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성함은 张俊(장준).“ 어? 뭔가 익숙한데, 어디서 들었더라? 아버지를 뵈러 사무실로 향하는 내내 위안이 말했던 그의 아버지 이름이 내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누구였지, 들어본것 같은데. 아버지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고, 문을 열자 훅 끼치는 술 냄새에 평소 술을 즐겨 마시지 않던 나는 인상을 구겼다. “뭔 술을 이렇게 드셨어요?“ “아인사해라, 우리 병원 후원자셔. 중국분이고, 예의 잘 지켜라. 중요한 손님이시니까. 아, 여긴 我儿子。(제 아들.)“ “하지네마시떼.“ 중국분이라서 그런가 미숙한 발음으로 짧은 일본어를 뱉는데, 그 말에 섞인 미소는 어딘가 더러웠다. “아, 테라다 타쿠야예요. 저도 잘 부탁 드립니다.“ “네.“ 자기 소개도 안하고, 예의가 없네. 살짝 불쾌해진 나는 그냥 고개만 까딱이고 사무실을 나왔다. 역시 남 비위 맞추는건 내 적성에 안 맞아. 의사는 더더욱. 어느새 정이 들었나, 의사로서 책임감이 생겼나. 위안을 항번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간 위안의 병실에는 위안이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식은 땀까지 흘리며 자고 있었다. 무슨 꿈을 꾸길래 저러는 것인지는 몰라도 위안을 깨우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 위안을 깨웠다. “장위안씨.“ “어...!“ 위안은 놀란 눈으로 날 보았고, 그의 얼굴은 많이 창백했다. 악몽이라도 꿨나. “위안ㅆ,“ “도망가. 당신. 어...테...다 타쿠...“ 일본어 읽을 줄도 아나보네. 위안이 내 이름표를 띄엄띄엄 읽었다. “테라다 타쿠야예요, 내 이름. 위안씨 표정이 왜 그래요? 방금 그 말은?“ “꿈, 나 꿈 항상 맞았어. 우리 아버지 당신 죽여." 아 씨바 소름이야. 꼭 저렇게 살벌하게 말해야하나. 위안의 말에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지르며 무슨 소린지 자세하게 얘기해달라고 위안에게 부탁했으나, 그는 얼굴에 두려움을 띄운채 아무 말도 않고 중국어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알겠어요. 조심할게요.“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게 아냐.“ “네. 위안씨. 아버지가 왜 저를 죽이려 했어요?“ “그건 몰라. 장준이 너 죽여.“ 장준이 진짜 누구길래. 위안을 진정 시키고 내 오피스텔에 들어가 노트북을 켜고 장준을 검색했다. 진짜 유명하긴 하나보네. 그래서 익숙했나보다.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턱을 괴고 유심히 보던중, 어? [중국이훠사 회장 장준, 테라다 사립 정신병원 후원] 테라다 정신병원, 할아버지가 병원을 세우실 때 자신의 성을 따 지은 이름이다. 그러니까 위안의 말을 참고하자면, 그의 아버지인 장준이 우리 정신병원에 후원을 하고 있다는 거다. 시발, 그럼 아까 아빠 사무실에 그 새끼가...! “뭐야 그래서 장위안은 정신장애가 맞는거야 아닌거야?“ 장위안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가 가정 폭력 후 아들이 크자 여기로 보냈고, 상식적으로는 아들이 정진장애여서 그 병원에 후원하는거다. 앞서 말했듯이 의사처럼 복잡한건 내 적성에 안맞는다. 정신과 의사는 더. “환각 증세 증상...환각 증세...환각...아, 여깄다.“ 아버지가 공부 좀 할 수 없겠냐며 갖다준 책들을 미친듯이 뒤졌다. 요힘빈,조현병...뭔 개소리야 이게. 아, 생각해보니까 그 진단서는 아버지가 작성한거네? 그럼 아버지가 다 아는거잖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평소 자전거를 타느라 잘 타지 않던 차를 몰고 미친듯이 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새벽에 그를 위해 차를 모는 이유는 더이상 궁금하지 않았다. 그냥 호기심이 생긴 것 같았기 때문에. “도련님, 여긴 어쩐일로?“ 푸근한 인상으로 대문을 열어주는 가사도우미 아줌마께 제대로 인사도 못 건네고 아버지 집무실로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아버지.“ “들어와.“ 들어오라는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문을 열어제끼자 거기에는 장준이 있었다. “아버지, 저랑 얘기 좀 하실 수 있을까요.“ 목소리에 높 낮이를 넣을 정도로 여유있지 않았다. 아버지는 장준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오셨다. “무슨 일,“ “제 차로 좀 가요.“ “뭐가 진짜예요?“ “무슨 말인지 설명을,“ “하아...장위안 말이예요.“ 아버지는 내가 장준과의 대화 도중 말을 끊어 불쾌한지 살짝 언짢은 표정이셨다가 이내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얼굴로 바뀌셨다. 그 동안 할아버지를 도와 병원을 쌓아 올린게 아버지이신 만큼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주름이 다른 사람이 살아온 일년보다 아버지의 일년이 생각보다 무거웠던 것 같다. 뭐라고 말을 꺼낼지 고민하시는 아버지께 빨리 입을 떼라고 재촉하고 싶으나 주름의 수 만큼 초를 세고 있으니 재촉하기엔 아직 멀었다. “장위안이 맞는거죠.“ “...“ “나를 이용한게 화난게 아니예요." “이용한게 아니라,“ “아버지가 그런 쓰레기 부탁을 들은게 화가 나는 거지.“ 그렇게 컸던 아버지가 쓰레기 앞에서 작아지는게 화나는 거라고요. “다 알았으니 이제 갈게요.“ “타쿠야, 잠시. 너 장위안을 풀어주려는 거라면...“ “걱정마요. 그런 식으로 아버지를 곤란하게 하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좀 다른식으로 곤란 할 수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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