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다! 하루종일 걸어도 사람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었는데. 왠지 모를 안도감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울어요? 무서워요? 내려줄까요?” 말을 건네며 내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이 뿌옇게 보였다. 그나저나 이쪽으로 오면 안되는데. 밑에 괴물들이 드글거리는데 어떡하지? 다급하게 눈물을 닦아낸 백현이 그 사람에게 소리쳤다. “오지마세요! 밑에 괴물들이 있어요.” 백현의 목소리에 잠시 멈칫하던 그 사람은 다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둡게 보이던 그 사람의 얼굴이 달빛을 받아 점점 뚜렷해졌다. 그 사람이 다가오자, 괴물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몸을 돌려 으르렁거리며 노려보았다. 한걸음 두걸음. 점점 다가올수록 괴물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커졌고, 발걸음을 멈춤과 동시에 괴물들이 달려들었다. 크아앙- 그 사람을 향해 일제히 달려드는 괴물들이 흡사 사냥감을 앞둔 맹수떼와 같았다. 긴박한 상황인데도 그 사람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못보겠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자신때문에 괴물들한테 죽임을 당한다니. 미안함도 잠시뿐 곧 닥쳐올 참사에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이상하게도 괴물의 모습만은 선명했다. 시뻘건 눈 날카로운 이빨..그리고 검붉은 피. 눈감아도 훤히 그려지는 모습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눈을 감은지 한참이 지난것 같은데 아무 소리도 나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백현이 슬며시 눈을 떴다. 눈을 뜨지마자 보인 광경은, “괴물들이 어딨지?” 한군데도 다치지않고 멀쩡한 사람의 모습과 사라진 괴물들이었다. 그 사람을 쳐다보자, 아무 말 없이 검지 손가락을 위쪽으로 뻗어보였다. 그 손가락을 따라 위를 쳐다보니 공중에 높이 뜬채 바둥거리는 괴물들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으르렁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낑낑거리며 짧은 손발을 휘적이는 모양새가 퍽 웃겼다. 그 사람이 손을 들고 크게 한번 휘두르자, 거센 돌풍과 함께 공중에 떠있던 괴물들이 일제히 숲 저편으로 날아갔다. 그 사람의 주위로 옅은 바람이 불었다. 그 사람이 다시 작게 손짓하자 내 몸이 점점 바닥과 가까워졌다. 땅에 발이 닿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괜찮아요?어디 다친곳은 없죠?” “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백현 앞에 쭈그리고 앉은 남자가 걱정된다는듯 백현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그 남자에게 시선을 두자, 어쩔줄 몰라하더니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전 세훈이라고해요. 오세훈. 나이는 이제 막 성인이된 20살이고요.” 아. 자신을 세훈이라 소개하는 남자의 주변에 옅은 바람이 일렁였다. 기분 좋은 바람이 머리칼을 살랑였다. 잘생겼다. 근데 묘하게 예쁘게 생긴것 같기도 하고. 바람에 살랑이는 금빛 머리칼이 부드러워보였다. “아, 저는 변백현이라고해요. 나이는 22살이고요.” “아, 저보다 형이시네요? 어려보여서 동생인줄 알았는데. 말 편하게 하세요 백현이형.” “아, 네! 아니..응!”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때문에 언뜻보면 차가울 인상인데 웃을때 접히는 눈꼬리가 귀엽다. 키도크고..아씨 나보다 크네? 짜증나. 혼자 뾰로퉁해 있는 백현에 모습에 살짝 웃은 세훈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좀 걸어봐요. 걸을 수 있겠어요?” “아까는 그냥 다리가 풀렸을 뿐이야. 걸을 수 있어.” 벌떡 일어나 세훈에게 쏘아붙이는 백현에 세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먼저 세훈을 지나쳐 성큼성큼 걷는 백현에 모습에 재빨리 세훈이 뒤따랐다. 왠지 재미있는 사람이다. *** 꼬르륵- 하루종일 걸으면서 아무것도 못먹어서 그런지 유난히 백현의 배가 요동쳤다. 꼬르륵 소리에 세훈이 웃자, 토라진 백현이 뒤돌아 빽 소리질렀다. “웃지마!” 언제 웃었냐는듯이 딴청을 부리던 세훈이 뭔가를 발견한듯 저쪽 나무를 가리켰다. “저거 먹을 수 있을까요?” 세훈이 가리킨것은 처음 이곳에 빨려들어왔을 때 봤던 무지개색 나무열매였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있는 열매들이 여간 탐스러워보이는게 아니였다. 백현이 그쪽으로 다가가 손을 뻗자, “안닿네요 형.” 아씨. 가까워보였는데 왜 안닿지? 폴짝폴짝 뛰어도보고 돌멩이도 던져봤지만, 야속하게도 열매는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 때, 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바람 한번에 우수수 떨어지는 열매들을 허망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백현은 뒤돌아서 세훈을 째려보았다. 세훈은 어깨를 으쓱했다. “따달라고는 안했잖아요.” 틀린말이 아니기에 반박할 말이 사라진 백현은 조용히 떨어진 열매들을 줍기 시작했다. 판판한 땅 위에 큰 나뭇잎을 깔고 열매를 내려놓자, 세훈이 다가와 나뭇잎 위에 털썩 앉았다. 뒤따라 백현도 앉아서 열매를 하나 집었다. 열매를 살펴보던 백현이 궁금한게 있는듯 세훈을 툭툭 쳤다. “세훈아, 아까 바람 어떻게한거야?” “제 능력이 바람이거든요. 아, 맞다! 형은 능력이 뭐예요?” “능력? 무슨 능력?” “형이 가진 초능력이요. 만약 형이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이곳에 있을리가 없잖아요.” 이곳이라니. 이곳이 어디길래? 머리가 지끈거렸다. 기억속을 더듬어보니 아까 게임메뉴에서 능력을 고른것 같기도 하다. “일단 세훈아. 여기가 어디야?” 황당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던 세훈이 조용히 대답했다. “이 세계의 어머니. 모든 생명의 고향이자 세계수님께서 계신 숲이잖아요.” “세계수의 숲? 여기가?” 게임속에서 내가 지켜야 할 세계의 주축인 그 세계수의 숲이라고? 말도안돼. 시작부터 세계수의 숲이라니. 당황한 백현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않고,세훈이 말을 덧붙였다. “이곳, 아무나 들어올 수 없어요. 알잖아요, 세계수의 숲은 지상에 존재하지않는거.” 세훈의 터무니없는 말에 벙찐 백현은 손에 든 열매를 떨어뜨렸다. 굴러가는 열매를 탁 잡은 세훈이 백현쪽으로 다시 열매를 던졌다. 엉겁결에 그것을 잡은 백현은 아무생각 없이 한입 깨물었다. 아삭아삭 씹히며 달달한 과즙이 입안에 퍼졌다. 맛있네. “세훈아 이거 맛있다. 너도 먹어봐.” 우물거리며 세훈에게 열매를 하나 집어 건네는 백현의 모습에 뭔가 더 말하려던 세훈의 표정이 싹 굳었다. “형. 얼굴이 빨개요.” “그래? 힘들어서 그런가?” “아니요. 지금은 주황, 아니 이젠 노래요. 무지개색으로 변하는것 같아요. 지금은 초록.” “뭐? 진짜로?” “색이 하나씩 층을 이루고있어요. 지금 무지개떡 같아요.” 놀란 백현이 근처 샘으로 다가가 얼굴을 비추자 왠 무지개떡 하나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악!” “형. 일단 진정을...” “너 같으면 진정하겠냐? 내 잘생긴 얼굴 어떡해!” “형 그건 좀 아닌...” “시끄러!” 얼굴을 이리저리 문지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백현의 얼굴이 무지개색으로 물들었다. 무지개떡처럼. “일단 진정하고 해독초부터 찾아봐요. 이 숲 어딘가에 있을거에요.” 자리를 털고 일어난 세훈이 안먹길 잘했다며 백현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암호닉 랑데님 빠오슈님 쵸코칩님 감사합니당♥ 암호닉신청 계속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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