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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이 침대에 한껏 웅크리고 자고 있는 준을 가볍게 흔들어 깨운다. 진은 달콤한 목소리로 준의 귓가를 간지럽히다 

귓볼을 살짝 깨물었다. 준은 어깨를 한껏 움츠렸다가 팔을 뻗어 진을 자신의 침대로 끌어 들여 안았다. 

진은 그런 준을 마주하고 누웠다. 여전히 준은 잠에서 깰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준아...준아...일어나자 또 책 읽느라 밤 샜구나" 


 

책을 밤 새워 읽었는지 배게에 함께 눌려 있는 덕분에 준의 볼에 책 모서리 모양이 생겼다. 잠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준이 여전히 비몽사몽이다. 


 

"준아...이것봐" 


 

진이 준의 눈 앞에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준다. 준은 한쪽 눈만 겨우 실눈을 뜨고 화면의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 

뭔지 잘 안보인다. 흐릿하기만 화면에 뭔가 있는데... 


 

"어...나...스케쥴 늦었어요? 나 알람 맞춰 놨는데... 베터리 없어서 꺼졌나?" 


 

준이 팔을 뻗어 협탁에 있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집으려 손을 더듬었다. 


 

"흣! 아니 이것봐 니가 제일 좋아하는 거" 


 

그제서야 정신이 좀 차려진 준은 눈을 껌벅이며 진의 스마트폰을 잡고 내용을 살폈다. 미세먼지 상황을 알려주는 

어플이었다. 방긋 웃는 아이콘이 떠 있었다. 


 

[최고 좋음] 


 

준은 실눈으로 세상 환한 얼굴로 웃었다.  


 

"공기가 좋다는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 싶네요...이런 날은 산책가야 하...는...데" 


 

진은 다시 눈을 감으며 자신을 꽉 끌어 안으며 자신의 목덜미에 머리를 부비는 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이런 날 이러고 있음 안 되지...일어나...소풍가자" 

"에? 우리 스케쥴 있는데 안무 연습 스케쥴..." 


 

진의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진을 올려다 보았다. 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준의 이마에 입술을 가볍게 찍으며 

말했다. 


 

"취소라지요~~ 오늘 일정 취소! 안무 수정한다고 그래서 시간이 좀 비어...언능 일어나 대충 씻어 나가자" 


 

준은 벌떡 일어나 앉으며 진을 향해 멍뭉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흐흐~~ 우리 도시락도 싸갈까 형?" 

"이미 싸 놨지요~ 언능 준비하고 나와 나 옷 갈아입을께" 


 

잠시 후 

준이 진의 방에 들어왔다. 진의 드레스룸에 들어가니 진이 어떤 걸 입을까 고민하는지 이 옷 저 옷을 저울질 하고 

있었다. 준은 대충봐도 멋지게 차려 입었다. 멋 부리지 않은 것 같지만 정말 잘 어울리게 


 

"준아 이거 입을까?" 

"뭔들...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데 이미 완성형 아니십니까" 


 

그 때 진은 준을 보며 자신이 들고 있던 옷을 내려 놓고 서랍장에서 가벼운 머플러를 꺼내 준의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 바깥 공기는 쌀쌀해 목에 둘러 넌 기관지가 약하잖아" 

"어 그런가 최근에는 제대로 바깥을 나가 본적이 없어서" 


 

준은 진이 둘러 주는 머플러를 고개를 주욱 빼고 받았다. 진은 꼼꼼하게 준의 목을 감싸 주고 자신도 점퍼 하나를 골라 

입었다. 


 

한적한 공원 아직은 완연한 봄은 아니라 사람들이 띄엄띄엄 눈에 보이지만 누가 누군지 알아 보긴 힘들 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진과 준도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넓게 자리를 폈다. 


 

"준아~ 숨셔 이런 날 맑은 공기 잔뜩 저장해야지 머리도 맑아지고 좋은 곡도 나오고" 


 

두 남자는 바람에 살랑이는 파릿한 나무 아래서 아빠다리를 하고 한참이나 크게 심호흡을 했다. 

준이 진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책 줄까" 

"내가 책 보면 형 심심하잖아요" 

"아니야 너 이런 날 책 보는거 좋아하잖아 난 그런 널 보는 걸 좋아하고" 


 

진이 팔을 뻗어 피크닉 가방에 넣어 둔 준의 책을 꺼내 건냈다. 


 

"자 이런 날이 자주 오냐 요즘 미세먼지 좋은 날 별로 없어 마음껏 즐겨" 

"고마워요 형" 


 

준은 진의 무릎을 베개 삼고 옆으로 누워 읽던 부분을 찾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진은 그런 준을 

따뜻한 눈빛으로 내려다 보며 그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살랑 살랑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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