 가야죠.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또 안 볼 사람처럼 말하네.”



날 또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찌 할 줄 몰라 멍하니 그를 쳐다보며 어색하게 웃고만 있자, 이런 내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대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사과를 했다. 장난 끼 많아 보이는 성격에 친해지면 좋겠단 생각을 했을 무렵, 데려다 주려는 듯 아파트 안으로 손짓하는 그가 가만히 서 있는 날 이끌었다.

괜찮다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엔 위험하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와 처음으로 만난 날, 본의 아니게 집으로 데려다줬을 때처럼 지금도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이젠 헤어져야 할 때가 왔을까 그가 입을 열었다.



“우현이랑 무슨 사이에요?”


“아 제 직장 상사에요. 밖에서만 그냥 친구처럼 지내고.”


“그래요? 그럼 나랑 친구해요. 말 놓을게.”



내 대답과는 상관없이 친구하는 걸로 결론 지어버린 그에 그냥 웃어 버렸다. 직접 말을 안 했을 뿐, 동의한다는 뜻인 걸 그도 알았는지 늦었다며 내 등을 떠밀기만 했다. 그냥 친구하자는 말에도 왜 이렇게 설렐까. 막상 말을 놓으니 어색함은 물론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바로 야라고 할 순 없고, 이름을 부르기에도 아직은 좀 그렇고. 그 역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건지 조용하기만 했다.



“그, 그럼 들어 가볼게. 너도 얼른 가, 늦었어.”



나름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결국 ‘너’라는 호칭으로 편하게 대했고, 처음엔 살짝 어색해하던 그도 금세 적응이 됐는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따라 손을 흔들다 먼저 뒤돌아 엘리베이터 앞으로 갔다. 뒤돌아보고 싶은데, 혹시나 제자리에 서 있으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고. 근데 뒤돌아보고 싶고. 괜히 발을 세워 바닥만 콩콩 찍다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확인했다.



“잠깐만. 너 번호 알려주라.”


“아, 깜짝이야.”



언제 내 뒤로 온 건지 갑자기 들리는 그의 말에 놀라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미안하다며 핸드폰을 내미는 그를 장난스럽게 흘기며 번호를 찍었고, 이젠 진짜 간다며 뒤돌아 빠르게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남들과는 빠르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

아잌 부끄러웤ㅋㅋ..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고 읽어줘서 고마워요 ^~^


암호닉♥

도끼

텐더

SZ

해프닝

롤롤


사..사랑해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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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왜이렇게 설레ㅔ지..잘보구갑니다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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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고마워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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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ㅠㅠ감정이입완전잘돼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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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잘 됐다니 다행이네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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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열아... 우리열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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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열이.. 댓글이 아련하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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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감정이입도잘돼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잘쓰세요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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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아직 멀었죠! 고마워요 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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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잘보고갑니다 텐더에요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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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읽어줘서 고마워요 ㅎㅎ!!!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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