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먹을까?"
"왠일로 술이래요?"
"그냥. 마시자. 집에 술 있어?"
"술은 있어요. 엄마가 가져다 놓은 양주 있는데."
"집에 양주를 들이고- 위험한 여자야"
패기롭게 유턴을 해서 도착한 우리집에, 비빔면 하나를 뚝딱 해치운 그가 술이 댕긴다며 술을 먹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내일이 주말이라고 너무 풀어지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어짜피 주말에 그를 볼거였는데 뭐- 시원하게 양주와 맥주를 꺼내오니, 좋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참, 정갈하게 생겨가지고 술 좋아한다. 준면은 술이 굉장히 셌다. 나는 딱 보통 여성이고. 게다가 은근한 애주가인 준면은, 항상 나와 술을 마시는것을 좋아했다. 맨날 살짝 기분이 좋아지면 오빠라고 부르면서 말 끝을 늘이는게 재밌나보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설탕아몬드도 풀어놓고 술을 따라 건배를 한다. 우리의 연애를 위하여- 살짝 눈웃음지으며 위하여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에 웃음이 나온다. 나와 술을 처음 마실 때 부터 항상 그는 나와 술을 마실때면 우리의 연애를 외치곤 했다.
"오. 맛있네"
양주 한번 홀짝이더니, 맛있다며 아몬드를 집어드는 그의 소탈한 모습은 참 언제봐도 정겹다. 딱 20대 중후반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연애방법같잖아. 괜히 실실거리니 헛웃음을 터뜨리며 내 볼을 콕콕- 두드린다. 왜, 왜웃어-
"그냥, 좋아서-"
"내가 그렇게 좋아?"
"그런가봐. 어떡해?"
"이여자가. 술만들어가면 겁이없어져서 어떡하지?"
"아니이. 우리 꼭 되게 평범한 연예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잔잔하고. 평탄하고"
"재미 없다면 하룻밤 사이에 인생을 스펙타클하게 만들수 있는데. 오늘 밤만 있으면 돼"
"어후. 저질!"
"내가 뭘 했다고? 난 억울해요-"
하룻밤이면 인생을 스펙타클하게 만들수 있다며 눈을 빛내는 그가 능글맞아 팔을 때리며 저질이라 그랬더니, 오히려 내 상상을 탓하는거다. 억울하다며 두손들며 웃어재끼는 그가 귀엽기도 하고, 참 잘생겼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회사생활은 어때-"
"힘들어 뒤지겠죠. 뭐"
"왜-"
"원래 사원은 전체 부서 비서에요. 실장님은 모르죠?"
"에이- 알지"
그는, 해외유학을 다녀와서 바로 팀장으로 스카웃 된 케이스라고 했다. 그래서 사원의 아픔을 모른다. 연애 초 그렇게 깨지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힘들다고 징징댔을 때야 내가 힘든거를 눈치챘다고 하니, 오히려 보고서 작성이 거의 없고 서류정리를 하는거라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댄다. 원래 그 시기를 겪지 않으면 그 고통을 모른다. 맨날 호치케스 박고 복사만 하는 그 심정을 모른다고! 갑자기 그 생각이 나 뱁새눈을 하고 그를 째려보니, 땀땀 표시를 하며 그가 멋쩍게 웃는다. 미안- 그래도 요즘은 알겠다 뭐.
"그럼 실장님은요?"
"아 또 그 실장님 소리. 술좀 더 먹어요. 아직 멀었어?"
"ㅋㅋㅋㅋㅋ 알았어 알았어요."
"나야 뭐. 나도 힘들지. 맨날 결제해야돼. 보고서 안된 사람들 야근 내리는게 얼마나 힘든줄 알아요? 00씨는 모르지?"
"에이- 알지"
뭐지 이 데자뷰는. 이제는 내가 멋쩍은 웃음을 날릴 차례이다. 잔잔하게 웃음을 띄며 내가 했던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그가 귀엽기도 하다. 하긴, 역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준면의 고통을 모르는것일수도 있다.
"나 언제 승진해요- 실장님?"
"응?"
"실장님 특혜좀 받자구요-"
"그런거 바라면 안된다니까? 근데 요즘 박사원 잘사고 있는것 같아. 보고서 실력이 늘었어"
"오옹옹"
"오옹옹이 뭐야. 애기야? 응?"
술김인지. 진짜인지 보고서가 늘었다고 칭찬해주는 그사람의 말에, 기분이 좋아 어깨를 들썩이며 옹알이를 했더니, 그대로 따라하며 애기냐고 웃는다. 슬쩍 술기운이 도는지, 그의 웃음소리가 더 호탕해진다.
"내일 뭐하고 놀까- 아가씨?"
"음, 영화보자. 나 명량도 못본거 알아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꼭 봐야한다고 그러는데..."
"그래. 그거보자. 그거 예매안하면 못보는거 아니야 근데?"
"그럴수도 있겠다. 몰라요. 현장예매 하지 뭐. 없으면 딴거보고- 해적도 재밌데요"
"아무거나 당신이 보고싶은거 봐"
"히히"
"어어. 술들어갔어 이여자. 자, 오빠 해봐. 준면오빠"
"오빠?"
"엎드려 절받는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줄이야. 자. 뽀뽀"
쪽-
술들어갔다며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그이나, 그걸 또 좋다고 하는 나나 그니까 우리 둘이 연애하는가 아닌가 싶다. 엎드려 절받기라는거는 아는지, 그래도 꿋꿋하게 입술을 내밀며 뽀뽀를 해달라는 말에 흔쾌히 진하게 뽀뽀를 해주니, 고개를 숙이며 웃는다. 그렇게 우리 새벽은 뽀뽀와 오빠소리 메들리로 가고 있었다. 잔잔하고 평범하지만, 미친듯이 설레게.
사내연애란, 02.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정장 와이셔츠만 입고 내 머리에 팔배게를 해준 채 잠에 빠져있는 그가 보였다. 내가 술먹고 애교를 부리다가 잠에 들었는데. 그가 옮겨놓고서 옆에서 잠들었나보다. 스리슬쩍 일어나려는데, 허리춤에 얌전히 놓여있던 그의 손아귀의 힘이 세진다. 흠칫- 놀래 그를 쳐다보니, 눈은 감은채로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깼어요?
"언제 일어났었어요?"
"아까-"
"깨우지"
"자는게 예뻐서"
"술이 덜깼네. 해장국해줄께"
"에이, 부끄러우니까"
괜히 민망해 해장국해주겠다며 황급히 일어나려는데, 그가 오히려 더 끌어댕겨 제 위로 올려놓는다. 슬며시 실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 보는 그의 얼굴에는 잔잔한 웃음이 피어있다. 내가 이 웃음을 제일 좋아한다. 가장 젠틀하고, 달달한 그 웃음.
"오늘 명량인지 해적인지 뭐 보러가야지?"
"응. 점심때 볼거에요?"
"그게 좋지 않겠어?"
"아무래도- 점심 나가서 먹고 예매하자고."
"알았어요. 준비해야겠다. 지금 9시야"
"그냥 나가- 뭘 준비해"
"나 쌩얼인데-"
토스트를 우물거리면서 핸드폰으로 명량 시간대를 보더니, 점심때 보기로 결정을 했다. 우유를 마시면서 굳이 준비를 왜 하냐는 그의 물음은 친절히 스킵하기로 했다. 저인간이. 이 꼴로 나가면 끌려나가요. 조용히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화장을 하고 있는데 슬며시 들어와서는 옆에서 내가 화장하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는거다. 괜히 민망해 나가라고 하니, 신기한듯이 바라보는 그다. 저사람이 무슨 29살이야. 9살이지.
"와. 변신이네 변신. 맨날 회사올때 이러고 오는거야?"
"그쵸. 메이크업도 일인거 알아요? 이거 하는데 진짜 시간 오래걸려. 지금이야 기초화장만 하는거지만.."
"왜 하고 와. 그냥 안해도 이쁜데"
"예의범절. 쌩얼은 예의가 아니에요"
"왜지-?"
남자들은 모르는 그게 있어! 코치코치 캐묻는 그의 말을 들은채 만채하고 메이크업을 완료 한뒤 그가 선물로 사준 목걸이를 매고, 향수를 뿌린다. 또 향수냄새가 좋다며 킁킁거리다가 내 목부근에 입맞춤을 해서 나에게 등짝맞은것은 안비밀. 치마가 너무 짧다며 고나리 당하고 결국 원피스로 타협본것도 안비밀.
"그냥 같이 사는건 어때?"
"누구요? 우리?"
"응"
"....왜?"
"아니, 그냥 사는것도 좋을것 같지 않아?"
"음- 잘모르겠는데"
"그런가. 하긴, 결혼하고 살아도 되겠지?"
"그, 그렇겠죠?"
훅- 들어온 결혼얘기에 어찌 넘길까 싶다가, 그냥 그렇겠지? 싶다고 대답하니 흘끗보며 피식 웃는다. 나랑 결혼할라고-?
"아, 아니.."
"아니야?"
"몰라요..."
능글맞게 물어오는 그에게 모른다고 잡아때니,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알았다면서. 사실 동거를 해도 되겠지만 그러면 내가 얹혀사는 기분일것 같아서. 직급만 보고 따져도 준면씨가 훨씬 돈이 많다. 그러면 분명히 동거도 준면의 집으로 할테고, 그렇다면 결혼도 하기전에 얹혀사는 기분을 맛보겠지. 그런 거는 느끼기 싫어서- 다행히도 코찌코찌 캐묻지 않고 영화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게 다행스럽다.
"영화 재밌다-"
"그러게. 되게 잘만든것 같아. 여운이 대박이에요"
"근데 나 미안하게 된거 있어"
"응?"
"나 출근..해야될것 같아"
"허얼-?"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나서 이게 뭔 날벼락이던가. 그가 핸드폰을 흔들며 울상이 되서는 출근을 해야한다고 하는거다. 그게 뭐야! 원망의 등짝만 치지만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 번뜩- 좋은생각이 났다. 나도 실적좀 올려봐야지
"나도 출근할까요?"
"응, 에이. 집에 대려다 줄게. 쉬어. 내일 또 놀자"
"시른데, 나 실장님이랑 있을건데?"
"그래 그럼. 옆에서 일해요."
살짝 망설이는가 싶더니 흔쾌히 허락하는 그다.
사무실은 아무도 없었다. 신나는 토요일 일해야하는 우리 실장님- 벌써부터 어깨가 쳐져서는 울상이 된 미간을 풀어주니, 그래도 내가 있어서 괜찮다며 한번 푹 안고는- 노트북을 켜고 일에 집중한다. 빤히 일하는것도 잊고 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참 잘생긴거다. 오목조목 생긴 이목구비나, 시원한 이마나, 참 사람 젠틀하게 생겼어. 멍하니 그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흘깃, 곁눈질을 하며 나를 본 그와 눈이 마주친거다.
"왜 그렇게 나를 봐요?"
"아니 그냥..."
"이리와-"
나를 끌어당겨 제 무릎에 앉히더니,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한 달달한 애정행각에 부끄러워 내려올려고 하니, 아예 다리로 내 다리를 아프지 않게 포박하는거다.
"어디갈라고?"
"아니이- 내려와서 얘기할래요"
"싫은데. 여기서 나 하는거 봐요"
"....."
빤히, 그가 타자를 치는 것을 바라본다. 본부장에게 보내야할 서류들을 정리하는지 바쁘게 창이 왔다갔다 하더니, 정리한 보고서를 읽어나가는 그다.
"엇- 오타!"
"어디?"
"여기- ㄴ이 두개있네요"
"아하."
오타를 발견해서 직접 마우스를 가져다 커서를 옮겨놓고 바꾸어주니, 멋쩍게 웃음을 터트린 그가 뒷목에 뽀뽀를 한다. 쪽- 가벼운 입술 소리와 함께,
"또 발견해주면 키스할꺼야"
또 마우스를 굴려 읽어가면서 천천히 읽어가는데, 나도 모르는사이에 보고서를 초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오타가나왔으면.....하는 본능이 들었나보다. 꿀꺽. 침삼키는 소리와 함께 긴장되기까지 하는 보고서 읽기였다. 그러다가,
"...어,"
"여깄다-"
왜 좋아하는건데. 속시원한 한숨과 함께 여깄다며 오타를 정정하더니, 그대로 내 고개를 돌려서 키스해준다. 생각보다 진한 그의 키스에 정신이 살짝 들뜰 때 쯤, 가벼운 입맞춤과 함께 그가 떨어지낟.
"그다음 오타가 발견되면,"
",...."
"나랑 해."
"....여, 여기서?"
"뭔상관? 여기 내 사무실인데?"
"으응?"
"뭐, 오타 없으면 어쩔 수 없지"
지긋이 바라보는 그가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 숙이니 큭큭대며 계속 보고서를 읽는거다. 그런데 진짜 없는거다. 이야. 김실장 진짜 오타 적게 보고서 잘 쓰네.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로 가는데-
"뭐하는거야..!?"
"어- 여기 진짜 오타"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중앙에 커서를 두더니 막 타자를 치고는 오타라고 우기는거다. 어이가 없어 그를 돌아보니, 그가 씨익 웃으면서 어쩌라는 심보로 나를 바라보는거다. 꼭, 그의 눈이 그래서 하기 싫냐는 말이다. 아니 세살먹은 애도 아니고...그런데 정말로, 내 허리춤을 만지작 거리면서 나를 바라보는거다. 아니 이남자가 왜그러는건데?
"집, 집에서 하면 되잖아요"
"여기서도하구, 거기서도 하구"
"이사람이..."
점점, 그의 능글맞은 웃음에 말려든다. 그래. 여기가 뭐 어때.
의심미는 회원들만 볼 수 있으므로 다음편에 집중해서 올리죠. 아예 내용흐름과 상관없이 갈 수 있도록-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진짜. 불맠으로 단편 추천도 받아보고 한번에 댓글 200개도 넘어보고. 스크랩도 10개 넘어보고. 추천도 10개 넘어보고 대박이라니까요? 계속 단편 쓰고싶게(음흉)
이 사내연애는 뭐 달달함에 초점을 맞춰보니까 한번 그 달달함에 빠져 보셔요. 수위가 싫으신 분들도 내용끊김없이 보실수 있습니다.
사랑은 총알을 타고가 표는 많았는데 댓글은 사내연애가 많았다. 고로 내 맘대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좀 가볍게 쓸수있는 연애물을 택했어요. 몇편까지는 갈 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쭉 써보겠습니다. 함께가요 우리^^
쉣. 암호닉 언제 다 옮겨적지. 외우긴 외웠는데...끙끙....... 나 수시 접수좀 하고.....자소서 파일이 replay9를 찍고 있습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벌.
그래도 새로 오신 분들 살짝 헷갈리니 꼭꼭 암호닉 달고 댓글 달아주시기! 자주보는 암호닉이 빨리 외워져요!!
댓글과 추천은 작가를 춤추게 하죠. 예헷
암호닉은, 공지란에 암호닉 등록하는 곳이 있습니다. 양식에 맞춰서 달아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