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면
written by Ondu
그 시 절 내 소 중 한 사 람 들 을 다 시 만 난 다 면
나 는 어 떤 선 택 을 할 수 있 을 까 ?
방? 진짜 그 시절 내 방?
갑자기 펼쳐진 이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창문을 열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가 어디인지 물어볼 수 도 있었겠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그 해답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정답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내 방인걸 알면서도 처음 온 손님처럼 어색하게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에 쾅. 쾅. 주먹으로 문을 두어 번 내리치는 소리가 내 귀에 꽂힌다.
그리고선 내 방 문이 열린다.
내 기억이 맞다 면 이건,
“여주야 저녁 먹어라.”
엄마다. 현재 보단 젊으신 그 시절 우리 엄마.
가까운 사이인 인물이 등장해서 인지 어색함이 풀려, 얼른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오늘도 가족과 함께 한 저녁은 맛있다.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이랬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찌 됐든 기분이 좋은 건 분명하다.
평소에 늦게 잠드는 나인데도 그 시절 나에 빙의되어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으니.
그날 밤,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렸던 것 같다.
현재를 기억하려 들지 말라고. 이 시절엔 그랬었지 라는 생각으로 얽매이지 말라고.
지금 여기로 다시 돌아온 나는 지금이 현재일 뿐 이라고.
내 생각에 그 속삭임은 아마 천사의 행동이 아닐까 싶다.
나를 이곳으로 돌려 보내줬을, 그 고마운 천사.
뭐, 천사가 아니래도 상관없지만.
다음날 아침, 어제 저녁과 같이 엄마의 쾅쾅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아침을 맞았다.
“엄마 근데 오늘 무슨 날 이야? 학교 가는 거 맞아?”
“얘가 또 무슨 소리래. 오늘 개학인데 당연히 가야지. 3학년 처음이잖아.
아 그리고 니 아빠가 이거 돌려주라더라.”
엄마가 내 손에 쥐어 주신 건 휴대폰 이였다. 기능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스마트폰.
이때 쯤 아빠께 휴대폰 압수를 당했다가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 나는
“다녀오겠습니다.”
화창한 봄날, 학교로 향한다.
-
일찍 출발해서인지 학교가 고요했다.
3학년 6반으로 배정된 나는 곧바로 6반으로 향했지만 여기 역시 고요한건 똑같았다.
신발장에 남자신발로 보이는 신발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교실 안에 한명이 있다는 걸 짐작하고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더니
눈앞에 보이는 동그란 뒷모습은
바로 경수다.
참. 경수는 일찍 등교했었지. 이걸 왜 까먹고 있었나 모르겠다.
“아, 안녕.”
문소리가 들렸는지 뒤돌아 날 쳐다보는 경수에 어색한 느낌이 들어 손을 들어 작게 인사를 했다.
그것마저 어색했지만.
인사하는 날 보고도 맞받아쳐주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보는 경수 때문에
들고 있던 내 손이 민망해져 손을 내리려 하자 경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들고 있던 내 손에 하이파이브를 하고선
방금 한 행동이 좀 창피 했는지 귀가 약간 붉어진 채로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았다.
경수가 날 좋아했다는 걸 알고 보니까 빨간 귀가 더 귀엽게 보인다.
아 이땐 나 좋아하기 전이면 어떡하지, 그러면 나 김칫국 크게 마시는건데.
-
“김여주, 뭐해? 잠 좀 깨봐.”
“으으으….”
돌아와 봤자 아침잠이 많은 건 절대 변하지 않는다.
새학년 새학기라고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꿨는데 작년부터 친한 민아와 돼서 수다를 떨다가 결국 난 잠에 들어버렸다.
“야 정상수업이야. 일어나라고….”
자기도 졸리면서 일어나라고 투정을 부리는 민아가 귀여워서 그냥 일어나줬다. 몸만.
수업을 듣진 않았다는 아주 큰 함정이 있지만 내일부터 열심히 할 거다. 아마도?
그렇게 눈만 뜬 채 들은 수업시간들이 끝나가고 종례시간마저 끝나간다.
오늘따라 여자애들이 유난히 시끌벅적 한 것 같다.
귀 기울여 보니 요즘 가장 인기 많은 아이돌그룹이 오늘 컴백을 한다, 이런 내용의 대화들이더라.
...?
잠깐,
아이돌?
아이돌?
뭔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했더니 종대였다!
종대, 우리 종대!
시흥 전부 뒤져서라도 종대 찾아내고 말거라고 다짐했는데 이제야 기억해 내다니.
생각난 김에 오늘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마쳤을땐 이미 종례가 끝나 있었다.
“민아야, 나 오늘 먼저 간다!”
“뭐? 야 떡볶이 먹으러 가자며, 이 돼지야! 어딜 가?”
“내 사랑 찾으러 간다. 흐흐.
기다려 종대야!”
빛만큼 빠른 속도로 학교를 나와 달렸다.
떡볶이보다 중요한 게 있냐며 종대는 또 누구냐며 소리치는 민아와,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동그란 눈으로 날 쳐다보는 경수를 뒤로하고.
-
종대가 다닌다는 학교 앞에 서서 종대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종대는커녕, 종대 닮은 사람이나 종대 닮은 그림자나 종대 닮은 개미조차 지나가지 않는다.
그때 난 왜 종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아니, 알아 볼 수가 없었지. 말을 바꿔야겠다.
그때 난 왜 보지 못했을까. 내 옆을 지나간 종대의 이름표를.
OnDu |
늦은 연재 죄송해요ㅜㅡㅠ. 다음화는 더 빨리 오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