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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이홍빈] 시선 | 인스티즈




" 또야, 또 없어졌어. 왜, 저번부터 물건이 하나 둘 씩 사라진다고 했잖아. 짜잘한거라 어떻게 신고할 수도 없고. 저저번엔 립스틱, 저번엔 좋아하는 인형, 이번엔 속옷까지 없어졌어. 아니 도둑이라면 금품같은걸 훔쳐가야지 왜 변태같이 야금야금 훔쳐가냐고. 아 몰라. 하여튼 잡히기만 해봐. "


여자는 짜증스레 서랍이란 서랍은 뒤져가며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친구에게 하소연을 한다.

꽤나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큰 소리가 나게끔 서랍을 닫는 모습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화가 날 만도 하지. 온통 사라진 물건들은 그녀가 가장 아끼고 좋아하던 것들이니까.


" 야, 이홍빈. 듣고 있냐고. 아 완전 짜증나. CCTV라도 달아둘까? "

" 물건 몇개 없어진걸로 CCTV 달기엔 너무 호들갑 떠는거 아니야? "

" 그런가, 그래도 뭔가 찜찜해. 안그래도 요즘 누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

" 야, 남자가 너 따라오면 너야 땡큐지. "

" 아, 장난치지말고. 진짜 무섭다니깐? "

" 그럼 내가 같이 있어줄까? "

" 어... 맘같아선 그러고 싶다. 몰라 아무튼, CCTV 달아버릴거야. 내일 보자. "


전화를 끊고 여자는 불안한 시선으로 베란다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커튼을 닫았다.

아, 아쉽다. 이제는 그녀의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내일도 있으니까.

들고있던 망원경을 내리고 히죽거리며 웃었다.

내일은 더 이뻐질 그녀가 벌써 기대된다.


-


몇일이 지났다.

아침이 밝자 커튼을 치고 분주히 집안을 오가는 그녀가 보인다.

어어, 조심. 샤워하고 나왔는지 제법 큰 가운만 걸친 채 돌아다니는 모습이 퍽 색정적이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망원경에 더욱 눈을 붙였다.

잘빠진 몸매가 날 미치게 만든다.

가구에 가려진 곳에서 네가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오늘은 화이트셔츠에 스키니진.

그녀의 쿨하게 섹슈얼한 성격을 닮은 옷차림이다.

가볍게 웨이브진 머리카락을 한데묶어 포니테일로 만들고 집을 나선다.

그녀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 변태놈 생각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잤어. "

" 그런거 같다, 다크서클봐라. 팬더가 친구먹자고 하겠어. "

" 아오, 놀리지마라. 안그래도 변태때문에 열뻗치는데 너까지 이러기야? "

" 미안, 미안. 아무튼 가자. 내가 오늘 기분전환 해줄게. "


기분좋은 웃음소리에 심장이 간질간질해진다.

그녀는 길거리를 걸어가며 눈에 보이는 옷가게나 악세사리점에 시선을 두고 한참을 구경하다

배가 고팠는지 손을 잡아끌어 음식점에 들어선다.


" 아, 배고파. 아침도 제대로 못먹었더니 죽겠어. 너는 뭐 먹을래? "

" 아무거나. 너는? "

" 돈까스. 저번부터 먹고싶었는데 못먹었었어. 그럼 넌 우동 먹어라. 내가 뺏어먹어야지. "

" 어련하시겠어. 먹고 살찌려고 그러지? "

" 요즘 운동 열심히 하거든? 니가 몰라서 그렇지. "


나는 알고있다. 항상 일이 끝나고 집에 오기전 한 두시간정도 헬스장에 다니는 그녀를.

몸에 꼭 맞는 트레이닝복에 포니테일로 질끈 묶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런닝머신을 달릴때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그녀를 감상하는건 꽤 즐거운 일이다.

내 밑에서도 숨소리가 거칠어질 그녀를 생각하면 기분이 짜릿해지고 아랫도리가 서버린다.


" 음식이나 먹어, 돈까스 타령하더니만. "


그녀 앞에 나온 돈까스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그런 그녀를 보는 나 또한 배불러지는 것 같아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한참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던 그녀가 시계를 힐끔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와, 뭐했다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지? 나 이만 가볼게. 오늘 일찍 자야지 내일 회사에 지각 안하지. "

" 하긴, 너 요즘 잠 못자느라고 지각해서 엄청 깨졌다 그랬지? "

" 내일도 깨질순 없으니까. 간다, 나중에 연락해. "

" 오케이, 잘가. "


손을 흔들어보이며 그녀가 집으로 향한다.

그녀의 뒤를 밟으며 천천히 그녀의 뒷모습을 감상했다.

걸을때마다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이 손에 쥐고싶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입술을 깨물었다.

안돼, 안돼. 아직은 아니야.

조금 더, 조금 더.

내 시선이 느껴지는지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본다.

물론 그 전에 잽싸게 숨어서 그녀의 눈에 들키지 않았다.

점점 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그녀가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다급한 손길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 야, 이홍빈. 왜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나 지금 누구한테 스토킹 당하는거 같아. 빨리 와. 나 무서워. 진짜. "


그녀의 전화가 끊어지고 몇분 뒤 그녀의 옆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 괜찮냐? 지나가는 길이기에 망정이지. 지금은? 지금은 있는거 같아? "

" 잘 모르겠어, 무서워 죽겠으니까 빨리 가자. "


두 사람은 걸음을 재촉해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그녀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잘게 떨며 덜덜거리는 손으로 거실에 놓여있던 노트북을 빠르게 켜낸다.

전에 전화할때 CCTV를 단다고 하더니 정말 달았던 모양이다.

이러면 곤란한데.

그녀가 빠르게 돌아가는 CC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는 모습마저 이뻐서 어이없는 한숨섞인 미소만 흘러나왔다.

빠르게 돌아가던 화면에 그녀가 아닌 사람이 잡히자 화면을 멈추고 다시 재생을 누른다.

화면의 남자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그 남자와 똑닮은, 아니 같은 사람인 이홍빈이 서 있었다.




" 아, 들켜버렸네. "



-

오늘은 조금 어두운 글로 찾아왔네요. 지켜보는 사람과 이홍빈은 동인인물임을 나중에 식스센스급으로 놀래켜주고 싶었는데 제 글실력이 안따라줘서

초반부터 홍빈이란게 눈에 보이네요.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료로 해두었지만 읽으신 분들의 댓글 하나하나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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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달달할 거라 생각했는데 싸이콩..!! ㄷㄷ 잘 보고 가요!!
9년 전
독자2
헐..들켜버렸네 에서 소름 돋았어요... 와..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신알신 떠서 왔는데 이렇게 똭!!!!! 우왕..대체 왜 이렇게 신성한 글에 구독료를 안거시는 거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킁ㅜㅠㅠㅠ구독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글인데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흐악..소름....
9년 전
독자4
아..무섭네요ㅠ 그 상황을 상상해보니까 진짜 소름끼쳐요ㅠㅠ 잘 읽고 가요!!
9년 전
독자5
헐 홍빈이....우와...잘읽고갑니당
9년 전
독자6
헐!!!!!!독방에서봤던글이당~♥꺄아싸이콩좋아요좋아!!!@.@
9년 전
독자7
헐ㅋㅋㅋㅋㄱㄱ대박ㄱㄲㅋㅋ즈짴ㅋㅋ저소름돋앗어여ㅋㅋ와ㅋㅋㅋ
9년 전
독자8
아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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